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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14화. 수상한 연회 2


츄윱! 츄윱! ​ 무슨 소리지? ​ 쮸윱! 쮸윱! ​ 무언가……. 질척이는 물소리가 들린다. ​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복도……. ​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더라……? ​ “아….” ​ 그제서야 떠올랐다. 우리는 티몽 백작의 부탁을 받고 그의 자식들이 참석했던 연회를 조사하기 위해 이 저택으로 왔었다. ​ 나는 엘레노아를 호위하며 연회에 참석했고 루크레치아는 다른 메이드들과 함께 연회 준비를 도우러 갔다. 우리가 생각한 것과 달리 인원 구성에 어떤 의미가 있거나 그러진 않았다. 그 뒤로……. ​ 무슨 일이 있었더라? 기억이 조금 가물가물해진다. ​ 엘레노아는 연회에 참석해서 춤을 추며 놀았고 다른 귀족들과 소통하며 티몽 백작의 자식들에 대한 정보를 얻기로 했고 나는 저택을 돌아다니면서 단서를 찾아보기로 했었던 것 같았다. ​ 쮸윱! 쮸윱! ​ 그런데 아까부터 들리는 이 소리는 뭘까.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소리가 들릴만한 곳을 찾아봤다. 마침 복도 끝에 문 하나가 있는게 보였다. ​ 문으로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소리가 커지는 걸 보니 이 안에서 나는 소리가 맞는 것 같았다. ​ 츄윱! 츄윱! ​ 가슴 한 켠에 묘한 불길함이 스멀스멀 생겨난다 문 바로 앞까지 가니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더 적나라하게 들린다. 익숙한 소리였다. ​ 누군가의 자지를 누군가가 입으로 힘껏 빨아들이는 소리. 그 소리를 문 너머에서 듣고있자니 발기가 되는 것 같았다. ​ 덜컥! ​ 문을 열어보려고 했는데 잠겨있었다. ​ “…이제…… 해야지…?” “……” ​ 안에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나 무슨 말인지 정확히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 덜컥! 덜컥! ​ 문을 열어보려고 했는데 안된다. 그때 내 눈에 문고리 밑에 있는 열쇠 구멍이 보였다. 혹시 안을 볼 수 있을까 싶어 무릎을 꿇고 안을 들여다봤다. ​ 자그마한 열쇠 구멍 너머로 방 안의 풍경이 희미하게나마 보인다. ​ 한 남자가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그의 하체는 완전히 벗은 상태였는데, 다리 사이로 그의 거대한 자지가 아주 빳빳하게 서 있었다. aGt4V1U1RTU5TTZRMXdPdEhPcWxJYk1xcHZzS2hvK0pnUXBPcnM4ZjNaWnJWeW41RVlMb1NTaHJJMXNaTXp0Vw 방금 전까지 들리던 소리가 자지를 빠는 소리가 확실했는지, 그의 자지는 침으로 아주 번들거렸다. 그리고 그 남자 위로 한 여자가 서 있었다. ​ 복장은 메이드 복을 입고 있었다. 여자는 자신의 치마를 걷어올린 채 아주 천천히 다리를 굽히며 자신의 음부에 남자의 자지를 맞추고 있었다. 자지 끝이 음부 끝에 닿을때까지 내려오자 여자의 상체가 얼핏 보였다. 문쪽을 바라보고 있는 건지, 잘록한 허리와 큰 가슴이 보였다. ​ “…….” ​ 안에서 말소리가 들려온다. 무슨 대화를 하는진 모르겠지만, 그 대화 이후 남자의 손이 여자의 허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곤 그대로 여자의 허리를 잡고 내리 꽂는다. 그 큰 자지가 여자의 음부에 완전히 삼켜진다. 여자의 발이 달달 떨리며 한순간에 가버리는게 느껴졌다. ​ 그리고 여자가 남자의 자지만큼이나 내려오면서 완전히 얼굴이 보인다. 짧은 금발의……. ​ ​ ​ ​ ​ * * * ​ ​ ​ ​ ​ “으음…….” ​ “카엘군? 일어났어?” ​ 덜컹 덜컹 ​ 나는 어딘가 뻐근한 어깨를 만지며 잠에서 깨어났다. 무슨 꿈 같은 걸 꾼 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았다. ​ “하아암. 나도 모르게 자버렸어. 조금 피곤했나…?” “어제 밤새 뭐했길래 그렇게 피곤해 하는거야?” ​ 나는 엘레노아의 말에 그녀를 살짝 흘겨봤다. 