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문턱이 닳아버린 방
1. 중력의 흉터
"윽, 으으윽... 읏..."
단말마 같은 신음이 싸구려 모텔의 눅눅한 베개에 파묻혀 뭉개졌다.
박 차장의 거친 허리짓에 맞춰 보윤의 상체가 짐승처럼 앞뒤로 심하게 흔들렸다.
그녀는 엎드려 있었다. 가장 치욕스러운 것은, 중력에 의해 축 늘어진 그녀의 거대한 가슴이었다.
박 차장이 뒤에서 거칠게 밀어붙일 때마다, 한 손에 다 잡히지도 않는 두 개의 무거운 살덩이가 허공에서 제멋대로 출렁거렸다.
"야, 성보윤. 힘 좀 빼. 씨발, 무슨 나무토막이야?"
박 차장이 그녀의 엉덩이를 '짝' 소리 나게 내려쳤다. 살이 튀는 소리가 적막한 방을 울렸다.
수치심?아니, 보윤은 그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린 지 오래였다. 수치심을 느끼면 거절해야 하니까.
거절하면 미움받으니까. 그녀에게 거절은 죽음보다 더한 공포였다.
'차라리 이게 나아. 내일 회의 때 깨지는 것보단 이게 나아. 내가 참으면 다 편해져. 그냥 눈 딱 감고 5분만... 아니 3분만 버티면 돼.'
그녀는 눈을 부릅뜬 채 매트리스 귀퉁이에 묻은 검붉은 얼룩을 세었다.
하나, 둘, 셋... 얼룩이 마치 누군가 토해놓은 핏자국 같았다. 자신의 처지처럼.
박 차장의 거친 숨소리가 귓가에 닿을 때마다 소름이 돋았지만, 그녀는 반사적으로 "으음, 네..." 하며 앓는 소리를 냈다. 그것은 쾌락이 아닌 생존을 위한 비굴한 연기였다.
철썩, 철썩.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 외에도, 그녀의 무거운 유방이 매트리스 바닥에 쾅쾅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아팠다.
얇은 피부가 쓸리고, 무게를 이기지 못한 인대가 끊어질 듯 당겨졌다.
하지만 그녀는 가슴을 가릴 손이 없었다.
두 손은 시트를 꽉 움켜쥐고 이 고통을 견뎌야 했으니까.
"하아, 씨발... 보윤아. 너 오늘따라 진짜 더 젖소 같다."
박 차장이 낄낄거리며 보윤의 허리를 놓고, 앞으로 손을 뻗어 그녀의 늘어진 가슴을 움켜쥐었다.
다섯 손가락으로 쥐어짜듯 비틀었다.
"야, 솔직히 말해봐. 여기서 젖 나오는 거 아니야? 어? 짜면 나올 것 같은데."
박 차장은 낄낄거리며 보윤의 유두를 손톱으로 꼬집고 비틀었다.
찌릿한 통증이 척추를 타고 올랐다.
"으윽... 차장님... 아파요..."
"아프긴, 좋으면서. 가만히 있어 봐. 이 젖통 흔들리는 것 좀 보게."
박 차장이 허리짓을 거칠게 할 때마다, 보윤의 상체는 주체할 수 없이 출렁거렸다.
그 묵직한 진동이 너무나 수치스러웠다.
그녀는 자신의 가슴이 혐오스러웠다.
사춘기 때부터 그랬다.
남들보다 비대하게 커버린 이 가슴은 언제나 시선의 표적이었고, 폭력의 구실이었다.
그는 그녀를 인격체가 아닌, 그저 젖이 달린 구멍으로 취급했다.
박 차장의 손아귀 힘에 의해 유두가 짓이겨졌다.
보윤은 수치심에 눈을 질끈 감았다.
이 빌어먹을 살덩이.
사춘기 때부터 그녀의 인생을 망쳐온, 저주받은 지방 덩어리.
그녀의 시야에 매트리스에 짓눌려 찌그러진 자신의 가슴 한쪽이 들어왔다.
핏줄이 서고, 벌겋게 충혈된 피부.
그것은 아름다운 여성의 신체가 아니라, 정육점에 거꾸로 매달린 고기처럼 보였다.
'잘라내고 싶다. 그냥 도려내 버리고 싶다.'
