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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화 130화 처녀 용사 아가씨의 당당한 부탁


그제서야 알게 된 가련한 용사 아가씨, 르하에 대한 진실. 진석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해서 목청 아래로 침을 한움큼 삼키고선 눈앞을 바라본다. "... 르하." 눈앞에서는 본의 아니게 정실부인 미토에게 빙의된 악신의 공격에 나체 차림이 된 보라색 트윈테일 머리의 용사 아가씨가 있었다. "흐윽, 흑..." 평소 어느 누구보다 고결하고 강인했던 용사 아가씨, 르하. 진석이 아는 그녀는 자신의 목앞까지 칼이 들어와도 세상이 무너질 위기에 처해도 언제나 평정심을 잃지 않고선 그저 의연한 미소로 다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힘쓰는 그야말로 무결한 먼치킨 그자체인 당찬 아가씨였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전라가 된 채 여전히 고통 속에서 머리를 쥐어감싸고선 울부짖고 있었다. 10년 전 기억이 봉인된 채 여전히 과거의 '은인'인 진석을 알아보지 못하고선 말이다. "흐윽, 진석 씨, 제 과거를 절대로 보지 마세요. 흐윽, 흑...." 진석은 긴장감에 그의 이마 위에서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만다. "르하....." 진석의 뇌리에서는 일순 수많은 생각과 감정이 거쳐갔다.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든 감정은 2가지. 그중 첫 번째는 가련한 그녀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진석은 자신도 모르게 급한 심경에 발소리를 뚜벅뚜벅 내면서 르하에게 가까이 가기 시작한다. 형용하기 힘든 심정에 눈자위가 파르르 떨리면서 말이다. "제기랄" 르하는 그저 자신이 다가온지도 모른 채 그녀만의 작은 머리를 숙인 채 한없이 흐느끼고 있었다. "흐으으윽...." 10살 꼬마아이에서 용사가 된 그녀에게 먼저 든 감정은 가련함이었다. 지난 10년간 자신과 헤어진 뒤에 천애고아가 돼서 얼마나 고달프고 슬펐을까? 비록 용사파티로 동료들이 있었다고 하지만 동료들은 하나씩 나사가 빠진 아이들이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그저 연약한 여자애였던 그녀가 지난 10년간 해온 건 지옥같은 용사 특훈 및 일정이었다. 진석이 일전에 살았던 지구에서 전투력이 가장 강하다는 대한민국의 남성이라면 아주 조금은 공감할지 모른다. 10년간 남자로서 제일 끔찍하다는 사회의 첫 전장인 고3 수험생활 및 사선을 넘나드는 전장인 군대 해병대, 특전사의 임무처럼 먹을 것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선 그것의 1000배 강도로 매일 24시간 생활한다고 하자. 그것도 정겨운 부모, 친구 한 명도 없이 고독한 외톨이로 혼자서 말이다. 참고로 대한민국에서 고독사로 안타깝게 죽는 이만 150만 명이라고 한다. 고독사로 죽기 직전인 한 20대 여성 환자의 면담 내용을 살펴보면 그녀는 지금 겪는 고통은 매일 학교에서 300명이 넘는 여학생에게 집단 따돌림의 왕따를 겪고 또 아무 것도 없는 휑한 하얀 방에서 24시간 있는 거만큼 괴롭다고 한다. 문제는 진석이 알던 10살짜리 귀여운 꼬마 아가씨 르하는.... 문제는 그런 일상적인 고독도 죽는만큼 힘든데 그녀는 매일, 매시간 살육이 끓이지 않고 슬픔이 넘쳐나는 전장에서 매일, 매시간을 피를 토하는 생고생을 하면서 겪는 고독이다. 그녀는 얼마나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을까? 혹자는 뭐 그래도 용사는 신체능력이든 정신적인 능력이든 초인이라서 그정도는 끄떡없을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석이 10년 전 본 르하는... 진석은 열심히 걸어가면서 생각한다. '젠장, 내가 정말로 멍청했지. 나는 전혀 생각도 못했어. 르하가 먼치킨 용사라고 그녀의 마음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어.' 진석이 깨달은 2번째 감정. 그것은 자신의 몰랐던 감정이었다. 그것은 그녀에 대한.... 머릿속에서 오만가지 생각이 든 진석은 어느덧 발걸음이 멈춰 서있었다. 진석의 눈자위가 가볍게 흔들린다. "르하." 그의 눈앞에서 르하는 여전히 한없이 울먹이고 있었다. "흐윽, 흑아앙." 평소에 자칭 이세계의 브레인이라면서 괜스레 거들먹을 피워봤지만 정작 인생에서 중요한 이때에 머릿속에서 아무 생각이 안 든다. 그럴 때는 언젠가 유명한 심리학 저서를 본 적이 있다. 어느 개인이 몹시 급박한 위기상황이라서 초조한 나머지 머릿속에서 아무 생각이 안든다면 그저 직감, 마음이 시키는대로 하면 된다고 한다. 왜냐하면은 사람은 감성적인 생물이기에 그 감성이 때로는 서로에게 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감성이라니... 복권, 로또도 아니고 무슨 운에 맡기는 걸까. 하지만 이제는 시간이 없다. 심리학자 말대로 아무 생각이 안 들 때는 이성보다는 감성이 중요하다고, 감성대로 나가보자. 