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13화. 수상한 연회 1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다음 날 아티젠 지부장에게 들었던 대로 영주의 가신과 약속된 장소에서 접촉했다.
“조금 늦으셨군요. 예상하기론 어제 도착한다고 연락이 왔었는데…….”
“잠시 사정이 있었습니다. 그보다 이곳에서 얘기를 듣는 건가요?”
“아닙니다. 성으로 가시죠. 영주님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약속 장소에서 연결된 비밀 통로를 통해 성으로 들어갔다.
어두컴컴하고 좁고 습한 통로를 지나 천장에 달린 나무 문을 통해 나오자 곧 고풍스러운 건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분들입니까?”
그리고 딱봐도 범상치 않은 체격을 가진 자가 우리를 맞이했다.
아마 전통적인 의미의 기사로 보였다.
마력을 통해 초인적인 능력을 개화한 제국 기사와 달리 오로지 육체의 강화에 치중했던 옛 시대의 기사.
귀족들의 힘의 원천이었던 자들이었다.
지금도 그들의 육체는 강인하지만 제국 기사와 비교하자면 조금 부족한 자들인 것은 틀림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귀족들만큼이나 제국 기사를 혐오하고 싫어했다.
다만 이 사람은 크게 악감정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저는 자말이라고 합니다. 따라오시죠. 영주님께서 오랫동안 기다리셨습니다.”
“알겠습니다. 자말경”
우린 자말 경의 안내에 따라 영주 성 안쪽으로 이동했다.
영주 성은 영주가 집무를 보는 곳이라고 생각하기엔 조금 싸늘하고 조용했다.
마치 생기를 잃은 것 처럼.
응접실은 더더욱 그러했다.
별다른 장식도 없이 탁자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그 건너편엔 티몽 백작이 앉아있었다.
“음…. 자말 경. 그들이 제국 기사인가?”
“그렇습니다.”
티몽 백작은 지부장이 보여줬던 그의 자식들의 초상화와는 조금 다르게 생겼다.
거만해보이던 아들도, 활기차 보이던 딸과도 닮지 않았다.
거기다가 그의 두 눈은 활기를 잃어버린지 오래된 것처럼 보였다.
“반갑네. 경들. 나는 티몽 백작. 이 영지의 주인일세. 아마 지부장을 통해서 간략한 얘기는 들었겠지.”
“그렇습니다. 자식분들이 모두 실종되셨다고…….”
“후우!”
티몽 백작은 지친 듯 몸을 의자에 기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말 경. 우리끼리 얘기하게 잠시 자리를 비켜주게”
“……알겠습니다.”
자말이 자리를 비우는 동안 응접실은 잠시 침묵이 찾아왔다.
“자…. 자말 경도 자리를 비웠으니 허심탄회하게 얘기하지. 아들과 딸은 인근 귀족들의 연회에 가서 실종됐네.”
“네. 그건 이미 지부장을 통해 들었습니다.”
“그래. 그렇겠지. 또한 그들은 출발하기 전에 먼저 영지로 그 소식을 전달했네. 아마 도중에 다른 도시나 다른 귀족들을 만나고 올 셈이었겠지. 그러니 늦어지는 복귀를 미리 알려주려고 자신의 시종을 영지로 보냈네.”
그리고 실종.
하늘로 꺼졌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아무도 모른다.
연회에 참석한 귀족들은 모두 그들이 돌아갔다고 주장.
“일단 그대들에게 도움을 청하기 전에 우리 선에서 해볼 수 있는 것들은 모두 해봤네. 아이들과 친한 자들에게도 물어보고 그들이 오고 갈 경로를 수색도 해봤네. 하지만 마차는 커녕 바퀴 자국조차 찾지 못했네.”
“그렇다면…….”
“나는 아이들이 그 연회에서 출발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네. 아마도 그 연회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 분명해.”
“백작님.”
한동안 말없이 얘기를 듣던 루크레치아가 입을 열었다.
“혹시 이 일이 귀족파의 공격이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으음…. 나쁘지 않은 식견이군. 나는 어느정도 그렇다고 생각하네. 우리 가문은 제국의 정복 전쟁에 모든 걸 쏟아부을만큼 황제폐하께 충성을 다했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가문을 지킬 힘은 한없이 약해졌지. 그렇기에 서남부의 귀족들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 침묵을 지킬 수 밖에 없었네. 그것은 양측 모두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가지게 만들었지.”
황제는 충성한다던 티몽 백작이 반란을 그저 지켜보기만 한 것처럼 보일 것이고, 귀족들은 아무리 그래도 같은 귀족이 황제의 번견이 되어 자신들의 대의에 참여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 것이다.
