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키넷 단편야설

한 편 완결 소설

성인소설 목록

최신 단편

야설 읽기
밍키넷 소설
토스트 메세지 나오는곳
텔레그램 공식채널

밍키넷 공식보증업체

45화 EP045-소개


“헤이즈.” “네?” “전달해야 할 사항이 있으니 사무실로 와주시겠습니까.” “아, 네! 지금 바로 갈게요.” 어젯밤, 상부에서 지시가 내려왔다. ‘어떤 업무’가 되었든 도그마가 서울에 머무르는 동안 의도적으로 그를 업무에서 배제하지 말라고. S급이라는 행운으로 얻은 특권을 멋대로 남용해대는 건 여전한 모양이다. 덕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방법은 남아있다. “사진은 잠시 뒤에 촬영하도록 하고, 먼저 전달해드릴 사항이 있습니다.” “뭐, 뭔데요…?” “승윤 씨는 오늘 진찰이 예정되어 있습니까?” “어… 네. 오후에 치료 센터에 간다고 들었어요.” “그렇다면… 지난번에 제가 말씀드린 대체자에 대해 기억하고 계신 지.” “네? 대체자...? 아, 아! 기억하고 있죠.” “부산에서 온 S급 히어로가 오늘 헤이즈를 만나러 올 겁니다.” “저… 저요? 언제요?” “구체적인 일정은 모르지만 반드시 만나게 될 겁니다.” 표면 상으로는 레나 로마노프 박사가 적극 추천한 망상 – 피학 증상 완화 치료의 협력자이니. 상부에서도 간접적으로 밀어주고 있다면, 오늘 둘이 만나는 걸 피할 방법은 없을 거다. 내가 이 자리에서 자진해서 물러난 타이밍이 조금… 나빴다. 내 과오다. “이름은 도그마입니다. 들어보셨습니까?” “어… 아니요?” “그럴 만 합니다. S급이지만 행실에 잡음이 많아 언론의 노출이 극도로 적은 히어로입니다.” 정확히는 잘난 부모 덕분에 언론에 자신의 행적이 크게 노출되지 않은 거지만. “잡음이… 많아요?” “예. 겉은 웃고 있지만 속은 열등감이 가득한 위선자입니다.” 그래. 위선자. 내가 제일 혐오하는 부류. 앞에서는 웃고 있지만 뒤에서는 남들을 시기하는 역겨운 인간들. “그, 그럼….” “제가 먼저 연락을 통해 경고를 할 생각이나, 혹시 꺼림칙한 일을 겪게 된다면 반드시 보고해야 합니다.” “꺼, 꺼림칙한 일이요? 설마 어, 억지로…?” “아니요. 최소한 강간… 강제성을 띄는 행위를 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 단어를 뱉을 때마다 마음이 시리는 건 나아질 생각이 없군. 이것 또한 내… 과오다. “하지만, 거부감을 느끼거나 좋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반드시, 반드시 보고하십시오.” “네… 아, 알겠어요. 저도 조심할게요.” 머쓱하게 웃으면서 인사를 한 뒤 돌아가는 헤이즈. 언질을 주긴 했지만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게다가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보고가 온다 한들, S급 히어로인 도그마를 완전히 배제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 경우에는 다시 내가 참여해야 하는 건가? 아니, 더스트에게 했던 짓을 다시 한번 반복하게 될 지도 모른다. …여전히 한참이나 지난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내가 한심하군. “후우우우….” 후회에 빠져 있을 시간이 아니다. 이제 다음은 승윤 씨에게 연락을 해 둘 차례다. 방법을 찾고, 증거를 찾고…. 오늘부터 한동안 꽤 바빠지겠어. *** “가져왔어?” “…네.” “꺼내봐.” 주머니에서 콘돔 박스를 한 개 꺼내서 책상 위에 올린다. 하지만 이 의사는 의자에 눕듯이 기댄 채로 앉아, 그저 나를 빤히 바라보고만 있다. “왜… 왜요?” “꺼내라고.” “여기 있잖아요.” “자지 꺼내라고.” “…….” “농담인데, 아직도 웃는 법을 모르나?” “…하.” 나는 이 여자가 던지는 농담으로 웃을 일이 평생 없을 듯 싶다. “고민거리가 생겨서 망상이 똑바로 그려지지 않았다고.” “네.” “지부장이 여친의 초대남을 관두는 게 그렇게 신경이 쓰이는 일이었나?” “초, 초대남이라뇨….” “대충 비슷하니까 넘어가고. 신경이 쓰였다는 게 중요하지.” “…아무래도 믿을 수 있는 분이니까요.” 내 대답을 들은 의사가 피식, 웃는다. 하지만 입꼬리는 거의 올라가지 않았다. “뭘 모르는군.” “예?” “일단, 내가 지난번에 말한 대체자. 이 사람이야.” “…누구죠?” “이름은 도그마. 모르지? 뉴스를 잘 안타거든.” “얼핏 들어본 것 같긴 한데… 아무튼, S급 히어로라는 거죠?” “그래.” 사실 알고 있다. 매튜 씨가 전화로 말해줬으니까. 그런데 수상한 사람이라는 것만 인지하고 의사 앞에서 아는 채를 하지는 말라더라. 이유는 몰라도, 의사보다는 매튜 씨를 더 믿으니까 그렇게 해야지. “오늘 가볍게 면담을 나누게 할 예정이야.” “은지랑 이, 이 사람 둘이서요?” “왜, 참관이라도 하고 싶나?” “아니… 어떤 사람인지 저는 모르니까요.” “그 정도는 당신 여자친구가 알아서 하겠지. 여자친구가 아니라 딸을 키우는 건가?” “…….” 하긴, 바로 호텔로 간다는 것도 아니고 면담인데. “그럼 이제 됐고, 우린 우리 할 일이나 하지.” “하지만… 말씀드린 것처럼 망상이 떠오른 적이 없는데요.” “그건 자극이 부족해서 그런 거지. 