진석은 결정을 마치고선 왠지 모른 죄책감에 중얼댄다. "미토, 미안...." 그말에 그들을 지켜보던 악신 앨리스에 빙의 당해있는 정실부인, 미토는 깜짝 놀라서 입술이 움찔거린다.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그녀의 자두알같은 눈망울이 와락 흔들렸다. "헉... 어째서... 입맞춤을?" 문제의 광경. 진석은 흐느끼던 르하를 향해서 그녀만을 위한 귀족 기사마냥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부축여주고 있었다. "르하...." 진석의 왼팔은 자연스레 르하의 가느다란 허리를 자상한 느낌으로 붙잡아준다. 흐느끼던 르하가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그제서야 반응할 때였다. "헉, 진석 씨...?" 허나 진석은 그저 태연한 미소로 화답해준다. "르하, 미안해... 내가 너무 늦었지?" 르하의 입장에서는 영문 모를 대화였다. 늦었다라니, 대체 무엇을? 하지만 머리로는 기억을 못해도 그녀의 마음에서는 기묘한 감정이 떠오르고 있었다. 마치 십수년이 넘게 오랫동안 헤어졌던 은인, 연인을 재회하는듯한 반가움 그리고 미칠듯이 끓어오르기 시작한 애정이란 달콤한 성욕이 말이다. 르하가 자신도 모르게 눈물에 흠뻑 젖은 포도알같은 눈망울을 쉴 새 없이 깜박없이 뺨을 붉히고 만다. "흐윽, 진석 씨... 아니 설마 제가 아는 그 '아저씨' 맞아요...?" 동시에 그녀의 손가락에 걸려있던 낡은 은반지의 주술이 파괴되고 있었다. 10년간 기억이 봉인이 된 것을. 진석은 그런 르하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하고선 대화를 건넨다. "르하... 너무 늦어서 미안해. 그간 고생 많았지?" "...." "이제부터는 어디도 떨어지지 말고 우리 함께하자. 영원히 말야." 르하가 채 반응하기도 전이었다. 진석은 그녀의 입술을 향해서 부드럽게 입맞춤한다. "르하." 어찌나 급하게 키스한다고 입술을 부딪혔더니 폐쇄 던전의 막힌 벽으로 '쪽' 소리가 강하게 울렸었다. 르하는 포도알같은 눈동자가 파들파들 떨린다. "읏...." 그녀의 얇은 손목에서는 경련이라도 일어나는듯이 부르르 떨렸었다. 르하의 머릿속은 아직도 혼란스러웠지만 그래도 몸은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다. 이 분은 분명 자신이 기억하고 사랑해온 그.... 르하는 어느덧 눈가 밑으로 물기가 흠뻑 젖은 채 곡선을 그린다. "아...!" 그녀는 직후 진석의 입맞춤에 자연스럽게 자신의 앵두같은 입술을 맡긴다. "츕...." 동시에 그때였다. 그녀의 손에 걸려있던 낡은 은반지는 서서히 균열이 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쨍그랑 깨지고 만다. 마치 제 할일, 소임을 다했다는듯이 두 사람의 앞길을 축복해주고자 말이다. 두 사람 사이에서는 기묘한 백색의 빛이 작렬한다. 르하의 머릿속에선 이제 완전한 기억을 되찾고선 말이다. 지켜보던 미토는 깜짝 놀라서 질투어린 표정으로 입술을 앙다물고 만다. "으읏...." 한편 진석은 조심스레 키스를 멈추고선 르하를 바라본다. "르하." 자, 그녀와 약속했던대로 첫 시작은 남녀 사이에서 야하다면 야하다는 키스로 시작했다. 르하는 자신을 정말 기억해줄까? 때마침 르하는 어느새 그녀의 양뺨은 활개한 장미꽃이 연상되는듯이 붉히고 있었다. 그녀는 눈물을 흠뻑 머금은 눈가를 곡선으로 그린 채 말한다. 지난 10년간 외톨이였던 그녀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이와 재회해서 그리고 그토록 하고 싶었던 말을 하고선. "흐윽, 용사 아저씨 아니... 분명 우리 아찌 맞죠?" 용사라서 슬랜더한 체구에도 젖가슴이 f컵이라서 젖소가 연상되는 아가씨는 10살짜리 천진난만한 어린애마냥 좋아서 울먹이고 있었다. 역시나 그 르하가 맞았다. 진석은 애써 의연한 미소로 말한다. "우리 르하 미안... 오빠가 늦었지?" 어쩌면 그들 사이에서는 작은 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훈훈한 재회였다. 르하는 한껏 울먹이면서 진석의 품에 안긴다. "흐윽... 아찌!" 젊은 남녀 둘은 한껏 포옹하고선 다시금 키스를 한다. 서로의 입술에서는 어찌나 부벼댔던지 미열이 샘솟았고 혀에서는 끈쩍한 체액이 파도마냥 솟구쳤다. 이윽고 1분이 지났을까. 진석은 아쉬운 심경에 일단 키스를 멈춘다. "르하...." 르하는 여전히 아쉬운지 고양이같은 그녀의 작은 혀를 빼꼼 내민다. "우음...." 그녀의 혀에서는 거미줄같은 타액이 질질 끌려다니고 있었다. 르하는 왠지 모르게 야릇한 표정을 짓는다. "으읏...." 르하는 말한다. 진석 그리고 멍하니 지켜보던 악신의 입장에서 생각도 못한 제안을 하고선. "아찌...." "응." "우리 아찌, 저랑 했던 약속 기억나요? 재회하면 꼭 해주겠다는 걸요." 그 약속은 분명 야한 짓이었다. 그래서 방금 키스를 하지 않았나? 하지만 르하는 먼치킨 용사답게 망설임없이 말한다. 핵폭탄같은 발언을. "아찌... 나 이제껏 아저씨를 위해서 소중히 간직해왔어요. 제 처녀를요.... 그러니까 지금 여기서 야한 짓을 마저 해줘요. 제 처녀를 바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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