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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16화 누나, 라면 먹고 갈래요?


**** 아니 땐 회식장소에서의 창현의 등장. 유하는 자신도 모르게 감동받아서 울먹거리고 만다. "흐윽... 창현아?" 이게 정말 꿈일까. 생시일까. 술취한 척하는 상사, 주용한테 성희롱 당하는 아찔한 정조의 위기상황에서 그 창현이가 오다니, 다 큰 여자애라서 부끄러운 감상인데도 마치 백마 탄 왕자님, 원빈이 온 심정이었다. 유하가 그저 경황이 없어서 속눈썹을 깜박일 때였다. "창현아...." 때마침 창현은 그저 부드러운 미소를 하고선 유하의 손목을 잡아주고 있었다. 마치 다정다감한 남자친구처럼 연기하고선 말이다. "유하야, 뭐해? 직원 분들께 인사드리고 오빠랑 같이 귀가하자." 유하는 몹시 반가운 와중에도 불안감에 살짝 망설인다. "흑, 그게....?" 그녀의 염려처럼 아니나 다를까. 창현에게 아까 밀쳐졌던 유하의 상사, 주용이 몹시 분개한듯이 성낸다. "넌 대체 누구야? 누구길래 우리 유하를 끌고 가려는 거야! 나 누군줄 알아. 우리 촉망받는 대기업 한빛전자의 차장, 김주용이라고!" 창현은 내심 화가 나는 심경에 이마 위에 푸른 힘줄이 솟구치고 만다. "하...." 유하 누나보고선 못된 짓하려고 했으면 우리 유하라니, 이 술취한 변태 유부남 꼰대 아재가 미쳤나? 마음만 같아선 당장 녀석의 멱살을 잡고선 그 된장같이 생긴 역겨운 안면에 주먹질을 몇 번은 꼽고 싶었다. 하지만 한 번 44살 인생에서 실패해서 운 좋게 회귀한 자신은 알고 있다. 사회에서는 그렇게 해선 안된다. 그리고 다행히도 저 아재놈한테 주먹질보다 더 강하게 한 방 먹이는 법도 있다. 네가 좋아하는 사회의 방식대로 물 먹여주마! 회귀한 자신만 아는 '미래의 정보'를 이용해서 말이다. 여기까지 빨리 생각한 창현은 그저 영업용 미소로 생글생글 위장하며 주용한테 말한다. "주용 씨라고 하셨죠? 안녕하세요. 우리 유하가 항상 신세 많이지고 있습니다. 저는 유하의 약혼자인 안창현이라고 합니다." 창현의 생각지도 못한 예의바른 인사와 약혼 소개였다. 회식 중이던 사내 직원들은 깜짝 놀라서 소근거리고 만다. "어라... 그 순둥순둥하면서 예쁜 유하 씨한테 약혼자가 있었어? 유하 씨 항상 조용하고 본인 말이 없어서 전혀 몰랐네." "그러게... 게다가 저 청년 꽤 훈남에 근사해보이네. 직업이 뭐길래?" 주용도 꽤나 당황해서 소리치고 만다. "뭐 유하의 약혼남...? 당신 직업이 대체 뭐길래?" 이놈이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반말 찍찍대네. 뭐 그럴수록 너만 망신 당할테니까 상관없지만 말이다. 창현은 그저 생글생글 웃으며 말한다. "아 그저 별 건 아니고... 아버지 가업을 이어서 샛별기업에서 납품하는 일과 더불어 부동산 업무때문에 건물 몇 채 관리하고 있습니다." 창현의 허장성세에 주용은 당황해서 헛기침을 하고 만다. "뭐... 샛별기업이라면.... 쿨럭?" 샛별기업, 2002년 당시에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시 극비리 개발중이던 스마트폰 관련 독점기술로 대기업 한빛그룹과 은밀히 제휴하고 있는 떡상하는 기업으로 이후 2010년 대한민국에서 역시 한빛, 삼셩 등과 견주게 되는 대기업이다. ... 2024년 시점에선 이미 9시 뉴스에도 여러번 나와서 전국민 대다수가 알겠지만 당시에는 관계자끼리의 철저한 비밀이었다. 참고로 해당 프로젝트는 한빛전자에서도 극비리라서 일부 간부만 알고 있는 거라서 차장인 주용도 귀띔만 들은 정보였다. 