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EP011-정답
연인을 믿는 것과 연인에 대해서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 이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내가 은지를 절대적으로 믿고 있지만,
‘은지가 오늘 협회에 가서 매튜 씨의 자지를 빨고 돌아왔을까?’
라는 질문에 쉽게 대답을 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
나는 커다란 소파에 혼자 앉아서 멍하니 시계만 바라보고 있다.
은지가 돌아오기까지 30분 전.
훈련이 끝나는 시간은 보통 7시 전후지만 일부러 1시간 정도 늦은 귀가를 하라고 부탁을 했다.
“하아.”
머리가 지끈거린다.
내가 속았다는 점에서 비롯된 억울함 때문은 아니다.
매튜 씨가 제안한 방법은 분명… 좋았다. 좋았지만,
‘지금도 네가 모르는 일이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기분 나쁜 목소리가 옆에서 말을 거는 것만 같다.
물론 나에게는 그런 이간질을 무시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다.
눈을 감는다.
망상을 마주한다.
“…….”
어쩌면 망상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런 일.
훈련이 끝난 뒤, 매튜 씨와 단 둘이 만나고 있는 은지.
내가 어제 맞추지 못했으니 만약 오늘 한다면… 두 번을 하겠지.
평소에 은지에게 입으로 해달라는 부탁을 한 적이 있긴 하다.
은지가 부끄러워하기도 하고, 조금은 버거울 것 같기도 해서 자주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 앞에서 몸을 낮춘 채 자지를 물고 나를 올려다보는 그 구도는 꽤나 자극적이었다.
…그걸 보는 사람이 이제 내가 아니라 다른 남자가 된다는 차이가 생긴다면?
“…하.”
감긴 눈 너머로 떠오르는 은지의 모습.
매튜 씨의 앞에 무릎을 꿇고… 길다란 자지를 천천히 입 안으로 삼켜가는 은지는, 조금 버거워 보인다.
“…….”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나에게 입으로 해줄 때에는 그다지 버거워하는 느낌이 없었기에 어떤 소리가 날 지는 모른다.
움직이는 속도는 매우 느릴 거다.
천천히, 부드럽게 머리를 앞으로, 다시 뒤로 움직여가며… 매튜 씨의 자지를 정성껏 빨아주겠지.
“후우우….”
내가 아닌 다른 남성의 자지를 머금느라 턱을 한껏 벌리는 은지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발기했다.
괴롭기에, 흥분된다.
삐- 띡, 띡, 띡, 띡-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다.
은지가… 돌아왔다.
소파에서 일어나 현관 쪽으로 나가자 집으로 들어오던 은지와 마주친다.
“오빠!”
“은지야.”
여느 때처럼 환하게 웃으면서 내 품으로 안기는 은지.
따뜻하다.
그리고 나는 지금부터 2시간 안에 은지가 매튜 씨의 자지를 빨고 왔는지 맞춰야 한다.
***
증거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당연히 은지는 내가 답을 맞혀 주기를 바라고 있을 테니 눈에 띄는 증거는 남기지 말아 달라고 했다.
그러니 나는 상상력에 의존할 수밖에.
어쩌면 망상력이라고 이름을 붙여야 할 지도 모르겠다.
“오빠, 나 곧 히어로 코드네임이 나온대. 은지 말고 다른 내 이름.”
“뭔가 새롭네. 조금은 어색하고ㅌ.”
“그치? 내가 고르고 싶었는데 원래 협회에서 발급해주는 거라고 하더라….”
의미 없이 틀어 둔 티비 앞에서 함께 앉아있는 우리.
은지가 하는 말들에 대답을 하고 있긴 하지만 신경은 온통 은지의 입에 쏠려있다.
오늘은 은지가 그걸 하고 왔을까?
“내일은 매튜 씨가 출장을 간다고 해서, 더스트 언니도 같이 간대.”ㄴ
“…그래?”
더스트 씨와 말을 놨구나.
…가 아니라, 내일은 매튜 씨가 바쁘구나.
그렇다면 오늘 미리 끝냈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가?
