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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화 2부 80화 - 이러고 있으니까... 우리 옛날 생각 나지 않아?


바닥에 자박하게 깔린 탁한물은 비린내가 났으며, 어둠에 가려진 탓에 그 밑에 뭐가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아무리 엘피가 무겁다고는 하지만... 그런 곳을 맨발로 걷게 할 수는 없지. “하아… 업혀.” “… 괜찮겠어? 나 요즘 살 좀 붙었는데?” “나도 그 만큼 튼튼해져서 괜찮아. 그러니까 어서 업히기나 해. 바닥에 뭐가 있을지 어떻게 알아…” “그래? 그러면…” “…” 찰박거리는 물 소리와 함께 익숙한 인기척이 등 뒤로 향하고, 동시에 묵직한 무게감과 함께 보드라운 엘피의 살결이 느껴진다. 평소에도 익숙한 느낌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뭐랄까… “주인님. “응?” “우리 이러고 있으니까 옛날 생각 나지 않아?” “옛날… 생각?” “그 왜, 우리 만난지 얼마 안 됐을 때 같이 먹을 거 구하러 간 적 있었잖아. 기억 안나? “…” 먹을 거? 그런… 적이있었던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대답이 늦어지니 곧바로 응징이 날아온다. “악!! 왜… 갑자기 등을 때리는 거야..." “아니… 진짜 기억 안나? 같이 나물 캐러 갔었잖아.” “…” 나물이라… 아… 그래, 나물이라고 하니 갑자기 생각난다. 그때는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되게 어색했던 것 같은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 풋풋했던 시절이구만 그래... "..." "뭐야? 설마 진짜 기억 안 나는 거야?" "그럴리가... 세라비레... 맞지? 그 나물 이름. 너 다리 삐는 바람에 내가 마을까지 업고 내려왔잖아.” "오... 기억하고 있네?" "기억하지... 어찌 보면 우리의 첫 데이트잖아?" 물론, 표면적인 이유는 혼자 가면 위험 할지도 모르니 한 명 같이 따라붙으라는 것이었지만... 볕 좋고 경치 좋은데 같이 있으면 그게 데이트지 뭐.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 추억이네. "그때는 그때만의 감성이 있었는데... 그지?" "..." 그래, 엘피 네 말 대로... 조금 비루했지만 그때는 그때만의 풋풋함과 설렘이 있었지. 그리고 그 때의 엘피는 참 귀엽고 순수했는데... 지금은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나는 마치 첫 사랑을 회상하듯 과거의 엘피를 떠올리는 것이었지만, 이미 타락해버린 엘피는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라는 듯 내 등을 툭툭 때리기 시작한다. "... 뭐야? 왜 대답이 없어?" "아니… 그래, 어… 그렇지. 네 말처럼 그때는 그때의 풋풋함이 있었지... 그래서 그런가 나는 한번씩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해." "그 정도야? 나는 그래도 지금이 그냥 무조건 좋은데..." "... 그래?" "그럼~ 뽀송한 침대에서 보는 유튜브랑 야동 sns 릴스 쇼츠 어떻게 끊어." "..." 시발 진짜 제대로 타락했구나...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직접 확인하니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은데, 그러거나 말거나 이 망할 노예 놈은 또 무슨 장난끼가 발동한 건지 뒤에서 분주하다. "뭐하는 거야... 떨어질지도 모르니까 괜히 이상한 짓 하지 마라?" "오… 이제는 이렇게 가슴 만져도 안 부끄러워하네?" "무슨 말이야 갑자기..." "그냥... 이렇게 업혀 있으니까 옛날 생각이 자꾸 나서. 그때는 막 이렇게 장난치면 가슴 두근거리는 게 등 뒤로 느껴지고 그랬는데..." "...!" 어딘가 애틋한 한 마디와 함께, 간지럽히듯 엘피의 손가락이 다시 목으로 향하고. 동시에 나는 순간적으로 심장이 경련 하는 듯한 감각을, 엘피와 첫 데이트를 하던 그날로 돌아간 듯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낀다. "내... 