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화 외전 12화
외전 12화
보석을 들고 가며 발드르가 한 유일한 걱정은 최신 유행에 익숙할 그녀의 눈에 이 보석들이 너무 예스럽지는 않은가 하는 점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발드르가 장신구가 든 상자를 열었을 때 두 눈을 휘둥그레 뜬 잔느는 그가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했다.
“이것들은 정말 너무, 너무 아름답습니다. 저는 궁정에 있을 때도 이렇게 아름다운 장신구를 보지 못했습니다. 비록 제가 본 게 많지는 않지만, 하지만⋯⋯ 이 장신구들은 너무 아름다워서⋯⋯ 제게 어울릴까요?”
그의 머릿속에 의문이 피어올랐다.
'너무 아름다워서? 어울릴까요?'
정말 무슨 뜻인지 짐작도 가지 않는 말이었다.
“⋯⋯무슨 소리지? 너무 아름다운데⋯⋯ 안 어울린다? 아름다운데 왜? 그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을 돌려 하는 거라면 시간이 좀 촉박하더라도 그대만을 위한⋯⋯.”
잔느는 고개를 저으며 그의 말을 잘랐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제 말은 이 물건들에 비해 제 생김새가 좀 수수하지는 않은가 하여⋯⋯ 정말 너무 예뻐요.
그러나 저는 그만큼은 되지 않아⋯⋯ 그러니 이것들은 저보다 더 화려한 분께 어울릴 듯합니다. 보석 같은 분께, 그렇지 않은가요?”
발드르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게 무슨⋯⋯ 개뼈다귀 같은 소리지⋯⋯?'
이 말을 하는 것이 잔느 본인이 아니었다면 그는 진즉 격분해 상대의 멱살을 잡았을 것이다. 지금 그의 눈에 잔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였다. 물론 예전에 자신이 그녀의 외모에 대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잔느의 첫인상을 어떻게 평가했는지에 대해선 까맣게 잊고 있었다.
“⋯⋯.”
발드르는 이마에 골이 파일 정도로 미간을 찌푸리며 잔느의 걱정이 사실이 아님을 직접 알려 주었다. 그가 직접 잔느의 희고 부드러운 손목에 팔찌를 채워 준 것이다. 그다음에는 목걸이였다. 그녀의 등 뒤로 가서 목걸이를 걸어 줄 적에, 그는 머리칼 뒤로 드러나는 흰 목덜미에 입 맞추고 싶은 충동을 참아야 했다.
“내게는 벌써 어울려 보이오.”
진심이었다. 그가 한 말에 잔느의 목과 귀가 불타오르듯 붉어졌다.
“대체 무슨 걱정을 한 건지.”
그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왕관까지 씌워 줬을 때 발드르는 깨달았다. 자신이 정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신부로 맞이하게 되었다는 것을.
객관적인 사실이었다. 그는 그 사실을 잔느에게도 알려 주려고 그녀를 거울 앞으로 이끌었다. 거울로 본 그녀는 더욱더 아름다웠다.
'나는 대체 얼마나 행운아란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발드르는 잔느의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오늘이 결혼식 날이었으면 좋겠소. 나는 준비만 된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혼인하고 싶소. 그대와 혼인할 수 있다면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아.”
그녀의 몸은 발드르의 품 안에 쏙 들어왔다. 그의 몸을 살짝 누르는 듯한 잔느의 감촉과 그녀가 풍기는 옅은 향기, 꽃향기와 살 내음이 섞인 잔느만의 향기에 발드르는 정신이 다 아찔했다.
“그대도 마음이 같다면, 좀 서둘렀으면 좋겠소. 그렇다고 해도 그대가 원하는 게 있다면 다 들어주겠지만. 이 결혼식에 원하는 게 있소? 초대해야 할 사람이나 특별히 하고 싶은 게 있다거나.”
동시에 그는 초조해졌다, 그녀를 얼른 자신만의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서였다.
“저 또한 같은 마음입니다. 저는 이 혼인에 바라는 게 없습니다. 성대한 결혼식도 아름다운 드레스도 바라지 않고⋯⋯ 다만, 제 가족만은 꼭 이 결혼식에 초대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당연하지, 그대의 가족 없이 결혼식을 어찌 하겠소? 이럴 줄 알았더라면 함께 이곳으로 올 것을.”
발드르는 그제야 프랑에 두고 온 잔느의 가족에 생각이 미쳤다.
'아차.'
그때는 마치 눈가리개를 한 말과 같아 잔느를 이곳으로 데려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신경을 쓰지 못했다. 프랑에그녀의 가족이 남아 있으면 왕세자가 잔느가 지금 어디 있는지 추적하기도 쉬울 테고, 유사시에는 인질로 잡을 수도 있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는 조급해졌다.
“저⋯⋯ 그리고 한 가지 더 바라는 게 있습니다.”
잔느가 그의 손에 자신의 손을 얹으며 말했다.
“말해 보시오.”