어제 밤새 나를 재우지 않은 사람이 바로 눈 앞의 두 사람이다. 아티젠에서 셋이서 한번 관계를 맺자 더이상 그녀들은 서로 순서대로 나와 관계를 맺는 약속을 완전히 깨버렸다. ​ 이제는 그냥 둘이서 동시에 나와 관계를 맺었다. 물론 그러면서 둘 사이가 조금은 더 가까워진 것 같아서 나쁘지 않았다. 다만 내가 조금 더 힘들뿐. 어제도 연회에 참석하기 전 날이니까 조금 일찍 자자고 했음에도 두 사람 다 나를 잠들지 못하게 만들었다. ​ “끄응……. 어깨가 뻐근한 걸.” “카엘군. 내가 주물러줄까?” “엘레노아. 루크레치아가 열심히 꾸며줬는데 그러다가 흐트러질라.” “그럼 할 수 없지!” ​ 엘레노아가 연회에 참석하는 영애 역할을 맡았는데, 우리의 방문이 비밀스럽다보니 티몽 백작가의 시녀들을 불러 연회 준비를 돕게 할 수 없어서 오롯히 엘레노아와 루크레치아 둘이서 준비해야만 했다. 잘 들어가지도 않는 코르셋을 조이겠다고 두 사람이서 한창 씨름하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다. ​ “곧 있으면 저택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준비해주십시오.” ​ 마부석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티몽 백작의 기사인 자말 경이었다. 이 역시 평범한 마부에게 맡길 수 없어서 백작이 특별히 자말 경에게 부탁해서 마차를 끌게 했다. 기사가 그런 일을 한다는게 자존심 상할 수도 있었으나, 자말 경은 크게 개의치 않는듯 별다른 불평불만 없이 자신의 일을 성실히 수행했다. ​ “저긴가…….” ​ 우린 마차의 창문으로 보이는 저택을 바라봤다. 이곳을 오는 동안 보이는 건 넓은 초원뿐이었다. 그 초원 한가운데 세워진 저택. ​ 보통 귀족의 연회라 함은 도시의 저택에서 열리는 것인데……. 도시는 커녕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세워진 저택과 그곳에서 열리는 연회라……. 시작부터 수상하기 짝이 없다. ​ “정지!” ​ 저택 정문에 도착한 모양이었다. 경비병의 외침 이후 마차가 멈췄다. 창문을 통해 저택의 대문을 지키고 있는 경비병이 마차를 향해 다가오는게 보였다. ​ “이곳은 외부인은 출입이 금지된 곳입니다. 초대받으신 분이라면 초대장을 보여주십시오.” ​ 엘레노아는 창문을 통해 경비병에게 초대장을 건넸다. 경비병은 잠시 엘레노아를 쳐다보다가 초대장을 열어 내용을 확인했다. ​ “베른 백작의 따님이시군요.” “호호. 그렇답니다. 오늘 처음으로 연회에 초청되어 왔습니다.” “즐거운 연회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 베른 백작. 이게 티몽 백작이 우리에게 준 가짜 신분이었다. 실제로 있는 백작가이긴 하나 제국의 정복 전쟁 당시 백작가의 남자들이 전원 사망하고 대가 끊긴 백작가였다. 더군다나 위치도 이곳 서남부와는 거리가 먼 북서부에 위치한 한미한 가문이었다. 비록 조금 거리가 있는 곳이지만 북부 출신인 루크레치아마저 처음 들을 정도였으니 서남부에 위치한 귀족들은 전혀 처음 듣는 가문일 것이다. 물론 그런 가문을 어떻게 이 연회에 집어넣었는지는 티몽 백작만이 알 것이다. ​ 마차는 경비병을 지나 대문을 넘어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허허벌판에 세워진 저택치고 정원은 여느 도시의 귀족 저택의 정원만큼 아름답고 잘 가꿔져 있었다. 특히 저 멀리 머리만 보이는 덤불 벽들은 아마도 귀족들의 유희거리인 정원 미로로 보인다. ​ 방금 전까지 웃으며 대화를 나눴던 두 사람도 지금은 얼굴을 살짝 굳힌 채 주위를 둘러보기 바빴다. 마차는 곧 저택 문 앞에 멈춰섰다. 그 앞에 깔끔한 검은색 연미복을 입은 남자가 우리를 보며 허리를 숙였다. 겉으로 보기엔 말끔하고 선한 인상의 남자였다. ​ “반갑습니다. 베른 영애. 저는 이 저택의 집사 에드가라고 합니다. 편하게 불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호호. 에드가씨. 반가워요. 허허벌판이 이렇게 멋진 저택이 있을거란 생각조차 하지 못했어요. 처음으로 연회에 참가하는 날이지만 정말 즐거운 날이 될 것 같군요.” “칭찬 감사드립니다. 자 그럼 제가 안내할 수 있는 영광을 주시겠습니까?” “당연하죠.” ​ 엘레노아가 대답하며 내게 눈짓했다. 나는 재빨리 마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에드가의 눈이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는게 느껴졌다. ​ “음. 