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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화 110화 버리긴 누가 버려.


“이럴 수가!” “이게 대체.” “우아!” ​ 반응은 달랐지만 이유는 하나였다. ​ 감탄과 놀람. ​ 특히 타이슨을 비롯한 군 지휘관들은 쓰러진 갑옷을 입힌 허수아비에 집중했다. ​ “어때?” ​ 허수아비를 놓고 모여서 웅성대는 지휘관들 뒤로 접근해서 묻자, 그들이 화들짝 놀라 물러나며 말했다. ​ “믿을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이런.” ​ 그들 앞에는 벗겨진 갑옷 안쪽 허수아비 몸통에 여기저기 쇳조각이 박힌 체 쓰러져 있었다. ​ 최강이라는 강철 갑옷도 파편을 막을 수는 없었다. ​ “무기로 쓸만하겠어?” “쓸만하다니요. 쓸만하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습니다. 이건, 절대로 다른 곳에 넘어가면 안 되는 물건입니다.” ​ 타이슨의 말에 조인족 족장 이그수가 턱을 쓰다듬으며 뭔가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 “주군. 혹시 남은 수구탄? 수후탄?” “수류탄.” “넵, 수류탄이 있습니까?” ​ 뒤를 돌아보자, 나머지 수류탄을 들고 있던 에디손이 뛰어와서 하나를 내게 건네주었다. ​ “자. 이건 조금 크게 만들어진 것이요.” ​ 건네주는 수류탄을 받아 든 이구스가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해다. ​ “딱 좋은 것 같습니다. 써봐도 되겠습니까?” ​ 내가 허락의 뜻으로 한걸음 물러서자 이구스가 허리춤을 뒤적이더니 기다란 끈을 꺼내 들었다. ​ 공중 포격용으로 만들었던 슬링이다. ​ ‘오! 센스가 있군. 안 그래도 스링으로 시범을 보이려 했는데.’ ​ 모두 뒤로 물러선 걸 확인한 이구스가 슬링에 황토 수류탄을 걸고는 빙글빙글 돌리다가 훈련장 한쪽 벽을 향해 날렸다. ​ 대략 50여 미터를 날아가 벽에 부딪친 황토 수류탄이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 - 콰과광. ​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던 이구스 연대장이 나를 보면서 말했다. ​ “주군. 디올이 아니라 제국을 먹어도 될 것 같습니다.” ​ * ​ 한눈에 셀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그 주변에는 화려한 갑옷을 입은 기사들도 도열해 있었다. ​ “허. 참.” “살다 살다 사신의 목을 베어서 이렇게 보내는 건 또 처음 봅니다.” “사신의 목을 베어 보냈다는 건 선전포고입니다. 그들을 당장 정벌해야 합니다.” ​ 대신들 앞에는 소금에 절여져 피부가 쪼글쪼글해진 카인드의 수급이든 상자가 놓여 있었다. ​ 드라켄로트가 제국이 되고 이런 치욕적인 일을 겪은 적은 없었다. ​ 아니 제국이 아닌 과거 왕국이었을 때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 사신의 목을 베어서 보내다니! ​ “이건 제국을 우습게 본 것입니다. 당장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 대신들은 늙었건 젊었건 대부분이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 하지만 그중 한 사람 머리가 완전히 백발인 노인만은 아무런 표정 없이 카인드의 수급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목소리를 높이던 자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그 노인의 눈치를 보더니 목소리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 “다들 떠들었습니까?” ​ 한두 사람 눈치를 보며 목소리가 줄어들고 결국 모든 사람이 분위기를 눈치채고 입을 다물었을 때였다. ​ 노인은 아무런 감정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는 그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 “군사령관.” ​ 노인이 천천히 시선을 옮겨 화려한 갑옷을 입은 적지 않은 나이의 남자를 보았다. ​ “예. 대공전하.” “어떻게 생각하시오?” “그…. 그게.” ​ 군사령관이 대답하지 못하자 노인이 다시 시선을 돌렸다. ​ “외교부장.” “예. 대공전하.” “칼리움이 보내는 메시지가 뭔 것 같소?” “흐음.” ​ 외교부장도 대답하지 못하고 헛기침만 했다. ​ “쯧쯧쯧, 제국의 대신이라는 자들이 뭔 정치를 그렇게 감정적으로 하려고 하는지.” ​ 알론하퍼스 대공. ​ 전 황제의 동생으로 지금은 어린 여황제이며 자신의 조카인 클로네 드라켄로트를 대신해 많은 일을 처리하고 있는 인물이다. ​ 알론하퍼스의 말에 조금 전까지 당장 칼리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소리치던 자들의 얼굴이 붉어졌다. ​ “제국 방위 사령관.” “예. 