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미궁 1
22화. 미궁 1
거대한 마력의 창이 트롤의 등가죽을 꿰뚫고 몸을 관통했다.
푸른 피가 허공에 흩뿌려지며 트롤의 괴성이 울려퍼졌다.
그어어어!
거대한 창은 그대로 사슬로 바뀌며 트롤의 관통된 구멍을 통해 놈의 몸을 칭칭 감아 고정시켰다.
“카엘군!”
“알았어!”
나는 엘레노아의 부름을 들으며 땅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순간 나를 막기 위해 긴 팔을 휘두르려고 했지만 엘레노아의 마력으로 만들어진 쇠사슬이 놈의 몸을 한층 더 강하게 조이며 행동을 방해했다.
촤아악!
내 검이 녀석의 목을 가르고 지나간다.
곧 푸른 핏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며 트롤의 괴성도 끝을 고했다.
쿠웅!
거구가 쓰러지면서 땅이 울리고 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동시에 그 먼지를 꿰뚫고 날아가는 푸른 대검이 먼지 속에 모습을 감추고 있던 자그마한 체구의 고블린들이 대검의 날에 반등분 되며 괴성을 질렀다.
끼에에엑!
더이상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자, 잠시간 전투가 소강 상태로 잦아들었다.
먼지도 가라앉자 보이는 건 무수히 많은 마물들의 시체였다.
그들 대다수는 가슴에 구멍이 뻥 뚫려 있거나 반으로 갈라져 죽어 있었다.
두두두둥!
그때 바닥의 진동이 울렸다.
“카엘!”
루크레치아의 외침과 함께 나는 마력을 끌어올려 미래시를 발동시켰다.
수많은 잔상 속에 내 발 밑에서 대지를 뚫고 솟구치는 자이언트 웜이 튀어나와 나를 씹어먹는 걸 확인했다.
그 즉시 땅을 박차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쾅!
동시에 바닥이 조각나며 조각들이 비산하고 그 사이로 자이언트 웜이 입을 쩍 벌린 채 위로 솟구쳤다.
입 안에는 수많은 작은 입들과 날카로운 이빨들이 벌렁거리며 나를 씹어먹기 위해 달려들었다.
차르르륵!
허공에서 날아든 사슬들이 자이언트 웜의 몸을 칭칭 감는다.
쿠에엑!
자이언트 웜이 괴성을 지르며 몸을 비틀며 체액을 토해내지만 엘레노아의 마력으로 만들어진 사슬은 한층 더 놈을 강하게 압박한다.
동시에 한기가 몰아친다.
루크레치아의 손에서 푸른 얼음 폭풍이 뿜어져 나오며 놈의 가죽에 서리가 낀다.
쿠엑! 쿠에에…….
요동치던 자이언트 웜이 서서히 정지한다.
순식간에 얼음덩어리로 변해버린 자이언트 웜의 입에서 자그마한 체구의 마물이 뛰쳐나온다.
홉고블린.
“카엘!”
“나한테 맡겨!”
미리 기다리고 있던 나는 바로 녀석을 향해 달려갔다.
나무 지팡이를 든 채 달려오는 나를 발견하곤 괴성을 지르며 반격하려고 했지만 미래시조차 쓸 필요 없는 단조로운 공격에 옆으로 살짝 피하며 바로 검을 휘둘렀다.
서걱!
놈의 머리가 허공에 떠오른다.
피분수와 함께 머리와 분리된 하체가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끝……인가?”
“고생했어 카엘군!”
“고생했어요. 카엘”
쩌저적!
콰가가가가각!
얼어붙은 자이언트 웜이 조각조각 갈라져 죽는 걸로 전투는 완전히 끝났다.
“이걸로 의뢰 완수. 이정도 전투는 오랜만인걸!”
엘레노아는 어깨가 결린 듯 길게 기지개를 폈다.
그녀의 터질듯한 제복의 가슴 윤곽이 치솟았다가 반동과 함께 다시 내려왔다.
“흐응? 카엘군. 자꾸 어딜 쳐다보는거야?”
“네 큰 가슴!”
“핫! 엣! 읏!”
