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화 79화
79.
“병동은 어땠어.”
-간호사는 낮에는 두 명 번갈아 들어왔는데, 키 큰 누나랑 말 빠르게 하는 누나. 저녁엔 의사 선생님 오셨는데 안경이 바뀌어 있었어. 하임이 잘 낫고 있으니까 걱정 말라고 하셨어. 옆 병실 아저씨는 오늘 퇴원하신다고 해서 내가 초코파이 하나 선물로 줬어.
“별일 없었다는 거군.”
-있었어. 하임이가 약을 안 먹었어.
“안 먹다니.”
-약 먹는 척하면서 물만 마시더니 지금도 자는 척만 하고 안 자. 일부러 버티고 있어. 형아 기다리고 있나 봐.
“…….”
-하임이가 보고 싶어 하니까 얼른 와, 형아.
“지금 가는 중이니까 잘 지키고 있어.”
액셀을 밟는 발에 힘이 실리면서 계기판 숫자가 빠르게 올라갔다. 마음만은 이미 병실 문 앞에 가 있었다.
병원에 도착하고 나서도 복도를 가로지르는 걸음이 평소보다 더 빨랐다. 무혁이 병실에 들어서자 삼동이가 익숙하게 집에 갈 채비를 했다. 문을 나서기 직전, 삼동이가 꿋꿋하게 자는 척을 하는 하임 쪽을 보더니 슬그머니 웃었다.
“안녕, 형아. 나 갈게.”
문이 닫힌 후, 병실에는 둘만 남았다. 하임은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누워 있었다. 눈을 꼭 감은 상태로 숨소리마저 최대한 고르게 내고 있었다. 무혁은 그런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보호자용 간이 의자에 앉았다.
꽉 다문 입술, 어색하게 힘이 들어간 눈가. 조금이라도 들킬까 싶어 잔뜩 굳은 기색에 속으로 웃음이 스쳤다.
“나이롱환자 다 됐네.”
툭 떨어진 말에 하임의 눈꺼풀이 순간 움찔했다가 이내 번쩍 뜨였다. 무혁은 오랜만에 마주하는 말간 눈동자를 깊이 들여다보았다.
“왜 안 자고 버티고 있어요.”
그녀가 잠깐 말문이 막힌 듯 그를 바라보다가 작게 물었다.
“……어떻게 알았어요?”
“약은.”
“…….”
무혁은 듣지 않아도 알겠다는 양, 꼭 말아 쥔 하임의 주먹을 잡아 천천히 폈다. 힘이 들어간 손가락이 하나씩 풀리자 그녀가 당황해하며 눈동자를 도르르 굴렸다. 끝내 드러난 손바닥 위에는 알약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래도 약은 먹어야지.”
혀를 짧게 찬 무혁이 다른 손으로 물컵을 집어 들었다. 하임은 별다른 반항도 못 한 채 그를 올려다봤다. 시선이 잠깐 흔들리더니 결국 입을 벌렸다. 무혁은 그녀가 약을 삼키는 것까지 지켜보고 나서야 컵을 내려놓았다.
하임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입술을 살짝 다문 채 중얼거리듯 말했다.
“약 먹으면 졸리단 말이에요.”
“잠들 때까지 있다 갈게.”
그래도 잠깐 보고 또 헤어져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았는지 그녀의 입술이 살짝 앞으로 밀려 나왔다. 뾰로통한 표정에 무혁의 입꼬리가 소리 없이 은은하게 휘었다.
오랜만에 보는 근사한 얼굴에 하임은 금세 서운한 것도 잊고 그의 얼굴을 빤히 보았다.
“보고 싶었어요.”
“나도.”
“내가 더 보고 싶었어요. 나는 무혁 씨 며칠 내내 못 봤잖아요.”
“그런 말은 퇴원하면 해요. 안 그래도 참고 있는데 고문하지 말고.”
하임은 그럼에도 도발하듯 무혁의 목을 끌어안았다.
“……이제 다 끝난 거예요? 무혁 씨 해치려는 나쁜 사람들 다 잡았어요?”
“응, 다 잡았어.”
“다행이다. 나도 곧 퇴원할 수 있대요.”
그녀는 그의 목덜미에 고개를 파묻은 채 온기를 느끼다가 긴장한 투로 물었다.
“……근데요, 무혁 씨. 정말 우리 결혼하는 거예요?”
“정말 결혼하냐니. 무슨 말일까, 그건.”
“혹시나 무혁 씨 마음이 바뀌진 않았을까 걱정했어요.”
“듣는 신랑 섭섭하게 쓸데없는 걱정을 했네.”
촉―
돌연 하임이 입술을 지그시 붙였다 떼자 묘하게 공기가 달라졌다. 무혁의 시선이 그대로 굳었다. 방금까지 남아 있던 느슨한 웃음기는 말끔히 지워지고,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다.
그 변화를 느낀 하임은 괜히 숨이 얕아지는 걸 느꼈다. 그럼에도 시선을 피하지 않자 무혁이 턱을 약하게 쥐어 올렸다.
