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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화 228화


테오도르가 작은 회의실에 도착하니 마르틴과 소피아가 먼저 와 있었다. 밖에서 들여다볼 수 없도록 커튼을 쳐두어 실내는 어두웠다. 음모를 꾸밀 때는 이쪽이 낫다고 테오도르는 생각했다. 너무 채광이 밝은 곳에서는 자신이 하려는 짓이 더 잘 보이게 마련이니까. 올리비아를 위해서는 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판단에 가까운 영역이지 아직 양심까지 진흙탕에 처박힌 것은 아니었다. 자신은 늘 그게 애매한 인간이라고 테오도르는 생각했다. 명예롭지 않다거나 인간으로서 옳지 않은 일이라고 여긴다면 하지 않으면 그만인 것을, 이러니저러니 어쩔 수 없다고 핑계를 대며 행한다. 그러면서 또 거기에 자괴감 같은 게 따라붙는다. 아무래도 자신은 구제 불능의 위선자라고 가끔 씁쓸하게 생각할 때가 있었다. “안색이 별로 안 좋으시군요. 무어바흐 시녀님에게 한 소리 듣기라도 하셨습니까?” 마르틴이 물었다. 테오도르는 고개를 기울였다. “안나 양이?” “아무리 가짜 약혼이라고 해도 안나 양의 체면을 생각하면 추문이 나게 하시면 안 되셨잖습니까? 죄지은 쪽이 어느 쪽이든 사람 입에 안 좋은 방식으로 오르내려서 좋을 게 없죠.” 테오도르는 의아하게 마르틴을 보았다가 이번에는 소피아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소피아의 표정에서 뭔가를 읽어내는 건 불가능했다. 결국 그는 마르틴에게 직접 물었다. “무슨 소문이라도 돌았나?” “경이 미소년 애호가라고요. 이번에는 믿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번에는?” 테오도르는 전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 소문이 어떻게 났는지는 짐작이 갔지만, 마르틴도 소피아도 며칠 전에 올리비아가 남장하고 발덴펠스 장군을 만나러 갔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 굳이 해명할 필요도 느끼지 못한 것이다. 마르틴이 빙글빙글 웃으며 놀리듯이 말했다. “신경 좀 쓰십시오. 그러다가 사교계 제일의 신랑감 자리를 빼앗길 겁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그보다 ‘이번에는’이라는 게 무슨 소린가? 전에도 추문이 있었다는 뜻인가? 루나 양이나 안나 양 이야기 말고?” “그건 저희 쪽에서 퍼뜨렸던 건데 뭐가 문제겠습니까? 아무튼 경이 근위대장 취임식 날에 황궁 정원에서 웬 예쁜 하녀와 밀회를 했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제4기사대에 봤다는 놈이 있었는데요, 착각이었겠거니 해서 기사대장 선에서 입막음을….” 마르틴이 수다스럽게 종알대다가 테오도르의 얼굴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그의 얼굴이 눈에 띌 정도로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 바닥을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악해서 마르틴이 물었다. “진짭니까?” “사생활이야.” “아니, 하녀를 만나시는 거야 상관없긴 합니다만, 정원에서 그러니까, 그….” “일 이야기나 하지.” 테오도르가 낮게 갈라진 목소리로 그의 말을 잘랐다. 마르틴이 입을 벌린 채 다물지 못했다. 루나와의 소문은 만들어진 것이고 안나와의 약혼이 위장이라는 것을 아는 입장에서, 그가 남색가라는 소문보다 하녀와 그렇고 그런 짓을 하는 걸 목격당했다는 게 훨씬 더 충격적이었다. 아니, 마르틴에게는 솔직히 아름다운 소년과 교제 중이라는 쪽이 훨씬 그럴듯한 느낌이었다. 테오도르는 한창 피 끓는 청소년기부터 20대 초반까지도 여자에게 관심이라고는 일절 보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런 난잡한 짓을 했다고? 진짜로? 테오도르가 그를 노려보았다. 이제 얼굴에서 홍조는 빠졌지만, 귀 끝이 아직도 붉었다. 마르틴이 테이블 너머로 몸을 내밀듯이 하며 물었다. “아니, 그렇게 중요한 일은 반드시 알아 둬야만….” “내가 하녀와 연애를 한다고 해서 근위대의 충성심이 흔들릴 정도인가? 그렇다면 교육을 다시 해야겠군.” “연애하십니까?!” 테오도르는 한숨을 내쉬며 손바닥으로 얼굴을 덮었다. 마르틴이 정색했다. “아니, 아니, 이건 그냥 놀라서 그런 겁니다.” “경은 루트가르트의 방계라도 되나?” “친구로서 걱정할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놀랍군. 경은 늘 내 친구가 아니라고 주장해 온 걸로 아는데.” 아차 하고 마르틴이 입을 다물었다. 테오도르가 그를 재차 노려보았다. 둘이 있을 때라면 또 모를까, 소피아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니 민망함을 형용할 길이 없었다. 소피아는 못 들은 체해 주었다. 테오도르는 한 번 더 얼굴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리고 말했다. “괜한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시녀장님. 이제 안건을 말씀해 주시지요.” 소피아가 고개를 끄덕이고 숨을 한 번 깊게 들이쉬었다. 