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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화 EP072-외전-결혼 (3)


“…벼, 별로라고?” “아니, 그… 별로라고 하는 게 아니라, 은지야. 음….” 오빠의 반응은 내가 기대한 것보다 조금… 아니, 많이 약했다. 그, 그래도 나는 오빠가 최소한 발기는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라고? 정말… 그 정도야?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아, 오빠.” “어?” “내가 상처받을 것 같아서 일부러 말 안하는 거지? 나 지, 진짜 괜찮으니까! 말해주라, 응?” 오빠의 곤란한 표정을 보니까 역시 내 생각이 맞는 것 같아. 그래서, 뭐가 부족했던 건데…? “으음….” “얼른! 응? 얼른 말해봐.” “이게… 일단 아무 말이 없으니까 뭔가 빠진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 그런가?” 확실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동영상 내내 내가 내는 숨소리 밖에 없잖아…? “그리고….” “그, 그리고?” “…아니야. 그래도 충분히 수고해준 거니까, 고마워.” “에? 아니,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괜찮아. 오늘은 이제 쉬고 자자.” …역시 이상해. 내가 한 걸로는 뭔가 부족한데, 그걸 숨기고 있어. 물론 오빠가 숨기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고, 그게 나를 위할 거라는 것도 알지만…. 나도 오빠한테 도움이 되고 싶다구. 하지만 방법은 모르고, 오빠랑 매튜 씨 둘 다 나한테 알아서 하라고 맡긴 상황이고…. 나… 도움이 되고 있는 건 맞는 거야? *** 결국 오빠는 끝까지 무언가를 더 해달라는 요구를 하지 않았다. 나를 믿고 나에게 결정권을 넘긴 이상, 적어도 사흘 동안은 사족을 붙이지 않을 생각인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출근은 해야지. 으응…. “후아아아… 머리가 아파….” “헤이즈.” “어? 지부장님? 어디… 가세요?” 건물 1층에서 매튜 씨와 마주쳤다. 나는 이제 지부장님 사무실로 올라가려고 했는데, 매튜 씨는… 손에 서류 가방을 든 채로 나오는 도중이었다. “인천에 출장을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오후 늦게 돌아올 예정입니다.” “네? 그, 그럼 저도….” “아니요. 스케쥴이 상당하고 방문할 곳이 많이 복잡해 제가 혼자 움직이는 게 좋겠습니다.” “어… 그럼 전 뭘 하면 될까요?” “…편하게 쉬면서 대기하시면 됩니다. 6시까지 제가 돌아오지 않으면 먼저 퇴근하셔도 괜찮습니다. 그럼.” 뭔가를 더 물어볼 틈도 없이, 매튜 씨는 그대로 주차장이 있는 쪽으로 가버렸다. 남겨진 나는… 그냥 멍하니 서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지부장실로 올라가지만, 평소에는 더스트 언니가 쓰던 자리에 앉아서 서류철을 뒤적거리며 일거리를 찾아봐도, 할 일이 없다. “…나, 그래도 S급 히어로인데.” 그렇게 쓸모가 없나? 오빠랑 벌써 몇 년이나 사귀고 같이 살았는데… 똑바로 도움을 주지도 못하고, 그제는 실망만 시키고. 매튜 씨한테도 도움이 되는 비서는 커녕 사무실에서 혼자 기다리다가 퇴근하라는 짐덩이 취급. 어제 했던 섹스도,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나 혼자만 기분 좋았던 걸까? …그럼 그냥 자위잖아. “어…? 