엘레노아는 내 대답에 이상한 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났다.
“변했어! 순수한 카엘군이 타락했어! 얼굴 붉히던 카엘군이 사라졌어. 엉엉”
우는 척하며 혼자 연극을 하는 엘레노아를 둔 채 다가오는 루크레치아를 바라봤다.
“고생했어. 루크레치아.”
“마지막에 홉고블린까지 깔끔했어요. 이정도면 이 근방에 남은 몬스터 무리는 없을거에요.”
“응.”
우리는 지금 아르세인에서 조금 더 동부쪽에 위치한 틸렌이란 소도시에 머무르고 있었다.
아르세인을 중심으로 제국 남부는 상당히 치안이 안정적인 곳으로 제국 기사들이 크게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외곽지역의 틸렌으로 오니 일감이 쏟아지다못해 넘쳐날 정도였고 오늘만 해도 마물 무리를 5개나 정리했다.
보통 마물들은 동일 종족끼리만 뭉치거나 혹은 아예 혼자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간혹 몇몇 특수 개체, 통칭 지휘관 개체들은 주위 마물들을 규합해 작은 군대처럼 몰려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 경우 개척촌이나 수비 병력이 부족한 도시에겐 멸망을 예고하는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근래에 동남부쪽에 그런 마물 군대의 출현이 잦아진다는 얘기를 듣고 틸렌으로 왔는데 정말 많았다.
“좋아. 그럼 전리품 챙기자”
이런 토벌류의 의뢰는 무조건 증거물을 가져가야 했기에 홉고블린의 귀를 잘라냈다.
지휘관 개체 중 하나인 홉고블린은 그중에서도 가장 약한 축에 속했다.
데리고 다니는 무리의 규모도 작고, 지휘력도 빈약했다.
거기다 무리 자체의 위험도도 낮았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숫자가 너무 많다는 점이었다.
차라리 몇백, 몇천의 무리를 몰고 다니는 개체라면 강대강으로 한 번 붙어 분쇄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홉고블린들은 달랐다.
놈들은 작은 무리를 이끌고 넓은 범위에 흩어져 돌아다녔다.
하나하나는 별것 아니지만, 그런 소규모 무리들이 사방에 퍼져 있으니 토벌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골치 아플 수밖에 없었다.
“고생하셨습니다.”
틸렌으로 돌아온 우리는 의뢰 보상을 받은 뒤 한동안 도시에서 푹 쉬기로 했다.
아르세인이나 아티젠에 비하면 상당히 작은 도시라 크게 즐길 것은 없었다.
하지만 같은 지역색을 지닌 두 도시와 달리, 이곳은 확실히 다른 지방에 왔다는 느낌이 강했다.
음식도, 문화도, 거리의 분위기도 조금씩 달랐다.
덕분에 틸렌에서는 맛보지 못했던 음식이나 낯선 향신료들을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가장 신이 난 건 식도락에 진심인 엘레노아였다.
“자자. 신사 숙녀 여러분. 이번에도 제가 여러분을 에스코트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엘레노아는 없는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는 시늉을 하며 우스꽝스러운 연기를 했다.
매번 틸렌에서 쉬게 되면 이미 맛집 정보를 모조리 꿰고 있는 사람처럼 앞장서서 안내를 자처하곤 했다.
이번에도 그녀는 자신만만한 걸음으로 고기 냄새가 가득 풍기는 가게 앞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여기가 틸렌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곳이래! 그래서…….”
쿵!
“엘레노아!”
뒤따라오는 우리를 돌아보며 이야기하던 엘레노아는 미처 문이 열리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가게에서 나오던 사람과 정면으로 부딪힌 채 뒤로 넘어졌다.
“아야….”
엘레노아는 부딪힌 이마를 붙잡고 한쪽 눈을 찡그렸다.
나는 다급히 달려가 그녀를 부축해 일으켰다.
“괜찮아?”
“카엘 군! 머리에 혹 난 것 같아.”
나는 붉게 물든 그녀의 이마를 가볍게 쓰다듬어 준 뒤 부딪힌 상대에게 사과하려고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
“하…. 가슴이 크니까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거냐? 젖소녀.”
