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미궁 5
26화. 미궁 5
“허악! 볼, 볼프람님. 가득차여엇…! 흑! 흑!”
철퍽! 철퍽!
그들의 행위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거세졌다.
엘레노아가 볼프람의 입이 달싹이는 걸 봤을까?
모르겠다.
“허악! 하악! 학! 학! 하악…!”
어느새 볼프람은 양손으로 세레나의 허리를 잡은 채 그저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다.
세레나는 입을 가득 열고 신음만 토하며 그저 볼프람이 움직이는 대로 흔들거렸다.
마치 인형을 다루듯 볼프람은 굉장히 거칠었다.
“하악! 오옥! 으오옥! 윽! 윽!”
특히 그의 자지가 세레나의 음부에서 반쯤 빠져나오다가 두꺼운 귀두에 걸리면 세레나가 허리를 틀고 다리를 달달 떨며 가버리는게 보였는데, 볼프람은 그걸 보며 씩 웃곤 오히려 더 그녀의 몸을 들어올리며 음부가 귀두에 걸치도록 유도했다.
자연스레 한계까지 늘어난 음부에 세레나는 애액을 폭포수처럼 쏟아냈다.
이제껏 만날 때마다 차갑고 건조하게 말하던 그녀가 지금은 볼프람의 자지에 완전히 녹아나고 있었다.
“카엘군….”
“엘레…, 노아?”
엘레노아의 시선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부름에 나는 목에 무언가 막힌 것처럼 대답했다.
“하으으으……. 카엘구우운….”
그녀의 손가락은 부푼 유두를 미친듯이 튕기고 쥐고 당기며 스스로를 유린했다.
“만져줘…. 몸이 너무 뜨거워….”
“엘레노아….”
입을 벌린 채 침을 줄줄 흘리며 엘레노아가 나한테 애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도 야릇하게 느껴졌다.
다름 아닌 엘레노아가, 자기를 만져주길 원하면서 스스로 몸을 유린하는 모습이…….
그리고 그녀는 내가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눈동자가 흔들렸다.
손은 여전히 자신의 몸을 만지기 바빴고, 몸에 차오르는 쾌락을 터트려 줄 무언가를 갈구하듯 눈동자가 움직인다.
그녀의 시선이 점차 나한테서 멀어지고 서로 거칠게 탐닉하는 두 사람으로 향하려고 하고 있었다.
“엘레노아!”
그리고 그런 둘에게 점점 눈동자가 향하는 걸 보자, 내 가슴이 철렁거렸다.
동시에 나도 모르게 엘레노아에게 다가가 그녀의 가슴을 꽉 쥐었다.
약간의 미안함, 약간의 질투심, 약간의 분노, 온갖 감정이 뒤섞인 손길에 엘레노아는 그동안 참아온 듯, 거친 숨을 터트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아악! 카엘군!!”
츄읍!
엘레노아는 왜 이제야 왔냐는 듯, 순식간에 내 몸을 휘어감듯 안으며 지랫대처럼 짚고 상체를 들어 내 입술을 집어삼켰다.
따뜻한 설육의 감촉이 입안을 헤집었다.
“하아! 하아!”
그녀의 몸은 불에 달군 듯 뜨겁고 손 안에서 녹아내렸다.
평소보다 더 커진 가슴은 내 손 안에서 녹은 치즈마냥 부드럽게 늘어났다.
“하압…. 카엘군!”
엘레노아의 손이 내 옷 위로 어지럽게 움직였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더듬던 그녀의 손은 차츰 내 하의로 향했다.
“읏!”
그녀의 손이 내 빳빳해진 자지를 옷 위로 쓰다듬자, 나도 모르게 몸이 움찔했다.
이미 한계 가까이 솟아오른 자지가 계속 옷자락에 부딪히면서 아려왔다.
빨리 이 좁은곳에서 해방시켜달라는듯, 맥박치듯 꿈틀거렸다.
“하아…. 카엘군의 자지…….”
엘레노아의 두 눈은 열락에 휩싸여 있었다.
그녀의 두 손이 내 하의를 벗기고 속옷을 내렸다.
미궁의 찬 공기가 자지를 감싸자 나도 모르게 몸이 살짝 떨렸다.