대공전하.” ​ 알론하퍼스의 시선이 이곳에 있는 자 중 가장 젊어 보이는 축에 들어가는 사내를 향했다. ​ “사령관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아직은 아닙니다.” “아직은 아니다?” “네. 그들은 우리를 알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그들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릅니다.” “음. 그들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어 아직은 어떤 것도 해서는 안된다? 그 말입니까?” “분하지만, 지금 상황이 그렇습니다.” ​ 젊은 방위 사령관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 그의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하던 알론하퍼스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습니다. ​ “지금 바로 칼리움에 보낼 협정서를 작성하시오.” “대공전하!” ​ 알론하퍼스의 말에 대신들이 놀라 되물었다. ​ “왜? 그대가 출정하겠소? 지금 병력을 모아서? 아마 병력을 모으는 동안 에스케 캅스 근위대장의 목이 저렇게 돼서 오겠지?” ​ 알론하퍼스의 고갯짓에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카인드의 수급으로 향했다. ​ “전권대사의 목을 베어 보냈소. 그런데 그리고 그냥 넘어가겠소? 그리고….” ​ 알론하퍼스가 눈을 가늘게 뜨며 한 손으로 떡을 쓰다듬었다. ​ “저먼 왕국을 공격하던 지크프리트와 디올이 처참히 당했다고 하오. 그 뒤에는 칼리움이 있었다고 하고.” ​ 알론하퍼스의 말에 대신들의 조금 웅성거렸다. ​ “방위 사령관의 말대로 우린 아직 그들에 대해 아는 게 없소.” “하지만 대공전하. 이대로 고개 숙이고 넘어가면 전례를 남기게 되는 꼴이 됩니다.” ​ 대신 중의 한 명이 분하다는 듯 나서며 말했다. ​ 그는 평소 카인드 전권대사와 친분이 있기로 알려진 자였다. ​ “누가 그냥 넘어간답니까?” ​ 그렇게 말한 알론하퍼스가 앞에 있는 남자를 보며 말했다. ​ “외교부장. 가롯과 칼리프에 좀 다녀와야겠소.” “예?!” ​ 조금 전 대공의 질문에 답하지 못해 민망해하던 외교부장은 그의 말에 고개를 번쩍 들며 의하게 대답했다. ​ “가롯과 칼리프의 힘을 좀 줄일 필요도 있고. 일단 적을 좀 알아야 하지 않겠소?” “아! 예.” ​ 알론하퍼스 대공의 말에 외교부장은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 ‘하필, 가장 다루기 힘든 두 곳이야! 백작들도 아니고 공작과 후작을 내가 어떻게 하라고.’ ​ 외교부장은 영지가 없는 백작 신분이라 그들에게 완력을 사용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 * ​ “왕후 마마.” ​ 문 앞을 지키던 두 명의 성기사가 이브리에가 다가오는 걸 보고는 군례를 올렸다. ​ “문, 열어주세요.” ​ 이브리에의 말에 문을 열자, 뭔가 노란 물체가 튕겨 나왔다. ​ “어어어? 아야야야. 열렸다.” ​ 복도에 나뒹구는 건 문에 귀를 대고 있던 로즈였다. ​ 그 모습을 본 이브리에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 “무슨 짓이죠?” ​ 이브리에의 물음에 벌떡 일어선 로즈가 자기 머리를 살짝 콩 쥐어박으며 말했다. ​ “헤헷. 너무 힘을 주고 기대어 있었다. 이거예요.” ​ 그 모습에 이브리에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하며 말했다. ​ “그러니까. 뭘 하고 있었냐고 묻고 있어요.” “아~. 바깥소리를 듣고 있었어요. 방은 넓지만 너~무 답답해서.” “후우. 알겠어요. 일단 들어가죠.” ​ 이브리에가 왠지 로즈의 페이스에 말려 들어갈 것 같아지자 길게 숨을 내쉬고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 문이 닫히고 이브리에가 네 명은 거뜬히 앉을 수 있는 커다란 티 테이블로 향해 움직이다가 멈췄다. ​ 테이블 위에는 음식이 있는 쟁반이 있었는데 어른 주먹만 한 빵의 반의반도 먹지 않은 모습과 샐러드 반 정도가 없어진 걸 보고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 ​ “단식 투쟁이라도 하는 건가요?” 지금 테이블 위에 있는 음식의 양은 보통 여성들의 한 끼 식사 정도 양이었다. ​ 이브리에의 시선에 로즈가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 “아니요. 로즈는 많이 먹으면 안 되는 사람이에요.” “에? 그게 무슨?” “고기는 조금 많이 먹어도 되지만, 밀이나 쌀은 많이 먹으면 안 돼요. 살이 찌면 주군이 싫어할 거라고 스승님이 그랬거든요.” “그 주군이 벨모르라는 거죠?” “원래는 그랬지만 이제는 아니에요.” - 꾸르르르륵. ​ 그때 로즈의 배에서 소리가 났다. ​ “아. 배가 또 괴롭힌다고 이거예요. 잠시만요.” ​ 그렇게 말한 로즈는 테이블에 있는 물을 컵 가득 따라 벌컥벌컥 마셨다. ​ “배가 고프면 빵을 먹어야지 물을?” “꿀꺽, 꿀꺽, 꿀꺽, 캬아~. 안 돼요. 로즈는 육변기로서 최상의 몸을 유지해야 해서.” “그…. 육변기라는 말은 좀.” “응? 왜요? 