오빠?” 괜히 울적해진 마음을 달래보려고 푸른 하늘이 보이는 유리창을 가만히 바라보던 중, 오빠가 보인다. 협회 건물이랑 연결되어 있는 치료 센터로 들어가는 것 같다. 오늘도 의사를 만나는 건가? 아침에 그런 말을 했던 것 같기도 하고. …할 일도 없는데 오빠나 보러 갈까? 어차피 나, 오늘 매튜 씨가 돌아오지 않으면 빈손으로 집에 돌아가야 하는데. “이 서류철 정리만 하고 가보자아… 퓨휴우우.” *** “…무슨 일이지?” “…….” 뭐야? 이 의사, 입가에…. “오, 오빠는요?” “환자? 안에 있지. 하지만 가급적이면 나를 통해 전달해줬으면 하네. 최대한 짧게, 용건만.” “…했어요?” “했지. 치료를.” “무, 무슨…! 치료가 아니라 이건….” “바람을 피는 거라고 의심하나?” 치료 센터에 와서 어두운 복도 가장 안쪽에 있는 ‘심리 상담실’의 문을 두드리자 나온 의사. 입가에는 끈적하고 투명한 액체와… 검은색 털 한 가닥이 묻어 있는 채로, 나를 빤히 바라본다. 뒤늦게 입가를 닦아내는 손짓까지 과하게 느리고 신중하다. “나는 환자의 피학증을 자극하면서 구강 내 사정을 유도한 것일 뿐인데.” “…그게 서, 성행위잖아요… 유사 성행위!" “그럼 당신이 하겠어? 아니지, 당신은 당신이 맡은 역할이 있잖아? 왜 여기 있는 거지? 여유를 부릴 처지는 아닐 텐데.” “저… 저는, 그….” “혹시… 연인이 믿고 맡긴 역할을 똑바로 해내지도 못하고 주어진 사흘이라는 시간을 낭비하는 건가?” “…….” “안에 있는 당신의 연인은, 당신이 지부장에게 범해지는 상황을 상상한 뒤 적당히 부풀려진 망상을 사정으로 해소하며 망상을 억제하고 있어. 하지만 점점 망상의 수위가 강해지고 있지.” 이 의사는 입가를 닦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로 나를 보면서 말을 이어간다. 정말… 자신은 그저 치료를 했을 뿐이라는 것처럼, 그래서 부끄러울 게 전혀 없다는 것처럼. “그리고 오늘 사정한 정액은… 어제보다 약간 더 진하더군. 양도 많고.” “…네?” “어젯밤에 당신의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사정하지는 못한 모양이야. 맞지?” “…….” “분발해. 그렇게 멍청한 표정으로 서있지 말고. 연인과 대화를 하고 싶다면 망상 억제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더는 할 말이 없다는 듯, 일방적으로 대화를 끝낸 의사가 돌아선다. 그리고 쿵, 묵직하고 거칠게 문이 닫힌다. “…….” 문 너머로 미세하게 무슨 소리가 들려온다. 의자가 조금씩 덜컹거리며 흔들리는 소리. 벽을 넘어오며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뭉개진 대화 소리. 가쁘고 깊은 숨소리. “…….” 분발하라고? 나도 그러고 싶어. 하지만... 방법을 모른단 말이야. 우우우웅- 우우우웅-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이 진동한다. 나도 모르게 손이 움직여서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확인해본다. 더스트 언니의 번호다. “…여보세요?” ‘목소리가 왜 그래? 은지. 무슨 문제 있어?’ “…….” ‘여보세요?’ “언니….” 마음 속에 먹구름이 잔뜩 꼈는데 눈물은 한 방울도 나오지도 않는다. 어른들이 하던 말 중에, ‘뭘 잘했다고 울어?’ 그 말이 지금 나에게 딱 어울려서. “저… 이거 비서, 그만하면 안돼요?” ‘응? 왜?’ “그냥 평소처럼 도시 순찰이나 하고, 미라지 씨랑 훈련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럴 리가 없는데? 