“그렇기에 황제 폐하께선……. 우리 가문의 재건에 그리 힘을 실어주지 않으셨지. 그리고 반란에서 제압당하고 생존한 귀족들도 우리를 완전히 적대시 하진 않더라도 거의 무시했지. 우린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했고 멀리 떨어진 수도에 있는 황제 폐하보단…….”
가까이 있는 귀족들을 택했다.
“그래서 아이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연회에 참여하고 그들과 교분을 쌓았지. 특히 이번에 참석한 연회는 같은 나이대의 가문의 후계자들이 모이는 연회라 자주 참석했네. 그렇기에 크게 걱정하진 않았어. 다행히 아이들의 노력 덕분인지 다른 가문들과의 관계도 그럭저럭 개선되고 있었네. 하지만…. 하아……. 모든 게 거짓말 같군.”
티몽 백작은 탁자 위에 올려져 있는 잔에 담긴 물을 한모금 마시며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자네들한테 부탁하는 건 바로 그 연회에 참석해서 아들과 딸의 흔적을 찾아달라는 걸세.”
“연회…….”
“그래. 그 연회는 아무래도 귀족의 자제들만 참석할 수 있다는 제약 때문에 우리도 그 연회에 참석한 자들에게만 자식들의 행방에 대해서 물어볼 뿐, 정작 그 연회가 어떤 연회인지 어떻게 진행되는지조차 모르네.”
“저희가 가능할까요?”
나는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부장은 자네들이 몰락 귀족이라고 하더군. 정확한 신분에 대해서 알려주진 않았지만……. 지부장이 추천한 거라면 충분히 그런 연회에 대한 경험이 있을테지?”
“……맞습니다.”
대답은 엘레노아가 해주었다.
아무래도 지부장은 우리의 정확한 신분에 대해서, 그리고 내가 평민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얘기하진 않은 것 같았다.
“그래. 그렇다면 자네들에게 부탁해도 되겠나?”
그는 우리에게 권유하듯 물어봤지만, 실상 우리에게 선택권이란 없다.
아니 정확히는 그녀들에겐 없었다.
지부장이 가문의 재건에 필요한 지원을 해준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그걸 티몽 백작이 아는지 모르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됐건 우리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저희가 어떻게 그 연회에 참석할 수 있을까요?”
“으음. 그건 내가 준비하겠네. 이미 자네들이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어느정도 기반은 다져놨네. 아무래도 자네보단 다른 두 사람중 하나가 내가 준비한 신분의 귀족으로 연회에 참석하고 자네는 그녀의 호위기사를…….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그녀의 메이드로서 연회를 돕는 역할을 하면 되네”
“굳이 그런 역할을 분배한 이유가 있습니까?”
“그렇네.”
어떤 이유일까
그냥 두 사람 다 귀족 행세를 하거나 아니면 셋 다 귀족인 척을 하는 게 맞지 않나 싶었다.
“일단 우리 아이들이 실종된 이상 가문의 시종이나 기사들이 함부로 전면에 나서기엔 조금 조심스럽네. 그리고 그 연회는 이상한 규칙이 있네. 바로 내가 말한 구성으로만 참여가 가능하다는 규칙일세.”
“그게 무슨…….”
“한 명의 메이드와 한 명의 기사. 그리고 한 명의 영애. 이게 그 연회의 참석 규칙이네.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땐 요즘 애들이 자기들끼리 만든 독특한 규칙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것도 이 일과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
한 명의 기사
한 명의 메이드
한 명의 영애
그리고 실종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지금 당장은 고민해도 크게 떠오르는 게 없었다.
그보다 중요한건…….
“백작님. 죄송하지만 저희는 혹시라도 납치한 자들이 이곳을 감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저희의 장비나 옷은 모두 아티젠이 두고 왔습니다. 더군다나 저흰 연회에 참석할 옷은 애초에 가지고 있지도 않습니다만….”
“그건 걱정말게. 내가 준비해둘테니……. 다만 으흠….”
티몽 백작은 루크레치아와 엘레노아의 가슴을 보곤 침음했다.
“아이의 옷이 맞을지는 모르겠군. 아이의 옷으로 준비했는데 아무래도 사별한 아내의 옷을 꺼내줘야할 것 같네.”
“연회는 언제쯤입니까?”
“일주일 뒤에 열리네. 그동안은 성에서 편히 쉬도록 하게.”
티몽 백작과의 대화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우리는 다시 자말 경의 안내로 성 깊숙한 곳에 있는 자그마한 방으로 안내받았다.