춥다, 라고 느낄세도 없이 곧 뜨거운 설육이 내 자지를 질척이게 감쌌다.
“읏…. 엘레노아”
츄읍! 츄읍! 쮸읍!
엘레노아의 눈이 반쯤 풀려있었다.
정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정상적인게 있나?
저 둘은 미궁에서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섹스하고 있고 우리도 그들에 동화된 상태였다.
모르겠다.
머리가 어질하고 아파온다.
그저 지금 이 순간, 내 자지를 감싸는 그녀의 따뜻한 체온과 설육만이 내 온몸의 감각을 지배했다.
“하웁!”
엘레노아가 입을 크게 벌려 깊숙이 자지를 받아들인다.
“크흡!”
자지 끝이 그녀의 목을 치자 엘레노아가 꽉 막힌 기침 소리를 냈다.
그러나 그녀는 절대로 입에서 자지를 빼지 않은 채 더욱더 깊숙히 받아들였다.
으읍! 컥! 컥!
그녀는 숨이 막히는 와중에도 절대 자지를 입 안에서 빼지 않았다.
마치 아껴둔 간식마냥 소중하게 빨아주었다.
나는 안중에도 없는 듯, 단 한번도 쳐다보지도 않고 오롯이 자지를 빠는 데에만 정신을 집중했다.
“하아…! 엘레노아……!”
한동안 정신없이 내 자지를 빨던 그녀는 곧 천천히 자지를 입 안에서 빼냈다.
“츄읍…! 파하!”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그녀의 입가에서 흐르는 침은 내 자지와 연결되어 길게 실처럼 늘어져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하의를 벗고 팬티를 옆으로 당기자 음부에서 애액이 실처럼 늘어지며 반짝였다.
“카엘군…. 나……. 하고싶어.”
그녀의 말을 들으며 내 정신도 같이 나가버릴 것만 같았다.
자고 있을 루크레치아나 뒤에서 우리처럼 섹스하고 있는 볼프람과 세레나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나는 즉시 그녀를 들어올렸다.
마치 볼프람이 세레나를 들어올렸듯이, 나도 엘레노아를 들어올려 내 몸 위로 올렸다.
그녀가 다리를 벌리며 내 허리를 감싸안았다.
그리고 내 자지 위에 그녀가 스스로 음부를 맞추고는 그대로 내 몸을 껴안으며 몸의 힘을 풀었다.
팍!
“하으응!”
자지가 순식간에 끝부터 뿌리까지 단숨에 엘레노아의 몸에 박혀 들어갔다.
중력이 만들어낸 쾌락에 그녀는 몸을 전율하듯 떨며 내 어깨에 머리를 묻고 숨을 헐떡였다.
“하읏…. 카엘군…. 가득 찼어…! 하앗….”
“옥! 오옥! 볼프람님! 학! 학!”
세레나와 엘레노아의 신음소리가 번갈아 울려퍼졌다.
찌걱! 찌걱!
철퍽! 푸슛! 철퍽! 푸슛!
연달아 울리는 물소리들.
듣기만 해도 누구의 소리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소리가 대비된다.
엘레노아는 잠깐 뒤를 돌아 세레나와 볼프람을 한번 흘깃 쳐다보고는 다시 내게 시선을 돌려 무언가 열망하듯 나를 쳐다봤다.
찌걱! 찌걱!
내 자지는 그녀의 안이 주는 감각에 완전히 녹아버릴 것만 같았다.
정말 조금이라도 더 빨리 움직이면 사정할 것 같을 만큼, 그녀의 안이 내 자지를 계속 압박했다.
쫘악!
철퍽! 푸슛! 철퍽! 푸슛!
그때 무언가 세차게 때리는 소리가 울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볼프람이 세레나의 엉덩이를 세차게 때리며 박아대고 있었다.
쫘악!
그런데…….
“아흥!”
쫘악!
“하악!”
쫘악!
“흐읏! 카엘군!”
엘레노아는 그 소리가 들릴때마다 몸을 부르르 떨며 내게 기대어왔다.
그리고 동시에 그녀의 안이 내 자지를 꽈악 조였다.
마치 손으로 쥐어짜는 것만큼 강렬한 압박감이었다.
