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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화 110화 네가 여기서 왜 나와?


마왕에게 정조 팬티를 입혀 놓고 튄 지 어느덧 3일. 미레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몸이 근질근질한지, 자꾸만 일어나서 청소나 주변을 정돈을 했다. 팡팡-! 구김살 없이 펼쳐진 침대보! 그 행동들을 굳이 말리진 않았다. 공작의 시녀들이 알아서 해줄 텐데도, 자기 일을 뺏긴다고 생각되는지 부단히 몸을 움직였다. 나를 향한 그 간질간질한 달콤한 마음이 나도 모르게 허리를 숙이고 있는 미레의 입술과 달콤하게 겹치고. 손은 본능처럼 미레의 다리 사이로 부드럽게 미끄러져, 따뜻한 살결을 애무하듯 쓰다듬었다. 한 바탕 질펀하게 섹스를 하고 나면, 언제나 팔 배게를 해주며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미레는 언제부터 성에서 일하기 시작했어?” “음…” 미레가 잠시 허공을 응시하며 생각하더니 헤실 웃으며 그 귀여운 입술을 열었다. “헤헤, 정확하겐 모르겠구요. 지금의 키 만큼 자랐을때 성에 와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가족은?” “…가족은 아마도 잘 살고 있을 거에요. 제가 성에서 일하는 조건으로 제 가족이 영지안에 들어 올 수 있었거든요.” “그 말은?” “그 전까진… 영지의 경계가 희미한 외곽쪽에서 살았어요. 그러다보니 마력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해 다들 몸이 야위었거든요. 지금은 다 잘 살고 계실꺼에요. 헤헤.” “장하네. 고생이 많아.” 미레의 푸른 바다같은 머리를 쓰다듬자, 미레가 글썽거리더니, 내 품안에서 조용히 숨을 몰아쉬었다. * * * 똑똑- 미레가 문을 열자 공작이 서있었다. “남주님 있습니까?” “바헬무토 공작님. 남주님은 계십니다.” “용무가 있는데, 접견 가능하겠나?”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미레가 정중한 표정으로 무장해 다가와 물었다. “바헬무토 공작이 직접 와서 접견을 요청했어요.” “그래? 가자.” 읽던 책을 덮고,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며 미레와 같이 발걸음을 옮겼다. 또각, 또각- 공작이 지나갈 때마다 모두가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숙인다. 음 기분 묘하군. 공작은 대문을 너머 밖의 연무장으로 우릴 데려갔다. 가면서 무어라 한 것 같긴 한데 천계로 넘어간 뒤 미카엘이란 놈을 어떻게 찾고, 얼마나 강할지 그런 흐트러지는 생각에 대화를 흘려들었다. 번뜩거리는 눈빛을 보아하니 역시나 오로지 강함의 힌트를 얻기 위해 나에게 기대하는 눈빛이다. 그래봤자… 정시은의 스킬 전투 감각을 이용하는 거라 나도 모르겠지만. 공작이 어떻게든 힌트를 얻어낸다면 그것대로 좋은 거지. 이곳 역시 하늘이 푸르고, 하얀 구름이 둥실 떠다녔고 낮과 밤이 존재했다. “붉은 하늘이 아니라 어색하시죠? 허허. ” 그것으로만 봐도 일단 바깥이 아닌 것으로 추측하며 미레의 말랑한 엉덩이를 몰래 쿡쿡 찌르며 말했다. “어떻게 한 거지?” 그런 궁금증에 혼잣말이 튀어나왔고 강함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공손하게 찾아온 공작이 나의 시선을 따라 하늘을 바라봤다. 그리곤 기다렸다는 듯 입이 열렸다. 내가 모르는 영역에서 자신이 아는 게 나올 때마다 한껏 고조 돼선 그 콧수염을 부풀리며 입을 열었다. “남주님, 이곳은 마왕성 안입니다. 황송하게도 배치받았죠. 하지만 저조차도 몇 층인지는 모르겠지만요. 다만 인정을 받아 명찰을 받아 층을 배정받으면 다들 성안에서 삽니다. 그래야 마왕성안의 중앙 마석에서 흘러오는 마력을 흡수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군.” 옳은 말이었다. 백 점짜리 대답.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습니다.” 마력 흡수 외에 더? 