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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화 59화


59. 야아옹― “…….” 며칠 전에도 들었던 고양이 울음소리였다. 마당에 길고양이가 있나 싶어 무혁에게 얘기했으나, 그가 이미 도망가고 없다고 해 아쉬워한 적이 있었다. ‘어미 잃은 새끼 고양이인가?’ 아직 바깥은 추울 텐데. 하임은 저도 모르게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가 무혁이 주의를 떠올리고 다시 뒤로 물러섰다. 야아아옹― “……어?” 소리를 쫓아 고개를 돌린 그녀의 시선이 지하실 입구로 향했다. 바깥인 줄 알았는데 소리가 저쪽에서 들리고 있는 듯했다. ‘지하실에 고양이가 들어왔나?’ 이끌리듯 걸음을 옮긴 하임이 지하실 문 가까이 귀를 대 보았다. 그러나 다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일은 없었다. “여기가 아닌가…….” 착각이었나 싶던 찰나, 다시금 야아옹― 하며 고양이가 잔잔히 울었다. 하임은 홀린 듯 지하실로 향하는 문손잡이를 잡았다가 뒤늦게 아차 하며 손을 뗐다. [지하실입니다. 저곳엔 절대 내려가면 안 됩니다.] [약속해요. 절대 내려가지 않겠다고.] [무슨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도 그냥 무시하는 겁니다. 알았어요?] 유난히 단호했던 무혁의 경고가 떠오른 탓이었다. 그가 몇 번이나 강조했기에 지하실 문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건만. 설령 저 아래에 길고양이가 숨어들었다고 해도 무혁에게 먼저 알려야겠다 싶었다. “야옹아, 미안. 이따가 꺼내 줄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문틈에 속삭이듯 얘기하고는 막 돌아섰을 때였다. 이번엔 동물이 아닌 웬 사람 목소리가 그녀의 예민한 고막에 스며들었다. “살려 줘…….” “……!” “살려 주세요…….” 화들짝 놀란 하임이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잘못 들었다기엔 음성이 너무나도 또렷했다. ‘설마 지하실에 사람이…….’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멍하니 바라보다가, 다시금 귀를 울리는 미세한 인기척에 망부석이 되고 말았다. * * * 회의실에서는 전(前) 신철민 대령과 청명국, I.D.C 삼자 구도에 대한 브리핑이 한창이었다. 프로젝터 화면에 세 개의 축이 교차하는 도식이 떠 있었다. 여담 마을이 중심에 놓이고, 북측 청명국과 I.D.C, 그리고 남측 행정 승인 라인이 얇은 선으로 이어졌다. “신철민은 단순 공범이 아닙니다.” 리모컨을 내려놓는 무혁에게 시선이 자연스레 쏠렸다. “신철민은 민통선이 어떤 구조로 유지되어 왔는지 누구보다 잘 압니다. 통제선이 약해지는 흐름도 알고 있고, 군이 정치에 밀려 영향력을 잃는 속도도 계산하고 있습니다. 현 정권 들어 접경 지역이 경제 논리로 재편되는 걸 보면서 기존 체계가 오래 못 간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팔짱을 낀 채 가만히 듣던 종만이 물었다. “신철민의 목적은 안보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는 거다, 이 말인가?” “그렇습니다. 손을 잡은 척하면서 판을 좁힌 거죠.” 그간의 정황을 따져 본 바, 무혁은 신철민이 본인이 잘 아는 구역을 무대로 세워 ‘통제 가능한 위기’를 설계한 거라 판단했다. “청명국은 남측의 내부 균열을 기대했을 겁니다. I.D.C는 실험 데이터 확보를 노렸을 테고요. 그런데 신철민의 계산이 한 수 위였던 겁니다. 청명국과 I.D.C를 관찰하며 자료를 모으고 그 두 기관을 이용하여 민간, 국가, 초국가 조직이 얽힌 분쟁 구조를 실험하려는 겁니다.” 말 그대로 미래 분쟁의 축소판이나 마찬가지였다. 신철민은 사건이 터지길 바란다기보다 사고 직전에 개입함으로써, 안보 개편 명분을 세워 본인이 체계를 재설계하려는 계획을 가진 게 틀림없었다. “군 통제권 복원, 접경 재분류, 예산 확대가 승인되면 정치적으로도 손해 볼 게 없을 테고, 신철민은 본인의 업적을 앞세워 정치적 입지를 굳히고, 차기 정부 국가 안보 실장 자리를 노릴 가능성이 큽니다.” 무혁이 다음 슬라이드를 띄웠다. 세 축이 균형을 이루다 한쪽이 기울며 무너지는 도식이었다. “문제는 청명국과 I.D.C가 신철민의 계산선 안에 머물 거라는 보장이 없다는 겁니다. 그저 실험 수준으로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저 두 조직은 다릅니다. 