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EP032-심증
비즈니스석의 푹신한 좌석은 분명 안락하지만, 나에게는 살짝 좁은 이 승용차의 뒷좌석이 조금 더 익숙하고 편하다.
비로소 마음이 놓여 천천히 숨을 돌리고, 운전석에 앉아있는 비서를 부른다.
“더스트.”
“네, 지부장님.”
머리가 조금 아프다.
물론, 출장 때문은 아니다.
“출장 전에 맡긴 조사는 어떻게 됐지?”
“레나 로마노프에 대한 조사 말씀이십니까?”
“그래.”
“여전합니다. 근무 시간 내에 치료 센터에서 1km 밖으로 이동한 기록, 없습니다.”
“…….”
골치가 아프군.
갑자기 일어난 테러와 맞물려서 발생한 치료 센터의 정신 계열 의사의 공백.
그리고 대체자로 자원한 뒤로 담당하는 정신 계열 환자는… 한 명.
자신의 행동에서 비롯되는 수상함을 가릴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알고 계시겠지만… 증거가 없으면 레나 로마노프 박사를 심문하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
“게다가 현재 치료 센터의 연구 실적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점 역시 분명한 사실입니다.”
뻔뻔하지 않나. 협회의 핵심부로 잠입한 다음에 한다는 게 연구인가?
그러면서 행적에 대한 단서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고?
이건… 불가능해.
“가지.”
“어디로 모시면 되겠습니까?”
“…….”
“출장 기간 동안 혹시, 헤이즈와….”
“아니.”
“…이해했습니다.”
누구지?
대체 누가 당신의 뒤를 봐주고 있는 거지, 레나 로마노프?
아니… 마스터마인드.
***
식사를 마치고, 평화롭게 커피를 홀짝이는 티 타임.
…은 무슨.
으아아… 아, 아…!
어, 어, 어떡하지?
나 방금, 오빠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쿨한 척!
‘걱정하지 마! 내가 이번에도 도와줄게, 오빠!’
이렇게 큰소리를 뻥뻥 쳐버리긴 했는데….
진짜… 너무, 너무, 너무 신경이 쓰여!
대, 대체 뭐냐구, 저 사진…!
“…….”
게다가 지금 오빠, 표정도 엄청 진지해 보이고….
바람을 폈다고 하기에는 뭔가… 굉장히 기분이 나빠 보이는데?
서, 설마 나 때문은 아니겠지…?
그리고, 할 거면 차라리 동영상이라도 찍어오지, 왜 저 사진 한 장이 끝인 건데!
으우… 불안해, 걱정돼… 혹시 오빠, 내가 매튜 씨랑 그런 사진 찍어왔다고 실망한 건 아닐까?
“은지야.”
“으, 으응?”
“나 잠깐 매튜 씨랑 통화 좀 하고 올게.”
“어…? 그, 그럼! 천천히 하구 와, 오빠.”
“고마워. 그럼 잠깐만.”
…설마 매튜 씨가 아니라 그 의사랑 전화하는 거 아니야?
그, 그럴 리가 있겠냐구! 너 미쳤어? 오빠를 왜 의심하는 건데…!
하지만 부, 불안한 걸.
아니면 혹시 오빠… 약간 나도 자기 기분을 느껴보라고 일부러 그런 건가?
맨날 내가 사진만 찍어서 보내주니까! 오, 오빠도 일부러 사진만…!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거, 알잖아.
으으으… 어떡해, 나….
오빠 부탁으로 사진, 찍어오긴 했는데 별로 보여주고 싶지도 않단 말이야….
또 오빠가 시, 실망하거나 충격 받으면 어쩌지?
내가 해주는 걸로 자극이 부족해서 또 그 의사를 찾아간다고 하면…?
“표정이 왜 그래?”
“으… 응? 왜? 나 지금 기분 완전 좋아!”
“그래?”
피식, 웃으면서 오빠가 내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준다.
웃었다, 오빠….
매튜 씨한테서 뭔가 좋은 소식이라도 들었나?
그런 거라면 좋겠다아….
“내일부터는 다시 업무 복귀하는 거야?”
“아, 아마도…? 업무에 대한 얘기는 따로 없었으니까.”
“출장 갔다와서 바로 출동하는구나… 고생이 많네.”
으, 윽.
오… 오빠, 너무 좋은 사람이야.