“자꾸 보채면 어떡해. 겁도 없이.”
“…….”
낮게 떨어진 음성은 거칠지 않았으나 이전과는 결이 달랐다. 심장이 빠르게 뛰는 탓에 열이 올라 목이 탔는지 하임은 저도 모르게 혀끝으로 마른 입술을 핥았다. 이내 한층 더 짙어진 눈길로 바라보던 무혁이 그녀의 목덜미를 움켜쥐며 가까이 당겼다.
다시 닿은 입술은 좀 전보다 훨씬 깊게, 숨을 섞듯이 파고들었다. 하임이 호응하듯 그에게 매달리자 입맞춤은 금세 온도를 올렸다. 혀가 부드럽게 밀려 들어오고 숨이 얽히며 호흡이 점점 흐트러졌다.
무혁의 혀가 치열을 훑고 입안을 휘젓는가 싶더니 그의 손이 환자복을 비집고 들어왔다. 커다란 손이 가슴을 장난감 다루듯 뭉근하게 주물럭거렸다.
하임은 오랜만에 느끼는 흥분감에 눈썹을 찡그리며 옅은 신음을 흘렸다. 무혁은 그녀의 미약한 숨결마저 모조리 삼키며 가슴을 더 세게 뭉갰다.
하임이 병실 문을 불안하게 힐끔거리며 그의 옷자락을 잡았다.
“무, 무혁 씨. 이러다가 누가 들어오면…….”
“그러게 누가 자극하라고 했어, 음?”
제가 와 있는 시간엔 의료진이 오지 않을 거란 사실은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 진작에 방해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해 둔 무혁은 그녀를 눕히고는 커다란 덩치로 지그시 눌렀다. 젖꼭지를 비틀며 귓불을 쭙쭙 빨다가 보드라운 목덜미를 스윽, 핥았다.
“주인만 기다리는 개처럼 얼마나 인내하고 있는 줄 모르고.”
“……흣.”
나 이제 전처럼 듣지도 못하는데.
계속 문 쪽을 힐끔거리는 하임의 속마음이 드러났는지 그가 낮게 덧붙였다.
“이젠 내가 더 잘 들으니까 걱정하지 마.”
무혁은 그대로 환자복 상의 단추를 모조리 풀어 헤치고는 귀엽게 솟은 젖꼭지를 혀로 둥글게 굴렸다.
“원래도 딸기 얹은 화이트하임이긴 했지.”
“그게 무슨…….”
뜻 모를 중얼거림에 하임이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으나 번져 오는 쾌감에 깡그리 잊혔다. 무혁은 아이스크림을 살살 녹여 먹듯 유륜을 마음껏 음미하다가 조금씩 아래로 내려갔다.
이불 속에 파묻힌 그의 얼굴이 허리 부근에 머물렀다. 옆구리와 아랫배를 입술로 가볍게 찍자 그녀가 간지러움에 작게 바르작거렸다.
“흣. 간지러워요.”
무혁은 대답도 하지 않고 더 아래로 내려갔다. 손가락에 걸린 바지춤이 엉덩이 아래로 쑥 내려갔다.
“……!”
놀란 하임의 눈이 크게 뜨였다. 뭐라 입을 열기도 전에 삼각지에 고개를 파묻은 무혁이 음부를 핥아 올렸다. 혀가 소음순 날개를 가르고 짓누르더니 숨어 있는 음핵을 튕기기 시작했다.
아무리 1인 병실이라도 공공장소에서 이런 행위를 벌이다니. 하임은 기겁하며 무혁을 밀어 내려고 했으나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반항 따윈 잠재우겠다는 양 그가 코끝으로 클리토리스를 짓누르며 구멍을 빨아들였다.
구멍 밖으로 흘러나온 애액을 받아 마시며 혀로 질구를 찌르다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양 쯧, 혀를 찼다.
이내 혀 대신 침범한 손가락에 하임의 입술이 벙긋, 벌어졌다. 길고 단단한 손가락 두 개가 질 벽과 마찰하자 아래에 뜨거운 열감이 몰리기 시작했다.
“흐으응…….”
결이 달라진 그녀의 신음에 무혁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그가 빼꼼 솟은 음핵을 더욱 거칠게 빨고 헤집자 투명하고 진득한 액체가 울컥울컥 흘러나왔다.
머리가 허옇게 부서질 만큼 강렬한 자극에 하임이 이불을 꽉 움켜쥐었다. 무혁은 퉁퉁 부어오른 밀지를 실컷 핥으며 손가락을 앞뒤로 움직였다.
그녀는 온몸에 번지는 저릿한 감각에 사타구니를 바르르 떨다가 절정에 올랐다.
“……!”
숨이 턱 막히더니 저도 모르게 허리가 휘며 턱이 들렸다. 무혁은 놓아주기는커녕 모조리 뽑아 먹을 것처럼 더 짓궂게 혀를 놀리며 하임을 극한으로 몰아붙였다. 결국 눈가가 벌겋게 짓무른 그녀가 눈물을 매단 눈으로 바라보자 그가 탁한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