“많이 누추한 곳이라 죄송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방문은 비밀리에 이뤄진 것이기에 외부로 공개된 방을 내주기엔 조금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그럼 편하게 쉬십시오.”
쿵
문을 닫고 자말 경이 나가자 우린 방 안에 있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어떻게 생각해?”
“가장 큰 문제가 있어요. 카엘.”
“그게 뭐지?”
“납치한 자들이 요구하는 게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겁니다. 티몽 백작의 자식들이 납치된 지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납치범들은 아무런 연락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단순한 납치범이면 금전을 요구했을 것이고, 귀족이 납치한거라면 어떤 요구 조건을 제시했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그렇지 않았다.
“단순한 납치 또는 우리가 생각한 것처럼 귀족들 간의 암투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다른 생각이 있습니까?”
“나쁜 가정이긴 한데…….”
엘레노아가 자신의 입술을 톡톡 치며 말했다.
“뭔데 엘레노아?”
“티몽 백작의 모든 말이 거짓말인거지.”
순간 방 안의 온도가 떨어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거짓말?”
“그래. 카엘군. 만약 이 모든 게 단순히 우리를 끌어내기 위한 유인책이라면? 아들 딸도 모두 무사한거지.”
“그럴 이유가 있을까?”
“이유야……. 만들자면 많이 있어.”
엘레노아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방 안을 서성거리며 말했다.
“일단 하나. 단순히 제국 기사들을 소모 시키기 위한 방책. 이번 일에 제국 서남부에서 활동하는 제국 기사들을 모두 제거하기 위한거지. 그 첫번째로 우리가 운나쁘게 걸린거고”
“하지만 티몽 백작은 황제파인걸?”
“아까 말했잖아? 황제가 전쟁 이후 티몽의 재건을 돕지 않았다고. 원망할 이유는 충분해. 더군다나 본인 입으로 다른 귀족과의 관계를 개선했다고 했잖아? 아예 귀족파로 돌아섰을 가능성도 있지.”
최악의 가정이긴 했다.
“두번째. 나와 루크레치아를 노렸다.”
루크레치아와 엘레노아.
두 사람은 귀족파 입장에선 하나의 구심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었다.
옛 발테른의 땅인 제국 동남부를 뒤흔들 수 있는 발테른 공왕가의 공주 엘레노아.
북부의 대영주였던 로엔하임의 루크레치아.
“물론 이건 최악의 가정이니까…. 그리 현실성 있는 얘기는 아니야. 일단 티몽 백작의 반응을 보면 정말로 상실의 아픔을 겪고 있는 것 같았으니까….”
“결국 그 연회에 가야한다는 거네.”
엘레노아는 침대에 털썩 누웠다.
“응. 그러니까 그 전까지는 여기서 푹 쉬면서 보내자. 방은 좁아도 침대는 좋은 거 같아. 이거라면 하루종일 잘 수도 있을 거 같아!”
우리는 푹신한 이불과 베개를 껴안고 뒹굴거리는 엘레노아를 보고 피식 웃으며 긴장감을 풀고 오랜만에 고급진 침대를 만끽하기로 했다.
그렇게 며칠동안 티몽 백작의 성에서 시간을 보냈다.
간간히 백작과 대화를 하며 더 많은 정보를 얻어내려고 노력하고 성 내의 분위기를 가늠하기도 했다.
그렇게 연회가 얼마 남지 않았을때, 백작은 자말 경을 통해 우리가 쓸 장비를 건네주었다.
“검은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아.”
가장 먼저 우리가 다뤄야할 무기부터 살폈다.
아쉽게도 엘레노아가 쓸 완드는 없었지만 완드는 그녀에게 보조적인 역할을 할 뿐 그것이 없더라도 충분히 마력을 사용할 수 있었기에 크게 문제가 될 부분은 아니었다.
나와 루크레치아가 쓸 검은 나쁘다고도 좋다고도 할 수 없는 평범한 검이었다.
“조금 무게가 가벼운게 아쉽네요.”
루크레치아가 쓰는 검은 로엔하임 가문의 가보인 ‘실버팽’이라는 대검이었다.
그녀의 능력을 강화시켜주는 부가적인 능력을 제외하더라도 명검이라고 불릴만큼 뛰어난 검이었다.
아무래도 대검이다보니 평소에 쓰던 것보다 가벼운 검을 쓰는게 어색한 것 같았다.
우린 백작의 배려로 성 내의 연무장을 인적이 없을때 사용하며 검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그 뒤 우리가 연회에서 입을 옷도 가져다주었다.
내게 받은 건 정갈한 기사복인데 별다른 특징은 없었다.
다행히 내 체형에 맞는 옷일 크게 불편함도 없었다.
