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 마사지 1 (6/6 수정: 일러추가)
32화. 마사지 1 (6/6 수정: 일러추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후끈한 열기가 먼저 우리를 맞이했다.
술 냄새와 향수 냄새, 그리고 사람들의 체온이 뒤섞인 공기가 폐부로 밀려 들어왔다.
가게 안은 생각보다 넓었다.
곳곳에 낮은 탁자와 긴 의자가 놓여 있었고, 벽면에는 붉은 천과 은은한 촛불이 장식처럼 걸려 있었다.
그 안에는 거의 헐벗다시피 한 여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들을 이글거리는 눈으로 바라보는 남자들은 누군가는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고, 누군가는 이미 가까이 다가온 여자의 허리에 손을 얹고 있었다.
다행히 막 들어온 우리에게는 아무도 시선을 주지 않았다.
그들은 오직 눈앞의 여자들에게만 시선을 빼앗긴 채, 우리가 들어왔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처럼 굴고 있었다.
“…….”
나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다.
이런 곳에 루크레치아와 엘레노아를 데리고 왔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목을 조여왔다.
그때 안쪽에서 단정하게 옷을 차려입은 여자가 다가왔다.
다른 여자들과 달리 노출이 거의 없는 검은색 복장이었다.
아마 이곳의 종업원인 듯했다.
“손님이신가요?”
루크레치아는 잠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녀는 품 안에서 루멘시아에게 받은 편지를 꺼내 종업원에게 건넸다.
“이걸 전해달라고 들었어요.”
종업원은 편지를 받아 들고 봉인을 확인했다.
순간 그녀의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변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녀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뒤 안쪽 복도로 사라졌다.
우리는 입구 근처에 선 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기다리는 동안 자연스럽게 가게 안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헐벗은 여자들은 웃으며 남자들에게 다가갔다.
손끝으로 어깨를 쓸고,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이고, 익숙한 동작으로 팔짱을 꼈다.
그러면 남자들은 홀린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자들은 그런 남자들을 한 명씩 안쪽 복도로 데려갔다.
“카엘군.”
엘레노아가 아주 작게 나를 불렀다.
“너무 굳어 있어.”
“안 굳었어.”
“거짓말.”
그녀는 억지로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목소리에는 평소 같은 여유가 많지 않았다.
루크레치아 역시 말없이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평범한 로브의 후드를 눌러쓴 모습이었지만, 자세와 분위기만큼은 숨길 수 없었다.
그때였다.
“어머?”
옆에서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얇은 옷차림의 여자가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는 우리 셋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여기까지 들어와서 그렇게 멀뚱히 서 있는 사람들은 오랜만이네.”
루크레치아가 별다른 대꾸 없이 그녀를 살짝 쳐다봤다.
그러자 여자는 눈을 가늘게 떴다.
“흐응….”
여자는 천천히 루크레치아에게 다가갔다.
여자는 루크레치아의 후드를 바라보다가 웃었다.
“그런데 이런 곳 안까지 들어와서 후드를 눌러쓰고 있는 건 좀 수상하지 않아?”
“그만 다가오세요.”
루크레치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하지만 여자는 그 경고를 장난처럼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평소라면 그녀가 능숙하게 대처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침착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그녀 역시 나만큼 긴장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성큼 다가와 품에 안기듯 달라붙는 여자를 그냥 두었을 리가 없었다.
“에이. 얼굴 좀 보자고.”
그녀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휙.
루크레치아의 후드가 벗겨졌다.
짧은 금발과 차가운 푸른 눈동자가 불빛 아래 드러났다.
순간 주변의 소란이 아주 잠깐 낮아진 것 같았다.
아까까지 우리에게 관심조차 없던 몇몇 시선이 이쪽으로 향했다.
루크레치아는 천천히 여자를 바라봤다.
푸른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
여자는 그제야 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깨달은 듯 미소를 굳혔다.
나는 조용히 숨을 삼켰다.
“죄, 죄송해요.”
여자는 곧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마자 몇몇 남자들이 이쪽을 향해 다가왔다.