그런데 그 유하의 약혼남이라는 새파란 애송이같은 녀석이 그 샛별기업과 관련돼 있고 부동산 일을 한다고? 생긴 것도 좀 잘생긴 게 이놈 혹시 자신이 모르는 재벌3세 거물같은 게 아닐까? 주용은 오싹한 심경에 그만 주름진 이마 위로 식은땀이 송글 맺힌 채 갑자기 공손해지고 만다. "흐흠.... 창현 씨 그러셨군요...? 예, 반갑습니다...." 창현은 입가를 씨익 올린다. 이놈 봐라, 바로 속물 먹은 꼰대 아니랄까봐 자신의 거짓말에 낚여서 바로 꼬리부터 내리네. 추하네 그냥! 반면에 유하도 깜짝 놀라서 입으로 양손을 가리고 만다. "앗, 창현아...." 그녀가 아는 창현이는 그저 성실하면서 조금 엉뚱한 훈남인 여자하숙집 주인일뿐인데 무슨 거짓말을 저렇게 잘하길래 그 변태 주용이놈이 저리 빌빌대는 걸까.... 반면에 창현은 마저 웃으며 입을 뗸다. 하, 그러면 저 추한 꼰대한테 막타를 날려주자. "예, 주용 씨, 상사 분으로서 평소에 우리 착한 유하가 신세 많이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허허... 아닙니다... 유하 씨가 그저 착하고 성실해서 잘 따르더라고요....." "예, 그렇군요. 주용 씨 혹시 법적 문제 해결할 일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아버지 지인 분들 인맥 좀 있어서 그쪽 로 컨펌을 자주하거든요." "아, 예...." "요즘 대한민국에 변호사 쓸 일 좀 있잖아요. 간통죄라든가 뭐?" 주용은 변호사, 간통죄 이야기에 간담이 서늘한 나머지 안색이 새파랗게 질리고 만다. "크흠....?" 간통죄, 2015년에는 폐지됐지만 02년 당시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불륜 등에서 강력한 효력을 발효하던 법이다. 간통죄는 정확히 법적으로 결혼한 부부에만 적용되지만 뭐 어때, 사실혼식으로 돌려서 적당히 협박하면은 고소당한 상대방 입장에선 도둑이 제 발 저린 심경에 바로 울고 불며 합의하자고 난리칠 거다. 그리고 그 잘나던 꼰대, 주용도 변호사, 간통죄 이야기에 그저 추한 아재였을 뿐이었다. 주용은 그저 사시나무가 떨듯이 어깨를 덜덜 떨면서 창현에게 굽신거린다. "예, 창현씨... 정말 감사합니다... 그그 유하 씨는 절대 걱정 마세요. 상사인 제가 목숨을 걸고선 어느 누가 고운 손끝 하나 건들지 못하도록 단단히 책임지겠습니다." 창현은 그런 주용의 어깨를 기분 나쁘게 두드려준다. 그의 살찐 목가도 쓰담아고선 말이다. 경고의 의미로. "네. 주용 씨." ".... 예." 그래, 너부터 우리 누나 건들면 죽은 목숨이야. 창현은 그저 영업용 미소로 넘긴다. "후후, 다행이네요. 감사합니다." 그는 직후 슬그머니 유하쪽을 바라보면서 윙크를 한다. "...." 유하는 그저 감동받은 나머지 한껏 울먹거리고 있었다. "흐윽...." 창현은 직후 자연스럽게 연인마냥 유하 누나를 부축하고선 퇴장한다. "직원 분들 그러면 감사했습니다. 저는 유하랑 먼저 가볼게요." "예, 창현 씨 감사합니다. 유하 씨 고생했어." 그렇게 사이다스럽게 구출해낸 순둥순둥한 누나였다. 하지만 밤이 깊은데도 그들의 일과는 끝나지 않고 있었다. 이제 서로에게 있어서 잊지 못할 음란한 밤이 시작되고 있었기에. **** 이후 30분쯤 지나서 근처 공터. 유하는 창현이 어깨맡에 한껏 흐느끼면서 기대고 있었나. "흐윽, 창현아... 누나가 오늘 정말 고마워...." "누나, 눈물 뚝." 창현은 안쓰러운 심경에 유하 누나를 달래주며 내심 생각한다. 유하 누나가 지난 30분동안 알려준 그녀의 성격의 비밀과 용서 못할 회식사건의 일화들. 