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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평화주의자의 가장 피곤한 은신처


제4화. 평화주의자의 가장 피곤한 은신처 "이렇게 가슴부터 들이밀 줄은 몰랐잖아요!” 그의 평화로운 만두 계획은, 그렇게 또다시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사매(師妹)를 욕보인 놈을 잡아라!” 지옥이었다. 천무진은 이를 악물고 마을을 가로질렀다. 뒤에서는 수십 개의 발소리와 노호성이 그를 쫓았다. 정파 놈들이었다. 청성파라는 위선자 집단이, 검을 뽑아 들고 살기등등하게 그를 추격하고 있었다. “망할! 망할! 망할!” 그는 욕설을 씹어뱉었다. 억울했다. 그는 그저 만두가 먹고 싶었을 뿐이다. 그의 평화로운 만두 계획은 소매치기 때문에 망가졌고, 그 소매치기를 잡으려다 정파 여제자의 가슴을 만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가슴 때문에, 지금 그는 천하의 변태가 되어 쫓기고 있었다. ‘그래! 이것도 정파 탓이야!’ 모든 원흉은 정파였다. 그들이 거기서 시끄럽게 시연을 하지 않았더라면, 소매치기가 그쪽으로 도망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 여자가 정의감에 불타서 그의 앞을 가로막지만 않았어도, 이런 피곤한 스킨십은 없었을 것이다! ‘사부님! 정파 놈들은 피곤한 정도가 아니라, 그냥 인생을 조지는 놈들이라고요!’ 천무진은 속으로 스승에게 울부짖었다. 화르르르르르르륵-! 문제는, 그의 억울함과는 별개로 몸은 최악의 상태라는 것이었다. 방금전의 직접적인 스킨십은 계곡과 객잔에서서의 시각적 자극과는 차원이 다른 기폭제였다. 그의 천양신체는 문자 그대로 활화산이 되어, 온몸의 피를 끓어 넘치게 하고 있었다. “허억... 헉... 덥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단순히 뛰어서 힘든 게 아니었다. 아랫배에서 시작된 불덩이가 머리까지 치솟아, 눈앞이 아른거렸다. 이대로 계속 달렸다간, 정파 놈들의 칼에 맞기 전에 양기 폭주로 혈관이 터져 죽을 판이었다. ‘숨어야 해. 어떻게든... 이 열을 식혀야...!’ 그는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려 스승에게 배운 경공, 유운신법(流雲身法)을 펼쳤다. 그의 신형이 구름처럼 빨라지며, 추격하던 청성파 제자들과의 거리를 순식간에 벌렸다. “헉! 저놈, 경공이...!” “역시 마도(魔道)의 요사스러운 경공이다!” 뒤에서 경악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돌아볼 여유는 없었다. 천무진은 골목을 몇 개나 꺾어, 그들의 시야에서 간신히 벗어났다. “헉... 헉... 어디... 어디로...” 그는 벽에 등을 기댔다. 온몸이 불덩이였다. 식은땀인지, 몸에서 증발하는 열기인지 모를 김이 피어올랐다. 이대로 길바닥에 쓰러지면 끝장이었다. 그때, 그의 눈에 한 건물이 들어왔다. 객잔(客棧). 어제 그가 국밥을 먹으려다 실패했던, 바로 그 객잔이었다. ‘...젠장.’ 가장 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어제 밥 먹여주는 부부를 보고 폭주했던 트라우마가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찬물 더운물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일단, 튄다.” 그는 객잔 뒷문으로 몸을 날렸다. 시끄러운 추격대의 발소리가 골목 어귀까지 쫓아온 참이었다. 그는 다급하게 뒷문을 열고, 주방을 가로질러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어머! 웬일이야!” 주방에서 일하던 풍만한 주모가 그를 보고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천무진은 그녀에게 대꾸할 시간도 없었다. 그는 2층 복도에 다다랐다. 조용했다. 객잔 손님들은 모두 광장의 시연을 구경하러 나간 모양이었다. 평화를 찾았다고 안도한 것도 잠시. “이쪽이다! 객잔으로 들어갔어!” “2층으로 올라갔다!” 망할 정파 놈들이었다. 그의 뒤를 바싹 쫓아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젠장! 젠장!” 천무진은 패닉에 빠졌다. 복도는 외길이었다. 막다른 길이었다. 그는 다급하게 주위의 방문들을 살폈다. ‘...어쩔 수 없다!’ 그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방문을 거칠게 열고, 방 안으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문을 닫았다. “후우... 후우...” 그는 문에 등을 기댄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방 안은 조용했다. 다행히 빈방인 듯했다. 쿵! 쿵! 쿵! 복도에서 요란한 발소리가 들렸다. “어느 방이냐!” “다 열어 봐! 저 색마를 찾아내야 한다!” ‘...미친놈들.’ 천무진은 욕설을 삼켰다. 정파 놈들은 평화는 고사하고, 사유재산이라는 개념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는 다급하게 숨을 곳을 찾았다. 침대 밑은 너무 얕았다. 방 안 구석에 놓인, 제법 큼지막한 옷장이 눈에 들어왔다. “...평화롭지 못하군.” 그는 한탄하며 옷장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으로 몸을 욱여넣었다. 