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 살아있는 구멍
1. 평온한 가축의 우리
오전 10시 30분. 사무실은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와 전화 벨 소리로 분주했다. 김 대리는 전화기를 붙들고 거래처와 언성을 높이고 있었고, 보윤의 동기들은 엑셀 지옥에 빠져 한숨을 쉬고 있었다.
오직 성보윤만이 평화로웠다.
보윤의 모니터에는 엑셀도, 보고서도, 아무런 업무 창도 띄워져 있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마우스를 딸깍거리며 연예 기사를 읽거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신상 구두를 구경하며 스크롤을 내릴 뿐이었다.
아무도 그녀에게 일을 시키지 않았다. 아무도 그녀가 노는 것을 지적하거나 혼내지 않았다.
심지어 김 대리조차 보윤의 자리를 지나갈 때면 못 본 척 고개를 돌렸다.
보윤은 이 치열한 사무실 내의 유일한 불가침 영역이자 성역이었다.
'편하다. 진짜... 너무 편하다.'
보윤은 탕비실에서 타 온 달달한 믹스커피를 여유롭게 홀짝였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실수를 할까 봐 전전긍긍하고, 숨소리조차 크게 못 내며 상사의 눈치를 보던 쭈구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여왕처럼 다리를 꼬고 앉아 있다.
이 안락함의 대가라고 해봐야, 고작 하루에 한두 번,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에 다리 한 번 벌려주는 것.
그 짧은 30분, 눈 딱 감고 역겨움을 참으면 하루 8시간의 고된 노동과 감정 소모가 마법처럼 사라진다.
이것만큼 남는 장사가 어디 있는가.
자존심?
그런 건 통장에 찍히는 월급처럼 실체가 있는 게 아니었다.
띠링.
화면 우측 하단에 사내 메신저 알림창이 떴다.
[박민석 차장]: 보윤아, 나가자. 몸이 좀 찌뿌둥하네. 너도 답답하지?
보윤은 그 메시지를 보자마자 기계적으로 벌떡 일어났다.
그녀의 몸은 이미 파블로프의 개처럼, 주인의 호출에 조건반사적으로 반응하도록 훈련되어 있었다.
[보윤]: 네, 팀장님. 1층 로비에서 뵙겠습니다.
보윤은 책상 서랍에서 핸드백을 챙겼다.
손거울을 보며 지워진 립스틱을 꼼꼼하게 덧발랐다.
쥐 잡아먹은 듯 붉고 번들거리는 입술.
이 입술은 이제 동료들과 대화를 하거나 의견을 말하기 위한 기관이 아니었다.
팀장의 욕구를 가장 먼저 받아내고 자지를 빨아주기 위한, 기능적인 구멍의 입구일 뿐이었다.
2. 늙은 수컷의 놀이터
회사에서 두 블록 떨어진, 간판도 낡아빠진 허름한 대실 모텔.
엘리베이터도 없는 3층 구석방의 문이 닫히자마자, 박 차장은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 침대 위로 내던졌다.
"아우, 씨발. 김 상무 그 늙은이가 아침부터 실적 쪼아대는데 진짜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스트레스 받아 죽겠어."
그는 땀에 젖어 누렇게 변색된 와이셔츠를 훌러덩 벗어던졌다.
축 늘어진 뱃살과 그 위를 덮은 듬성듬성한 거뭇한 가슴털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좁은 방 안에 에어컨 냄새와 섞인 중년 남성 특유의 퀴퀴한 홀아비 냄새, 그리고 시큼한 땀 냄새가 훅 끼쳐왔다.
역겨웠다.
위산이 역류할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방긋 웃었다.
"고생 많으셨어요, 팀장님. 많이 힘드셨죠? 제가 다 풀어드릴게요."
보윤은 익숙하게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손이 그의 벨트 버클을 풀고, 바지 지퍼를 내렸다.
바지가 발목까지 내려가자, 칙칙한 회색 트렁크 팬티 사이로 시커멓고 축 늘어진, 볼품없는 성기가 고개를 내밀었다.
해주와 함께했을 때의 그 단단하고 깨끗했던, 사랑으로 충만했던 기억은 이제 전생의 일처럼 아득했다.
눈앞에 있는 건 그저 욕망을 배설하기 위해 덜렁거리는 늙은 살덩어리일 뿐이었다.
"빨아. 쌀 때까지 멈추지 마."
그의 명령에 보윤은 주저 없이 그의 다리 사이로 머리를 파묻었다.
츕, 츕
기계적인 애무. 영혼은 없었다.
그저 혀와 입술의 근육만을 정교하게 움직여 주인을 만족시키는 육체노동이었다.