이분이 영애의 기사님이시군요. 성함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막스. 막스입니다.” “막스 경. 반갑습니다. 에드가라고 합니다.” ​ 나는 무뚝뚝하고 고개를 끄덕이곤 손을 뻗어 엘레노아가 마차에서 내리기 편하게 에스코트했다. ​ “하하. 굉장히 무뚝뚝하신 분이시군요.” “호호. 그렇답니다. 에드가씨. 제 기사지만 너무 무뚝뚝해서 재미가 없을 지경이에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경을 위한 것들도 준비되어 있으니 시간이 지나면 막스 경도 재미난 남자가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좋겠답니다.” ​ 엘레노아는 능숙하게 에드가에게 대꾸하며 마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루크레치아가 이어서 내렸다. 그러자 에드가가 그녀의 복장을 보고 살짝 인상을 찌푸린다. ​ “영애. 혹시 연회의 규칙에 대해 듣지 못하신건가요?” “에드가씨. 어떤 규칙을 말하는건가요?” “분명히 복장에 대한 규칙이 전달되었을텐데요.” “아…….” ​ 지금 루크레치아는 처음 티몽 백작이 건넨 메이드 복이 아니라 추후에 받은 메이드복을 입고 있었다. ​ “물론이죠. 알고 있었답니다. 다만 에드가씨도 보시다시피 제 메이드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어서 혹여나 다른 나쁜 사람이 접근할까봐 두려워 조금 정숙한 옷을 입혔습니다. 물론 연회의 규칙을 따른 옷도 준비되어 있는데 안에서 갈아입게 해줄 수 있을까요?” “하하. 영애. 정말로 메이드를 아끼시는 군요.” “당연하죠. 제 어릴적부터 같이 지내온 친구와 같은 존재입니다. 혹여나 그녀가 이 저택에서 고생하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되네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메이드분들은 그저 연회의 준비와 원활한 진행을 도울 뿐입니다. 자. 영애. 그럼 안으로 들어가실까요? 메이드의 환복은 제 뒤의 인원들이 도와줄겁니다. 자! 여러분. 손님들을 맞이하세요.” ​ 짝짝! ​ 에드가가 박수를 치자 그의 뒤에 서 있던 메이드들이 루크레치아와 마차 안에 있는 메이드복을 들고 데려갔다. 멀어져가는 루크레치아와 눈빛을 주고 받으며 부디 합류하기 전까지 아무 일이 없길 바랬다. ​ “자 그럼 영애. 들어가시죠. 이미 연회는 시작중이랍니다.” “호호. 에드가씨 안내를 부탁드릴게요.” ​ 그렇게 우리는 에드가의 안내를 받으며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저택 안은 겉으로 보이는 외관만큼이나 화려했다. 고풍스러운 장식과 복도에 걸려 있는 아름다운 그림들. 바닥에 깔린 양탄자는 지극히 부드러웠다. ​ “저택이…… 아름답군요.” ​ 무뚝뚝한 기사인 척 하려고 했던 나조차 무심코 얘기할 정도였다. 그런 내 칭찬에 에드가는 활짝 웃었다. ​ “칭찬 감사드립니다. 제가 이 저택을 꾸미는데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고귀하신 분들의 심미안에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게 말이죠.” ​ 에드가의 음성이 살짝 들떠있는 걸 보니 정말로 기쁜 것 같았다. ​ “카엘군. 여기 보통이 아니야. 어릴적 기억 속에 있던 궁전보다 더 화려하다고….” ​ 엘레노아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내 귀에 속삭였다. 그정도로 화려한 저택이 이런 허허벌판에 있었다. 적어도 단순한 곳은 아니었다. 이곳에서 열리는 연회도, 이 저택도…. ​ “으음. 두 분끼리 어떤 귓속말을 하는지 정말 궁금하군요. 단순한 기사와 영애 사이라고 하기엔 정말로 친밀해 보입니다. 혹시라도 두 분은 깊은 관계신가요?” “호호. 아니에요. 에드가씨. 