“크읏…. 엘레노아, 너…….”
엘레노아를 바라보자 그녀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허리를 흔들었다.
쫘악!
볼프람이 세레나를 때릴때마다 그녀의 허리는 더욱 거세게 위아래로 요분질쳤다.
볼프람 폰 로엔덤.
엘레노아의 가문을 배신하고 공국을 무너뜨린 가문의 후계자인데, 그녀가 가장 증오하는 자인데…….
이를 갈고 기회가 된다면 언제라도 죽일 정도로 철천지원수인데, 그녀가…….
놈의 행위에 온몸이 달아오르고 있었다.
“하앙! 하앙! 카엘군! 해줘! 해줘!!”
찰팍! 찰팍!
그녀는 내게 애원했다.
뭘 해달라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하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나는 순간 두려워졌다.
만약 내가 볼프람처럼 그녀의 엉덩이를 때린다면…….
그 순간 엘레노아는 정말 나와 섹스하고 있는 것처럼 여길까…?
마물의 체액으로 인해 제대로 된 사리분별이 어려운 지금, 그녀는 정말로 나로 인해 이렇게 흥분하고 있는게 맞을까…?
“하앙! 카엘구운!”
쫘악!
그리고 그런 내 머뭇거림과 달리 마치 엘레노아의 그 욕구를 채워주기라도 하듯, 볼프람은 더욱더 거세게 세레나의 엉덩이를 쳤다.
쮸읍!
“하앙. 카엘군!”
나는 그녀의 가슴을 강하게 빨아들였다.
볼프람의 행위에 나도 경도된 것 같았다.
평소라면 부드럽게 빨아들이며 애무했을 그녀의 가슴을 짓이기듯 빨고 있었다.
이빨로 그녀의 가슴을 물어 자국을 만들었다.
마치 그녀의 몸이 내 것이라는 표식이라도 남기듯, 그녀의 가슴을 물고 당기고 잘근잘근 씹었다.
그럴때마다 그녀는 폭포수처럼 애액을 쏟아내며 내 몸을 꽉 껴안았다.
“아팟! 카엘군! 아팟!”
쮸읍! 쮸읍!
쫘악!
그녀는 아프다면서도 절대로 거부하지 못했다.
오히려 내 머리를 더 끌어안고 더 해달라는 듯 애원했다.
나는 그녀의 기대에 부흥하듯, 그녀의 큰 가슴을 이리 저리 물며 이빨 자국을 잔뜩 만들어냈다.
하얀 피부의 거대한 가슴에 새겨진 붉은 이빨자국들, 그것은 보는 것만으로도 사정할만큼 음란했다.
쿠쿵…!
그때 갑자기 바닥이 울렸다.
“하앙! 하앙!”
“엘레노아…. 잠깐!”
엘레노아를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그녀는 놓아주기 싫다는 듯, 내 어깨를 물고 오히려 더 거세게 허리를 내리쳤다.
쿠구구궁!
하지만 바닥을 울리는 소리는 점점 커지고 진동도 가까워진다.
나는 목 뒤를 타고 흐르는 불길함에 즉시 미래시를 발동했다.
순간 엘레노아가 수십명으로 늘어나며 그들의 행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눈에 각인되어 내 뇌를 휘저어놓았다.
울컥!
그 감당할 수 없는 쾌락에 나는 순식간에 그대로 사정해버렸다.
“아아…!”
엘레노아는 자신 안에 사정되는 감각을 느낀듯, 부르르 떨며 나를 쳐다봤다.
그녀의 눈빛에는 자신의 안에 사정한 나에 대한 사랑과 아쉬움, 쾌락으로 뒤섞여 있었다.
나는 자지가 아려올정도의 쾌감에 잠시 정신이 혼미했지만 다시 미래시를 발동했다.
이번에는 엘레노아의 모습은 분열되지 않았다.
대신 우리가 서 있는 바닥이 부서지며 그 안에서 수십개의 촉수더미가 쏟아졌다.
그 순간, 나는 즉시 그녀를 안아들고 뒤로 빠졌다.
긴장감에 발기가 풀리며 삽입이 풀리자 그녀의 다리사이로 정액이 주르륵 흘러 나왔다.
“흐응…. 카엘군….”