로즈는 육변기가 아니면 죽는다고 했어요. 육변기로서의 가치가 없으면 언제든 죽여버린다고 스승님이.” ​ 참으로 비참한 자신의 처지를 말하는 로즈의 얼굴은 해맑기만 했다. ​ 그런 로즈를 바라보던 이브리에가 아무 말 없이 일어나 한쪽에 달린 설렁줄을 당겼다. ​ 그러자 잠시 후 성기사 하나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 “가서 고기 좀 가져오라 하세요.” ​ 이브리에의 말에 로즈가 신이 나서 말했다. ​ “아! 굽지 말고, 그냥 삶아서요. 양념 같은 건 하면 안 돼요.” ​ 그러고는 뭐가 신이 났는지 싱글벙글하면서 이브리에를 보고 말했다. ​ “고맙습니다. 얼굴만 예쁘신 줄 알았더니 정말 좋은 분이셨네요.” ​ 이브리에는 뭔가 로즈와 이야기하면서 자꾸 그녀에게 말려 들어간다고 생각했다. ​ ‘뭐가 이렇게 해맑아!’ ​ 그런데 아까부터 로즈는 의자에 앉지 않고 서서 다리를 벌렸다 모았다 하고 있었다. ​ “그런데 앉지 않고 왜 그러고 있어요?” ​ 이브리에의 말에 로즈가 이번에는 쭈그려 앉았다가 일어서는 동작을 하며 말했다. ​ “의자에 앉아 있으면 엉덩이가 못생겨져서 스승님이 절 죽일 거라고 했어요.” “여긴 당신의 스승님이 없잖아요.” ​ 이브리에의 말에도 로즈는 아무 말 없이 웃기만 하면서 계속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 그렇게 약간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난 후 굽지 않고 삶은 고기가 들어왔다. ​ 그걸 본 로즈의 눈이 커져서는 썰지도 않고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 정신없이 고기를 먹던 로즈가 고기가 거의 다 사라져 갈 때쯤 이브리에를 의식했는지 먹던 고기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 “좀…. 드실래요?” ​ 이브리에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아뇨. 다 드세요.” ​ 그리 크지 않은 고기였긴 하지만 그녀가 먹어 치운 속도는 놀라웠다. ​ “으아~! 배부르다.” ​ 그런 로즈를 보고 있던 이브리에가 물었다. ​ “맛은 없죠?” “맛이요? 음. 맛있는 건 몸을 안 예쁘게 만들어서 죽게 될 거라고 했어요.” “그것도 스승님이 한 말인가요?” “네~! 아~! 배불러라 이제 이틀은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이거예요.” “이틀? 저녁에 또 먹을 수 있는데요.” ​ 이브리에의 말에 로즈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 “고기는 이틀에 한 번만이에요.” ​ 부른 배를 통통 두들기는 로즈를 보면서 이브리에는 자기가 왜 여기에 왔는지도 까먹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 “로즈.” “넵.” “로즈의 부모님은요?” ​ 이브리에의 질문에 로즈는 또 해맑게 웃으며 답했다. ​ “음. 그런 건 알 필요 없다고 했어요. 전 그냥 육변기로 충실하게 살기만 하면 된다고, 그러면 로즈에게도 부모님을 만들어 준다고 했어요.” “만들어 준다고?” ​ 이브리에의 중얼거림에 로즈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네. 로즈가 부모님이라는 선물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충실히 육변기가 되면 꼭 만들어 준다고 했는데….” ​ 순간 로즈가 처음으로 표정이 굳었다. ​ 하지만 금방 다시 얼굴이 밝아져 눈썰미가 좋지 않은 사람은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졌었다는 걸 알 수 없었을 것이다. ​ “이젠 더 멋진 주군. 여기를 아프게 하고 두근거리게 하는 주군이 있으니까, 부모님은 없어도 될 것 같아요.” ​ 그렇게 말하며 로즈가 자신의 커다란 가슴을 꾹꾹 눌렀다. ​ 그녀를 추궁해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알아보려던 이브리에가 더 이상 이야기해 봐야 알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 그리고 문 앞으로가 나가기 전에 말했다. ​ “로즈. 지금도 충분히 예쁘니까 저녁에도 고기 먹어요. 양념도 하고 소금도 찍고 해서.” ​ 이브리에의 말에 잠시 멈칫했던 로즈가 또 그 해맑은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 “안 돼요. 못생겨지면 죽일 거라 했어요.” “로즈의 스승님은 여기 없어요.” ​ 이브리에의 목소리가 조금 격양된 듯했다. ​ 그리고 잠시 침묵 후 로즈가 말했다. ​ “그렇긴 한데. 로즈. 버려지면 다시 스승님께 가야 하니까요.” ​ 또 침울한 말을 저렇게 해맑게 하고 있었다. ​ 그에 이브리에가 고개를 뒤로 돌리고 조금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 “버…. 버리긴 누가 버린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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