공작은 또다시 콧수염을 부풀려가며 내게 말했다. “아시다시피.” 응? 알기 내가 뭘 알아. 아는 것 하나 없고 짚이는 것이 없지만, 일단 무표정을 유지하며 최대한 아는 것처럼 보이기로 했다. 근엄하고 진지하게. 미간을 살짝 찌푸린다. 그것이 통했는지 공작이 내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것들의 위협에서 해방되는 겁니다. 워낙 끈질기지 않습니까? 은거 마족 밑에서 자라셨다면…실례합니다. 길들지 않은 ‘야생 마물’들의 위협에서 말입니다. ” “아, 야생 마물들 말인가.” 일단은 아는 척. 다음 작전은 미레에게 구조의 눈빛 보내기. 전방 발사. 초롱초롱 내가 미레를 쳐다보자, 미레가 ‘어! 이거 배운 내용이에요! 헤헤’ 라는 눈빛을 띠며 내게 귓속말했다. “아직도 마물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알려진 바가 없어요. 그것들의 신체 구조는 진화론적 구조와 맞지 않아요. 뼈의 골격은 틀어져 있으며 어떤 장기 구조는 중복되기도 하고. 심지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사지들이 주렁주렁 달려있기도 하고요.” 이전, 붉은 하늘이었던 아스의 성에서 미레와 한참 섹스를 하다가, 창가로 나가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밑을 내려다본 적이 있다. -저건? -정규토벌군이에요. 영지 근처의 마물들을 토벌하기 위해 차출됐어요.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어.” “헤헤, 그것들이 토벌 완료된 지역으로만 갔거든요. 놈들은 자기 영역을 제멋대로 지정하고 침범당하는 걸 극도로 꺼리지만, 들어오지만 않는다면 평생을 볼 일이 없을 수도 있어요.” “넌 봤어?” “…한 번 봤어요.” “어때?” “음…제가 본 야생 마물은 머리가 많이 달렸고 팔다리가 녹고 있었어요.” 대답하는 미레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말할수록 기억을 되짚는 듯 그 행동이 괴로운 듯 보였다. “그렇구나.” 나는 잽싸게 시선을 바헬무토 공작에게 돌리며 미레의 다음 말을 막았다. “공작, 그래서 어떤 게 궁금하지?” “…제 가문은 3급을 벗어 난 적이 없습니다. 2급과 1급을 거쳐, 마왕님의 직속부서원이 되고 싶은 게 제 욕망입니다.” “그것이 단지 강하다고만 해서 올라가는 게 아닐 거라고 보는데.” “맞습니다. 하지만 우선 강함이라도 기본으로 깔고 간다면, 시간은 충분합니다. 지식은 배우는 것이죠. 저는 배울 자세가 되어 있습니다.” 공작의 마족 본연의 강자 추구 본능이 이젠 학구열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 뭐 어떻게 상대해 줄까?” 공작이 나의 맞은 편으로 걸어가 자세를 잡았고, 연무장 입구에서 대기하던 시종이 공작과 눈빛을 교환한 후 고개를 끄덕이며 버튼을 눌렀다. 쿠구궁- 연무장 전체가 또다시 푸른 막으로 덮였다가 이내 투명하게 공기에 녹아들 듯 사라졌다. “우선 봐주시겠습니까?” “그래.” 말이 끝나자마자 우리와 같이 연무장으로 이동한 남성 마족이 공작이 맡은 편에 서서 자리를 잡았다. 붉게 솟아오른 머리, 피부를 뚫을 듯 울룩불룩한 근육들, 노련하게 찌푸린 눈썰미. 허공을 붙잡는 듯한 손의 자세부터 상당한 수련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남주님, 남주님.” “응?” “헤헤, 우리 데이트하러 온 것 같지 않아요?” 데이트. 그 세글자에 순식간에 얼굴로 미열이 차올랐다. “헤헤.” 고개를 돌린 미레의 귓불도 싱싱한 사과처럼 붉게 익어 올라와 있었다. 마침내 공작과 붉은 머리 남성의 대결이 시작되었고 결과는 공작의 승리였다. 붉은 머리의 남성이 손을 휘두를 때마다 시뻘건 오라들이 허공에 뒤따르듯 번졌고, 흉흉한 소리가 허공에 번져왔다. 공작은 시종일관 검은 오러로 최소한만 사용해 붉은 머리 남성 머리의 공격을 막다가 딱 한 수를 배에 박아 넣었다. 붉은 머리의 남성은 튕겨 나가면서도, 쓰러지지 않은 채 뒤로 발을 지면에 박아 넣고 시선은 공작에게 고정했지만. “쿨럭-” 붉은 피가 입가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리고, 공작이 고개를 젓자, 남성은 손등으로 피를 닦곤 고개를 숙이곤 물러섰다.