그는 어릴적부터 저희 가문에서 봉사하던 기사였기에 굉장히 친밀하게 지낼 뿐이랍니다.” “…….” ​ 나는 엘레노아의 말이 끝나자마자 딱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엘레노아가 연회에서 다른 귀족들과 편하게 접촉할 수 있도록 잠시동안 연인이 아닌 척을 하기로 했다. ​ 엘레노아의 제안이었는데, 내가 크게 고민하지 않고 수락하자 갑자기 역으로 삐져서 달래느라 조금 힘들었던 기억이 나도 모르게 떠올랐다. ​ 연회장에 가까워졌는지 조용하던 복도가 시끌벅적해지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음식을 들고 다니는 시종들과 메이드들, 간간히 고풍스러운 연미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남자들도 보였다. 그들은 막 모습을 드러낸 우리에게 이따금 쳐다보며 자기들끼리 무어라 속삭이곤 했다. ​ 그들의 시선 대부분은 내 앞에서 걷고 있는 엘레노아, 특히 그녀의 흔들리는 가슴에 집중되어 있었다. ​ 빌어먹을 자식들. ​ 그녀의 드레스는 살짝 사이즈가 작은 탓에 오히려 더 가슴이 강조되고 걸을때마다 흔들거림이 심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시선을 느낀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에드가는 곤란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 “이런…. 베른 영애께서 너무나도 아름다운 탓에 벌써부터 이목이 집중되는군요. 다만 베른 영애께는 어울리지 않는 자들입니다. 연회장 밖에 있는 자들은 말이죠.” “어머. 무슨 차이라도 있는 걸까요? 다 같이 초대된 사람들이 아닌가요?” ​ 에드가는 후후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 “아닙니다. 이따금 제가 통제하기 어려운 분들도 계시죠. 또 그런 고귀하고 빛나는 분들 곁엔 항상 그 빛에 이끌린 찌꺼기들이 존재합니다. 다행히 그분들이 그들을 연회장 안까진 데려가지 않지만 적어도 저택 안으로 데려오는 건 제가 막을 수 없는 부분이더군요. 부디 베른 영애께선 그들의 눈초리가 불경해도 조금 양해해주시길.” “……알겠어요. 에드가씨.” ​ 우린 그렇게 에드가가 찌꺼기라고 부른 자들 사이를 지나쳐 갔다. 그들이 엘레노아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숨기기 힘든 욕망이 번들거렸다. 이따금 입맛을 다시기도 했고 자기들끼리 속삭이며 음흉하게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엘레노아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다만 엘레노아 옆에서 걸어가는 에드가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리곤 했다. ​ 도대체 이 저택은 뭘까. 이 연회는 어떤 목적일까. ​ “자. 베른 영애. 그리고 막스 경. 연회장에 도착했습니다.” ​ 커다란 백색 문 앞에 도착했다. 고풍스러운 장식으로 꾸며진 문은 상당히 아름다웠다. ​ 딸깍 ​ 잠금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부드럽게 열렸다. 경첩 소리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움직임이었다. 곧 연회장 안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 화려하게 빛나는 샹들리에. 층층이 쌓여 있는 아름다운 음식들. 안에서 터져나오는 웃음과 대화소리들. ​ 우린 한 발자국 안으로, 연회장 안으로 들어갔다. ​ 짝짝! ​ 그리고 에드가는 박수를 두 번 크게 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 “신사 숙녀 여러분! 오늘 연회에 처음 방문하신 베른 영애께서 오셨습니다. 부디 처음 방문하신 분께 따뜻한 환대와 배려를 부탁드립니다.” “환영합니다. 베른 영애!” ​ 에드가의 외침과 함께 안에서 일제히 환호성이 들렸다. ​ “자. 영애. 재밌게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막스 경. 막스 경은 이쪽으로 따라와주시겠습니까?” ​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옮겨 에드가를 따라갔다. 마지막으로 한번 엘레노아와 눈빛을 교환했다. 이윽고 엘레노아는 연회장 중심부로 걸어들어갔고 곧 새로운 인원을 맞이하기 위한 인파들에 뒤덮였다. ​ “자. 막스 경. 이곳이 기사분들께서 대기하는 곳입니다. 