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화 129화 과거 끝
어린 르하의 마지막 부탁.
"에헤헤... 용사 아찌, 나 10년동안 아찌랑 이별하기 전에 부탁이 하나 있어요... 최면마법으로 아찌에 대한 추억을... 10년간 잊게 해주세요!"
그녀와 이별을 준비하던 진석은 깜짝 놀라서 눈동자가 화들짝 떠지고 만다.
"르하, 어째서...?"
자칭 이세계의 브레인인 자신조차 전혀 생각도 못했다.
어린 르하가 자신과 만난 건 최면으로 10년간 잊게 해달라고 요청할줄을.
사실 아무리 이성적으로, 감성적으로 생각해도 상상이 안갔었다.
바로 어제 마왕인줄 몰랐던 마족 언니에게 배신 당해서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 그리고 정겨운 친구들, 마을 주민들까지 다 잃어서 이제는 애완 젖소 키티 말고는 친구도 없는 여자 꼬맹이가 이제부터 어떻게 하려고?
어쩌면 유일하게 기댈 수 밖에 없는 게 진석 혼자일지도 모를텐데 말이다.
아직 너무 어려서 그녀는 참담한 현실을 꺠닫지 못해서 한 말인 걸까?
진석이 그저 경황이 없어서 머뭇거리면서 르하를 지켜볼 때였다.
"르하...."
그러나 진석은 곧장 르하의 얼굴을 보고선 그제서야 그녀의 진심을 알아차린다.
"아... 르하야?"
그야 눈앞에서 르하는 그제서야 참고 있었던 눈물을 왈칵 터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흐윽, 흑... 아찌... 나 있죠.... 흐윽!"
당사자인 귀여운 보라색 트윈테일머리 여자 꼬맹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서 그만 눈은 물론 그녀의 작은 코맡과 입에서 콧물과 침마저 질질 흘릴 정도로 한없이 울고 있었다.
그야 그녀의 본심을 솔직하게 말하자면 진석과 절대로 헤어지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여린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흐느낀다.
"흐으윽, 흐윽...."
마치 비바람에 흔들리는 사시나무마냥 애잔하게 흔들리는 작은 팔다리였다.
더불어 그녀의 포도알같은 눈망울에서는 한없이 물기가 가득했었다.
르하는 그녀 자신도 모르게 진석에게 안긴다.
"흐윽, 흑... 아찌!"
진석은 주체하기 힘든 감정에 머뭇거리고 만다.
"르하야...."
자신의 가슴팍에서 느껴지는 작은 소녀의 슬픈 포옹.
어찌나 이렇게 작고 가련한 걸까.
지켜보는 자신의 입장에서는 이처럼 세상이 원망스러울 때가 없었다.
저 꼬마여자애는 이제 자신 밖에 없어서, 결코 이별하기 싫어하는데....
르하는 눈물, 콧물이 진석의 옷에 죄다 흠뻑 젖을 정도로 그녀의 작은 얼굴을 부비댄다.
"흐윽, 흑... 아찌, 나 있죠..."
"응."
"흐윽, 나 아찌랑... 좋아하는 아찌랑 평생 같이 있고 싶어요. 절대로 헤어지기 싫어요...."
"...."
"흐윽, 흑... 하지만 아찌는 세계를 구해야 하기 때문에 10년간 고생하셔야 해서 못 만나는 건데... 저는 왜 이렇게 못된 여자애일까요... 아찌는 고생 하느라 떠나서 응원은 못해드린 망정, 울고 불면서 짜기만 하고 흐윽... 흐아앙!"
어느덧 르하는 대성통곡하고선 진석의 옷자락에 그녀만의 작은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젖소 키티도 주인이자 언니인 르하의 슬픔을 공감하는지 그녀의 곁에서 서글프게 울고선 말이다.
"흐윽... 음메에!"
정말이지 지켜보기조차 힘든 이별의 순간이었다.
젠장, 이대로 타임패러독스고 뭐고 그냥 어기고 르하랑 함께 있어줄까?
그녀의 작은 몸을 포옹하고 있는 몸의 심장이 아프고 너무 아파와서 견디기가 힘들다.
진석이 그저 형언하기 힘든 연민의 감정에 머뭇거릴 때였다.
"... 르하야."
그러나 지금 단순히 기분 탓이었을까?
힘없이 초라하게 진석의 가슴팍을 붙잡던 르하의 작은 손은 일순 부들부들 떨려왔다.
작은 손은 직후 결심이라도 한듯이 미약하게나마 힘이 조금씩 들어가기 시작했다.
마치 주인인 꼬마여자애의 결연한 의지를 반영하는듯이 말이다.
"흐으읏...."
르하가 지금 힘을 내는 이유는 설마?
진석이 어렴풋이 예상만 하고선 그저 배려심 깊게 지켜봐줄 때였다.
때마침 오들오들 떨리던 작은 손은 이제는 확연히 기세 좋게 진석의 멱살을 부드럽게 잡아주고 있었다.
몹시 슬펐지만... 그래도 진석과 그녀 자신을 위해서 마음을 어떻게든 추스리고 잡는 용사지망 꼬마소녀의 결연한 의지를 반영하고선.
