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화 감정 쓰레기통
1. 호출
결국 태인의 연락에는 답장하지 않은 채 다음 날의 아침을 맞이했다.
아침에 눈을 떠도 태인의 추가적인 연락은 없었다.
이대로 조용히 지나가기를 바랬다.
출근 후, 사무실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보윤은 모니터 뒤에 숨죽인 채, 투명 인간처럼 존재하려 애썼다.
엉덩이 사이가 축축하고 쓰라렸지만, 티를 낼 수는 없었다.
오전 10시.
사내 메신저가 붉게 깜빡였다.
[윤 대리] : 비상계단. 지금.
짧고 명료한 호출.
보윤은 마른침을 삼켰다.
어제 오후 박 차장에게 불려가 깨졌던 윤 대리의 독기 어린 눈빛이 떠올랐다.
'......가야 해.'
거절은 불가능했다.
보윤은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정확히 2분의 시간차를 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복도를 걷는 발걸음이 사형대 위를 걷는 것처럼 무거웠다.
비상계단 철문 손잡이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끼익.
무거운 철문을 열고 들어서자, 계단 구석에 서 있는 윤 대리가 보였다.
그는 담배를 피우는 대신, 벽을 발로 걷어차며 씩씩거리고 있었다.
보윤이 들어오자 윤 대리가 홱 고개를 돌렸다.
살벌한 눈빛이었다.
보윤은 본능적으로 어깨를 움츠리며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대리님..."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지만, 일단 사과부터 뱉고 보는 패배자의 습관이었다.
마치 잘못을 몰라도 주인이 화를 내면 눈치부터 보는 강아지 같았다.
하지만 윤 대리는 보윤의 사과 따위는 들리지 않는다는 듯, 혼자만의 분노를 쏟아냈다.
"씨발...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그는 보윤에게 다가와 거칠게 어깨를 잡아 돌려세웠다.
"벽 잡아."
"대리님..."
"닥치고 잡아."
윤 대리는 보윤의 상체를 억지로 숙이게 만들었다.
보윤은 차가운 계단 난간을 양손으로 꼭 부여잡았다.
2. 찌꺼기
"미친 새끼가... 지는 맨날 먼저 써먹고, 싱싱한 건 지가 다 쳐먹고... 나한텐 남은 거나 던져주고..."
윤 대리는 중얼거리며 보윤의 엉덩이를 더듬었다.
속옷을 입지 않은 슬랙스를 거칠게 잡아 내렸다.
스르륵.
바지가 무릎까지 내려가고, 보윤의 하얀 엉덩이가 비상계단의 서늘한 공기에 노출되었다.
"하, 아주 헐었네 헐었어. 박 차장 그 새끼가 어제 얼마나 조져놨으면."
그는 보윤의 붉게 부어오른 곳을 보며 혀를 찼다.
걱정이 아니었다.
'중고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불쾌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솟구치는 가학적인 욕망이었다.
"씨발, 좆같네 진짜."
윤 대리는 욕설을 읊조리며 자신의 바지 버클을 풀었다.
퉤.
그는 자신의 손바닥에 끈적한 침을 뱉었다.
그리고 보윤의 뒤로 다가와 거칠게 문질렀다.
"으윽...!"
차가운 타액이 엉덩이 골 사이로 흘러내렸다.
윤 대리는 전희나 애무 따위는 생략했다.
그는 보윤을 사람이 아닌, 자신의 화를 받아줄 오나홀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3. 인간 오나홀
"으으윽! 아파... 아파요...!"
윤 대리의 성기가 메마른 내벽을 억지로 비집고 들어왔다.
박 차장이 남긴 정액 찌꺼기와 윤 대리의 침이 섞여 질척이는 소리가 났지만, 윤 대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허리를 털어댔다.
퍽, 퍽, 퍽!
"개새끼... 지만 좆 달렸어? 상사라 이거지?"
그는 보윤의 골반이 부서져라 움켜쥐고 박 차장에 대한 욕을 퍼부으며 피스톤질을 했다.
보윤은 입술을 깨물며 난간에 이마를 찧었다.
눈앞이 하얘졌다.
쾌락은 없었다.
오로지 쓰라림과 모멸감뿐이었다.
그녀의 몸이 윤 대리의 분노에 맞춰 앞뒤로 속절없이 흔들렸다.
'나는... 나는 도대체 뭔가...'
박 차장이 쓰다 버린 구멍에, 윤 대리가 다시 자신의 욕망을 배설하고 있다.
보윤은 자신이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 남자들이 돌려가며 쓰는 공용 오나홀이 된 것 같았다.
아무런 감정도 교류도 없이, 그저 남자의 좆을 받아내고 정액을 받아주는 기능만 남은 고기 인형.
"후으으... 씨발, 쪼이긴 존나 쪼이네."
윤 대리는 보윤의 머리채를 잡아당겨 고개를 뒤로 젖히게 했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보윤의 얼굴을 보며, 그는 묘한 정복감을 느끼는 듯했다.
박 차장에게 구겨진 자존심을, 만만한 보윤을 짓밟으며 보상받고 있었다.