자세한 건 다른 분들이 알려주실 겁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막스 경도 재밌게 즐기시길…….” ​ 에드가는 나를 연회장 한 켠에 마련된 별도의 방에 데려다주었다. 다행히 방과 연회장 사이에는 커다란 문틀만 남아 있었고 이 방에서 연회장 안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다만 연회장 곳곳에 있는 테이블과 탁자들로 가려져 있긴 했다. 그 틈 사이로 엘레노아가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웃는 게 보인다. 그녀는 마치 원래 이런 연회를 즐기던 것처럼 익숙해보였다. ​ “하하. 반갑습니다. 처음 뵙는 얼굴이군요. 전 헤르만입니다.” “반갑습니다. 헤르만 경. 전 막스라고 합니다.” ​ 내가 방 안으로 들어오자 안에 있던 남자가 내게 말을 걸었다. ​ “음. 막스 경. 저기 저 인기있는 영애가 당신의 주인이군요.” “그렇습니다.” “이야…….” ​ 그는 사람들 사이에 둘러 쌓인 엘레노아를 보며 탄성을 터트렸다. ​ “근래에 본 영애중에 가장 뛰어난 몸매와 외모를 가졌군요.” “……. 조금 노골적이군요. 헤르만 경” “하하. 그런가요?” ​ 헤르만은 내가 심기가 불편한 티를 내도 그저 웃어 넘겼다. 아니 오히려 내게 한 발자국 다가오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 “하지만 저기 보십시오. 정말 오랜만에 연회가 불타오르는 것 같습니다. 저 고귀한 영식들이 두 눈에 참을 수 없는 욕망을 담은 채 달라붙어 있지 않습니까? 저들은 오늘 절대로 그냥 돌아가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뭐 그들의 기사인 우리야 그들이 뭘 하건 크게 상관없지만 말입니다.” “…….” ​ 나는 고개를 돌려 연회장 안을 쳐다봤다. 처음엔 다양한 사람들 사이에 둘러 쌓여 있던 엘레노아의 주위에 어느새 젊고 잘생긴 남자들만 남아 있었다. 그들은 저마다 들고 있는 술잔을 엘레노아에게 건네거나 혹은 무어라 속삭이며 은근슬쩍 그녀의 손목을 잡기도 했다. 하지만 엘레노아는 능숙하게 그들을 대응하는 것처럼 보였다.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 이제 그녀는 귀족들 사이에서 티몽 백작의 자식들에 대한 정보를 알아낼 것이다. 그러는 동안 나는 저택을 둘러보며 증거가 될만한 것들을 찾아볼 예정이었다. 그 전에 루크레치아가 어떤지 한번 확인부터 해야할 것 같았다. ​ 끼익. ​ 오래된 경첩소리가 나며 방 한 켠에 있는 문이 열렸다. ​ “오. 아벨 경.” ​ 아는 사이인지, 헤르만은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 “좋은 시간 보냈습니까?” “오랜만에 재밌게 즐기긴 했습니다.” ​ 아벨이란 남자는 씩 웃으며 가까이 다가왔다. 아벨은 방에 있는 다른 기사들과는 조금 달랐다. 정갈하게 옷을 입은 채 방 안에 있던 기사들과 달리 아벨의 옷은 상당히 흐트러져 있었고 머리도 땀에 젖어 있었다. 더군다나 가까이 다가오자 느껴지는 싸구려 향수 냄새와 묘한 꿉꿉한 냄새……. ​ “아. 연회가 드디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군요.” ​ 그때 연회장에서 음악 소리가 울려퍼졌다. 나는 다시 고개를 연회장으로 돌려 엘레노아를 찾았다. 엘레노아는 어떤 금발의 남자와 손을 맞잡고 천천히 춤을 추고 있었다. ​ 그러고보니 나는 그녀들과 이런 연회를 즐겨본 적이 없었다. 춤을 따로 춰본적도 없고……. ​ 엘레노아는 익숙한 듯 몸을 살짝 흔들며 부드럽게 춤을 추고 있었다. 그녀 앞에 있는 남자는 엘레노아의 손을 잡으며 즐거운 듯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와 그녀의 파트너가 기둥 너머로 가려졌다가 다시 나오자 자세가 바뀌었다. ​ 어느새 남자는 그녀의 뒤에서 한 손으론 그녀의 손목을, 다른 한 손으론 그녀의 배 위에 올려놓고 바짝 밀착한 채 춤을 추고 있었다. ​ “……!” ​ 순간, 놈의 손이 배에서 위로 올라간다.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놈은 엘레노아의 아랫 가슴을 정확히 받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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