"흐윽... 흐으읏."
기다려주던 진석은 조심스레 운을 떼본다.
"르하야?"
진석의 따뜻한 배려심에 용기를 얻었던 걸까?
르하는 그제서야 용기를 내서 눈물로 푹 젖어있던 그녀만의 작고 부드러운 앵두같은 입술을 뗀다.
"흐읏... 진석 오빠야!"
어라, 지금 분명 잘못 들은 거 아니지?
갑작스레 바뀐 달달한 호칭이었다.
그것도 아찌, 아저씨에서 무려 오빠로!
젠장, 절대로 웃고 좋아할 상황인데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씰룩 올라가고 만다.
아 왜, 같은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한 번쯤 경험하지 않았을까?
아이돌, 아역배우마냥 귀여운 여자애가 갑작스레 달달한 호칭, 오빠라니....
야야, 지금 중요한 때인데 무슨 망상인가, 정신 차리자.
진석이 얼떨떨한 심경에 괜히 헛기침을 하고선 환기시킬 때였다.
"흐흠...."
반면에 르하는 다행히도 그런 진석의 심경을 모르는지 애써 웃어보인다.
"흐윽.... 에헤헤...."
눈물이 왈칵 젖은 포도알같은 눈망울로 곡선을 그리는 꼬마아가씨였다.
울다 웃으면 엉덩이에 뿔난다던데 괜찮으려나?
한편 르하는 조심히 운을 뗀다.
이별의 순간이 다가온 만큼 이제껏 숨겨왔던 그녀만의 진심을 좋아하는 이성의 상대인 진석에게 다 털어넣고선.
"진석 오빠야... 나있죠!"
"응, 르하야."
"나 진석 오빠야를 정말 좋아하고 사랑해요... 하루, 한 시간 아니... 1분, 10초도 떨어지기 싫을 정도로요!"
"...."
"하지만 오빠야도 세계를 구해야하는데 저만 울고 불고 할 수가 없죠... 나 오빠야랑 잠시 이별할 10년동안 열심히 힘낼게요! 오빠야가 어제 가르쳐준 검술, 요리술, 생존술 등 열심히 연습하고 또 오빠가 남겨준 서적, 마법스크롤, 비상식량도 잘 써서...."
르하는 점검하고자 시선을 돌려본다.
진석이 그녀를 위해서 남긴 선물.
큼지막한 배낭에는 각종 아이템이 있었다.
검, 비상식량, 기묘한 마법스크롤, 그리고 애완 젖소 키티에게 줄 귀여운 하트리본 목걸이 등이 덕지덕지 쌓이고선.
어린 꼬마아가씨인 그녀는 그 실체를 잘 몰랐지만... 사실 그것들은 진석이 밤새 르하의 이별선물로 주고자 밤새 고심해서 준비해둔 선물이었다.
버그에 걸린 무제한 뽑기로 뽑아서 기묘함을 넘어서서 기괴한 특급버프가 넘치고선 말이다.
[견습 용사의 성검 - ss급 : 사용자의 역량에 따라 그 효과가 10000배로 증대되는 전설의 성검입니다. 먼치킨 용사에게 선물해보세요.]
[견습 용사의 비상식량(초코 씨리얼) 1kg - s+급 : 한 조각만 먹어도 3일은 끄떡없을 정도로 포만감은 물론, 복용자의 컨디션을 1000배로 회복합니다. 칼로리가 1kcal이라서 다이어트에도 좋아요. 키티의 우유랑 같이 드시면 맛도 영양도 2배!]
[견습 용사의 보호 마법스크롤(무제한) - 위급할 때 즉시 적을 1억 볼트의 낙뢰로 공격하고선 동시에 술자를 안전한 장소로 텔레포트하는 스크롤입니다. 당신이 성장할 때까지 스크롤이 안전하게 지켜줄 거랍니다!]
[견습 용사의 행운가이드 스크롤(무제한) - 당신이 든든한 동료, 친구를 얻도록 무의식적으로 알아서 길을 제시해주는 가이드 행운max 마법이랍니다. 당신이 성장할 때까지 행운의 가호가 가득하길!]
[젖소 키티의 애완 목줄 (sss급) : 키티를 먼치킨 금강불괴급으로 보호하는 동시에 키티의 곁에만 있기만 해도 전투력, 행운력, 지식, 외모, 컨디션의 학습률이 1000배로 폭발적으로 상승합니다. 키티와 평생 함께 꽃길만 걷자!]
이제 용사 아가씨가 될 그녀를 위해서 진석이 하나같이 손수 마련한 특급 선물패키지였다.
이거면 그녀가 먼치킨 용사가 될 때까지 넘치고 넘칠 정도로 안전하리라.
르하는 해당 선물들을 보고선 그녀의 작은 양뺨을 붉히고선 말한다.
"에헤헤... 오빠야가 준 소중한 선물들로 열심히 연습하고 연습해서 먼치킨 용사가 꼭 될게요. 진석 오빠야... 그러니까!"
"응."
