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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37화. 서브퀘스트


쯧— 츄읍… 쑤욱—! 젖은 소리가 끊기지 않았다. 진득하게 이어지는 몸의 소리. “—하아….” 입술이 붙은 채 아래서는 이미 깊게 이어진 상태였다. 짧게 새어나온 숨이 그대로 삼켜진다. 밀어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피하지도 않은 채— 다시. 쯧, 츄— 젖은 소리가 길게 이어진다. 입술이 스치고 눌리며 모든 게 다시 맞물렸다. “…야.” 입술이 아주 잠깐 떨어지던 순간이었다. 겨우 숨을 내쉴 귀한 틈에 칸쥬의 목소리가 낮게 스쳤다. “컨설팅이고 나발이고, 좋냐?” *** 아침에 일어나 눈을 제대로 뜨기도 전에 확인한 창엔, [쾌락 부채] …일주일 안에 세 번. 노콘으로 질싸한 섹스의 임신을 막아주는 대신 그와 섹스를 더 이어가기로 한 대가가 걸려있었다. 그에게 연락할 명분은 충분했다. 칸쥬와 미온 사이에서 걸려 있던 그 애매한 내기가 남았으니까. 피할 이유는 없었고, 굳이 다른 선택을 할 필요도 없었다. 세 번. 일주일. 그 숫자가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굴러간다. 그리고 문득 스친 생각. “…하루에 몰아서 해도,” 중얼거리듯 흘린 말. 손가락이 턱을 건드렸다. “세 번… 다 인정해주려나?” 꽤 변덕스러워보이는 칸쥬가 내게 3일이나 시간을 내어줄 지도 모르는 일이고. 우선 걸려있는 건 처리하는 게 좋을 일이니까. 그렇다면 이제 고민할 문제는— 어떻게 연락을 한다. 방송 쪽지? “…아니지.” 바로 고개가 살짝 저어졌다. 쪽지는 안 볼 수도 있다. 방송 끝나고 쌓이는 게 한두 개도 아니고, 그걸 전부 직접 확인할 성격도 아니니까. 아마 그만하면 매니저가 볼 테다. 그럼 채팅? “윽.” 그건 더 별로라는 생갇에 입꼬리가 미묘하게 찡그려졌다. 방송 중 채팅이라면 묻힐 가능성도 있는데다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들 눈에 띈다. 지금 상황에서 그건 좀, “그렇지.” 괜히 일을 키우는 짓이었다. 여캠으로서의 이미지에 지금 막 잡히기 시작한 흐름. 굳이 거기서 리스크를 만들 필요는 없었다. 자기도 모르게 턱께를 톡톡 두드리던 손가락이 멈췄다. “…아.” SNS. 일전의 합방을 준비하면서 만들었던 그거. 괜히 돌아갈 필요 없었다. 다른 스트리머들이랑도 연락할 때에라도 볼 테니까 가장 간단하고, 가장 확실한 방법. 고작 하나밖에 들어가 있지 않은 채널이라 찾기도 쉬웠다. 칸쥬 (온라인) “…푸.” 닉네임을 눌러 개인 채널에서 뭐라고 쓸까 고민하던 찰나 처음 그에게 연락이 왔던 때가 떠올랐다. 하꼬에서 탈출할 동아줄, 그 자체라고 환호를 참지 못했는데. 물론 아직 성장중인 입장에서 좀 더 그의 도움을 받을 예정에다 이제 와서는 그 메시지조차 직접 쓴 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럼 뭐 어때. 그 한 번의 연락 덕분에 지금 이렇게 이름을 눌러도 이상하지 않은 사이… 일 테니까? 의문으로 끝나는 가정에 잠깐 손이 멈췄다. '어, 정말로?' 이게 그냥— 가볍게 연락해도 되는 정도의 사이였나. 모든 게 바뀐들 찐따의 기질은 쉽게 버릴 수는 없는지 나는 잠시 핸드폰을 들고 끙, 고민했다. 이상한 고민이었다. 이미 또 따먹힐 생각만 했던 주제에. “—푸하.” 숨이 막혔다. 핸드폰을 치켜든 채 고양이 자세로 이불에 파묻은 고개를 들은 나는 시간이 지나 까매진 화면에 비친 얼굴을 들여다 봤다. '정신차려, 난 이런 여자라고.' 씰룩대는 입꼬리. 그렇지만 이 얼굴은 설득력이 있었다. 한 번 따먹었다고 해서 만족하고 버리기보단 좀 더 보고싶을 여자. 검은 화면을 기울이자 얼굴 아래의 거대한 살덩이의 음영이 드리웠다. '응, 자신감을 가져!'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검게 꺼진 화면을 다시 한 번 바라보다가— 툭. 엄지로 화면을 두드렸다. 칸쥬 (온라인) 채팅창을 누르자 입력창이 떠올랐다. . . . [지금 볼래요?] “…아니지.” 너무 노골적이다. 게다가 이건 그냥 부르는 게 아니라, 거의 찍어 누르는 느낌. [뭐해요] 이 정도가… 좋을까? “…나쁘진 않은데.” 부담도 없고, 이상하지도 않고. 그렇지만 인사도 없이 이러는 건 좀 그렇고. [하이] 툭. 짧게 입력하고, 그 아래에 이어서— [뭐해요] 두 줄. 그게 그에게 보낸 사적인 첫 메세지였다. 답장이 온 건 10분은 된 것 같은 30초가 지난 뒤였다. [칸쥬 : 왜] 밀당같은 건 무리였다. 