“뭐야. 저 여자도 이 가게 사람이야?”
“처음 보는 얼굴인데?”
“새로 들어온 애인가? 왜 저런 걸 숨겨놨어!”
그들의 눈빛은 노골적이었다.
방금 전까지 각자 앞에 있던 여자들에게 정신을 빼앗겨 있던 자들이, 이제는 전부 루크레치아를 향해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야, 직원! 저 여자 예약 되냐?”
“얼마면 돼? 오늘 밤 통째로 빌릴 수 있어?”
“옆에 남자는 뭐야. 손님이야? 아니면 호위야?”
“호위면 비켜. 돈은 충분히 낼 테니까.”
점점 가까워지는 남자들의 모습에 나는 다급히 루크레치아의 앞을 막아섰다.
“물러나십시오.”
하지만 그 말이 오히려 그들을 자극한 모양이었다.
술기운과 흥분으로 얼굴이 벌게진 남자 하나가 내 어깨를 거칠게 밀치려 했다.
“비켜. 여긴 그런 거 하러 오는 곳 아니야?”
“저 여자가 싫다고 한 적 없잖아!”
“가격부터 물어보자는 건데 뭘 그렇게 막아?”
나는 더 말하지 않았다.
다가온 남자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리고 가볍게 비틀었다.
“아악!”
비명소리가 가게 안에 울렸다.
평범한 사람과 제국 기사의 육탄전이 성립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다른 남자가 흥분해서 달려들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나는 한 발 앞으로 나아가 그의 팔을 잡아당기고, 균형을 무너뜨린 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혔다.
쿵!
“윽!”
“더 다가오지 마십시오.”
이번에는 목소리를 낮췄다.
그제야 남자들은 멈춰 섰다.
하지만 완전히 물러나지는 않았다.
한 발짝 뒤로 물러선 채로도 그들은 여전히 루크레치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노려보듯 훑고 있었다.
불빛 아래 드러난 짧은 금발.
차갑게 가라앉은 푸른 눈동자.
로브로 가리고 있어도 숨겨지지 않는 몸의 선.
그 모든 것이 이곳의 남자들에게는 너무 자극적이었던 모양이었다.
“젠장…….”
“진짜 가게 애가 아닌가?”
“아니면 귀한 손님 전용인가 보지.”
낮게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안쪽 복도에서 아까 편지를 들고 들어갔던 종업원이 빠르게 걸어 나왔다.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은 남자들과 굳어 있는 분위기를 보고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
다만 아주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종업원은 우리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주변의 남자들을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분들은 일반 손님이 아닙니다. 더 이상 접근하지 마세요.”
그 말에 남자들은 불만스러운 얼굴로 물러났다.
하지만 시선만큼은 끝까지 루크레치아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종업원은 그 시선들을 확인하더니 우리 쪽으로 한 걸음 다가왔다.
“안쪽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복도 방향을 가리켰다.
“이쪽으로 오시죠.”
루크레치아는 말없이 후드를 눌러썼다.
나는 묘하게 불쾌한 시선을 등 뒤로 느끼며, 두 사람과 함께 종업원을 따라 안쪽 복도로 들어갔다.
“이쪽입니다.”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방 안에는 한 중년 여성이 앉아 있었다.
그녀는 길쭉한 곰방대를 손에 든 채 느긋하게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후우우…….”
얇은 연기가 천천히 허공으로 흩어졌다.
붉은 머리카락은 타오를듯이 아름답게 빛났고, 보라색 눈동자는 나를 느긋하게 올려다봤다.
그녀의 행동거지는 마치 귀족과도 같았다.
그런 생각이 절로 들 만큼, 그녀의 손짓 하나하나에 묘한 기품이 있었다.
“어서 오렴.”
그녀는 우리를 한 번 훑어본 뒤, 곰방대를 입에서 뗐다.
“루멘시아의 소개장이라…….”
마담은 손에 들린 편지를 가볍게 흔들었다.
“그 여자의 부탁은 거절하기가 어렵지. 귀찮은 부탁만 골라서 가져오는데도 말이야.”