"저를 최면마법으로 10년동안 오빠를 잠시 잊게 해주세요. 그래야 울지 않고 오빠 폐끼치지 않을테니까요. 그리고 10년 뒤에 오빠를 재회해서 만난다면...."
"...."
"그때는 꼭 진석 오빠, 저랑 함께해요. 꼬부랑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 떄까지 평생요....!"
그것은 꼬마 아가씨의 수줍은 고백이었다.
지금 이별의 슬픔을 10년간 최면마법으로 잠시 잊고 10년 뒤 재회해서 평생 함께하자라.
왜 이렇게나 로맨틱할까나?
가슴이 아련해진다....
허나 정말로 그녀가 기억할 수 있을까?
진석은 질문한다.
"르하야."
"네 오빠야...."
"만약에 10년 뒤 재회해서 르하가 오빠를 재회해도 기억 못하면 어떻게 하지, 그때는?"
진석의 입장에서는 뭐 자칭 이세계의 브레인답게 여러가지 방법이 있어서 그냥 해본 질문이었다.
하지만 르하는 순진하게 그녀의 포도알같은 눈망울을 말똥말똥 뜨고선 고민하더니 이내 어쨰서인지 얼굴을 화르륵 붉히고선 수줍어한다.
"우웁...."
얘가 갑자기 왜 수줍어하지?
진석이 전혀 예상이 안돼서 지켜볼 떄였다.
그러자 르하는 진짜로 민망한지 진석과 시선을 못 마주치고선 손가락을 쭈뼛쭈뼛 매만지더니 말한다.
의외의 해결법을 알려주고선.
"저기 진석 오빠야, 제가 10년 뒤 성인이 돼서 재회한 오빠를 기억 못하면은요....."
"응."
"그때는 오빠야가 저한테... 몸으로 알려주세요!"
"어라, 몸?"
"예.... 저한테 그그... 키스해주시고... 오빠의 뜨거운 몸으로 저를 안아주세요. 성인 남녀 연인끼리 하는 '뜨거운 스킨십'으로요!"
헉, 생각지도 못한 기억하는 법, 키스와 뜨거운 스킨십이었다.
정말로 저걸로 기억나나? 뭐 성인이 돼서 f컵 초절정 미녀 용사아가씨가 된 그녀와 키스, 스킨십을 마다할리가 없다.
진석은 얼굴을 붉히고선 수락한다.
"흐흠... 그럴게 르하야."
"에헤헤... 네 오빠."
자, 이제 진짜 이별의 순간이었다.
르하가 애써 웃으려고 한없이 울먹거리는 눈가를 눈웃음 짓고선 지켜볼 때였다.
진석은 한숨을 와락 내쉬더니 르하에게 이별을 청한다.
마지막 이별선물을 주고선.
"르하야, 이제 르하의 기억을 10년동안 봉인 할 거야. 이 반지를 줄게."
"예, 오빠...."
르하의 손에는 마법이 담긴 찬란한 은반지가 있었다.
10년간 그녀의 머릿속에서 진석의 기억을 잊는 마법이 담긴 반지가.
[기묘한 은반지 s급]
[10년간 특정 대상의 기억을 봉인합니다. 그 외에 커플링 반지로 쓰면 좋아요!]
정말이지 커플, 연인이 쓸만큼 예쁜 반지였다.
이제는 이별의 시간.
진석은 아련한 표정을 하고선 포탈을 타고선 돌아가려고 한다.
"르하, 키티 그러면 10년 뒤에 꼭 보자....!"
르하는 울먹이며 조심스레 반지를 그녀의 약지에 끼운다.
"흐읏...."
르하는 직후 그녀의 작은 얼굴을 어째서인지 진석의 얼굴 가까이에 들이대며 말한다.
"진석 오빠야, 나 오빠를 10년 뒤에 꼭 기억할게요. 그러니 지금은 이걸로...."
그때였다.
르하는 진석의 입술에 이별의 뽀뽀를 한다.
"츄웁."
"아...."
그것은 10년 뒤 재회를 약속하는 이별의 뽀뽀였다.
진석은 아련한 미소로 그런 그녀를 포옹해주며 포탈로 서서히 떠나간다.
"르하야, 꼭 만나러 갈게."
르하와 키티는 울먹이면서도 아련한 눈웃음으로 보내준다.
"흐윽... 응, 오빠야!"
"음메!"
그것은 진석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용사아가씨와의 슬픈 과거엿다.
진석의 머릿속은 하얗게 탈색된 채 잠시동안 기억을 잊는다.
*****
이윽고 얼마나 시간이 지나간 걸까?
진석은 눈을 뜬다.
"어...?"
때는 어느덧 현재의 전장.
성인이 된 나체 차림의 용사 아가씨, 르하는 악신이 빙의한 미토의 공격에 울먹이면서 소리치고 있었다.
여전히 기억을 못하는지 말이다.
"흐윽, 진석 씨, 제 과거를 절대로 보지 마세요. 보지 마!"
진석은 아련한 한숨을 내쉰다.
"하아... 르하 씨."
자 이제 용사아가씨와 완벽한 재회를 할 순간이다.
진석은 발걸음을 떼고선 르하에게 다가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