"하으... 그래, 옳지... 혀 더 굴려. 기둥 핥아."
박 차장은 보윤의 머리채를 한 손으로 움켜잡고 자신의 사타구니 쪽으로 짓눌렀다.
보윤은 숨이 막혔지만, 턱이 빠질 만큼 입을 크게 벌려 그의 뿌리 끝까지 머금었다.
입안 가득 차오르는 짭짤하고 비릿한, 씻지 않은 남자의 좆 냄새.
박 차장은 보윤의 입 안이 따뜻하고 조이는 느낌에 쾌감을 느끼며, 그녀의 머리통을 앞뒤로 거칠게 흔들었다.
목구멍 깊숙이 찌르는 이물감에 헛구역질이 났지만, 보윤은 눈물이 고인 채로 혀를 멈추지 않았다.
"크으... 씨발, 역시 보윤이야. 혀 놀림이 아주 예술이야. 너 이거 타고났어. 명기야, 명기. 회사 다니지 말고 강남 텐프로로 나가는 게 더 성공했겠다. 떼돈 벌었을 텐데."
명백한 모욕이었다.
인격 살인이었다.
하지만 보윤은 그의 칭찬에 화답하듯 눈을 치켜뜨고 그를 올려다보며 더 열심히 고환을 핥고 혀를 굴렸다.
이 더러운 비위를 맞춰줘야, 오후에 사무실에 들어가서도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못하니까.
편하게 쇼핑이나 하면서 월급 루팡을 할 수 있으니까.
'나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감정이 있는 인간 성보윤이 아니다. 나는 박민석 차장의 전용 오나홀이다.'
속으로 주문을 외우면, 기이하게도 수치심 따위는 마취된 듯 느껴지지 않았다.
3. 가장 쉬운 길
"하아, 안 되겠다. 올라와. 내 거 터지겠다."
박 팀장은 침대에 대자로 눕더니 자신의 배 위를 툭툭 쳤다.
보윤은 옷을 다 벗지 않았다.
타이트한 H라인 스커트를 허리까지 걷어 올리고, 블라우스 단추만 가슴골이 다 드러나도록 풀어헤친 채, 스타킹을 신은 다리를 벌려 그의 위로 올라갔다.
그는 보윤이 옷을 입은 채로, 특히 오피스 룩을 입고 하는 걸 병적으로 좋아했다.
회사에서는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부하직원을 유린한다는 '오피스 와이프'의 배덕감을 즐기기 위해서였다.
보윤이 상체를 숙이자, 브래지어 밖으로 쏟아져 나온 거대한 유방이 박 팀장의 얼굴 위로 묵직하게 떨어졌다.
박 팀장은 양손으로 보윤의 가슴을 떡 주무르듯 거칠게 움켜쥐었다.
"이야, 진짜 씨발 젖통 봐라. 역시 우리 보윤이 젖통은 볼 때마다 예술이야."
철썩, 찰싹!
그는 흥분에 겨워 보윤의 하얀 유방을 손바닥으로 세게 때리고, 꼬집고, 비틀었다.
살이 찢어질 듯 아팠고 금세 벌겋게 손자국이 남으며 달아올랐다.
보윤은 스스로 엉덩이를 들어 박 팀장의 성기를 자신의 젖은 입구에 맞췄다.
그리고 천천히,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푸욱. 그의 성기가 보윤의 안으로 끝까지 파고들었다.
뻑뻑했다.
사랑 없이, 전희 없이 들어오는 생살의 마찰과 이물감은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마치 굵은 막대기가 내장을 휘젓는 느낌이었다.
"아으... 읏...!"
"좋지? 보윤아, 솔직히 말해봐. 사무실에 앉아서 엑셀 두드리는 것보다 오빠 자지 받아먹는 게 낫지? 엉?"
박 팀장이 보윤의 골반을 잡고 밑에서부터 퍽퍽 쳐올리며 물었다.
살과 살이 부딪히는 적나라한 마찰음이 좁은 방을 가득 채웠다.
보윤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그의 박자에 맞춰 위아래로 엉덩이를 흔들며 헐떡였다.
"네... 네... 하앙! 좋아요... 일하는 것보다... 앙! 팀장님 거 받는 게... 이게 훨씬 좋아요...!"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연기이자, 비참한 진심이었다.
김 대리에게 깨지고, 사람들에게 투명 인간 취급당하고, 화장실에 숨어 울면서 비참해하는 것보다.
차라리 이 늙은 수컷 밑에 깔려, 혹은 그 위에 올라타 몸을 파는 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훨씬 쉬웠다.
생각할 필요가 없으니까. 자존심을 지킬 필요가 없으니까.