슬쩍 돌려본 시선에 비친 은지의 입술이 살짝 반짝거린다.
몇 시간 안으로 립스틱을 덧바른 것처럼 입술이 촉촉하고 매끈하다.
“…후.”
나지막이 숨을 뱉는 나의 머릿속에 한 순간의 이미지가 겹쳐서 떠오른다.
펠라치오가 끝나고 은지의 립스틱 자국이 얼룩덜룩하게 묻어난 매튜 씨의 자지.
그리고 입가를 닦고 난 뒤에 다시 립스틱을 고쳐 바르는 은지.
“…….”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다.
하지만… 확신을 가지기엔 부족하다.
조금 더, 하나만 더. 약간의 증거 하나만 더 있다면….
“그래서 내일은 미라지 씨가 훈련을 도와준다고 하는데....”
“…….”
은지와 나 사이의 거리는 충분히 가깝다.
말을 할 때마다 열리고 닫히는 입술의 사이로 오고가는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깝다.
그리고 내 코 끝을 스치는 희미하지만 분명한 이 비릿한 향기는, 분명….
“…왜 그래, 오빠?”
“어? 아… 아니. 방금 뭐라고 했지?”
“내일은 미라지 씨가 훈련을 도와준다구.”
…발기한 내 자지에서 비롯된 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진했다.
희미하지만 진하다. 그런 모순을 납득시킬 정도로 묵직하고 비릿한 냄새다.
그렇다는 건… 은지가 오늘 매튜 씨의 자지를 빨고 왔다는 뜻일까.
“미라지 씨랑 오빠랑 잘 맞을 것 같아! 미라지 씨는 예전에 사람들을 지키려다가 눈을 다쳤거든.”
“…….”
“오빠도 나를 지켜주려고 앞에 나섰다가… 다쳤잖아.”
“…곧 10시네.”
“으응? 그, 그렇네?”
지금 내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고 있다는 걸 너는 알까.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을 옆에서 느낄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 이유가 너무 한심하고 찌질하다는 것까지는 모를 거야.
여기서 틀린 답을 고르면 내일 은지는 세 번. 세 번이나 매튜 씨의 자지를 빨아주고 오게 된다.
출장 때문에 바빠질 매튜 씨의 옆에서 긴박하게, 세 번이나.
나, 은지, 그리고 매튜 씨에게까지 좋을 게 없는 선택이다.
“맞춰볼게. 오늘… 네가 했을 지.”
“…응.”
하지만 은지와 매튜 씨도 나를… 나를 속였다.
나를 위해서 나를 속였다.
그러니까 나도, 나를 위해서 나를 속이겠다.
더 괴로워지고 싶은 나를 위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척, 이렇게 대답을 하겠다.
“오늘도 하지 않았지…?”
“…….”
어서… 하고 왔다고 대답해줘.
심장을 바늘로 콕콕 찌르는 괴로움을 나에게 줘.
실망해도 좋고 나를 원망해도 좋아.
“…했어. 오늘.”
“…하. 하, 하아.”
“사진도… 찍었어. 오빠가 부탁한대로.”
이대로 사정할 것만 같다.
의사가 나에게 했던 말이 비로소 이해가 된다.
‘머리가 괴로움을 손해라고 인식하지 못해서 스스로 괴로워지는 쪽을 선택하게 된다’
왜? 같은 양의 이익과 손해라면 손해 쪽이 두 배는 더 기분 좋으니까.
나는 지금, 은지에게 자지를 빨리는 것보다 은지가 다른 남자의 자지를 빨아주는 것이 더 좋다.
두 배 이상으로.
“또… 틀렸네. 오빠도 어려웠을 테니까 이, 이해해!”
“…….”
“…그럼 내일 세 번 해야 하는 거지?”
“그… 그렇지.”
“오늘 한 건... 어떻게 할까?”
은지의 표정에서는 심란한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짜증이나 분노보다는 착잡하고 곤혹스러운 종류의 부정적인 감정.
“…보여 줄래?”
“…….”