보윤은 천장을 보며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는 전혀 다른 말이 나왔다.
"네... 차장님... 마음대로 해주세요..."
2. 타인의 호흡을 입다
박 차장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그 충격으로 보윤의 가슴은 찢어질 듯이 좌우로 요동쳤다.
마치 몸에서 떨어져 나가려는 듯 격렬하게 흔들리는 그 무게감이 그녀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으으윽! 싼다, 씨발!"
박 차장은 예고도 없이 그녀의 가장 깊은 곳, 자궁 경부를 쾅쾅 들이받으며 뜨끈하고 비릿한 액체를 쏟아냈다.
콘돔은 없었다.
그는 처음부터 쓸 생각이 없었고, 보윤은 감히 끼라고 말하지 못했다.
그가 욕설과 함께 몸을 부르르 떨 때, 보윤은 자신이 인간이 아닌 그저 '정액을 받아내는 살덩이 튜브'가 된 것 같았다.
사정과 동시에 그는 보윤의 한쪽 가슴을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아악!"
보윤의 비명은 쾌락이 아닌 고통이었다.
박 차장은 그녀의 가슴을 손잡이처럼 잡고 자신의 욕망을 배설했다.
그가 빠져나가자, 다리 사이로 희뿌연 정액이 주르륵 흘러내려 허벅지 안쪽을 타고 미지근하게 기어갔다.
끈적하고 불쾌한 그 감각이 마치 수천 마리의 구더기가 살을 파고드는 것처럼 역겨웠다.
박 차장은 뒤처리도 하지 않은 채 침대 헤드에 기대앉아 담배를 물었다.
"후우... 이제 좀 살겠네. 야, 휴지 좀 줘봐."
보윤은 다리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액체를 손으로 대충 막으며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휴지를 가져다주었다.
박 차장은 그녀의 알몸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킬킬거렸다.
"야, 너는 진짜... 그 젖통 하나는 국보급이다.회사 놈들이 이거 한번 만져보려고 얼마나 침 흘리는지 아냐? 넌 나한테 고마워해라. 내가 관리해 주는 거니까."
관리.
그것은 착취의 다른 이름이었다.
보윤은 떨리는 팔로 상체를 일으켰다.
무거운 가슴이 둔탁하게 아래로 쳐졌다.
그 무게가 마치 그녀의 죄의 무게처럼 느껴졌다.
"너 회사에선 그렇게 고고한 척하더니, 까보니까 완전 걸레가 따로 없네. 아주 좋아서 질질 싸는구나?"
그 말은 비수가 되어 가슴을 찔렀지만, 보윤의 입은 조건반사처럼 움직였다.
"죄송... 죄송합니다, 차장님. 제가 더 잘... 맞췄어야 했는데."
"됐고, 가서 씻어. 냄새나니까."
3. 조여오는 숨통
보윤은 화장실로 도망치듯 들어갔다.
거울 속의 여자는 엉망이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퀭한 눈동자, 입가에 말라붙은 타액.
그녀는 샤워기를 틀고 다리 사이를 벅벅 문질러 씻었다.
손가락을 집어넣어 안을 긁어내듯 닦아냈다.
뱃속에 들어찬 타인의 욕망을 긁어내려 할수록, 자신이 썩어 문드러진 '공중변소' 같다는 생각만 선명해졌다.
하지만 그녀는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며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경련하듯 떨리는 미소였다
.
'잘했어, 보윤아. 잘 참았어. 박 차장님 기분 풀렸잖아. 내일 결재는 문제없을 거야. 아무 일도 없는 거야.'
샤워를 마치고 나온 보윤은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에는 젖은 머리카락을 한 채 기형적으로 보일 만큼 가슴이 큰 여자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유방 곳곳에는 박 차장이 이빨로 물어뜯고 손으로 쥐어짜서 생긴 검붉은 멍이 들어 있었다.
얇은 피부 아래 핏줄이 푸르딩딩하게 비쳤다.
그녀는 양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들어 올려 보았다.
묵직했다. 마치 물이 가득 찬 풍선처럼, 혹은 정육점에 걸린 고깃덩어리처럼 출렁였다.
"징그러워..."
그녀는 찬물로 가슴을 벅벅 문질러 씻었다.
