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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화 season2. 21. 내 어둠은 너다(2)


season 2 21. 내 어둠은 너다(2) 기찬은 진심으로 놀랐다. 지금까지 아무리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생각이 멈춘 적은 없었는데, 이번엔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잠시 멍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저 새끼, 갑자기 왜 쓰러져?!’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뇌졸중이었다.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뇌경색이나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 둘 다 뇌졸중이다. 특히 뇌출혈은 나이와 무관하다. 한 성질 하는 놈들이 제 성질에 못 이겨 욱! 하다가 뒷목 잡고 쓰러지는 경우가 열에 아홉은 뇌출혈이다. 지금 쓰러진 놈도 건강해 보이지만, 뇌출혈이라면 지금처럼 거목 쓰러지듯 맥없이 주저앉는 거다. 하지만, 뇌출혈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징후가 전혀 없었다. 쓰러진 후의 상태도 뇌출혈로 판단할 만한 게 없었다. 의학적인 지식을 다 갖추고 있는 기찬이기에,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잠시의 혼란에서 벗어나 여러 가능성을 떠올리다 보니 정신이 들었다. 그래서 얼른 사내에게 달려들어 맥을 짚고 호흡을 확인했다. 좀 더 상태를 살펴보니, 확실히 뇌출혈은 아닌 것 같았다. ‘40-80, 급격히 낮아진 혈압에 쇼크로 쓰러진 것 같은데….’ 다행히 호흡도 큰 문제가 없었다. 당장 응급조치를 해야 할 만큼 생명에 지장이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상황에 여유가 생기자, 안도와 함께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일이 잘 풀리나 싶더니. 쯧.’ 처음 우려와 달리 바라던 플랜 A로 원만하게 흐르는 것 같아 계속 밀고 가보기로 했건만. 그랬으면 별다른 마찰 없이 지금 상황이 해결되고, 그에 더해 김하익에게 거짓 정보까지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뜻밖의 사고가 발생했고, 119에 신고하고 나면서부터는 판을 새로 짜야 했다. ‘송지연과 말을 맞추는 게 급하게 됐군.’ 그제야 기찬은 뒤를 돌아보며 송지연을 살폈다. 자신도 많이 놀랐으니, 그녀 또한 굳어있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의대생답네요.” 그녀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표정이 조금 전보다 밝아졌다. 무엇보다, 쓰러진 사내는 안중에도 없이 기찬의 빠른 대응에 감탄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기찬은 서늘한 한기를 느꼈다. ‘이 자가 쓰러질 걸 알고 있었다.’ 근거는 없다. 그냥 든 생각이었다. 마치 위험을 감지하는 본능처럼, 이 여자를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든 것이다. ‘그래. 내 거라고 하기에는 아직 섣부르지. 주머니 속 칼, 혹은 양날의 검 같은 여자다.’ 기찬이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송지연이 조금 다가오며 말했다. “어쩔 수 없었어요. 기찬씨가 올 줄 몰랐고, 아무도 날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러면서 손을 들어 손가락에 끼워진 여러 개의 반지를 보여주었다. 그중 하나를 반대 손 검지로 가리켰고, 그걸 본 기찬은 절로 탄성을 뱉었다. “아.” 그 반지에는 작은 침 몇 개가 돌기처럼 솟아있었다. 기찬은 전생에 그런 반지를 본 적이 있었다. ‘중국 삼합회 애들이 쓰던, 수지침 반지?!’ 손가락 마디에 자극을 주어 혈액 순환이나 두통 방지에 좋다고 끼는 일종의 건강 반지다. 하지만 명목상 그럴 뿐, 실제로는 암살용 병기로 쓴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지압용으로 튀어나온 돌기 몇 개를 뾰족하게 만들고, 거기에 독을 묻힌다. 악수하거나 친밀감의 표현으로 상대의 어깨를 툭 칠 때, 상대는 별다른 느낌을 느끼지 못하고 몸에 독이 스며들게 되는 것이다. 기찬은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두어 다시 쓰러져 있는 사내를 살폈다. 피부가 노출된 부위를 빠르게 확인했고, 목뒤에 피가 살짝 맺힌 게 보였다. 놀라움은 가시지 않았다. 오히려 더 황당했다. 어떤 평범한 사람이 위기 상황에서 암기로 독을 쓴단 말인가? ‘이 여자, 대체 뭐야?’ 놀란 감정을 최대한 감추고 몸을 일으켰다. 송지연을 향해 돌아서며 차분히 물었다. “뭘 어떻게 한 겁니까.” 그녀가 먼저 솔직히 밝혔기에, 기찬도 우회하지 않고 직접 물었다. 처음부터 숨길 생각이 없었는지, 송지연도 즉답했다. “기찬씨가 무슨 생각으로 급하게 날 찾아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기찬씨 생각보다 두 배, 아니, 세 배쯤 위험한 상황이었어요.” 그녀는 설명하면서 천천히 옷을 벗었다. 워낙 얇고 짧은 원피스라 벗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등 뒤 지퍼만 내리고 어깨끈을 양쪽으로 벗겨내자 저절로 스륵 내려갔다. 그리고 기찬은 다시 한번 놀랐다. “…….” 