다행히 그의 마른 체구가 들어가기엔 충분한 공간이었다. 그는 옷장 문을 살짝 닫고, 틈새로 밖을 내다보았다. 바로 그때였다. 벌컥-! 그가 숨어 들어간 방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들켰나!’ 천무진은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하지만 방에 들어온 것은 정파 놈들이 아니었다. ‘...소선?’ 그의 손에 가슴을 잡혔던, 바로 그 청성파 여제자, 소선이었다. ‘...아니, 왜...!’ 그는 경악했다. 여긴... 빈방이 아니었다. 하필이면 그 피곤한 여자의 방이었던 것이다! 이건 평화를 찾아 굴러 들어왔더니, 피곤함의 본거지 한복판에 떨어진 꼴이었다. 소선은 잔뜩 격앙된 얼굴이었다. 그녀는 문을 발로 쾅 닫고, 방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분해! 분해 죽겠어!” 그녀는 이를 갈며, 허리에 찬 검을 풀어 탁자에 거칠게 내려놓았다. “감히... 감히 그 변태 놈이! 수백 명이 보는 앞에서 나를...!” 그녀의 얼굴은 뺨을 맞은 천무진보다 더 붉었다. 분노와 수치심으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천무진은 옷장 속에서 숨을 죽였다. ‘...미안하게 됐수다. 나도 평화롭고 싶었어.’ 그는 진심으로 사과했다. 물론, 겉으로 꺼낼 순 없었다. 지금 여기서 나갔다간, 변태에 더해 여제자 방에 숨어든 스토커라는 최악의 피곤한 타이틀까지 얻게 될 터였다. ‘제발... 제발 그냥 나가라...’ 그는 속으로 빌었다. 하지만 그의 평화로운 바람은 언제나처럼 빗나갔다. 소선은 분이 안 풀리는 듯, 방 안을 몇 바퀴 씩씩거리며 돌았다. “...더워!” 그녀는 그렇게 외치더니, 갑자기 자신의 옷고름에 손을 가져갔다. ‘...어?’ 천무진의 눈이 커졌다. ‘아니, 잠깐. 평화! 평화!’ 소선은 망설임 없이 도복의 고름을 풀었다. 광장에서 쫓아오느라 땀을 흘린 탓인지, 아니면 분노로 열이 오른 탓인지, 그녀는 무척 더워 보였다. 그녀는 땀에 젖은 푸른 도복 상의를 벗어던졌다. 안에는 하얀 속적삼(속옷)만이 남아 있었다. “후우...” 소선은 긴 한숨을 내쉬며, 목덜미에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그녀의 하얀 목덜미와, 속적삼 너머로 아슬아슬하게 드러난 쇄골이 천무진의 눈에 들어왔다. ‘...보지 말자. 보지 말아야 한다.’ 천무진은 필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화르르르르르르륵-! 시연장에서 폭발했던 양기가, 꺼지기는커녕 기름을 부은 듯 타올랐다. 미칠 노릇이었다. ‘젠장! 젠장! 젠장!’ 그는 청심공을 외우려 했지만, 집중이 되지 않았다. 시각을 차단하자, 다른 감각이 예민하게 살아났다. ‘...냄새.’ 좁은 옷장 안으로, 방 안의 냄새가 스며들었다. 방금 전까지 소선이 입고 있던, 땀에 젖은 도복이 옷장 바로 앞에 던져져 있었다. 그녀의 땀 냄새. 그리고... 그녀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풍겨오는, 여인 특유의 은은한 체향(體香). 그 냄새는, 계곡물이나 찬물과는 비교도 안 되는, 지독하게 농밀한 음기(陰氣)의 형태였다. 쿠콰콰콰콰~! 천무진의 몸이 경련하듯 떨렸다. 양기가 음기의 냄새에 반응해 미친 듯이 날뛰었다. 그는 입을 틀어막았다. 거친 숨소리라도 새어 나갔다간 끝장이었다. 소선은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대야에 물을 받아와 세수를 하기 시작했다. “...그 변태 놈. 반드시 잡아서...!” 첨벙, 첨벙. 물을 끼얹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내 손으로 거길 잘라 버릴 거야.” ‘...아니, 그것만은 좀...’ 천무진은 공포에 떨었다. 이건 피곤한 수준이 아니었다. 생존의 위협이었다. 그는 옷장 속에서 땀을 비 오듯 흘렸다. 양기 폭주로 인한 열기와, 들킬지도 모른다는 긴장감, 그리고 여자의 냄새로 인한 자극이 뒤섞여, 그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있었다. ‘평화... 평화롭고 싶다...’ 그의 머릿속은 오직 그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몸뚱이는 평화가 아닌, 눈앞의 음기를 향해 울부짖고 있었다. “...흑.” 그때, 소선의 어깨가 작게 떨리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대야에 얼굴을 묻은 채, 작게 흐느끼고 있었다. 분노가 아니라, 수치심과 공포 때문인 듯했다. ‘...우나?’ 천무진은 당황했다. 그의 평화주의는 복잡한 건 싫어했지만, 우는 여자를 보는 건 더더욱 피곤한 일이었다. ‘아니, 아니야. 난 아무것도 못 봤어. 난 여기 없어. 평화...’ 그가 필사적으로 현실을 부정하던 바로 그 순간. 끼익- 망할 놈의 옷장 문이, 그가 기댄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미세한 소리를 냈다. “...!” 소선의 흐느낌이 멎었다. 그녀의 고개가, 천천히... 천무진이 숨어 있는 옷장 쪽으로 돌아왔다. ‘...망했다.’ 천무진은 숨을 멈췄다. 그의 평화가, 또다시 박살 나기 일보 직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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