역시 오빠가 그런 의사한테 먼저 찾아가서 그런 짓을 해달라고 부탁했을 리가 없어!
의사가 나쁜 거야. 음, 음.
그렇다는 건… 내가 그 의사가 해준 일을 대신하기만 하면, 걱정할 일도 없어지는 거지?
“그래서 오빠… 내, 내가 어떻게 해주면 되는 거야?”
“아… 그거.”
“괜찮아! 진짜 뭐든 해줄 수 있으니까 편하게 말해!”
이번에는 진짜야!
나… 방금 오빠가 내가 찍어오는 사진을 보면서 얼마나 긴장했을 지 알게 된 것 같아.
겨우 엉덩이에 뽀뽀 좀 한 사진으로 이렇게 불안해지는데, 오빠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힘들었겠어….
“근데… 네가 해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 노력해주는 건 고맙지만….”
“왜? 나… 나는 안돼?”
“아니, 안되는 게 아니라… 네가 너무 착해서.”
“…에?”
엉덩이에 키스하고, 손으로 자… 자지, 흔들어주는 게 착한 거랑 왜?
“…그러니까, 이 의사는 이걸 할 때 나를 좀 심하게… 몰아붙였거든.”
“그게 주, 중요한 거야?”
“응. 그게 중요해. 그 차이 때문에 지금도, 망상이 나올 기미 하나 없이 이렇게 대화하고 있는 거야.”
“어떻게 몰아붙였는데…?”
“…….”
잠시 머뭇거리던 오빠가 입을 여는 데에는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그렇게 힘겹게 꺼낸 말은, 과연 충격적이었다.
“여자친구가 출장가서 상사한테 따먹히는 동안 혼자서 딸딸이도 똑바로 못 치는 병신 마조.”
“…에? 에?”
“일부러 이런 식으로 말을 해야 해. 내 특성에 있는 피학적인 요소를 확실하게 자극하려고.
네가 매튜 씨에게 안기고 온 이야기에 거짓말을 섞는 거랑 비슷하지.”
오빠가 해주는 설명, 사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냥 방금 들은 말을 머릿속에서 하나하나 분해해서 이해하는 데에 온 신경이 쏠려버렸다.
상사한테 따먹히는 여자친… 아니, 나 출장 동안 끝까지 하, 하지는 않았거든?
그리고 오빠가 왜 벼… 병, 그거야!
“말할 수 있겠어?”
“그… 그럼! 나, 뭐든지 할 수 있다니까…?”
“해봐, 그럼. 똑같이.”
“…어떤 거?”
“내가 방금 말한 그대로. 날 똑바로 보면서.”
오빠를 보면서, 방금 그 말….
“괜찮아. 연습이니까 부담없이 해봐.”
“여… 여자친구가 출장가서 사, 상사한테 따먹… 따, 따먹….”
“…….”
“…하, 한 적 없는데에.”
“거짓말하는 셈 치고, 계속 해봐.”
“혼자서 따, 딸… 딸딸이도 똑바로 못치는 벼, 벼, 벼….”
아니… 아니이!
오빠를 보면서 어떻게 병… 그걸 말해.
게다가 그 다음에 따라오는 마조? 이건 또 뭐야….
“어렵지?”
“…으우으.”
“너무 무리할 필요 없어.”
“미안….”
나… 오빠한테 도움이 되고 싶은 건 맞는데.
근데 이건 도, 도저히 말 못하겠어….
조금 시간을 들여서 연습을 하면 나중에는 말할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오빠한테 기다려 달라고 할 수도 없고.
“나, 그… 그래도! 출장 가서 매튜 씨랑 한 번도 안했어!”
“…그래?”
자, 잠깐만. 이거 자랑스럽게 말할 거리가 아닌 것 같아.
뭐… 뭐라도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잠깐 머리가 고장났나봐.
“그, 그냥 그랬다구.”
“하하하… 알겠어.”
안돼… 이렇게 웃으면서 넘어가면 안돼.
조, 조금 내키지 않더라도 내가 오빠한테 도움이 되려면, 역시….
“오빠, 오늘 원래… 오빠가 준비한 속옷도 입고, 사진도 보면서… 하려고 했잖아.”
“그렇지?”
“…그것들, 조금만 미루자.”
“어… 왜? 언제까지?”