그녀는 자신의 다리를 타고 흐르는 정액의 감촉을 느끼며 내게 애원하듯 속삭였지만, 지금 상황에서 더 할 수도 없었다.
“카엘! 이 진동은……, 카엘?! 엘레노아!!”
어느새 깊은 잠에서 깨어난 루크레치아는 정액과 애액을 뚝뚝 흘리는 내 축 늘어진 자지와 엘레노아의 음부를 보곤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루크레치아, 이건….”
나는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입을 다물었다.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루크레치아가 더 묻기도 전에 미궁 전체가 다시 한번 크게 흔들렸다.
쿠구구궁!
“……!”
루크레치아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당황과 추궁이 담겨 있던 눈빛이 단숨에 전투를 앞둔 기사의 눈으로 바뀌었다.
“카엘, 일단 조심해요!”
“밑이야!”
나는 거의 비명처럼 외쳤다.
미래시에서 보았던 광경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바닥이 무너지고 그 아래에서 촉수더미가 쏟아져 올라온다.
“움직여!”
내 외침과 동시에 바닥이 갈라졌다.
콰가가가각!
석재 바닥이 안쪽에서부터 찢겨 나가며 검붉은 촉수들이 폭발하듯 솟구쳤다.
“젠장!”
나는 엘레노아를 끌어안은 채 뒤로 뛰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콰앙!
바닥 전체가 거대한 입처럼 벌어졌다.
몸이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큭!”
나는 엘레노아의 손을 붙잡은 채 그대로 추락했다.
아래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사방에서 무너진 돌조각들이 함께 쏟아졌다.
이대로 떨어지면 둘 다 끝이다.
나는 이를 악물고 미래시와 투시를 동시에 끌어올렸다.
순간 시야가 갈라졌다.
수많은 미래의 잔상 사이에서 벽면 중간에 튀어나온 좁은 층이 보였다.
나 혼자라면 닿을 수 있는 미래가 보였다.
하지만 엘레노아까지 끌어안고는 무리였다.
그렇다고 그녀를 포기할 수 없다.
“엘레노아! 절대 손 놓지 마!”
“카엘 군!”
나는 그녀의 손을 붙잡은 채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착지 지점을 향해 몸을 돌리는 순간, 아래쪽 어둠에서 검붉은 촉수 하나가 쏘아져 올라왔다.
“젠장!”
촉수는 우리를 한꺼번에 노린 것이 아니었다.
정확히 엘레노아 쪽으로 뻗어왔다.
나는 그녀를 끌어당겼지만 공중에서 힘을 제대로 줄 수 없었다.
콰악!
촉수가 엘레노아의 허리와 다리를 순식간에 휘감았다.
“아앗!”
엘레노아의 몸이 거칠게 위로 잡아당겨졌다.
붙잡고 있던 손이 찢어질 듯 당겨졌다.
나는 이를 악물고 마력을 끌어올리며 버텼다.
“놓치지 않아!”
나는 끝까지 엘레노아의 손을 붙잡았다.
하지만 촉수의 힘은 너무 강했다.
아직 힘이 돌아오지 않은 엘레노아의 손끝이 점점 미끄러졌다.
“카엘 군……!”
“엘레노아!”
다음 순간, 촉수 하나가 우리 사이를 갈라치듯 허공을 휘둘렀다.
쾅!
나는 그 충격에 벽면 쪽으로 튕겨 나갔다.
엘레노아의 몸은 검붉은 촉수에 휘감긴 채 위쪽으로 솟구쳤다.
마물은 무너진 천장과 벽 틈 사이로 솟구치며, 낚아챈 먹잇감을 그대로 끌고 올라가고 있었다.
“엘레노아!”
나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방금 중간층에 처박힌 충격 때문에 다리가 순간 말을 듣지 않았다.
그때였다.
우우우웅!
위쪽에서 보랏빛 마력 파동이 터져 나왔다.
어둠 속을 가르며 날카로운 섬광이 번뜩였다.
세레나였다.
“베어.”
짧고 딱딱한 목소리가 위쪽에서 들려왔다.
쐐애액!
두 개의 단검이 보랏빛 궤적을 그리며 허공을 갈랐다.
“쿠르르르륵!”