……?
나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물론 엘레노아가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부딪힌 것은 사실이었다.
먼저 사과해야 할 쪽도 우리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금 같은 말을 들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명백히 선을 넘은 희롱이자 모욕이었다.
순간 머리끝까지 열이 치밀었다.
나는 엘레노아를 부축하던 손에 힘을 주며 상대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말이 너무……!”
“아…!”
엘레노아의 입에서 짧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나는 말을 멈추고 그녀를 돌아봤다.
엘레노아의 표정은 눈에 띄게 굳어 있었다.
처음에는 당황한 듯 보였지만, 그 눈동자 안에는 금세 놀람을 밀어낸 분노가 번져가고 있었다.
그 얼굴을 본 순간, 나는 그녀와 부딪힌 상대가 단순한 행인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곧바로 상대의 얼굴을 확인했다.
“볼프람 폰 로엔덤……!”
“하!”
상대는 비웃음을 터뜨렸다.
“하! 평민 주제에 내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거냐? 여전히 저 젖소년을 데리고 다니니까 자기도 뭐 귀족 출신인줄 아나?”
“으드득!”
엘레노아의 굳게 닫힌 입에서 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린다.
동시에 그녀의 옷자락이 펄럭이며 마력이 요동치는게 느껴진다.
“엘레노아!”
나는 다급히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려 진정시키려 했다.
엘레노아 역시 이곳이 시내 한복판이라는 걸 깨달았는지, 가까스로 숨을 고르며 마력을 가라앉히려 했다.
그러나 볼프람이 기다렸다는 듯 이죽거리며 입을 열었다.
“한 때의 공왕가가 이젠 평민의 좆집으로 전락했구나.”
“개자식!”
엘레노아의 분노가 터져 나왔다.
허공에 갈색 마력의 창들이 순식간에 생성되었다.
쐐애액!
마력의 창들이 볼프람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챙강!
그때 볼프람 뒤쪽, 열린 가게 문 안에서 은빛 섬광이 번뜩였다.
날아들던 마력의 창들이 허공에서 반으로 갈라지며 산산이 흩어졌다.
곧 날렵한 체형의 여자가 문 안쪽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보랏빛 눈과 머리카락을 가진 호리호리한 체형의 여자가 두 개의 단검을 역수로 쥔 채 볼프람 뒤에 서서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복장은 엘레노아와 마찬가지로 2학년 제복이었다.
하지만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아마 다른 졸업 기수의 제국 기사인 것 같았다.
“자, 잠깐! 엘레노아!”
“카엘 군. 말리지 마.”
엘레노아가 손을 휘젓자 그녀의 등 뒤에서 마력의 창들이 생성되었다.
쐐애액!
마력의 창들이 볼프람을 향해 쏘아졌다.
하지만 볼프람 뒤에서 나타난 여자는 단검을 가볍게 휘둘러 날아드는 창들을 하나씩 쳐냈다.
마치 처음부터 그 궤적을 알고 있었다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엘레노아 역시 거기서 멈출 생각은 없었다.
곧 허공에서 갈색 마력의 쇠사슬이 뻗어 나가 여자의 팔을 휘감았다.
“방해하지 마!”
엘레노아의 외침과 함께 쇠사슬이 여자의 팔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여자의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그러나 그녀는 당황하지 않았다.
공중에서 허리를 비틀며 몸을 회전시키더니, 오히려 쇠사슬을 붙잡고 그것을 지렛대 삼아 몸을 날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는 엘레노아의 등 뒤에 착지해 있었다.
부우우웅!
날카로운 단검이 벌의 날갯짓처럼 진동하며 엘레노아의 목덜미에 드리워졌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빠르게 루크레치아의 대검이 움직였다.
루크레치아는 어느새 그 여자의 등 뒤에서 검끝을 겨누고 있었다.
순식간에 세 사람이 뒤엉킨 대치 상태가 되었다.
나는 그 광경을 잠시 바라보다가 곧 검을 뽑아 볼프람을 겨눴다.
“볼프람. 저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엘레노아에게서 떨어지라고 해. 그러면 우리도 더 이상 싸우지 않겠다.”