'어차피 닳는 것도 아니잖아. 그냥 살덩이일 뿐이야. 씻으면 그만이야.'
'내가 희생하면 돼. 내가 참고 다리 벌리면, 내 세상은 평온해져.'
보윤은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이것은 매춘이 아니다. 이것은 생존을 위한 고도의 처세술이다. 거절을 해서 미움받고 도태되느니, 수락을 해서 사랑받는(비록 그것이 더러운 욕정일지라도) 예쁨 받는 개가 되는 편이 낫다.
보윤은 더 적극적으로 허리를 흔들었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거대한 가슴이 상하좌우로 격렬하게 출렁이며 박 팀장의 얼굴을 때렸다.
박 팀장은 짐승처럼 입을 벌려 출렁이는 보윤의 유방을 한 입 가득 물고, 유두를 이빨로 잘근잘근 씹어댔다.
"그래! 이거야! 더 흔들어! 가슴 좀 더 흔들어봐! 아주 걸레가 다 됐네, 성 주임! 내가 아주 잘 길들였어!"
"하앙! 네... 저 걸레예요... 팀장님 전용 걸레예요... 더 박아주세요...!"
보윤은 자신의 입으로 스스로를 깎아내리며 쾌락 없는 교성을 질렀다.
그렇게라도 해야 이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었다.
그녀는 스스로 창녀가 되기를 자처하며, 박 팀장의 욕망이라는 늪 속으로 더 깊이, 아주 깊이 잠겨 들어갔다.
4. 살아있는 구멍
"으으윽! 싼다! 보윤아, 오빠 싼다!!"
박 차장은 예고도 없이 보윤의 허리를 꽉 움켜쥐어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하고, 밑에서부터 짐승처럼 쳐올리며 보윤의 안 가장 깊숙한 곳에 사정했다.
뜨겁고 끈적한 액체가 울컥울컥 쏟아져 나와 자궁 경부를 두드리고 질 내벽을 가득 채웠다.
내 자궁은 그저 그가 배설하고 싶을 때 쓰는 쓰레기통이었다.
"하아... 하아... 후우..."
행위가 끝나고, 박 차장은 대자로 뻗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보윤은 그의 위에서 천천히 내려와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았다.
다리 사이로 그의 정액과 섞인 애액이 주르륵 흘러내려 허벅지를 타고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보윤은 천장의 형광등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눈에 초점이 없었다. 죽은 물고기의 눈 같았다.
'끝났다. 이제 점심 먹고 들어가면... 퇴근할 때까지 아무도 안 건드리겠지.'
박 차장이 일어나 콧노래를 부르며 욕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주섬주섬 물티슈로 다리 사이를 대충 닦아내고 옷을 챙겨 입었다.
속옷은 축축하게 젖어 찝찝했지만 상관없었다.
이 불쾌한 찝찝함은 그녀가 오늘 하루를 편하게 보냈다는 영수증 같은 거니까.
안전을 보장받았다는 증표니까.
모텔 방 전신 거울 앞에 섰다.
산발이 된 머리, 번져서 입가까지 묻은 립스틱, 가슴골에 남은 붉은 손자국과 키스 마크.
거울 속의 여자는 더 이상 꿈 많고 당당했던 대기업 신입사원 성보윤이 아니었다.
그녀는 영혼이 거세된, 오직 남자의 쾌락을 위해 존재하는 기능적인 육체일 뿐이었다.
보윤은 거울 속의 낯선 여자, 아니 스스로를 향해 웃어 보였다.
입꼬리만 억지로 올라간, 기괴하고 공허한 미소.
"잘했어, 보윤아. 잘 참았어. 별거 아니잖아."
그녀는 스스로 머리를 쓰다듬었다.
거절은 죽음이다. 수락은 생존이다.
이 잔혹한 공식을 뼛속 깊이 새긴 보윤은, 이제 어떤 요구도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더럽고, 추악하고, 스스로를 파괴하는 변태적인 일일지라도.
"보윤아, 가자! 늦겠다. 밥 먹으러 가야지."
박 차장이 개운한 얼굴로 머리를털며 나왔다.
"네, 차장님."
보윤은 핸드백을 들고 그의 뒤를 따랐다.
굽은 등, 그러나 또각또각 울리는 구두 소리. 그녀의 거대한 가슴이 걸을 때마다 출렁거렸다.
그것은 나의 족쇄이자, 이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무기였다.
보윤은 다시 사무실로 돌아간다.
낮에는 얌전하고 무능한 사원으로, 밤에는 팀장의 책상 밑에서 봉사하는 음탕한 구멍으로.
그 이중적인 지옥이, 이제 보윤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