촉수 마물이 기괴한 울음소리를 터뜨렸다.
곧이어 볼프람의 고함이 들려왔다.
“놓치지 마라! 위로 끌어올리게 두지 마!”
콰앙!
묵직한 충격음과 함께 위쪽의 어둠이 몇 번이고 번쩍였다.
세레나의 보랏빛 마력과 볼프람의 공격이 촉수 마물을 몰아붙이고 있는 것 같았다.
서걱!
엘레노아를 붙잡고 있던 촉수 일부가 잘려 나갔다.
“아……!”
엘레노아의 몸이 허공에서 풀려났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그녀는 그대로 아래로 추락하지 않았다.
무너진 틈 너머, 원래 우리가 있던 층 쪽으로 튕겨 나가듯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곧 엘레노아의 모습은 부서진 바닥과 어둠에 가려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엘레노아!”
대답은 없었다.
위쪽에서는 여전히 촉수 마물과 부딪히는 소리가 이어졌다.
콰앙!
쐐애액!
보랏빛 섬광이 번뜩이고, 검붉은 촉수들이 벽과 천장을 후려치는 소리가 울렸다.
엘레노아가 무사한지 확인하고 싶었다.
지금 당장 위로 올라가 그녀를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촉수 마물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세레나와 볼프람의 모습을 본 순간, 적어도 엘레노아가 당장 끌려가지는 않으리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렇기에 나는 고개를 내려 나보다 더 아래쪽을 확인했다.
루크레치아는 바닥이 무너질 때 함께 떨어졌고, 그 순간 솟구친 촉수 중 하나가 그녀의 발목을 휘감았다.
그대로 끌려간 그녀의 몸은 아래쪽으로 빠르게 떨어졌다.
“루크레치아…….”
아래쪽에서 거센 물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이를 악물고 아래를 내려다봤다.
무너진 바닥 아래로 빠른 지하수가 흐르고 있었다.
콰아아아!
새까만 물살은 미궁의 어둠 속을 미친 듯이 휘돌며 흘러가고 있었다.
그 안에서 푸른 냉기가 번쩍였다.
루크레치아였다.
그녀는 거센 물살에 휩쓸린 채 떠올랐다가 다시 잠기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큭……!”
루크레치아가 손을 뻗을 때마다 물 위로 푸른 얼음이 번졌다.
하지만 유속이 너무 빨랐다.
얼음이 제대로 굳기도 전에 물살에 깨져 흩어졌고, 그 틈을 타 검붉은 촉수들이 물속에서 튀어나와 그녀의 팔과 다리를 노렸다.
쩌저적!
푸른 냉기가 다시 한번 터졌다.
촉수 몇 개가 얼어붙었지만, 곧 거센 물살에 휩쓸려 부서졌다.
루크레치아는 실버 팽을 끌어당기며 물속에서 몸을 버티려 했지만, 떠올랐다 잠기는 상황에서는 검을 제대로 휘두르기조차 어려워 보였다.
위에는 엘레노아, 아래에는 루크레치아가 있었다.
어느 쪽도 그냥 둘 수 없었다.
쉽게 믿을 순 없지만, 볼프람과 세레나가 위에서 촉수 마물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그들이 버티는 한 일단 엘레노아는 조금이나마 안전할 것이다.
반면 루크레치아는 바로 눈앞에서 물살과 촉수에 휩쓸리고 있었다.
조금만 늦으면 그대로 지하수에 떠내려갈지도 몰랐다.
“젠장……!”
나는 피가 날 정도로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아래쪽을 향해 몸을 돌렸다.
“루크레치아! 버텨!”
나는 검을 고쳐 쥐고, 빠르게 흐르는 지하수를 향해 몸을 던졌다.
빠르게 잡아당기는 중력의 힘을 느끼며 그대로 아래로 낙하했다.
동시에 미래시를 발동했다.
순간 수십 개의 잔상이 눈앞을 스쳤다.
그중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많지 않았다.
나는 이를 악물고 몸을 비틀었다.
쐐애액!
어둠 속에서 촉수 하나가 채찍처럼 튀어 올랐다.
피할 수 없는 각도였다.
나는 검을 세우는 대신 검면을 앞으로 돌려세웠다.
콰앙!