“내가 똑바로 그런 말들… 할 수 있을 때까지.”
이걸 내가 하지 못하면 오빠는 결국 또 의사한테 부탁하게 된다는 거잖아?
게다가 이런 말들을 내가 하게 되면, 매튜 씨한테 부탁할 일도 없어지는 거고!
“오빠 망상이 다시 시작되기 전까지는 내, 내가 잘 할 수 있도록 해볼게!”
“의사를 만나서 도움을 받으려고 하는 건 아니지?”
“…드, 들켰네.”
“…….”
지난번에도 사실, 그 의사 선생님이 준 대본으로 했더니 오빠… 엄청 좋아해준 것 같아서.
이번에도 비슷하게 도움을 받아보려고 한 건데.
“그, 그럼 오빠… 사흘 뒤에 진료 받기로 했지?”
“응? 맞아. 사흘 뒤까지 나아지는 게 없으면.”
“그럼 그때, 이번에는 사진 말고 도… 동영상으로 찍어오면 안돼…?”
“…그 여자랑?”
“왜냐하면 나는 진짜 아, 아무것도 모르니까… 말만 들어서는 잘 해낼 수 있을 지도 모르겠고.”
“…….”
“오빠가 그 의사 싫어하는 건 아는데… 딱 한 번만! 그럼 다음부터는 내, 내가 해줄게!”
“알겠어. 그럼 사흘 뒤에 딱 한 번이다?”
“웅!”
근데, 나는 맨날 사진만 찍어오면서 오빠한테는 동영상으로 부탁하는 거… 맞나?
그럼 다음에는 나도 동영상을….
아, 아니! 벌써부터 다음에 매튜 씨랑 할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
“후, 후우…♡ 하, 아…♡”
레나 로마노프는 분명 헤이즈와 승윤 씨를 목적으로 협회의 치료 센터에 왔다.
추정되는 이유는 둘 중 하나. 마스터마인드 본인이거나, 아니면 정신 공격을 당해 조종당하고 있거나.
현실적인 가능성은 분명 후자가 더 높겠지만, 나는… 전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
승윤 씨가 거듭 전하는 의견 역시 그 쪽을 뒷받침한다.
“으… 으, 읏…♡ 으, 그읏-♡ 히, 읍-♡”
찌거어억-♡ 찌거어어어억-♡
하지만, 왜?
마스터마인드는 교활하다.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렇게 직접 나설 이유가 대체 뭐지?
이번에도 역시 가능성은 두 가지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직접 손을 써야 하거나, 아니면….
“지, 지부장, 님…♡ 이제, 고, 곧…♡”
“…그래.”
“후-♡ 후, 후으, 으, 읏…♡ 피, 피임약은, 복용했으니…♡”
…자신이 직접 보고 싶을 만큼, 큰 흥미를 느꼈거나.
역시… 빌런이라는 쓰레기 답게 이해할 수 없는 사고 방식이군.
“참으실 피, 필요 없이, 안에-♡ 가, 가득…♡”
“…….”
“싸… 주, 주시기를 부탁, 드리는…♡”
뷰르르르릇-♡ 뷰우우웃-♡
“오, 옷…♡ 오오, 옥…♡”
“…후.”
“호오, 오, 옷…♡ 오, 극…♡”
머릿속의 잡념들은 진득한 정액 속으로 녹아내리고, 나는 그것을 모조리 쏟아낸다.
정액을 쥐어 짜내는 것처럼 조여오는 더스트의 비좁은 보지 안에, 전부.
고민은… 사정의 쾌감을 앞서지 못한다.
사흘 간 견뎌야 했던 미묘한 자극의 연속 끝에 맞이하는, 길고 긴 질내 사정.
…예전의 나에게 가르치고 부추기려 하던 이 쾌감이, 그 무엇보다 압도적이라는 점까지 부정할 수는 없기에.
“후… 후, 후우, 하-♡ 하, 하아-♡”
“…….”
“헤, 헤이즈와는… 계속 하, 하실 겁니까…?”
“그건 왜 물어보는 거지?”
눈썹 사이가 살짝, 아주 희미하게 구겨진다.
“미리 특수한 피, 피임약을 지급해야, 하므로…♡”
“…예정 없다.”
“그 말은, 즉… 가능성은 열어 둔다는 뜻입니까…?”
“…….”
“준비, 해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