내가?" "그럼~ 난 그래서 원래 인간이라는 종족은 심장 소리가 큰 줄 알았다고." "나 놀리려고 없는 말 지어내는 거 아니야?" "흐응... 아닌데? 지금도 느껴지는데?” "씨끄러... 아직 상황 종료 아니거든? 나가기 전까지는 끝까지 긴장해? 어?" 오늘 이렇게 된 것도 네가 긴장 안 하고 부주의하게 행동해서 그런 거 아니냐고. 나는 애써 엘피의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으려 안간힘 써 보지만, 이미 엘피에게 약점을 들킨 이상 별다른 소용은 없었다. "그래? 그런데 그런 것 치고는..." "야!? 어... 어딜 만지려고 하는 거야 갑자기? 떨어지니까 이상한 짓 하지마. 어?" "섰네... 섰어. 이미 거시기는 무장 해제네. 그렇지? 응?" "하... 제발... 우리는 이제 그 그때 순수했던 그 순간으로 돌아 갈 수는 없는 거냐?” "참나... 어이가 없네. 어떻게 보면 내가 피해자거든? 주인님에게 더럽혀진 게 나라고. 그날 나 업고 갈 때도 존나 따 먹을 생각만 했던 인간이..." "..." 그건... 그렇긴 하지. 그 시절 엘피의 꼴림은 살 냄새만 맡아도 발기 될 정도로 파괴적이었으니까. 그런데 너 그거 증명 못 하잖아. 어차피 심증가지고는 아무 죄도 묻지 못한다는 무죄 추정의 마음 가짐으로… 나는 떠오르는 지난날의 과오를 애써 무시하며 뻔뻔하게 나가기로 한다. "야, 음해하지마. 내가 너냐?" "참나... 이미 지나간 일이라고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내가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데도... 어?!" "뭐... 뭘 기억해?" "발기 했잖아!” "..." 발기라니… 내가 그날 발기했다고? 순간 당황해서 말도 안 나오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기세를 탄 엘피는 계속해서 나를 밀어붙이기 시작한다. “아니… 내가 발기했다고?” “와… 심증만 있다고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어? 내가 얼마나 놀랬는지 알아?” “뭐… 뭘 놀래?” “그날 청바지 같은 딱 붙는 바지 입었잖아! 내가 업히자마자 허벅지 옆에서 뭐가 점점 부풀어 오르는데... 내가 얼마나 놀랬는지 알아?" “…” 아. 시발… 기억난다. 그때는 별 말 없었어서 못 본 줄 알았는데… 봤구나 시발. "..." “인정하지? 이거 인정 안 하면 진짜 나 서운하다?” "하아... 그래, 어느 정도는 인정할 게." "어느 정도? 하… 진짜 어이가 없네? 그냥 발기도 아니고 풀발이었으면서 이걸 그냥 어느 정도로 퉁 치고 넘어간다고?" "야, 그건 내 뜻과는 관계없는…” 생리 현상이라고… 그렇게 말하려고 했는데, 이제껏 이 녀석이랑 살면서 이 대답을 너무 많이 했나 보다. 시발… "생리적인 현상이라고? 응? 응? 으으응?!!" "..." "대답 안 하고 입 꾹 다물고 있는 게... 우리 주인님 아주 그냥 귀엽네?" "씨끄러..." "씨끄럽기는... 주인님 심장 소리가 더 씨끄럽거든?" 쿵쿵쿵쿵 뛰는게, 심장 사이즈까지 느껴지는 것 같다. 엘피는 그렇게 말하며 장난스럽게 한 팔을 내 옷 밑으로 밀어 넣기 시작한다. 마치 내가 좆끝으로 팬티를 비스듬히 제끼듯이 말이다. "뭐... 뭐 하는 거야!? 떨어진다니까? 어?!" "흥분 돼? 손 바닥으로도 두근거리는 게 느껴지는데?" "..." "처음 등에 업혔던 그때는 범죄지만... 지금 덮치는 건 합법인데 어떻게... 생각해?" "...!" 간지럽히듯 귀에 속삭이는 한 마디에, 나는 마치 그날로 돌아간 듯 고추가 꿈틀 거리는 것을. 동시에 지금 여기서 팬티도 안 입고 있는 노예 놈을 들박하고 싶다는 충동적인 본능과, 순수하고 애틋했던 과거의 기억이 내 이성을 마구잡이로 망가뜨리던 그때였다. "혀... 현님?" "...!!!" 여러가지 의미로 불타오르기 직전. 찬물을 끼 얹는 익숙한 목소리. 나는 저 희미한 빛 너머에서 부터 들려오는 라가의 한 마디에 번뇌에서 깨어나는 것을, 동시에 내심 아쉬움을 느끼며 있는 힘껏 소리쳤다. "괘… 괜찮아!! 우리는 괜찮으니까 신경 안 써도 돼…” *** 하수구 밖으로 나는 그제서야 엘피를 땅에 내려 놓았고, 동시에 허리로 몰려드는 뻐근함을 느끼며 깨닫는다. 쌈뽕하게 균열을 닫으려고 했던 내 계획이 완전히 망가졌다는 것을. 