계단 위쪽에서 누군가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렸지만, 윤 대리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보윤의 입을 거친 손으로 틀어막으며 더 깊숙이 박아 넣을 뿐이었다.
이 지옥 같은 비상계단에서, 보윤은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감았다.
또각, 또각, 또각.
계단 위쪽에서 누군가의 구두 굽 소리가 울려 퍼졌다.
3층, 혹은 4층.
바로 머리 위였다.
보윤의 눈이 공포로 크게 확장되었다.
지금이라도 윤 대리를 밀쳐내고 옷을 추슬러야 했다.
만약 누군가 문을 열고 이 광경을 목격한다면, 회사 생활은커녕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것이 뻔했다.
"으읍...! 읍!"
보윤이 고개를 저으며 윤 대리의 팔을 잡아당겼다.
제발 멈춰달라는 애원이었다.
하지만 윤 대리는 멈추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 발소리가 들리자 흥분한 짐승처럼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쉿. 조용히 해. 들키고 싶어?"
그는 보윤의 입을 틀어막은 손에 더 강한 힘을 주었다.
보윤의 입술이 눌려 일그러졌고, 숨을 쉴 수가 없어 컥컥거리는 소리가 났다.
윤 대리는 그 긴박한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박 차장에게 짓밟힌 자존감을, 이 위험한 상황에서 보윤을 완벽하게 통제함으로써 보상받으려는 심리였다.
퍽! 퍽! 퍽!
"흐으윽...!"
그는 보급형 피스톤 기계를 돌리듯 무자비하게 허리를 털어댔다.
발소리가 가까워질수록 그의 움직임은 더 빠르고 거칠어졌다.
보윤의 엉덩이 살이 윤 대리의 골반과 부딪쳐 붉게 달아올랐다.
질 내부는 이미 박 차장의 정액과 윤 대리의 쿠퍼액, 그리고 보윤의 애액이 뒤섞여 질척거렸지만, 윤 대리의 성기가 주는 압박감은 고통에 가까웠다.
다행히 발소리는 비상계단 문을 열지 않고 그대로 아래층으로 스쳐 지나갔다.
또각거리는 소리가 멀어지자, 윤 대리는 그제야 막았던 입을 풀어주었다.
"후우... 쫄리냐? 어? 박 차장 좆 받을 땐 좋다고 소리 질렀을 거 아냐."
"아흑, 아닙... 니다... 대리님, 제발..."
"자세 바꿔."
윤 대리는 보윤의 애원을 묵살하고 명령했다.
그는 아직 성기가 연결된 상태에서 보윤의 허리를 잡아채 억지로 몸을 비틀었다.
"아아악!"
질 내부가 꼬이는 듯한 통증에 보윤이 비명을 질렀지만, 윤 대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벽면으로 밀어붙였다.
보윤의 등은 차가운 비상계단 벽에 닿았고, 얼굴은 윤 대리의 땀에 젖은 흉터를 마주하게 되었다.
윤 대리는 보윤의 한쪽 다리를 들어 자신의 어깨에 걸쳤다.
보윤의 중심이 무너지며 오로지 윤 대리의 성기 하나에 의지해 매달리는 꼴이 되었다.
"박 차장 그 늙은이가 이런 거 해줘? 힘도 없는 새끼가."
윤 대리는 보윤의 허벅지 안쪽 여린 살을 손톱으로 긁어내리며 열등감을 토해냈다.
"내가 더 낫지? 어? 젊은 자지가 더 좋잖아. 솔직히 말해."
"네에... 으흑... 대리님이... 더 좋아요..."
보윤은 기계적으로 대답했다.
앵무새처럼 그가 원하는 말을 반복해야 이 고통이 끝난다는 것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그 대답을 들은 윤 대리는 만족스러운 듯 킬킬거리며 보윤의 가슴으로 손을 뻗었다.
찢어진 셔츠 사이로 드러난 보윤의 거대한 유방은 노브라 상태라 무방비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짝!
"아흣!"
윤 대리가 보윤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세게 내리쳤다.
하얀 유방에 붉은 손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출렁거리는 것 봐라. 젖소야? 아주 음탕해 빠져가지고는."
그는 유두를 엄지와 검지로 비틀어 꼬집었다.
며칠 전 태인에게 시달리고 오늘 박 차장에게 빨려 퉁퉁 부어오른 유두는 스치기만 해도 쓰라렸다.
"아파요... 대리님... 거기는..."
"아프라고 만지는 거야. 느껴?"
윤 대리는 보윤의 고통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는 보윤의 가슴을 반죽하듯 주무르며, 허벅지 근육을 잔뜩 긴장시킨 채 깊숙이 찔러 넣었다.
쿵, 쿵, 쿵.
보윤의 뒤통수가 벽에 부딪힐 때마다 둔탁한 소리가 났다.
머리가 울리고 시야가 흔들렸다.
자신은 지금 회사에 출근한 것인가, 아니면 공용 화장실 변기가 된 것인가.
윤 대리의 눈동자에는 보윤이라는 인격체가 담겨 있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살덩어리, 구멍 달린 인형만이 비칠 뿐이었다.
"하아... 하아... 야, 빨아."