묵직한 충격이 검을 타고 팔 전체로 퍼졌다.
순간 몸이 옆으로 튕겨 나갔다.
“큭!”
예상한 대로였다.
촉수의 공격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기에 검면으로 받아내며 충격을 완화시켰다.
나는 그대로 옆쪽 벽면에 튀어나온 다른 층의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쿠당탕!
등과 어깨가 바닥을 긁었다.
숨이 턱 막혔지만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멈춰 있을 시간이 없었다.
“루크레치아!”
대답은 없었다.
아래층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들린 건 거센 물소리였다.
콰아아아!
지하수는 여전히 무서운 속도로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 루크레치아의 모습은 쉽게 보이지 않았다.
나는 숨을 죽이고 주변을 훑었다.
벽면 한쪽에 푸른 얼음 조각들이 박혀 있었다.
그녀가 아직 물살에 저항하고 있다는 흔적이었다.
“루크레치아!”
나는 어둠 너머를 향해 소리쳤다.
목소리는 물소리에 휩쓸려 금세 흩어졌다.
“루크레치아!”
다시 한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오직 미궁 깊은 곳으로 흘러가는 지하수의 굉음만이 울려 퍼졌다.
“빌어먹을…….”
나는 이를 악문 채 물길을 따라 달리려 했다.
그 순간….
촤악!
거센 물살 한가운데에서 무언가 솟구쳤다.
“카엘!”
루크레치아였다.
그녀는 어깨 위쪽만 간신히 물 밖으로 내민 채, 부서진 바위 틈을 붙잡고 있었다.
젖은 금발이 얼굴에 달라붙어 있었고, 숨은 거칠었다.
하지만 눈빛만큼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루크레치아!”
나는 곧장 그녀 쪽으로 달려가려 했다.
그러나 루크레치아가 먼저 고개를 저었다.
“오지 마세요! 물살이 너무 빨라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검붉은 촉수 하나가 물속에서 솟구쳐 그녀의 팔을 노렸다.
루크레치아는 이를 악물고 한 손을 뻗었다.
쩌저적!
푸른 냉기가 번지며 촉수 일부가 얼어붙었다.
하지만 곧바로 거센 물살이 얼음을 깨뜨려 흘려보냈다.
“큭……!”
그녀의 몸이 다시 물속으로 끌려갈 뻔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뛰어들려 했지만, 루크레치아가 다시 소리쳤다.
“카엘! 엘레노아를 먼저 구하세요!”
“무슨 소리야!”
“저는 아직 버틸 수 있어요!”
루크레치아는 바위 틈을 움켜쥔 채 숨을 몰아쉬었다.
“지금은 빠져나가기 힘들어요. 물살도 빠르고, 물속에서 촉수가 계속 공격하고 있어요. 억지로 올라가려다간 카엘까지 휩쓸려요.”
“그래도……!”
“유속이 약해지는 곳을 찾을게요. 그때 빠져나갈 기회를 노리면 돼요.”
그녀의 목소리는 거친 물소리에 묻힐 듯했지만, 분명하게 들렸다.
“그러니까 지금은 엘레노아를 구하세요. 그녀는 무방비 상태잖아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위쪽에는 엘레노아가 있다.
아직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로, 볼프람과 세레나가 있는 곳에 남겨져 있다.
“카엘.”
루크레치아가 나를 바라봤다.
거센 물살 속에서도 그녀의 푸른 눈은 흔들리지 않았다.
“절 믿으세요.”
그 말에 목이 막혔다.
내가 아는 루크레치아는 그런 여자였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길을 찾고, 끝까지 버티는 사람.
“……알겠어.”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반드시 다시 찾으러 올게.”
루크레치아는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다시 물속에서 촉수들이 솟구쳤다.
루크레치아는 몸을 틀어 공격을 피하더니, 스스로 물살에 몸을 맡기듯 바위 틈에서 손을 놓았다.
“루크레치아!”
촤아아악!
그녀의 모습이 다시 거센 지하수 속으로 사라졌다.
푸른 냉기 한 줄기만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번졌다가, 곧 물살에 휩쓸려 사라졌다.
나는 한동안 그 자리를 바라봤다.
그러나 멈춰 있을 수는 없었다.
엘레노아가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