“하! 어이가 없구나.”
볼프람은 비웃음을 흘렸다.
“네놈이 저 둘과 같이 다닌다고 해서 스스로 귀족이라도 된 줄 아는 모양이지? 먼저 부딪힌 것도 저 젖소년이고, 먼저 공격한 것도 저 젖소년인데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이 개자식!”
엘레노아가 다시 한번 분노를 터뜨렸다.
“움직이지 마.”
보라색 머리의 여자가 단검 끝을 엘레노아의 목에 한층 더 가까이 들이밀었다.
연약한 피부 끝이 살짝 갈라지며 가느다란 핏방울이 흘러내렸다.
“멈춰.”
루크레치아의 목소리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조금만 더 움직이면 나도 바로 찌른다.”
순간 공기가 얼어붙었다.
볼프람은 그런 상황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흥. 네놈들은 언제나 주인 행세를 하려 드는군.”
그는 손짓하며 여자를 불렀다.
“세레나. 이리 와라.”
“…….”
보라색 머리의 여자, 세레나는 잠시 침묵하다가 단검을 회수했다.
그리고 가볍게 몸을 날려 볼프람의 곁으로 돌아갔다.
볼프람은 세레나의 허리를 거칠게 끌어당기곤 갑자기 얼굴을 틀어 혀를 섞었다.
“아앗…. 볼프람님….”
츄윱! 츄릅! 핥짝!
“쳇. 이래도 기분이 풀리질 않는군.”
볼프람은 우리를 힐끗 바라보며 이죽거렸다.
“세레나. 오늘 침대에서 제대로 봉사해야할거다.”
“……네.”
“흥. 앞으로 네 젖소년 똑바로 관리해라. 평민. 관리가 어렵다면 우리 목장에 보내던가 매일 아침 신선하게 젖을 짜서 보내주지”
“이익!”
“엘레노아!”
다시 달려들려는 엘레노아를 나는 큰소리로 막아섰다.
그리고 볼프람을 노려보았다.
“볼프람. 그녀를 더 이상 모욕하지 마라. 참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흥.”
볼프람은 대꾸 대신 노골적으로 비웃음을 흘렸다.
그러고는 세레나의 허리를 감싼 채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길거리 한복판에서까지 그녀를 제멋대로 다루는 모습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기사 아카데미 시절과 달라진 게 없었다.
볼프람 폰 로엔덤.
발테른 공국의 봉신이었으나 발테른 공왕가를 배신하고 제국에 붙은 가문, 그리고 그 대가로 발테른의 땅 일부를 황제로부터 하사받은 로엔덤 가문의 후계자.
동시에 황제의 편에 확실히 서기 위해 직접 기사 아카데미에 입학했고, 우리와 같은 32기로 졸업한 남자.
엘레노아에게는 가문의 원수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
엘레노아의 얼굴은 살벌하게 굳어 있었다.
“엘레노아. 진정해.”
“……후우. 알겠어, 카엘 군.”
그녀는 한참 동안 볼프람이 사라진 방향을 노려보다가 겨우 숨을 가라앉혔다.
다행히 그녀가 우리를 데려가려 했던 가게는 내가 생각해도 꽤 괜찮은 식당이었다.
엘레노아 역시 한동안 이를 갈았지만, 음식이 나오자 조금씩 표정이 풀리기 시작했다.
“진짜 여기 아니었으면 오늘 하루 종일 화가 안 풀렸을 거야.”
“자. 엘레노아. 이것도 좀 먹어.”
나는 내 몫의 요리를 조금 덜어 그녀의 접시에 올려주었다.
“하앙~! 카엘 군. 정말 천사야. 역시 카엘 군밖에 없어. 그런 쓰레기 같은 남자랑은 차원이 다르다고!”
“하하……. 다음부터는 그래도 조금만 진정해. 괜히 우리가 먼저 시비를 건 것처럼 보이면 좋을 게 없잖아.”
“쳇…. 알겠어. 하지만 젖……, 아무튼! 그런 식으로 모욕하니까 순간 참을 수가 없었어.”
젖소년.
볼프람이 그녀를 그렇게 부른 순간, 나 역시 화가 났다.