“당신이 이곳의 주인입니까?”
내 질문에 그녀는 피식 웃었다.
“다들 그냥 마담이라고 부르니 너희도 그렇게 부르렴.”
그 호칭이 이 장소에는 이상할 정도로 잘 어울렸다.
나는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 몰라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마담이 먼저 웃었다.
“긴장할 필요 없어. 소개장 내용은 대충 읽었으니까.”
“그럼…… 저희가 여기서 뭘 해야 하는 겁니까?”
내 질문에 마담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마사지 가게에 왔으니 마사지를 받아야지.”
“예?”
내가 멍청하게 되묻자, 마담은 작게 박수를 쳤다.
짝짝.
그러자 문이 열리고, 남자 둘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둘 다 상반신은 드러낸 채 하의에는 수건 하나만 두르고 있었다.
한 명은 탄탄한 근육질을 가졌고, 다른 한 명은 상당히 체구가…, 그러니까 뚱뚱했다.
나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마담은 아무렇지도 않게 루크레치아와 엘레노아를 가리켰다.
“이 두 사람을 맡아.”
“…….”
“기본적인 마사지부터 시작해. 절대 손님들이 원하지 않는 행위는 하지 말고.”
남자 둘은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눈치껏 해. 오늘 손님들은 평범한 손님이 아니니까.”
그 말에 두 남자의 시선이 아주 잠깐 우리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곧바로 다시 고개를 숙였다.
마치 훈련된 병사를 보는 기분이었다.
마담은 이번에는 옆에 서 있던 여종업원을 불렀다.
“준비실로 안내해.”
“예, 마담.”
여종업원은 조용히 앞으로 나왔다.
“두 분은 이쪽으로 와주세요. 마사지 받기 편한 상태로 준비를 도와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루크레치아와 엘레노아가 동시에 나를 바라봤다.
나는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몰라 입술만 달싹였다.
분명 여기까지 오기로 한 건 우리 셋의 결정이었다.
강요도 아니었다.
언제든 멈출 수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도 막상 눈앞에 상황이 닥치자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왔다.
“카엘군.”
엘레노아가 먼저 작게 웃었다.
평소처럼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려는 것 같았지만, 그 안에는 어딘가 긴장한 기색이 섞여 있었다.
“너무 그런 얼굴 하지 마.”
루크레치아도 조용히 말했다.
“괜찮아요. 카엘.”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편지를 받을 때처럼, 그 차분함 아래에 숨겨진 긴장을 느낄 수 있었다.
“원하지 않으면 바로 멈춰.”
내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어.”
“그렇게 할게요.”
여종업원은 두 사람을 데리고 방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혔다.
방 안에는 나와 마담만 남았다.
마담은 다시 곰방대를 입에 물고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표정이 아주 죽상이구나.”
“…….”
“그러게. 루멘시아가 보낸 손님들은 늘 골치 아프다니까.”
나는 닫힌 문을 바라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마담은 그런 나를 한동안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너는 뭐 하니?”
“예?”
갑작스러운 말에 나는 멍청하게 되물었다.
마담은 곰방대를 입에서 떼고, 가늘게 뜬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여기까지 와놓고 혼자 멀뚱히 앉아 있을 생각이었니?”
“그게…… 저는…….”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이 상황 자체가 너무 갑작스러웠다.
루크레치아와 엘레노아가 다른 방으로 안내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복잡한데, 이제 나까지 무언가 해야 한다는 듯 말하니 사고가 따라가질 못했다.
마담은 내 반응이 우스운지 낮게 웃었다.
“이상한 취향을 가지고 있다며?”
“……!”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나는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루멘시아가 아주 자세히 적어놨더구나.”
“그 여자는 도대체…….”
“그러니까 너도 준비해야지.”
마담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가볍게 두드렸다.
“보러 왔으면 볼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니?”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수치심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마담은 그런 내 반응을 조금 더 감상하듯 바라보다가, 곧 작게 박수를 쳤다.
짝.