“으음…. 카엘군? 지금 들어가도 될까?”
“응. 들어와 엘레노아.”
엘레노아가 받은 건 티몽 백작의 사별한 부인이 입던 연회용 드레스였다.
거기다가 추가로 엘레노아에게 어울릴 법한 장신구들도 몇개 챙겨줬다.
다행히 장신구는 체형에 크게 구애받지 않은 터라 오래되고 큼지막한 진주같은 건 받지 않을 수 있었다며 엘레노아는 살짝 좋아하기도 했다.
그렇게 받은 걸로 연회 전에 한번 입어보겠다고 지금 갈아입고 있었다.
“그럼 들어갈게.”
“어…….”
나는 그녀가 입은 드레스를 보고 입이 벌어졌다.
발테른 공왕가의 공주라는 그녀의 신분은 알고 있지만, 지금까지 단 한번도 그런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적은 없었다.
우리가 연회에 참석할 일이 있던 것도 아니고 그런 귀한 옷을 입을 일도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색다르고 너무나도 강렬했다.
하얀 프릴이 달린 붉은 드레스는 그녀의 눈동자를 더 강렬하게 빛내주었고 그녀 목에 걸려있는 붉은 루비 목걸이는 줄이 길게 늘어져 그녀 가슴 사이에서 반짝였다.
코르셋은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더욱 강하게 조여 강조해주었고 그로인해 그녀의 가슴은 더욱 풍만하게 도드라졌다.
그리고 가슴 라인은 크게 갈라져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반쯤 드러내게 해주었다.
“너……. 너무 파인거 아니야?”
“호호. 카엘군. 귀족에게 이정도는 당연한 에티튜드랍니다. 오호호호”
마치 귀부인처럼 간드러지게 웃는 엘레노아.
그럴때마다 드러난 가슴이 흔들리며 묘한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조금 많이 파인 건 맞아. 아무래도 백작의 사별한 부인도 가슴이 크긴 했지만 나보단 작은게 분명해. 물론 내 가슴만큼 큰 사람은 많이 없지만. 그렇지 카엘구우운~?”
그녀는 내개 바짝 붙으며 능글맞게 웃었다.
고개를 내리면 그녀의 하얀 가슴이, 고개를 들면 그녀의 녹색 빛 아름다운 눈동자가…….
어딜 시선으로 둬야할지 몰라 고개를 돌리는 걸로 대응했다.
“흐응……! 카엘 경. 아아~ 머리에 현기증이~”
엘레노아는 갑자기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눈을 감고 내게 안겨왔다.
어떻게 해야할까 하다가 스윽 옆으로 비켜나니 그녀가 그대로 침대 위로 푹 쓰러져버렸다.
“카엘군!”
침대 위에 그대로 누워버린 엘레노아를 두고 메이드 복을 입고 올 루크레치아를 기다렸다.
“카엘…….”
그때 문 뒤에서 루크레치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왠지 그녀의 음성이 떨리는 것 같았다.
“들어갈게요.”
“응. 들어와. 루크레치아.”
이윽고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니…….”
“허……. 이건 메이드가 아니라…….”
엘레노아는 뒷말을 삼켰다.
루크레치아는 메이드라는 이름과는 조금 거리가 먼 옷을 입고 들어왔다.
어깨가 훤히 드러나 있었고 목에는 링이 달려 있는 초커를 끼고 있었다.
소매는 팔뚝을 살짝 가리는, 소매라고 부르기도 뭐한 수준이었고 상의는 그녀의 윗가슴을 훤히 드러낸 채 가슴을 간신히 가리고 있었다.
중앙에는 가슴골이 훤히 드러나 있었고 그 사이를 코르셋의 줄들이 서로 교차하며 단단하게 고정해주고 있었다.
하의는 그야말로 평범한 메이드복임이 틀림 없었으나….
상의는 과연 이게 메이드 복인지 메이드 복을 입혀둔…….
차마 뒷 말은 그녀에게 실례인 것 같아서 말할 수 없었다.
“이게……. 뭔가 잘못준 거 아닐까?”
나는 백작에게 가서 물어봤지만 백작은 이게 딸이 연회에 참석할때마다 데려가던 메이드에게 입힌 옷의 여벌이라고 말했다.
“그럼 일단 다른 메이드들의 여벌옷도 건네주겠네. 다만 딸 아이가 그런 옷을 입힌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네만…….”
그는 그렇게 덧붙이긴 했다.
다행히 그가 추가로 건네준 메이드 복은 정상적인 옷이었다.
며칠 뒤 우린 연회가 열리는 곳으로 백작이 준비해둔 마차를 타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