어제 피임약은 썼어?’ “…네. 그런데 한 번만 하고 끝났어요. 지부장님이 여기까지만 하자고 해서.” ‘조금 더 자세하게 말해봐.’ 끊임없이 미미한 소리가 새어 나오는 문 앞에서 힘겹게 발걸음을 뗀다. 지부장실로 돌아가는 나는, 더스트 언니에게 고작 하루만에 매튜 씨가 나를 피하게 만든 연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더스트 언니는, 이미 예전부터 매튜 씨와 관계를 맺고 있었던 더스트 언니는… 답을 알고 있었다.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네.’ “그 문제가 뭔데요…?” ‘네 적극성이 부족하다는 거야.’ “…어제는 저 혼자만 움직였다니까요, 언니.” ‘아니지. 들어봐, 헤이즈.’ “네?” ‘네가 지부장님 위에서 허리를 흔드는 거랑… 지부장님이 너보고 허리를 움직이라고 시켜서 흔드는 거랑.’ “…….” ‘같아?’ “아… 아뇨.” 다르지, 엄청… 엄청나게 다르지. ‘지부장님은 어제 참고 있던 거야. 네가 아무런 부탁도 하지 않았으니까.’ “그럼 어떻게 해요…?” ‘네가 적극적으로 나가야 할 부분은 행동이 아니야. 권유를 해. 적극적으로.’ “그건 너, 너무….” ‘선을 넘는 것 같다고?’ “…네.” ‘잊어버렸어? 적어도 내일까지, 선을 정하는 사람은 너야.’ 선을 정하는 사람은… 나. 오빠가 어제 흥분하지도 못하고, 똑바로 뭔가를 더 요구하지도 못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내가 정한 선이 너무 시시해서. ‘네가 생각하는 선을 일부러 넘어봐. 오늘은.’ “선….” ‘그리고 승윤 씨의 반응이 어떤 지 확인하는 거야.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그, 그럼 내일은요?” ‘반응이 좋으면 한 발자국 더. 반응이 나쁘면 뒤로 물러나. 그럼 돼.’ “…….” ‘어떻게 하면 좋을 지 모르겠다면… 내가 알려줄까? 지부장님이 좋아하는 거.’ “…네.” 매튜 씨를 흥분시키는 건, 오빠를 만족시키는 것. …오빠가 그 의사에게 가지 않아도 되게 만드는 것. 내가 만약 선을 넘는다고 해도 오빠는… 괜찮다고 해줄 거야. 그때 뒤로 물러나면 돼. *** “후.” 오후 8시. 조금 어두워지기 시작한 하늘 아래에서 주차를 마치고, 차에서 내린다. 인천 지부에 방문하기로 한 일정은 다음주였지만… 미리 일을 끝내두면 다음주의 내가 편해진다. …조금 솔직해지자면 오늘의 내가 편해지기 위해서 선택한 일정 조율이었다. “사무실의 불은… 꺼져있군.” 히어로를 포함한 직원들은 퇴근했을 시간. 어제는 정말… 위험했다. 헤이즈의 몸 안에 내 씨앗을 심는다는 오싹한 배덕감에 취해 손이 멋대로 뻗어나가기 직전까지 이르렀다. 헤이즈가 승윤 씨의 연인이라는 사실은 방지턱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그만. 자료만 사무실에 옮겨두고 돌아가는 거다.” 최소한의 조명만이 켜진 지부의 복도를 지나, 계단을 올라, 지부장실로 향한다. 약간의 소음이 들려오는 것 같지만 당직근무를 하는 히어로와 사무직이 있으니 수상한 점은 아니다. “…….” …아니, 이 소리는 생활소음이 아니다. 복도의 끝… 문이 닫힌 지부장실 너머에서 들려오는 낯선 소음. “…으, 응♡ 후, 아…♡” 여성의… 신음 소리? 이건 대체…. “읍-♡ 으, 으읏, 히읍-♡” “…….” 익숙한 음색이다. 조금 떨리는 손으로 사무실의 문손잡이에 손을 올려, 돌리고, 앞으로 민다. “…헤이즈.” “하, 하아-♡ 지, 지부장, 니임…♡ 조금 느, 늦으셨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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