그리고 저 두 엘프가 나와 엘피를 어딘가 음흉하게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 뭘 그렇게 봐 두 사람?" "예? 아... 그... 들으려고 들은 건 아닌데 그... 어... 두 분의 햎이타이무를 반해 한 거 같아서..." "..." 아. 시발. 조졌네... 도대체 어디서 부터 들었지? 이거 부끄러워서 말도 안 나오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두 엘프는 빨개진 나와 엘피를 바라보며 웃을 뿐이었다. "그나저나 틴장님 오늘 일은 어떻게 하실 검까? 산태 보니까 아무래도 무리일것 같슴다." "어... 그래, 그러면 일단 나랑 엘피는 집에 갔다 올 테니까 점심 먹고 오후부터 일을..." "아니 무슨말임까 그게! 어서 가십쇼. 오늘 일은 끝입니다 끝." "아니... 그치만..." "오늘은 저희 둘이서 닫아 보겠슴니다 현님. 어찌됐거니 저히 둘도 현님 없이 해 봐야 하니까요." "..." 어서 가 보라는 두 엘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약속이라도 한 듯 엘피의 시선과 내 시선이 마주하고. 동시에 나는 마치 옛날로 돌아간 듯한 묘한 설레임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면 오늘은... 그렇게 하는 걸로 하자." *** 뚜벅이인 두 엘프는 굳이 다른 균열로 대려다 주지 않아도 된다고, 자기내들은 균열 입구 쪽에서 닫고 있을 테니 신경 쓰지 말라고 말했고. 그렇게 또 다시 등 떠밀리듯 두 엘프를 균열 입구에 내려다 준 나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뻘쭘함과 어색한 침묵 속에 둘러 싸인 채 균열 밖으로 나왔다. "... 주인님." "어?" "우리 이제 어떡해?" "..." 그러게... 어떻게 할까? 일단 집으로 가는 게 좋겠지? 옷이 저 모양 저 꼴이니 일단 옷부터 입혀야... "..." 라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옷 같지도 않은 옷으로 애써 가리고 있는 엘피의 모습이. 그 평소 같지 않은 부자연스럽고 부끄러운 모습이 순간 나의 판단력을 흩뜨려드리기 시작한다. "아... 어... 그러니까... 일단... 갈까?" "... 어디로? 나 이 상태로 오래 돌아다니기는 좀 그렇지... 않을까?" "..." 평소의 능구렁이 같은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어딘가 어색하게 감추고 있던 속살을 은근슬쩍 보이는 엘피. 원래 같았으면 뭐하는 짓이냐고. 내가 생각하는 그런 건 없을 거라고 했을텐데...! - 주의. 사용자의 심장박동 수치가 격렬합니다. "...!!!" 시발... 도대체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거냐 엘피! 왜 그렇게 옛날 순수했던 시절의 표정을 짓는 거냐고!!! 진짜 미치겠는데, 지금이라도 키스 존나 갈기고 싶은데, 이대로 텔 가면 오늘 나는...!! "..." 잡아 먹힌다. 시발 훈련이고 지랄이고 오늘 못 일어날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니 순간 이 모든 게 엘피의 설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일 순간 머리가 차분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래... 냉정해지는 거다 김찬혁. 좆에 지배 당하지 말란 말이다!!! "... 일단 집으로 가자. 옷 부터 입어야 하니까." "... 이대로? 누가 보면 어떡해?" "옷 걸치고 있는 걸로 잘 여미면 되지... 그리고 차에 썬팅 찐 하게 돼 있어서 괜찮아." "응... 알겠어 그러면…” “…” 뭐지? 그냥 이대로 끝? 물론, 내가 그렇게 말했으니 이게 당연한 거지만... 왜, 엘피 녀석 아무런 말도 없는 거지? 평소와 다른 모습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막상 이렇게 되니 괜히 내가 더 아쉬운데... 그 순간 알트의 한 마디가 나의 머릿속을 스친다. - 좋은 제안이 있습니다.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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