박 차장의 침 냄새를 지우고 싶었다.
옷을 입는 과정은 또 다른 고문이었다.
그녀가 입어야 하는 흰색 블라우스. 단추를 잠그자, 가슴 부위가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단추와 단추 사이가 아슬아슬하게 벌어져 속옷 레이스가 훤히 비쳤다.
'숨 막혀...'
박 차장은 항상 이런 옷을 입으라고 강요했다.
"보윤아, 넌 감추면 죄야. 딱 붙는 거 입고 와. 그래야 사무실 분위기가 살지."
그녀는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 무거운 살덩이를 달고, 내일도 출근해서 그들의 눈요깃감이 되어야 했다.
그녀가 헐렁한 옷을 입고 출근한 날이면, 그는 결재 서류를 집어 던지며 "성의가 없다"고 화를 냈다.
보윤은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 거대한 흉물이 그녀를 '쉬운 여자', '헤픈 년’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그녀의 눈을 보지 않았다. 언제나 목 아래, 그 출렁이는 살덩이만 볼 뿐이었다.
모텔을 나와서도 지옥은 끝나지 않았다.
새벽 2시의 차가운 공기가 젖은 머리카락을 스쳤다.
박 차장은 택시를 잡으려는 보윤을 불렀다.
"야, 보윤아. 나 담배 다 떨어졌다. 저기 편의점 가서 하나 사 와라. 라이터도."
그녀는 하이힐을 신은 발이 퉁퉁 부어 터질 것 같았지만,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네, 차장님. 금방 다녀올게요. 무슨 담배 피우시죠?"
"아무거나 독한 걸로. 그리고 오는 길에 숙취해소제도 두 개 사 와. 내 거랑 네 거."
"네, 알겠습니다.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녀는 방금 자신을 강간에 가깝게 유린하고 배설구 취급한 남자에게 감사를 표했다.
횡단보도를 건너며 보윤의 핸드폰이 울렸다.
[지은] : 언니, 자? 나 급해서 그러는데 돈 좀 빌려줄 수 있어? 300만 원만. 언니 대기업 다니잖아. 이번엔 진짜 빨리 갚을게. 한번만~
보윤의 통장 잔고는 이미 마이너스였다.
지난달에도 지은의 카드값을 막아주느라 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그녀의 손가락은 망설임 없이 답장을 찍고 있었다.
거절했다가 지은이 실망할까 봐, 유일한 친구를 잃을까 봐 두려웠다.
[나] : 응, 지은아. 지금 바로 보낼게. 무슨 일 있어? 너무 걱정하지 마.
신호가 바뀌자 보윤은 편의점 쪽으로 달렸다.
뛸 때마다 가슴이 육중하게 흔들려 통증이 느껴졌다.
편의점 알바생의 시선이 노골적으로 그녀의 벌어진 블라우스 틈새에 꽂혔다.
끈적하고 더러운 시선.
하지만 보윤은 그 시선을 피하지도, 가리지도 못했다.
"4,500원입니다."
알바생의 눈은 그녀의 얼굴이 아닌, 가슴에 고정되어 있었다.
보윤은 붉어진 얼굴로 계산을 마치고 도망치듯 나왔다.
박 차장이 차 창문을 내리고 손짓했다.
그녀는 헐레벌떡 뛰어가 담배를 바쳤다.
박 차장이 그녀의 가슴을 툭 치며 비릿하게 웃었다.
"역시 보윤이가 최고야. 말귀를 잘 알아먹어. 몸도, 마음도 아주 착해 빠졌어. 내일 회의 때도 그 블라우스 입고 와라? 알았지? 지각하지 말고."
차가 떠나고 매연 속에 홀로 남겨진 보윤.
허벅지 사이가 쓸려 따가웠고, 속옷은 덜 닦인 정액과 분비물로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걸을 때마다 찌걱거리는 불쾌한 소리가 났다. 하지만 그녀는 안도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누구에게도 '아니요'라고 말하지 않고 넘겼다는 사실에.
'다들 날 필요로 해. 내가 없으면 안 돼. 난 좋은 사람이야. 거절하지 않으면 모두가 행복해.'
그녀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 거대한 고깃덩어리를 달고 사는 살아있는 자동문으로서의 삶을 또다시 수락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