문이 열리고, 또 다른 종업원 하나가 안으로 들어왔다.
이번에는 남자였다.
그는 별다른 표정 없이 내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
나는 잠시 마담을 바라봤다.
마담은 곰방대를 다시 입에 물고 어깨를 으쓱했다.
“원하지 않으면 여기서 그만둬도 돼.”
“…….”
그 말에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도망치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종업원은 말없이 나를 방 밖으로 안내했다.
복도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밖의 소란이 두꺼운 벽에 막히기라도 한 것처럼,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발소리만 희미하게 울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작은 방 앞에 도착했다.
탈의실이었다.
종업원은 문을 열고 안쪽을 가리켰다.
“이곳에서 옷을 벗으시면 됩니다.”
“전부…… 말입니까?”
“예.”
나는 한동안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그러나 그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
그저 문 옆에 선 채 내가 들어가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하아…….”
결국 나는 한숨을 내쉬며 탈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자 좁은 공간에 혼자 남았다.
벽에는 옷을 걸 수 있는 걸이가 있었고, 한쪽에는 얇은 천과 수건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나는 잠시 그것들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벗었다.
몸을 가리고 있던 것들이 하나씩 사라질 때마다 이상하게 현실감도 함께 벗겨지는 기분이 들었다.
차가운 공기가 피부에 닿자, 나도 모르게 살짝 발기되는 것 같았다.
수건을 허리에 둘러 대충 가린 뒤 탈의실을 나왔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종업원은 내 모습을 보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이런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된다는 듯, 그는 담담하게 고개를 숙였다.
“이쪽입니다.”
나는 괜히 수건 끝을 한 번 더 움켜쥔 채 그를 따라갔다.
복도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바깥의 소란은 점점 멀어졌다.
대신 은은한 향이 코끝을 스쳤다.
꽃향기 같기도 하고, 약초를 달인 냄새 같기도 한 묘한 향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종업원은 복도 끝에 있는 문 앞에서 멈춰 섰다.
“들어가시면 됩니다.”
그가 문을 열었다.
안쪽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방 한가운데에는 커튼으로 반쯤 가려진 마사지용 침대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두 침대 사이에는 작은 의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그 주변에는 각종 병과 도구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향유가 담긴 유리병, 접힌 수건들, 따뜻한 물이 담긴 대야.
침대 위를 덮은 얇은 커튼은 사람의 실루엣이 어렴풋이 비칠 정도로만 투명했다.
완전히 가려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놓고 드러난 것도 아닌 애매한 거리감.
오히려 그 때문에 더 신경이 쓰였다.
나는 방 안으로 한 걸음 들어서며 숨을 삼켰다.
두 개의 침대와 그 사이에 놓인 의자.
그 의자가 누구를 위한 자리인지는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
나는 천천히 그 의자를 바라봤다.
마치 처음부터 내가 그곳에 앉아 모든 걸 지켜보도록 준비된 자리 같았다.
나는 결국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
나무 의자는 생각보다 차가웠다.
기다리는 시간은 이상할 정도로 길게 느껴졌다.
나는 몇 번이고 문 쪽을 바라봤다.
내 반대편에 있는 두 개의 문.
각자 다른 문으로 들어오는 걸까…….
온갖 잡생각이 들었다.
그때 문 너머에서 희미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두 사람의 기척.
루크레치아와 엘레노아가 드디어 온걸까…?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내 손이 무의식적으로 무릎 위에서 움켜쥐어졌다.
곧 문 앞에서 발소리가 멈췄다.
짧은 침묵이 흘렀다.
끼이익.
문이 천천히 열렸다.
먼저 모습을 드러낸 것은 루크레치아였다.
그녀는 새하얀 나신을 커다란 수건 한 장으로 겨우 덮고 있었다.
하지만 수건은 이미 따뜻한 물에 적셔진 것처럼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천이 피부에 달라붙은 탓에 오히려 몸의 선이 더 또렷하게 드러났다.
쇄골에서 어깨로 이어지는 곡선.
풍만한 가슴의 윤곽.