여친이 찍어서 보낸 사진이라는 게 전부 이 꼬라진데.” 슥, 슥. 의사의 손가락이 책상 위에 올려진 내 휴대폰 화면 위를 스친다. 첫날에 찍은 사진, 둘째날에 찍은 사진, 그리고 한 시간 정도 전에 도착한… 마지막 사진. “내가 욕망을 쌓은 뒤 초기에 비해 상태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비교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나?” “어… 죄, 죄송합니다?” “그래. 죄송해야지. 사진도 겨우 이딴 시시한 사진 밖에 없고. 실망이야.” …내가 잘못한 건 딱히 없는 것 같은데. “하지만 문제없어. 미지근한 자극을 계속 받아왔으니 예열은 됐고, 불알도… 아니, 욕망도 꽉 채워졌으니까.” “아니, 아직 괜찮은 것 같다니까요.” “의사인 나보다 더 잘 알아?” “…….” 딱히 검사도 한 게 없으면서, 무슨…. “그럼 최소한 뭘 할 건지는 좀 말이라도 해주시죠.” “여기 있잖아?” 의사가 검지 손가락으로 콘돔 박스를 톡, 톡 두드린다. “그러니까 그걸 어디에 쓸 거냐고요.” “그건 당신이 정해.” “예?” “당신은 그냥 이걸 다 쓰기만 하면 돼.” “…그럼 그냥 혼자-“ “아니. 날 써서.” 콘돔 박스를 두드리던 손가락이 돌아가더니 자신의 몸을 가리킨다. “뭐든지, 어디든지.” “…….” 다시 의사의 손이 움직인다. 그러더니 자기 주머니 안으로 들어가서… 또다른 콘돔 박스를 하나 꺼낸다. 그리고 내가 사온 콘돔 옆에 올려둔다. “망상증 환자가 자기 욕망에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는 지 확인해보자고.” “아니, 전 당신이랑 이런 거… 하기 싫은데요.” “정말? 그럼 내가 무슨 짓을 해도 한 발도 싸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건가?” “…그건 아니고요.” “그러니까 당신이 정해. 뭐든지, 어디든지. 가장 기분 좋게 싸버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서… 나한테 말해. 솔직하게.” 콘돔 박스가 하나 뜯어지고, 거꾸로 뒤집힌다. 의사는 안에서 떨어지는 내용물 중 하나를 뜯어서… 입에 살짝 깨문다. “그게 뭐든지 해줄 테니까.” “…….” 뭐든지, 라는 말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나흘 동안 애매한 자극만 받아오며 어중한하게 억눌린 망상을 단숨에 자극할 정도로. 나는 이 여자를 분명, 싫어한다. 이 여자와 하는 야한 짓이 뭐가 됐든 당연히 싫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일까? ‘뭐든지’ 라는 말을 듣고 떠올린 가장 첫 번째 망상은- “…….” “왜? 나흘 만에 괜찮은 망상이 떠올랐나? 그렇다면… 말해보지?” 이 여자와 하는 콘돔 섹스였다. *** “후우우… 하아.” 어… 어떡하지, 엄청 떨려. 매튜 씨가 경고를 하셨으니까 경계를 계속 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티를 안낼 수는 없을 것 같아…. 오빠는 치료 센터에 있다고 했고, 매튜 씨는 더스트 언니랑 외부 출장…. 그리고 나는 혼자 여기,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카페에. 오늘은 간단하게 대화만 나눠보라는 지시만 받고 온 건데…. “안녕하세요?” “히, 히이익! 아, 아, 안녕하세요!” 까… 깜짝아. 이 남자구나? 도그마. 겉으로는 살살 웃고 있는데… 매튜 씨가 절대 방심하지 말라고 말했으니까. 따, 따라 웃어주지는 말자. “헤이즈 씨, 뉴스랑 사진으로는 자주 봤는데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라 조금 신기하네요.” “아… 그, 그래요….” “엄청 경계하시네… 매튜가 뭐라고 말을 했나봐요?” “…아닌데요.” “하하하.” 왜… 왜 웃지. 하나도 안웃긴데. “그런데 소문이 좀 나쁘다고 해서 사람 안좋게 보는 거, 선입견이거든요.” “…….” 아, 안 속아. 내가 바보도 아니고,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사람한테 홀랑 넘어갈까봐? 이번에는 절대로, 절대로! …오빠가 부탁하기 전에는 할 일 없어. “그래도 제가 헤이즈 씨랑, 그… 승윤? 뭐, 아무튼 그 사람을 도와주는 데에는 제일 적당할 걸요?” “…왜요?” “제 능력이 아마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 “아, 모르시는구나?” 서글서글 웃으면서 갑자기 내 쪽으로 한 손을 내민다. 갑자기 뭐… 악수라도 하자는 건가? 그다지 내키지 않는데. “잠깐 손 좀?” “…….” “에이, 그러지 말고 좀 줘봐요.” 허락도 없이 갑자기 내 손을 낚아 채고는, 악수를 하는 것처럼 마주 잡는다. 갑자기 무슨 짓이냐고 말을 하기도 전에 눈 앞이 살짝, 흐릿해졌다가 다시 선명해진다. 그리고- “…어?” “어때요? 잘… 보이나?” …오빠가 있었다. 눈 앞에서, 오빠가… 내 손을 잡고 있었다.

고객센터 Sup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