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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15화. 여자 스트리머


카메라 옆에 붙은 작은 빨간 불이 켜졌다. LIVE. 그 한 글자가 떠오르는 순간 이곳은 완전히 달라졌다. “안녕하세요—!” 칸쥬의 목소리가 먼저 공간을 채웠다. 방금 전까지 옆에서 들리던 그 목소리보다 한 톤 위, 사람을 끌어당기는 방송용 목소리. “오늘은요, 오랜만에 성인 합방 콘텐츠입니다.” 채팅창이 켜지자마자 문자들이 폭죽처럼 터졌다. — ekkwjs: ㅋㅋㅋㅋㅋㅋ — 요괴는사람이아니다: 여스트 넷 실화냐 — 디제이킴: 오늘 라인업 미쳤다 나는 반사적으로 침을 삼켰다. ‘…나, 보인다.’ 모니터 속에서 다른 사람들 사이 살짝 확대된 내 얼굴이 낯설 정도로 또렷했다. “소개부터 할게요.” 칸쥬가 손짓으로 왼쪽부터 가리켰다. “먼저 하루비.” “안녕하세요~ 오늘도 텐션 풀로 갈게요!” — 레전드레전드: 하하 — 하루비앙: 하루비짱 하잇 — 넛츠롸: 졸귀탱ㅋㅋㅋㅋ “그리고 쵸비.” “…안녕하세요.” — 쵸비의꼼짝않는성: 쵸비야ㅑㅑㅑㅑ — 밤티라미수: 삐딱좌ㅎㅇ — 미더덕보단커요: ㅎㅇㅇ “미온.” “안녕하세요. 오늘 즐겁게 해볼게요.” — 피니쉬라인: 헤응눈나 — 대파DP: 미온아사랑해 — 스포금지아무튼금지: 귀힌곳에귀한분이 그리고 칸쥬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나에게로 돌아왔다. “그리고 오늘 처음 합방하는 분이에요.” 손으로도 나를 가리키며, “요즘 커뮤니티에서 제일 말 많았던 분.” 순간 채팅 속도가 한 단계 빨라졌다. — 든든한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이거하갰습니다: 젖통1황 — 운면의수레바퀴: 성인방송의 성인 맡고계신분 — dktja121: 저번엔 신세졌다 “스트리머 은하 님입니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 외에도 개인 팬덤들이 통합해져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니 머릿속이 하얘졌다. 다행히 무플보단, 훨씬 낫지만, 그게... “…아.” 앵글 아래에서 하루비가 발치를 톡 건드리자 목이 마른 소리가 먼저 튀어나왔다. “안, 안녕하세요.” 어떻게 일어나야하나 싶다 카메라를 보려고 했는데 어디를 봐야 할지 모르겠어서 결국 렌즈 근처를 겨우 맞췄다. “은하입니다...” — 시즌123: 귀엽네 — 두부두부부붑: 목소리 떤다 — 쵸비두루치기: 신입의맛 밝은 톤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가슴부터 얼굴로 화끈하게 달아오른 열기가 스스로도 느껴질만큼.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오늘은 대체 무슨 조합이야, 이거?” 어색한 상황을 막기 위해 칸쥬가 바로 치고 들어왔다. 적절한 타이밍에 다행히 채팅창은 우수수 그에게로 포커싱이 맞춰졌다. — 라면은꼬들: 걸그룹같누 — 오늘도야근: 그리고 그냥 사람1 — 엠알관찰자: 이 조합으로 야겜 토크 ㄱ? 시작부터 시청자는 순식간에 900명대로 솟아올랐다. 칸쥬의 간단한 농담에 세 여캠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리자 꺄르르 웃는 소리가 안을 울렸다. 간신히 고개를 들고 울듯 웃는 나와 함께. “아 뭐야~ 그거 너무 19금 아냐?” “여기 좀 뻣뻣해 보이는데~?” “가슴 말하는 거냐?” — 하루비사랑단: 쥬지vs찌찌ㅋㅋㅋㅋ — 고양이집사42: 거긴 원래 딱딱한 거지 ㅋㅋㅋㅋㅋ — 가래떡폭주중: 쟤는 표정 왜 저래;; — ㄹㅇ조아조아조아: 뉴비 젖 너무 큼… ㅁㅇ나오는지 확인해보자 나는 오고가는 말들 사이 무릎 위에 올려둔 손을 괜히 꼼지락거렸다. 