잘록한 허리와 단단하게 단련된 허벅지까지.
가리기 위해 두른 수건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녀의 몸을 그대로 비춰내는 얇은 막처럼 보였다.
“카엘…….”
루크레치아는 방 안에 앉아 있는 나를 보자 아주 작게 내 이름을 불렀다.
그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낮고 가늘었다.
그녀는 곧 시선을 피하듯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귀 끝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평소라면 어떤 전장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가 지금은 이 낯선 방 안에서, 내 시선 하나에도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나는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몰라 입술만 달싹였다.
“루크레치아…….”
그때 그녀의 뒤에서 누군가가 따라 들어왔다.
아까 보았던 근육질의 남자였다.
하의에 수건 하나만 두른 채였지만, 태도만큼은 지나치게 정중했다.
그는 루크레치아의 뒤에 조용히 서더니, 그녀가 놀라지 않도록 천천히 손을 올렸다.
그리고 양어깨 위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
루크레치아의 몸이 아주 미세하게 움찔했다.
남자는 곧 고개를 숙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의 손은 무례하지 않았다.
그저 손님의 상태를 확인하는 전문가의 손길처럼 조심스러웠다.
“불편하신 점이 있으면 바로 말씀해주십시오. 원하지 않는 행위는 절대 하지 않겠습니다.”
“……네.”
루크레치아는 작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 대답에도 여전히 긴장이 배어 있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한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엘레노아는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괜히 목덜미가 서늘해졌다.
설마,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그때 문 너머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두 명의 기척.
아무래도 엘레노아와 아까 본 그 뚱뚱한 남자인 걸까….
“또 말썽이군.”
그때 근육질의 남자가 인상을 찌푸리곤 루크레치아의 어깨에 올린 손을 내리며 문쪽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는 문을 벌컥 열었다.
“손님 동의 없이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손님이 기다리고 계신다.”
“하으…. 하읏….”
안쪽에서 엘레노아의 가쁜 숨이 새어 나왔다.
장난? 도대체 무슨 장난이기에…….
“허허. 미안해. 미안해. 늦어서 죄송합니다. 손님.”
곧 뚱뚱한 남자가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여성 손님이 너무 굳어 계시길래 조금 도와드렸습니다. 어이쿠, 아직 못 나오시네. 부끄러우신가 봅니다. 제가 모셔 오죠.”
남자는 다시 문 안쪽으로 몸을 돌렸다.
“손님. 천천히 나오시면 됩니다. 괜찮습니다. 다들 처음에는 조금 긴장하시니까요.”
문 너머에서 엘레노아가 작게 무어라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엘레노아가 문 너머로 모습을 드러냈다.
젖은 수건 너머로 솟아오른 가슴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그녀는 몸을 잘게 떨며 휘청거렸다.
순간 앞으로 넘어지려는 그녀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런데 그보다 더 빠르게 문 너머에서 양 손이 뻗어 나와 그녀의 몸을 꽉 쥐었다.
동시에, 가슴 깊은 곳에서 역겨울 정도로 뜨거운 감각이 치밀었다.
분노인지 흥분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꽈악!
“어이쿠! 조심하셔야죠. 아직 긴장이 덜 풀리신 모양입니다.”
“하으응…!”
뚱뚱한 남자의 양손은 잡아주는 척, 수건 위로 그녀의 가슴을 쥐고 있었다.
한 손은 그녀의 유륜 주위를 움켜쥐듯 쥐어 마치 젖을 짜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얼굴은 그녀의 쇄골에 깊게 박은 채 그녀의 살내음을 만끽하고 있었다.
“하읏…. 그마안…. 카엘군이 본다고…….”
“이런 이런. 잡아드린다고 제가 실수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의 얼굴에는 일말의 미안함도 없었다.
오히려 앞으로의 일이 기대되는 듯, 살짝 상기된 채 엘레노아의 몸을 바로 잡아주고 가슴에서 손을 뗐다.
그러고는 그녀의 양어깨에 두터운 손을 올려둔 채,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손님. 그럼 안마를 시작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