한참을 박아대던 윤 대리가 갑자기 성기를 쑥 빼냈다.
질척이는 소리와 함께 퉁겨져 나온 성기는 여전히 성난 핏줄을 드러내며 빳빳하게 서 있었다.
"무릎 꿇어."
윤 대리는 턱짓으로 바닥을 가리켰다.
보윤은 바들바들 떨리는 다리로 주저앉았다.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의 냉기가 얇은 슬랙스를 뚫고 무릎 뼈를 찔러왔다.
눈앞에 윤 대리의 성기가 덜렁거렸다.
역겨운 냄새.
자신의 몸 안을 헤집었던 그 흉물이 코앞에 있었다.
"뭐 해? 안 빨고."
윤 대리가 보윤의 정수리를 툭 쳤다.
보윤은 체념한 듯 입을 벌렸다.
붉은 귀두를 혀로 감싸자 찝찝하고 비릿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츄릅... 츕..."
"하, 그래. 혀 더 굴려. 박 차장한테 배운 대로 해보라고."
윤 대리는 보윤의 머리통을 기어봉 잡듯 움켜쥐었다.
그리고 자신의 허리를 튕겨 보윤의 입 안 깊숙이 성기를 밀어 넣었다.
"컥! 커억...!"
성기가 목구멍을 찌르자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눈물이 핑 돌았지만, 윤 대리는 멈추지 않았다.
"웩... 우욱..."
"삼켜. 뱉지 말고 목구멍으로 조여."
그는 보윤이 괴로워하며 헛구역질하는 모습에서 가학적인 쾌감을 느끼는 듯했다.
윤 대리는 보윤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앞뒤로 거칠게 흔들었다.
보윤의 입술이 마찰로 인해 헐어갔고, 타액이 줄줄 흘러내려 윤 대리의 사타구니를 적셨다.
한참 동안 보윤의 입을 유린하던 윤 대리가 다시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뒤로 돌아. 싸야겠으니까."
그는 보윤을 다시 난간 쪽으로 밀쳤다.
이번에는 보윤의 상체를 난간 밖으로 거의 넘어가도록 꺾어 눌렀다.
자칫하면 떨어질 수도 있는 위험한 자세였다.
"으으윽!"
보윤이 공포심에 난간을 꽉 붙잡자, 윤 대리는 무방비하게 열린 엉덩이 사이로 망설임 없이 파고들었다.
푸욱!
"아악!"
윤 대리는 마지막 스퍼트를 올렸다.
그는 보윤의 엉덩이 살이 터져라 손바닥으로 내리치며, 입으로는 쉴 새 없이 욕설을 내뱉었다.
"개같은 년... 걸레 같은 년... 박 차장 좆물이나 받아먹는 육변기 년..."
퍽, 퍽, 퍽, 퍽!
거친 파열음이 좁은 계단을 가득 채웠다.
보윤의 눈앞이 하얗게 점멸했다.
더 이상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은 없었다.
그녀는 그저 남자의 분노와 욕망을 받아내는 '살아있는 오나홀'이었다.
"으, 으윽! 싼다! 씨발!"
윤 대리의 몸이 경직되더니, 보윤의 골반을 부서질 듯 움켜쥐었다.
그는 빼지 않았다.
피임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보윤의 질 가장 깊은 곳, 자궁 입구에 뜨거운 정액을 쏟아부었다.
울컥, 울컥.
뜨겁고 묵직한 액체가 내벽을 타고 흘러넘치는 감각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박 차장이 남긴 흔적 위로 윤 대리의 것이 덮어씌워지는 순간이었다.
"하아... 하아..."
윤 대리는 사정 후에도 한참 동안 무게를 실어 보윤을 누르고 있었다.
그의 거친 숨결이 보윤의 뒷목을 간지럽혔다.
잠시 후, 그가 성기를 쑥 빼냈다.
주르륵.
보윤의 다리 사이로 탁한 액체가 힘없이 흘러내려 계단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윤 대리는 바닥에 떨어진 정액 방울들을 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많이도 쌌네. 임신하면 박 차장 애인지 내 애인지 모르겠는데? 뭐, 상관없나. 어차피 걸레인데."
그는 주섬주섬 바지를 추켜올리고 벨트를 맸다.
보윤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찢어진 블라우스, 엉망이 된 머리,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정액.
윤 대리는 널브러진 보윤을 내려다보며, 마치 쓰다 버린 휴지를 보듯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뒷정리 잘하고 와라. 냄새 풍기지 말고. 오후에 회의 있는 거 알지?"
그는 바닥에 침을 한번 퉤 뱉고는, 미련 없이 비상계단 문을 열고 나갔다.
쾅.
육중한 철문이 닫히는 소리가 보윤의 심장을 때렸다.
센서등이 꺼지고 다시 어둠이 찾아왔다.
보윤은 어둠 속에 웅크린 채, 흘러내리는 액체를 닦아낼 생각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자신의 허벅지를 바라보았다.
자신은 이제 완전히, 누구나 쓰고 버릴 수 있는 '공공재'가 되어버렸다는 사실만이 뼈저리게 사무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