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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EP042-깜짝선물


차고 왔다. 뭐긴 뭐겠어, 정조대지. “표정이 좀 찝찝해 보이네? 이유도 대충 짐작이 되고.” “…….” “그런 당신에게 희소식을 하나 줄까.” “…뭡니까?” “오늘은 좀 느긋하게 해보려고. 상담부터 시작할 거야.” “그거… 당신이 한 말들 중 가장 반가운 소식이네요.” 이걸 차고 온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요즘 생각이 많아 보이는 은지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다른 하나는… 어제 이걸 차고 왔는데 결국 이 여자에게 풀어 달라고 말한 게 조금 찔려서. 심지어 풀고, 이 의사가 보는 앞에서 두 번이나 연속으로 딸까지 쳐버렸다고…. “당신, 불공평하다는 생각 해본 적 없어?” “네? 뭐가… 불공평하죠?” “이렇게 여친이 친히 채워 주신 정조대를 차고 나한테 욕지거리나 들으러 다니는데.” “…….” “네 여친은? 기분 좋게 떡치고 돌아와서 너한테 야한 말 좀 해주면 끝이잖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은 저마다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기에, 나는 저 말에 동의하지 않을 거다. “저는 그냥 사고를 당한 거잖아요, 운이 없어서.” “그런 식으로 넘길 정도의 가벼운 일은 아니지 않나?” “…그럼 제가 뭘 어떻게 하겠어요. 누구를 탓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탓한다면… 그 빌런 밖에 없죠.” 나를 이렇게 만든 그 빌런. 은지를 살려달라고 말한 걸 후회하게 해주겠다고, 사랑 놀이가 언제까지 갈 지 두고 보자던 그 빌런 말이다. “빌런? 아… 그 빌런은 탓할 수 있다?” “애초에 직접적인 가해자니까요. 전 피해자고.” “탓한다면 뭐라고 탓할 건데?” “…너 때문이다. 너 때문에 나도 그렇고… 내 여자친구도 많이 힘들어 한다.” “복수를 하고 싶지는 않고?” “…네?” “그 빌런한테 말이야. 네가 받는, 앞으로도 받을 이 고통을 되돌려주고 싶지는 않냐고.” “그런 건…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잖아요.” “가능하다면? 여기, 네 눈 앞에 그 빌런이 무력화된 채 있다고 하자. 어떻게 복수하고 싶지?” 오늘은 심리 상담으로 시작할 거라고 해서 좀 안심했더니, 이상한 것들만 물어보고 있네. 그래도 어제처럼 그런 말들을 듣는 것보다는 이게 낫나…? “…에휴. 됐습니다.” “죽기 직전까지 패고 싶어? 아니면… 네 여자친구가 따먹힌 만큼 따먹어버리는 건 어때?” “무… 무슨, 그렇게까지 하겠냐고요. 그냥 법대로 하면 될 걸.” “할 수 있다면? 만약이니까 문제없을 텐데. 대답해봐.” “…몇 대 정도는 때리고 싶을 수도 있겠네요. 그냥… 몇 대.” 똑, 똑- 누군가 상담실의 문을 두드린다. 문이 열리더니 뜻밖의 낯익은 얼굴이 안쪽으로 들어온다. “레나 로마노프 박사님, 지부장님이 찾고 계십니다.” “…쯧.” “나오세요. 지금, 당장. 승윤 씨는 여기서 기다리고 계시면 됩니다.” “아… 알겠습니다.” 더스트 씨였다. 뭔가 굉장히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의사는 그대로 더스트 씨를 따라갔고. 저 의사를 자주 보면서 느낀 건데, 자기가 하던 일을 방해를 받으면 저렇게 짜증을 내는 것 같더라. 방에서 나가기 직전 의사가 중얼거린 혼잣말이 내 귀에 들어온 덕분에 그 생각이 조금 더 확실해졌다. “…건방진 새끼.” *** “레나 로마노프 박사. 귀중한 시간을 할애해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알고 있다면 용건만 빠르게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여전히 이 여자에게서 수상한 점이나 결정적인 물증을 확보하는 데에는 실패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 이유 모를 불길함이 자꾸만 강하게 느껴진다. 적어도 내가 히어로로 활동하던 시절에는 한 번도 빗나가지 않았던 나의 직감이 말해준다. 이 여자는 위험하다고. “부산에 잠시 다녀오셨으면 합니다.” “…내가?” “네. 알고 계시겠지만, 부산에서 빌런의 정신 공격에 대한 치료법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담당하고 계시는 환자의 치료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체포해서 조사할 수 없다면 시간이라도 벌어야 한다. 세미나… 짧은 기간이지만, 승윤 씨와 레나 로마노프를 잠시 떨어트려 놓을 수 있는 기회다. 더불어 자리를 비운 사이라면 조사도 조금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출장에 필요한 경비는 모두 협회에서 지원할 예정입니다.” “…….” 표정 관리 하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겠군. 