정말 오늘 은지가 매튜 씨의 자지를 빨아주고 온 걸까?
그것도 두 번이나.
은지를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확인하고 싶다.
그 적나라한 증거를 내 눈으로 확실하게 담아내야 망상이 멎을 테니까.
“아까 마, 말 했잖아…? 내일 지부장님, 출장 간다고.”
“응.”
“그래서 오늘도 조금… 바쁘신 것 같았어. 시간이 별로 없어서….”
은지가 휴대폰 화면을 살짝 내민다.
시선으로는 나를 피하면서 작은 목소리로 말을 덧붙인다.
“지부장님 사무실에서… 했어. 나도 운동 끝나고 바, 바로 갔고….”
“…….”
“시간이 많이 없었거든.”
배경은 사무실 책상 앞.
매튜 씨가 찍은, 매튜 씨 시점의 사진이었다.
첫 사진은 시작하기 직전의 시점이다.
…나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길고 굵은 자지와 긴장한 표정의 은지다.
“…어땠는지 말해줬으면 해?”
“조, 조금만… 그냥 가, 간단하게.”
자세한 해설은 내일로 미루고 싶어서.
손가락으로 화면을 살짝 넘기자 보이는 다음 사진에서는 이미 본격적인 펠라치오가 시작된 뒤였다.
매튜 씨의 다리 사이로 조금씩 머리를 내리며, 벌린 입으로는 자지를 삼키기 시작한… 은지.
“…달랐지?”
“으, 으응? 뭐가?”
“내 거를 빨아줄 때랑… 달랐지?”
“…거짓말, 해야 해?”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은지가 할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마음의 짐을 덜어내기 위한 핑계일 뿐이다.
“…달랐어.”
“어… 어떻게?”
떨리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옆으로 밀어낸다.
이번에는 자지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머리를 아래로 숙인 은지를 찍은 사진이다.
표정도 조금 버거워 보이지만, 방금 전보다 홍조가 약간 더 진해진 듯한 느낌도 든다.
“더… 더 길어서, 목 안쪽까지… 닿아.”
“…….”
“그, 그리고 더스트 씨가 말해준 것처럼… 엄청 굵어.”
“하… 하, 하아….”
“이렇게 사, 삼키려면 턱을 진짜 많이 벌려야 한다…?”
한껏 줄어든 은지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사진을 옆으로 넘긴다.
…사정. 사정의 순간이다.
은지의 볼이 살짝 부풀어 있고 눈은 크게 뜨여졌다.
“…그리고 쌀 때에도 입 안에서… 막 꾸, 꿈틀거리면서 엄청 많이… 나와.”
“…나보다?”
“…오, 오빠보다… 더, 많이.”
가슴이 시큰거린다.
간신히 사진을 다시 넘기자, 이번에도 역시 같은 구도, 같은 은지가 보이지만….
“사, 사실 삼킬 생각은 없었는데….”
“…….”
“자지가 너무 깊이 들어와서… 목 안쪽에서 싸거든.”
“…그래서?”
“그래서 그냥 자, 자연스럽게… 삼켜버렸어.”
“…….”
“…미안. 하고 난 다음에 사진도 찍어야 할 것 같아서.”
카메라 앞에서 입을 벌리고 텅 빈 입을 보여주고 있는 은지다.
혀를 살짝 내밀면서 방금 전 사정을 전부 다 삼켜냈음을 보여주고 있다.
나에게? 아니면… 매튜 씨에게? 누구에게 보여주고 있는 걸까?
“시… 싫으면 말해, 오빠! 내일은 삼키지 않을 테니까….”
“…아니야.”
“그, 그럼….”
“내일도, 삼켜줘.”
“…으응.”
“사진은 이게… 끝이야?”
“두, 두번째는 그냥 똑같았거든… 거의.”
조금 아쉽긴 하지만, 어차피 중요한 건 내일이다.
내 정액이 아니라 매튜 씨의 정액을 전부 삼키고 돌아올 은지가 기다려진다.
세 번의 펠라치오, 세 번의 사정.
…내일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