하지만 동시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왜냐하면 그 순간 내 안에서 설명하기 힘든 충동이 꿈틀거렸기 때문이었다.
루멘시아에게 저주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지도 아직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다.
그 뒤로도 나는 그 저주가 정말 사라진 건지, 아니면 아직 남아 있는 건지 확신할 수 없었다.
평소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오히려 내가 괜한 걱정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방금 전, 볼프람이 엘레노아를 모욕하는 모습을 본 순간 내 안의 무언가가 분명히 반응했다.
거기다가 놈은 단순히 모욕만 한게 아니었다.
마치 그 안에 담긴 가슴의 형태를 가늠하듯, 뚫어져라 그녀의 가슴을 쳐다보고 있었다.
동시에 놈의 바지가 불룩하게 솟아오르기도 했다.
빌어먹을 저주…….
“카엘 군? 왜 그래? 더 안 먹어?”
잠시 생각에 잠겨 식사를 멈추고 있자 엘레노아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그리고 포크를 들어 그녀의 접시에 음식을 조금 더 덜어주었다.
“많이 먹어.”
“에헤헤. 역시 카엘 군은 상냥하다니까.”
엘레노아는 기분 좋게 웃으며 음식을 입안 가득 집어넣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사랑하는 사람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우리는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즐겁게 식사를 마쳤다.
이후에는 틸렌 거리를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구경하고, 간단히 간식을 사 먹고, 시장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다.
어느새 해가 저물고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 켜질 무렵.
우리는 하루의 피로를 풀기 위해 숙소로 돌아갔다.
* * *
“이번 의뢰는 미궁 탐사입니다.”
“미궁이요?”
“네.”
접수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양피지를 건네주었다.
“정확히는 미궁 내부의 조사와 지휘관 개체 토벌 의뢰입니다.”
나는 양피지를 받아 내용을 훑어봤다.
목적지는 틸렌 남서쪽 산악 지대에 위치한 미궁.
최근 그 미궁 입구 부근에서 지휘관 개체로 추정되는 마물들이 지상으로 올라오는 모습이 여러 차례 목격되었다고 적혀 있었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입니까?”
“네. 그래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접수원은 굳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단순히 길을 잃은 마물이 밖으로 나온 정도라면 이렇게까지 큰 의뢰로 올라오진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비슷한 개체들이 계속해서 지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나는 양피지에 적힌 기록을 다시 훑었다.
미궁.
누가 만들었는지,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조차 알 수 없는 지하 유적.
그리고 그곳에서 지휘관 개체들이 계속 밖으로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단순한 서식지가 아니다.
“미궁 자체가 지휘관 개체의 발생원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군요.”
“맞습니다.”
접수원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미궁이 모종의 마물 온상으로 변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부를 조사하고, 가능하다면 근원지를 확인해 달라는 기사단 본부의 의뢰입니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추가로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접수원은 의뢰서를 정리하며 말을 이었다.
“이번 의뢰는 여러분만 받은 것이 아닙니다. 현재 틸렌에 체류 중인 다른 기사들에게도 동일한 의뢰가 전달되었습니다.”
“다른 기사들에게도요?”
“네. 의뢰 규모가 규모인 만큼 기사단 본부에서도 전력을 최대한 동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궁 탐사에 지휘관 개체까지 엮여 있다면 그 정도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협력 여부는 여러분의 자유입니다. 따로 파티를 꾸려 움직여도 상관없고, 현장에서 다른 기사들과 합류해도 문제없습니다.”
접수원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
“다만 미궁 내부나 주변에서 다른 기사들과 마주칠 가능성은 상당히 높습니다. 괜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미리 알고 계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지휘관 개체를 발견하면 독단적으로 움직이지 말고 상황을 판단해 주십시오. 다른 기사들이 근처에 있다면 합류하는 것도 좋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접수원의 말에 나는 의뢰서를 접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우리는 미궁 의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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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비중캐릭 등장입니다.
엘레노아와 많이 엮일 로엔덤 가문의 후계자 볼프람입니다.
덤으로 그와 같이 다니는 세레나에 대한 시트도 올립니다.(정보는 거의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