하지만 나를 싸늘하게 응시하는 저 붉은 안광 속 살기까지는 숨기지 못했다. …역시 A급인가. “다녀오시겠습니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네.” “굳이 거절하실 이유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여기, 오늘 오후 비행기 티켓입니다.” “…….” “세미나는 오늘부터 나흘 동안 진행됩니다. 협회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휙.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몸을 돌리더니, 그대로 뒤로 돌아서 가버린다. 평소에는 기계처럼 냉철하게 판단하지만 자신의 관심사에 방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큰 분노를 느낀다는 특징. 일치해.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언제든지 연락하십시오.” *** 씨발, 씨발, 씨발…. 같잖은 수작질을 부리고 있어, 번식욕 때문에 딸도 똑바로 못 치는 근육 돼지 새끼가. 끼이이익- 쾅-!! “…….” “닥쳐. 입, 닥쳐.” “아무 말도 안했는-“ “닥치라고.” “…….” 이런 식으로 나를 엿 먹여? 기껏 정조대를 채워서, 이 마조 새끼한테 똑바로 부탁하는 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더니 나흘 뒤에 오라고? “…하.” “…….” 아니… 생각해. 날 잡을 증거가 없으니 이렇게 떨어트려 놓으려고 하는 거겠지. …지금 실수하는 거야. “갑자기 출장을 가게 됐네?” “출장이요?” “나흘. 오늘부터.” “어… 그럼, 치료는….” “보류.” 어떻게 되갚아줄까? 이… 선물 말이야. 나흘이라고 했지. 그리고 어제… 일주일 안에 한 번은 떡치게 만들라고 했고. 어차피 둘 다 발정난 새끼들이니 내가 없어도 떡칠 가능성은 있지만, 확실하게 해두려면…. “그 사이에 아무것도 하지마.” “네?” “내가 다시 올 때까지. 괜히 이상한 짓 해서 상태에 변화를 일으키지 말라고.” “그럼….” “딸도 치지 마. 네 여자친구가 자지를 빨아준다고 하든, 떡을 치자고 하든. 안돼. 참아.” 네 좆만한 불알에 정액을 꽉꽉 눌러 담아서 채워 두라고. 데드라인? 반절로 줄어들었지만 아무 문제없어. 오히려 재미있지. “최근에는 계속 욕망이 쌓이기 전에 해소하는 식으로만 진행했지?” “그, 그렇죠.” “이번에는 반대로. 조금 쌓은 뒤에 초기에 비해 상태가 어떻게 변했는지 진찰할 테니까.” “그거라면… 뭐, 알겠습니다.” “거기에 하나 더.” 가만히 두기만 하면 너는 버티려고 할 거잖아? 주제도 모르는 마조 돼지 새끼 주제에 참을성은 좋아가지고. 그래서 더 마음에 드는 것도 맞지만… 이번엔 그 인내심에 살짝 금을 내고 싶거든. “망상을 가볍게 자극할 외부 요소가 필요해. 나흘 동안 조금씩 수위의 정도를 높여서.” “그럼….” “내가 없는 동안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는 건 위험하니까,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사진을 써서.” 망상을 자극하는 재료로 사진을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볼 수 있는 건 오직 한 순간. 그 이전과 이후가 어떻게 연결되는 지를 알 수 없기에 상상력이 자극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네 여친 몸… 맨살에 다른 남자 손이 닿고 있는 사진이 적당하겠어. 앞뒤 이야기는 듣지 마. 딱 그 사진만 받아.” “…….” “서서히 괴로움의 강도를 높여. 그리고 어떤 사진으로 어떤 망상이 떠오르려 했는지 기록해.” “그런데 꼭… 이렇게 해야 하나요? 최근에는 망상이 잘 올라오지 않고 있었는데….” “벌써 잊었어? 그거 다 네 여친이 지부장 꼬셔서 몇 시간 내내 따먹히다 온 동영상 덕분이잖아.” “…….” “잊은 거라면 내가 생각나게 해줘? 왜, 침대에서 다리 활짝 벌리고 가슴 쥐어 짜이면서 박히는 걸로 가버리는 동영-” “아… 알겠어요, 알겠다고요. 방금 말한 걸로 할 게요, 그냥.” 일부러 어중간한 자극으로, 조금씩 미지근하게 높여서. 내가 돌아오는 마지막 날 즈음에는… 최소한 가슴이나 엉덩이를 붙잡은 사진 정도는 보게 되겠지. 아니면 보지에 손가락 두 개 정도 쑤셔 박혀서 씹질하는 사진일 수도 있고. 아무튼, 그러는 사이에 네 여친이랑 지부장도 슬슬 꼴리기 시작할 거야. “출장 준비해야 하니까 오늘은 이제 돌아가.”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 끼이이익- 쿵. “하아, 씨이발….” 살살 굴려서 머릿속을 녹여버린 다음에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것까지는 시켜보려고 했는데. 아니면 저 새끼 여친이 지부장을 그렇게 부르게 만들거나. 이런 중요한 타이밍에 부산이나 가서 시간 낭비를…. “부산?” 잠깐만. 맞아, 부산. 부산에 있는 그 역겨운 새끼를 깜빡하고 있었네. 꼴에 S급이라는 새끼가 열등감으로 꽉 차있고, 여자는 존나게 밝히고… 사치스럽고, 찌질하고. 네 여자친구랑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돌아올 때 선물을 가져오겠다고 말하는 걸 깜빡했네.” 기대해, 돼지 새끼야. 네 마음에 쏙 들 선물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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