불과 몇 시간 전에 차 안에서 질펀하게 섹스를 나눈 상대의 몸이다. 그녀의 몸에 생긴 변화를 모를 수가 없었다. “이자가 한 짓인가요?” 송지연은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잠시 송지연의 몸을 바라보던 기찬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검푸르게 멍든 옆구리, 갈비뼈 주위를 살짝 눌렀다. “윽.”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움츠렸다. 기찬은 그 반응을 확인하듯, 이번엔 뭔가에 긁혀 피가 잔뜩 고여있는 젖가슴 위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하윽, 아파요.” 흉기에 베인 상처가 아니었다. 살이 깊게 패었다. ‘손톱으로 긁었다.’ 실랑이하다가 난 상처가 아니다. 고문하듯, 그녀를 움직이지 못하게 눌러놓고 가해 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목 주위도 푸르스름했다. 목을 졸린 것 같았다. ‘이거, 단순히 강간이 목적이 아닌 것 같은데….’ 기찬은 그녀의 눈을 마주 보며 다시 차분히 말했다. “솔직히 궁금한 게 많아요. 하지만 병원이 급한 것 같으니, 119 부르죠.” 그는 입고 있던 야상을 벗어 알몸으로 있는 송지연의 몸에 둘렀다. 그러자 그녀가 조금은 볼멘소리를 냈다. “일종의 마취제를 쓴 것뿐이에요. 위험한 독 같은 게 아니라서 119를 부를 필요까지는….” 그녀는 기찬이 구급차를 부르려는 이유가 쓰러진 남자 때문이라고 이해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기찬은 병원에 가야 할 대상을 정확히 지칭했다. “저 자식 말고, 당신.” 그녀가 아파했던 갈비뼈에 살며시 손을 가져다 대며 말했다. “염좌, 부러졌을 수도 있고. 시간 더 지체했다가 자칫 장기가 다칠 수 있어요.” 그리고 반대 손으로는 그녀의 젖가슴 위를 살짝 덮었다. “여기도.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흉터 남아요. 이 예쁜 몸에 화상 자국 같은 게 얼룩진다고요.” 연속해서 그녀의 부상 부위를 지적하며 설명을 이으면서도 멍든 목 부위까지 유심히 살폈다. 손으로 그녀의 턱을 움직여도 보고, 직접 목 언저리를 누르거나 매만졌다. 정확히 경동맥 위치였기에, 단순히 위협을 목적으로 목을 조른 게 아닌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절시키려고 했어.’ 기찬이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를 일이었다. “경찰에 신고는? 곤란해요?” “네. 조용히 넘기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알겠어요. 구급차만 부르죠.” 기찬은 몸을 움직이며 전화기 위치를 물었다. 그러자 송지연의 기찬의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엉뚱한 소리를 했다. “나 좀 안아줘요.” 기찬은 돌아서던 것을 멈춰 서서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설마, 나까지 기절시키려는 건 아니겠지.’ 조금 전 그녀가 반지를 보여줬을 때, 정확히 확인했다. 돌기가 있는 반지는 그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다른 암기를 숨기고 있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 자연히 경계심이 들었다. ‘내 칼로 쓰려면 적당한 위험은 감수해야지.’ 기찬은 불쑥 솟은 의심을 털어내고 그녀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안았다. 마치 깨지기 쉬운 도자기를 안 듯. “닿으면 아플 텐데.” 숨 한번 고를 만큼의 시간 뒤에, 그녀의 팔이 기찬의 허리를 감았다. 그리고 그녀가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뱉는 게 느껴졌다. “솔직히, 감동받았어요.” “뭐가…?” “기찬씨가 와줘서. 정말 생각도 못 했는데.” 그녀는 기찬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더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왜 왔냐, 어떻게 알았냐, 궁금한 게 많을 텐데도 말이다. 그건 기찬도 마찬가지였다. 바닥에 혼절해 있는 사내부터, 김하익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체가 뭔지 등, 확인하고 싶은 것 투성이었다. 그럼에도 전부 뒤로 미루고 병원을 선택해 그녀 먼저 챙기기로 했다. 김하익과 달리 자신은 그녀를 도구로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었다. 다행히도 그녀는 그런 기찬의 마음을 느낀 것 같았다. ‘그래도 그렇지. 무슨 감동씩이나.’ 기찬이 그녀를 안은 채 머릿속으로 다음 순서를 그리고 있을 때, 송지연이 속삭이듯 말했다. “아까, 누나라고 부르니까 좋더라고요.” “응?” 엉뚱한 소리에 기찬이 그녀와 떨어지며 얼굴을 마주 봤다. 송지연은 새침하게 웃음 지으며 기찬이 걸쳐준 야상을 벗어 바닥으로 흘렸다. 스륵, 툭. 다시 나체가 된 송지연이 제법 예쁜 몸짓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얼굴과 시선은 어깨 너머로 두고 여전히 기찬을 향하고 있었다. “미친 소리 같겠지만, 나, 하고 싶어요.” 그녀는 가까이에 있는 테이블 위를 손으로 짚고는 상체를 적당히 앞으로 숙였다. 그리고 야릇한 동작으로 다리를 벌리고 섰다. “……!” 기찬의 눈에 그녀의 음부가 선명하게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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