그녀가 이렇게 심각하게 말할 정도의 사안이라면 보통 것이 아닐 터였다. “루트가르트 백작님께서도 알고 계시겠지만, 저는 꾸준히 헬무트 슈바벤을 쳐 내기 위한 공작을 하고 있었습니다.” “예.” “어려울 건 알고 있었지만, 지금으로서는 제 역량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앙할트 백작을 통해 헬무트를 공격하게 하려 했으나 에제키엘 슈바벤의 신뢰가 생각보다 단단했다. 올리비아가 직접 흘린 이간책도 실패했고, 슈바벤 안에서 헬무트를 암살하는 데 협력할 사람을 찾는 것도 어려웠다. 본래 배신은 권력이 무너지기 시작할 때 와르르 나오는 법이다. 하지만 에제키엘의 신뢰는 단단했고, 개인적인 원한 때문에 헬무트를 해치려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에제키엘은 헬무트에게 호위를 더 많이 붙였다. 진짜로 헬무트를 대체할 사람이 없었다. 지금 시점에서 황궁 서기관실에 대한 장악력을 잃으면 황제는 완전히 자유의 몸이 된다. 군사력을 동원할 게 아니라면 지금 슈바벤이 쥐고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는 대부분의 행정 절차를 수중에 넣고 있다는 부분이었다. 그것이야말로 황제를 황궁 안에 가두고 있는 진짜 힘이었다. 황명이 내려져도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 말이다. 그러니 올리비아 입장에서는 반드시 헬무트를 제거해야 한다. 그간 실패했던 여러 가지 방법을 모두 설명한 후 소피아는 진지하게 말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제 직접적인 방법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독살이나 사고사로 만드는 것은 이미 실패했고, 암살자 같은 걸로는 호위를 뚫고 들어가는 게 불가능했으니까요.” “그러니, 제가 직접 가서 베어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소피아의 낯빛이 재색으로 물들었다. “꼭 루트가르트 백작님이 직접 하셔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근위 기사 십여 명이 지키고 있는 사람을 최소한의 인원만으로 습격하여 전원 살해하여 증거를 남기지 않아야 합니다. 마르틴 경의 말로는 루트가르트 백작님이 직접 나서시지 않으면 어려울 거라고 하더군요.” 테오도르는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확실히 쉬운 일은 아니다. 인원수를 너무 많이 동원하면 암살이 아니게 된다. 헬무트 슈바벤을 살해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저쪽에서도 병력을 낼 테니 곧바로 확전될 것이다. 단시간에 소수 정예로 살해하고 빠져나온다. 확실히 자신이 직접 가는 게 제일 확실했다. 마르틴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테오도르 경이 노출될 가능성 자체가 문제입니다. 만일에 정체를 들킨다면 1황녀궁 전체를 공격할 명분이 됩니다. 설령 그걸 잘 방어해 낸다고 하더라도, 테오도르 경은 근위대장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겠습니까?” “저는 있다고 봅니다.” “황녀 전하께서는 무어라고 말씀하셨습니까?” 마르틴의 질문에 소피아가 대답하지 못했다. 마르틴도, 테오도르도 그 뜻을 바로 이해했다. “승인하지 않으셨군요.”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소피아가 한 번 침을 꿀꺽 삼키고는 어렵게 말을 꺼냈다. “황녀님께서는 루트가르트 백작님이 위험해질 만한 그 어떤 작전도 승인할 생각이 없으십니다.” “하지만 지난번에는….” “바이덴을 칠 때는 명분이 이쪽에 있었습니다. 다수를 동원할 수 있었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번에는 위험성이 높습니다. 저는 전투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만, 사실 성공한다고 해도 백작님이 오명을 쓰고 처벌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건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이건 안 될 일입니다.” 마르틴이 곧바로 테오도르에게 진언했다. “전하께서 승인하셨다면 모를까, 몰래 해서는 안 됩니다. 저는 전하의 판단력을 믿습니다. 만약의 경우 테오도르 경을 잃는 게 훨씬 위험성이 크다는 데 동의하고, 또 저희끼리 결정할 일도 아닙니다.” “…….” 테오도르는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소피아가 나직나직하게 말했다. “제가 공적을 탐해서 이런 말씀을 드린다고는 생각지 말아 주십시오. 제 생각에, 이건 판을 뒤집기 위해 꼭 필요한 일입니다. 물론 위험 요소를 고려했을 때, 루트가르트 백작님께서 거절하신다 해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때는 그때대로 다른 수가 있겠지만, 지금의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의하는 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셨다는 말이군요.” 테오도르가 차분하게 소피아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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