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내쉬면서 의자가 있음에도 바닥에 철퍼덕 앉는 꼴이 아직 전투의 열기가 몸에 휘도는 듯했다. 이 자는 약하지 않았다. 강했다. 다만 공작의 저 정체불명의 검은 오러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을 뿐. 그것들은 자유롭고, 제한이 없었다. 그자의 꿈틀거리는 근육을 보고있자 미레가 내 손을 잡았다. “저 남자, 눈이 공작이랑 닮았어요.” “어? 그러네.” 정말이었다. 콧수염이 길러지고 시간이 흐른다면 지금의 바헬무토 공작과 똑같겠는데? “아들인가 봐.” “헤헤, 그러게요. 부럽네요. 가족이 있다는 게.” 가족. 잡념에 빠지기 직전, 연무장 정중앙에서 자신의 정장을 손으로 툭툭 털고 나선 공작이 내게 눈을 마주치며 묵례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작의 맞은 편으로 걸어 올라갔다. “잘 봤어.” “감사합니다. 어떻습니까?” 솔직히 말하면, 그냥 검은 오러가 사기라고 생각했다. 붉은 남자의 적수(赤手)들은 집요하게 공작의 급소를 노렸고, 어떨 땐 함정을 주었지만 모두 검은 오러에 막혔다. “오러의 컨트롤이 정말 세밀하더군.” “…감사합니다. 제 손발과 다름없지요. 많은 세월 저의 목숨을 구해준 놈입니다.” 공작이 말을 마치자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며 내게 내밀었다. “내기를 하고 싶습니다.” 이 와중에 내기? “무슨 내기지?” 공작이 만족한 듯 미소를 지으며 콧수염을 쓰다듬었다. “이기시면 이걸 드리겠습니다. 다만 지시면 저를 계속 지도해주시지요.” 공작이 꺼내든 건 한 손안에 들어오는 반지 함이었는데, 그 안을 열자, 빛마저도 흡수할 듯한 짙은 묵색 반지가 다소곳이 꽂혀있었다. 그 순간ㅡ! 아공간 너머에 놓아두었던 나침반이 스스로 공간을 찢듯 비집고 내 손으로 자리 잡고서는, 한 줄기 붉은빛을 묵색 반지를 향해ㅡ! 쏘았다. [성 유물을 탐지하였습니다.] [시련의 반지(성 유물)] 알 수 없는 반지입니다. 다만 착용 시 시련을 겪게 됩니다. 시련 성공 : 알 수 없음 시련 실패 : 즉사(卽死) 쿨타임 : 10년(현재 남은 쿨타임 1년) 눈이 부릅떠졌다. 순간 눈가로 힘이 들어간다. 동공이 커진다. 반지로 시선이 몰린다. ㅡ!!! 성 유물 반지! 이곳에서 성 유물을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생각도 못 한 수확이었다. 한편으로는 나침반의 형편 없는 성능에 실망했다. 아주 지척에서 보아야만 그것을 알려주다니. 킬 포인트를 얼마나 투자했는데. 그리고 공작을 이기는 것 따위야 쉽지. 공작이 그 빛에 한 번 놀라고, 내 표정을 보곤 씨익 웃으며 반지 함을 닫고 품속에 넣었다. “봐주지 말고, 저를 쓰러트려 주십시오. 약속했습니다. 반드시 드리겠습니다.” “그게 끝이야? 내가 지면 내야 할 건 뭐 없어?” “허허허. 네, 제가 알아서 막아 보겠습니다. 저는 그렇게 수련해 왔습니다. 다만 쉽지 않으실 겁니다.” 공작의 등 뒤에서 또다시 무수한 검은 나뭇가지 같은 앙상한 오라들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공간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아까 그 남자에게 한 수의 공격도 허락하지 않은, 음침해 보이는 것들. 아까는 드문드문 빈 곳이 보였다면, 이번엔 사이로 빛조차도 허락하지 않을 듯이 빼곡하게 차 있었다. “이것들…” “빨리하자.” 공작의 눈이 부릅떠졌다. “흐읍-!” 공작이 내게로 몸을 던지듯 달려들었다. 아까와는 정반대의 스탠스. 공작의 주먹에도 검은 오러들이 서려 있었고 등 뒤의 앙상한 검은 나뭇가지들의 오라들과 함께 금방이라도 내 몸을 절삭, 토막 낼 듯 내게 쏜살같이 뻗쳐왔다. 지금 그게 문제 쏘냐. 단숨에 초극의 영역에 진입해 공작의 배에 주먹을 깊게 꽂아넣었다. 뻐억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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