“공작님, 공작님께서 허락만 하신다면 제 어머니와 동생을 이곳으로 불러 살게 하고 싶습니다. 더는 가족을 그리워하며 편지를 기다리고 싶지 않아요.”
“내가 왜 허락하지 않겠소? 그대가 얼마나 가족을 그리워해 왔는지 아는데, 그렇지 않아도 나 또한 그대의 가족이 이곳에 머물러 주었으면 했소.”
그건 동시에 발드르가 바라는 일이기도 했다. 앞선 이유에 더불어 잔느의 가족이 이곳에 정착할 수 있다면 그녀가 프랑을 그리워할 이유가 하나 더 줄어들지 않겠는가?
“그것뿐이오? 내게 더 바라는 건 없소?”
“아무것도, 공작님 말고는 아무것도요.”
잔느가 그를 올려다보았을 때, 그는 자신이 이렇게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랐다. 사랑이란 대체 무엇인가?
“말해 주고 싶소. 그대는 아름다워. 내가 본 사람 중 누구보다도.”
실체가 없는 그 감정이 무엇이기에 사람을 죽을 만큼 고통스럽게도 하고, 행복하게도 하는가? 대체 그게 무엇이기에 가진 것을 모두 내던지게도 하고, 움켜쥐게도 하는가? 그는 지금 이 순간 여왕 같은 그녀의 발아래 세상 모든 사람을 무릎 꿇게 하고 싶었다. 이런 건 그가 이제까지 한 번도 가져 본 적 없는 욕망이었다.
“⋯⋯.”
그의 말에 잔느는 두 눈을 살며시 내리깔았다. 그녀의 붉고 아름다운 입이 호선을 그렸을 때, 발드르는 잔느가 자신에게 무엇을 허락했는지 알았다. 그 또한 너무도 바라고 있던 것이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덮었다.
세상 그 어느 것도 이만큼 달콤한 것은 없으리라. 그녀가 입을 열어 주었고, 그는 천국의 입구로 자신의 혀를 밀어 넣었다.
'그냥 이대로 침대로 데려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녀의 입을 맛보며 발드르는 온몸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아니, 그냥 이 자리에서라도 좋다. 함께 쓰러질 수 있다면 차디찬 마룻바닥도 왕의 침대 못지않으리라.'
그런데, 사실⋯⋯ 왜 그래선 안 되는가?
'어차피 치를 첫날밤이라면 그것이 오늘이 되어도 좋지 않은가⋯⋯.'
그렇게 속삭이는 본능에 발드르는 아무 답도 할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그녀를 덮고 있는 옷을 찢듯이 벗기고 잔느의 몸에 아름다운 보석만 남겨 놓고 싶은 충동, 그리고 그녀의 나신 위로 쓰러져 버리고만 싶은 충동을 발드르가 간신히 참아 낼 수 있었던 까닭은, 그 역시도 그녀와 완벽한 첫날밤을 치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발드르는 잔느에게도 선물 같고 자신에게도 선물 같은 첫날밤을 보낼 수 있기를 원했다.
결혼 청원서에 서명을 어찌 받을 것이냐는 난제를 풀지 못한 채로 결혼식 준비가 시작되었다. 발드르는 다음 날 가족을 부르는 잔느의 편지를 가장 빠른 말을 탄 전령의 편에 보내는 한편, 스카디 영내의 군소 영주들에게도 전령을 돌렸다. 차 한잔하며 친교를 다지고 싶으니 저택으로 들라는 내용의 전령이었다. 주군이 친교라니? 이전에는 이런 종류의 전령을 한 번도 받아 보지 못했던 영주들은 며칠 후 어리둥절하여 저택을 방문했다가 발드르에게 같은 내용의 말을 들었다.
'올해 겨울 사냥 말인데, 좀 미루도록 하지. 왜냐고? 그즈음에 나 결혼하네. 신부는 무척 참한 처자이지. 어느 지방의 귀족이나 공주냐고? 결혼식에서 알게 될 터이니 자세히는 묻지 말게. 다른 사람도 아닌 내 결혼식이니 당연히 참석하겠지? 그래서 정확히 언제냐고? 아직은 정해지지 않았네. 그런데 신부가 누구인지는 둘째 치고, 왜 아직 날짜가 왜 정해지지 않았느냐고? ⋯⋯자네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약이란 말을 혹시 아는가?'
결론은 얼마 후 자신이 결혼한다는 이야기였다. 그것도 정체가 베일에 싸인 신부와.
'내 그대를 내 가족처럼 신뢰하는 것, 알지 않은가? 그대에게만 미리 하는 이야기니, 이 일이 스카디 영지 밖으로 퍼진다면 그대 입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알겠네.'
더불어 결혼 소식을 비밀에 부쳤으면 한다는, 입단속을 빙자한 협박이었다.
그가 대내외적으로 부지런히 주먹을 들어 자신의 결혼식에 대해 입 다물란 협박을 하는 동안 희소식이 들려왔다.
잔느의 가족이 저택에 도착했다는 소식이었다. 발드르는 일단 가슴을 쓸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