손가락이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 [보고싶어서] 보내고 나서야 심장이 한 번 크게 뛰었다. 어쩐지 이거 좀, 이상한가? 체온만으로 이미 얼굴이 시뻘개진 느낌이 들었다. 쵸비가 할 법한 말이려나— 하던 와중이었다. [칸쥬 : ] 하지만 그가 무언가 입력하고 있다는 표시가 뜨니 저절로 눈이 내려갔다. [칸쥬 : ㅇㅋ주소불러] [칸쥬 : 감] 보고싶으면 보면 되지. 실로 간단한 매커니즘이었다. 나는 승천하려는 광대를 억지로 누르며 다시금 힐끗,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잘못 본 건 아닌지 싶어서. '그냥 한 번 던져본 말이었는데— 정말.' 누군가 자신에게 별 다른 이유없이 호감, 그런 걸 가진다는 건 이렇게 즐거운 일이구나. 쉽고, 재밌다. 나는 곧장 그에게 주소를 보낸 뒤— “…잠깐.” 시선이, 천천히 주변을 훑었다. 들어오는 입구만 빌라다 뿐이지, 크기는 고시원만한데다 낡고 냄새나는 원룸. 벽지는 뜯겨 있고— 인지함과 동시에 어디선가 눅눅한 냄새가 풍겨왔다. “…여기?” 여기로— 부른다고? 칸쥬는 촬영을 겸하는 오피스텔만 해도 그 정도였는데. 입꼬리가 미묘하게 내려갔다. '이건 좀 그렇지 않나.' 방송을 할 때에도 그리 신경쓴 적은 없었다. 자신 외에는 누구도 들어온 적 없는 곳이기도 하고. 아무리 그래도, 섹스하려고 불러놓고 이런 데로 오라고 하는 건 좀 그런가. 모텔. 아니면— 적당히 깔끔한 데. “….” 그걸 고르는 게 맞는 선택 같으면서도 머릿속은 엉망이었다. 그야, 나한테는—— “서, 서브 퀘스트.” 이게 있었으니까. 띄워진 반투명의 창이 내 앞에 드리웠다. “…있잖아.” 내 말에 반응한 상태창에 숨이 조금 가빠졌다. “지금 당장… 집 바꿀만한 거. 있어?” 잠깐의 정적과 함께 시야 한쪽이 번쩍였다. ----------------------------------------------------- [서브 퀘스트 목록(4)] > 희망사항 - 거주 환경 개선 : ‘외부 인원 출입이 가능한 공간 확보’ 조건 — 일정 수 이상의 수익 달성 — 혹은 후원 누적 포인트 사용 보상 — 거주지 업그레이드 (선택 가능) ※ 즉시 달성 불가 ----------------------------------------------------- “그러지 말고— 그, 쾌락 부채? 그것도 후불이었잖아. 당장 바뀌는 걸로….” 대화를 시도했지만 기대가 무색하게도 상태창은 아무 반응도 없었다. 말을 던지고 나서는 조금씩 비굴해져갔다. “응?” 적어도 지금은 자신이 슈퍼 을이었다. 협상이 안 되면 구걸이라도 좋으니까. 조금 전까지는 뭔가 될 것처럼 굴더니— 이럴 때는 귀신같이 조용했다. “야… 진짜?” 나는 말라가는 입술을 입 안으로 말아넣다 튕겼다. “지금 당장 필요해서 그래. 어차피 내가 나중에 갚을 거잖아, 더 붙여도 돼. 두 번이든, 세 번이든—” 이상하게 웃음이 났다. 예쁘게 보이면 더 잘 해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을지도. “그러니까. 지금 좀 바꿔주면 안 돼?” 그 때였다. 지직. “…어?” 눈이 반응보다 먼저 커졌다. 아까와는 다른— 낯선 창이 겹쳐 올라왔다. ----------------------------------------------------- [요청 감지] — 사용자 반복 요청 확인 ※ 비정상 접근 패턴 분석 완료 [조건부 응답 개방] — 사용자 태도 보정값 반영 ----------------------------------------------------- — 선지급 실행 가능 ※ 단, 추가 비용 발생 [상세 내역 보기] ----------------------------------------------------- 손가락이, 천천히 움직였다. 당연히도 클릭한 건 상세 내역. 내 손이 닿자마자— 화면이 바뀌었다. …아까보다 더 선명한 까만색의 창. ----------------------------------------------------- [거주 환경 개선 — 선지급 계약] ■ 즉시 적용 — 거주 환경 최적화 — 외부 인원 수용 적합 상태 ■ 기본 비용 — 쾌락 부채 — ‘페로몬 동기화 대상’ 지정 3인 착정 ■ 추가 보정 — 감각 증폭률 상승 — 자극 동기화 효율 증가 ----------------------------------------------------- “…뭐야, 이건.” 페로몬? 3인? 착…정. 그 전부를 읽자마자, “우와아아앗——!!!” 내 방엔 변화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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