수익과 데이터가 확보된다면 선을 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거고, 삼자 중 한 곳이라도 계산을 벗어나면 여담 마을은 통제 가능한 실험장이 아니라 실제 사고 현장이 될 겁니다.” 회의실의 공기가 일순간 가라앉았다. 도식 위에서 기울어진 선이 붉게 깜박이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막겠다는 거야.” “현재로선 정면으로 들이받으면 안 됩니다.” “어떤 이유에서?” “신철민은 이미 대비책을 갖춰 놨을 겁니다. NEXA의 이름으로 움직이는 순간, 비인가 부서의 월권으로 프레임을 씌워 조정실이나 상부에 넘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쪽이 개입하면 판은 정치 영역으로 넘어갑니다.” 대신 무혁이 새로운 항목을 화면 위에 띄웠다. “우선 공식 개입 없이 여담 마을에 심어 둔 인력으로 현장 감시를 강화할 겁니다. 출입 인원, 자재 이동, 통신 패턴 전부 실시간으로 수집하며 I.D.C와 청명국의 접점을 차단할 계획입니다.” 거래가 성립되려면 물리적 교차점이 필요할 수밖에 없기에 자금, 인력, 장비 중 하나라도 끊어 내어 판을 흔들 생각이었다. 초반엔 직접적인 충돌 대신 공급선에 균열을 내는 게 더 유리할 터였다. “또한 위기를 관리 가능한 범위로 가두고 있다 믿는 신철민의 확신을 깨트릴 겁니다. 통제 밖 변수를 활성화해 직접 움직이게 하는 거죠.” “예측 불가능한 노출이 필요하겠군.” “스캔들을 내 보는 건 어떻습니까?” 누군가의 질문에 무혁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아니야. 다만, 신철민이 차기 권력과 연결돼 있다면 그 연결 고리를 흔드는 것만으로 충분해. 초반부터 정치적 리스크가 커지면 신철민은 판을 접거나 몸을 더 사릴 가능성이 높아.” 어쨌거나 판을 깨지 않되, 균형을 틀어지게 만든 뒤 신철민이 직접 개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몰아넣는 것이 목표였다. 결국 이 판은 세 갈래로 흘러가고 있었다. 하나는 구조적 거래, 하나는 조직 내부 정리, 하나는 개인적 복수. I.D.C는 단순히 청명국과의 협력에만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내부적으로는 하루타의 행방을 쫓고 있었고, 동시에 그들이 ‘자산’ 취급하는 과거 실험체의 계통을 어떻게든 찾으려 할 터였다. 청명국 또한 목적은 구조적 균열의 발생이지만, 임무를 실행하는 이중성의 목적은 개인적이었다. 무혁을 제거하는 것. 그 감정은 정치적 계산과 별개로 움직일 것이고, 청명국 작전선 어딘가에 사적 의도가 섞일 가능성은 충분했다. 무혁은 천천히 숨을 골랐다. 거래를 막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었다. 하루타를 노리는 손, 하임을 향해 좁혀 오는 탐색선, 그리고 자신을 겨냥한 사적 복수까지 경계해야 했다. 갈수록 심각하고 무거워지는 회의가 계속되던 중, 무혁의 핸드폰이 짧게 진동했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르는 타이밍에 알림을 확인했다. 알 수 없는 움직임이 감지되었다는 지하 보안 시스템 알림 문자였다. 미묘하게 시선이 굳은 무혁이 조용히 화면을 열자 CCTV가 자동으로 전환되었다. 지하실 한쪽 구석, 사슬에 묶인 채 앉아 있던 하루타가 창백하게 질린 낯으로 벽 쪽을 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천장 아래, 배관이 지나가는 구간에 고정되어 있는가 싶더니 다음 프레임에서 무언가가 어둠 속에서 툭, 떨어졌다. 무혁은 바닥을 스치는 길고양이의 그림자를 발견하고 미간을 좁혔다. 외부 문이 잠겨 있는 데다가 창문도 봉인 상태였기에 일어날 수 없는, 정확히는 일어나선 안 될 일이었다. 원인을 찾고자 그가 CCTV 화면을 확대했다. 고양이가 튀어나온 위치는 벽 모서리, 보일러 배관이 지나가는 구간 아래였다. 프레임을 한 칸 더 넘기자 천장과 맞닿은 외벽 쪽 환기 루버가 스쳤다. 정지 화면을 자세히 보니 루버 안쪽 철망 한쪽이 미세하게 들려 있었다. 아마도 시공 당시 고정 핀이 덜 물렸거나 최근에 어떠한 충격으로 벌어진 듯했다. 작은 동물이 몸을 비집고 들어오기엔 충분한 틈이었다. 문과 창은 모두 정상 잠금 상태임을 확인한 무혁은 왜인지 공포에 질린 듯한 하루타의 안색을 지켜보다가 소진에게 메시지를 넣었다. 그리고 회의를 마무리하던 중, 그녀로부터 임시방편으로 조치해 뒀다는 내용과 함께 하임에 관한 보고를 받았다. “…….” 갑자기 컨디션이 안 좋은지 하임이 먹은 걸 전부 게워 냈다는 문장을 오래 눈에 담던 그가 말없이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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