시선은 카메라와 모니터 사이에서 자꾸 흔들렸다. 자꾸만, 아무것도 안 했는데 팬티 안이 젖어만 가서. ----------------------------------------------------- [과부하 경고] 외부 자극 강도 ↑ 개체 감정 민감도 ↑ → 암컷화 수치: 73% → 78% (5% 상승) ※ 개체는 현재 '성적 대상화'에 따른 유인 반응을 수동으로 억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 “그런 반응이면… 놀리고 싶은데 자꾸~?” “어후. 미쳤나봐, 이 사람. 잠깐 쉬었다 올게요!” 생각보다 쉬는 시간은 빨리 왔다. 모니터엔 방송 준비 중 화면이 걸렸고, 칸쥬는 뒷방에서 통화 중이었다. 남은 건 여스트리머 넷. 그리고 어쩐지 더 가까워진 소파 간격. 소파는 좁았고, 몸은 이미 약간 풀려 있었다. 긴장이 빠진 자리에 다른 감각이 차오르는 걸 나는 느꼈다. 하루비가 먼저 고개를 기울이며 나를 봤다. “근데 있잖아… 은하는 몇 컵?” 말이 끝나자마자 쵸비가 코웃음을 쳤고 미온은 웃음을 삼켰다. “야, 갑자기 왜 그렇게 들어가.” “아니, 궁금하잖아. 시청자들도.” 나는 당황해 시선을 피했다. “예? 아, 아니, 그게… 잘 몰라서요.” “에이.” 하루비가 손을 내저었다. “장난하나.” “아니 그러니까.” 내 말에도 하루비는 웃으면서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 “튕기지 말고. 어차피 이따 방송 들어가면 다들 알게 될 걸?” 미온이 말리듯 끼어들었다. “변태다, 변태.” “…읏.” 그 말에 하루비의 눈이 반짝였다. “오케이. 타이틀 걸고 그럼 확인만.” “…확인?” “방송 안 돌고 있잖아.” 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까딱였다. “그리고 우리 다 여잔데 뭐.” 어느새 하루비의 손이 블라우스 위로 올라갔다. “오, 씨. 한 손에 안 잡히는 거 처음 보는데…” 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이런 가까운 거리에서 여자를 대한 적도 없는데다 어쩔 줄을 몰라 뒤로 손을 뻗어 소파를 짚었다. '이 예쁜 여자가, 지금 나를... 내 가슴을 만지고 있어.' 주물. 머릿속이 하얘져서 아무 말도 못 했다. “야하다, 진짜. 밖에 나가면 다 쳐다보지, 은하 님?” 천 너머로 전해지는 압력은 놀랄 만큼 부드럽고 느렸다. 아까부터 감각이 올라있던 나는 반사적으로 숨을 참았다. “와…” 감탄하는 하루비는 멈출줄을 몰랐다. 쵸비는 그 행위에 어울리기 싫은 것마냥 소파에 기대 선 채 그 장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응, 이건 성형으로 못 만드는 찌찌다.” “…자연산?” 그 질문에 대답 대신 나는 시선을 내렸다. 얼굴이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지만 말을 꺼내기엔 이미 타이밍을 놓친 뒤였다. 그 때 미온이 장난스레 옆으로 다가왔다. “그럼… 반대쪽도 괜찮아요?” 대답은 필요없음에도 확인하듯 묻는 말투. 손은 아직 닿지 않았지만, 그 물음만으로도 몸이 먼저 반응했다. “네? 에...” 되물음에 가까운 대답은 작았고 그걸 들은 미온은 아주 천천히 손을 옮겼다. 하루비와는 다른 여유. 나를 제외하면 가장 글래머한 미온은 이미 거유는 어떻게 만져야 한다는 걸 아는 느낌이었다. “아…” 내뱉어진 나의 신음에 미온이 숨을 내쉬며 말했다. “은하 님 많이 무거우시겠다.” 