겉보기는 정말 온실속의 화초처럼 예쁘고 순둥순둥한 상냥한 누나라서 몰랐는데 그녀가 정말로 마음 고생 많이하고 힘들게 살아왔던 걸 알게 되었다. 본래 44년 흙수저 인생이던 자신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유하는 때마침 창현에게 울먹거리며 자조하듯이 말한다. "창현아...." "네, 누나." "누나 참 몹쓸 사람이지...? 그저 본인만 잘하고 똑바로 말하면 될 것을... 괜히 남탓하고 미루다 보니까 오늘같은 불상사가 생겨도 아무 말도 못한 채 그저 창현이 너한테만 도움 받고 말야. 못난 여자애라서 그저 착한 척, 상냥한 척 남한테 가식만 떨고 말야.... " "...." 그건 단언코 절대로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그야 우리 유하 누나는.... 창현은 그저 머릿속에 생각나는 대로 진지하게 말한다. "... 누나, 그건 아니에요." "응...?" "저는 그런 사랑스럽고 상냥한 유하 누나가 있어서 세상 누구보다 기뻤는 걸요?" "...." "저는 매일 아침 누나가 해주는 달콤한 눈인사에 하루를 살아가는 낙을 얻었답니다. 그리고 지금도 사랑스러운 누나 곁에 있어서 행복하고요. 지금 마음만 같아서 당장에 누나를 흐흠...." 경청하던 유하 누나는 그저 그녀의 눈망울을 말똥말똥 뜨고 있었다. "아...?" 창현은 아차한 심경에 눈가를 흠칫거리고 만다. "아, 이건...?" 아, 이건 생각없이 말하다가 정말 말실수했다. 안그래도 회식 때 그 미친 변태 꼰대놈때문에 가슴앓이했을 누나 앞에서 무슨 추태인 걸까. 당장에 사과부터 드려야하리라. 창현이 머쓱한 심경에 뺨을 긁고선 사과하려던 때였다. "누나 이건 제가 죄...." "아...." 그러나 유하는 어느새 그저 평소같은 부드러운 미소를 내비치고 있었다. "후훗... 역시 우리 창현이답네." "예? 누나...?" 당사자인 유려한 트윈테일 아가씨는 말을 하다말고선 왠지 부끄러워하는 기색으로 시선을 애먼 곳으로 돌려보고 있었다. 그녀의 양뺨에서는 어느새 야릇한 홍조가 가득하고선 말이다. 순둥순둥한 누나가 왜 저럴까? 그러나 의문을 해소하기도 전에 그녀는 루즈를 바른 입술로 민망한 느낌을 중얼댄다. "창현아, 누나 오늘은 하숙집 들어가기가 싫네...?" "아...?" 이건 아무리 자신이 연애, 여자관계가 젬병이라도 확실히 알겠다. 순둥순둥한 누나가 돌려서하는 표현은 분명...? 이걸 놓치면 자신이 남자가 아니리라. 창현은 그저 흥분해서 붉혀진 얼굴에서 애써 태연한 척 넉살 좋게 말한다. "유하 누나." "응...." "혹시 2001년 아니... 작년에 나온 '봄날은 간다' 영화 보셨어요? 유지태, 이영애 나온 영화요." "응, 누나가 영화는 좀 좋아해서 본 거 같기도...." "그러면 이거 말해도 되겠네요.... 흐흠." 창현은 그저 머쓱한 미소를 하고선 말한다. "유하 누나, 오늘은 하숙집 들어가지 말고.... 라면 먹고 갈래요?" 2024년 썸타는 남녀끼리 가장 많이 쓰는 은어, 라면 먹고 갈래? 사실 그 은어는 2001년 개봉한 영화의 대사에서 파생된 밈이다. 2020년 넘어서 인터넷방송때문에 유행어가 된 밈이지만 이걸 지금 쓰는 게 참 쑥스럽네 그래. 뭐 어때? 대사에 저작권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때마침 영화를 봤다던 유하 누나는 그 의미를 알아차렸나보다. "아...." 그녀는 직후 몹시 수줍어져서 빨개진 자신의 얼굴을 괜히 숙이면서 수긍해준다. "창현아,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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