그녀의 손끝이 전하는 감각은 단순히 눌리는 게 아니라 천천히 가라앉았다가 돌아오는 느낌에 가까웠다. 하루비가 호기심에 제멋대로 주무른다면, 여긴 진짜 애무에 가까울만큼. 미온이 밑가슴을 뭉근하게 들어올리자 어깨가 느끼는 무게감이 달라지고 있었다. “몸 전체가 약간, 물 먹은 것처럼 말캉해…” 하루비는 어느새 고릉고릉하는 고양이처럼 내 가슴 한 쪽에 달라붙어 머리를 부비고 있었다. “은하 님, 소리 참을 필요 없어요…” 반대쪽에선 미온이 속삭였다. 미온의 향수 냄새가 코를 넘어 뇌까지 싸악 스며든 것만 같았다. “아, 앙…” 미온의 말이라면, 진짜로 그렇게 해도 될 것 같았다. 양쪽에서 젖통을 만져대는 그들의 손길 아래 브래지어 안 유두가 단단히 솟아가고 있었다. “후웅… 응!” 응석같은 새된 소리가 자꾸 입에서 튀어나왔다. “아앙, 이거 쩔어요, 여러분…” 내게 안긴 하루비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올 때까지도 말이다. “…아.” 하지만 그 말이 튀어나오자 다들 동작을 멈췄다. 나는 그 말을 그대로 받아서,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하루비를 내려다봤다. “여러분…?” 말끝이 올라갔다. 순간 하루비의 눈이 커졌다. “엣—” 짧고 애매한 소리. 웃음인지, 당황인지 헷갈릴 만큼. 하루비는 입을 손으로 급하게 가렸다. “앗차.” 윙크로 무마하려 들지만 명백한 실수였다. 그 앞에서 아무짓도 하지 않던 쵸비가 받아쳤다. “바보.” 딱 한 단어. 웃음기 없는 목소리가 나를 현실로 끌어내렸다. 그 말과 동시에 쵸비가 모니터의 채팅창 쪽을 툭툭 가리켰다. 우리 넷의 화면, 그리고 그 아래 미친듯이 올라가는 채팅. — 지르코: 왜 더 안들림? — 헬리코박터균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뉴비의맛 — 쵸비사랑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걸렸다 — 개꿀따리장미한단: 능지이슈 — 하루비하잇: 루비야!!!!!!!!!!! 미온이 박수를 한 번, 가볍게 쳤다. “짜잔— 신입 환영식이었습니다.” 여전히 예쁜 얼굴로 방금 전 일과는 아무 상관 없다는 듯 웃는 미온이었다. 나는 벙쪄선 그 말을 듣고도 바로 반응하지 못했다. “…너무해요.” 목소리가 생각보다 얇게 나왔다. 항의였어야 할 말인데, 이미 잔뜩 달아오른 몸에 끝이 살짝 떨렸다. 하루비가 급하게 변명하듯 덧붙였다. “미리 알려주면 재미가—” “하루비.” 하지만 말을 마치기도 전에 쵸비가 말을 끊었다. “칸쥬 불러온다, 이제.” “아….” 얼굴로 열기가 몰려왔다. 창피함이, 조금 전까지의 긴장과 섞여서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쵸비의 발소리가 멀어지는 걸 들으며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폭 가렸다. 귀까지 뜨겁게 달아오른 게 느껴졌다. “하으으…” 방송이면, 재밌으면 전부 괜찮은 건가? 나는 이제는 “몰랐어요”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단계로 들어왔다는 게 이런 거라니. 하지만 이들 사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많지 않았다. “…다음엔, 미리 말해주세요.” 그 말에 눈치보던 하루비가 활짝 웃었다. “그럼 재미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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