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외모 777억 포인트 들고, 야겜에 빙의당해버렸다.
낮에는, 그저 존재만으로 사람들의 눈을 멀게 만드는 ‘외모 먼치킨’ 여자가 되고.
밤에는, 주먹 한 방에 산맥을 가를 수 있는 ‘먼치킨 그 자체’ 남자로 TS가 된다.
말만 들으면 이건 누가 봐도 밸런스 붕괴, 제작진이 술 먹고 만든 기획 같았다.
그러나 현실은 ‘낮엔 미모에 미쳐버린 군중의 먹잇감, 밤엔 파혼 후 미쳐 돌아다니는 유그나 대산의 폭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나는 스스로를 거울 속에서 바라보며 씁쓸히 중얼거렸다.
“하… 하루는 여신 코스프레 강제 착용, 하루는 드래곤들의 제왕…. 이게 뭐야.”
대체 왜 나는 ‘중간 난이도 직업: 평범한 인간’ 이런 건 못 뽑은 거냐.
게임 제목부터가 이미 불길했다.
『외모 777억 포인트로 이세계 아카데미 미소녀는 귀축이 됩니다』
이 한 줄만 봐도 불쌍하다 못해 ‘인생 리스폰 실패자 인증서’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그런데 진짜로 내가 그 게임 속으로 빨려 들어올 줄은….
거울 앞에 서면, ‘이게 대체 누구냐’는 낯선 감각이 나를 삼킨다.
하루는 미모에 취한 자들이 몰려들어, 나를 신격화하려 한다.
누군가는 내 발자취에 꽃잎을 뿌리고, 누군가는 내 머리칼 한 올을 얻겠다며 피 튀기듯 싸운다.
외부인이 보면 찬란하다고 말하겠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정신 나간 게임사가 만들어낸 고오급 욕구해소 인형’ 그 이상이하도 아니었다.
또, 다음 날이 되면 상황은 또 달라진다.
신의 저주인지, 게임사의 괴랄한 시스템인지, 나는 무자비한 괴력의 폭군으로 변한다.
주먹 한 번 휘두르면 바위산이 갈라지고, 발걸음 하나로 숲이 쓸려나간다.
내게 내려진 게임사의 저주는 바로 이거였다.
‘24시간 안에, 섹스를 하지 않으면. 몸이 바뀐다.’
* * *
눈을 떴다.
눈앞은 새하얀 빛으로 가득했고, 그 안에서 알 수 없는 메시지들이 줄줄이 떠올랐다.
【 ‘동네 얼짱’으로 전직하셨습니다!
설명 : 온 동네 마을 남정네들의 마음을 훔쳐, 마을에서 가장 인기녀가 된다. ‘꼬시기’ 스킬을 가질 수 있다.】
“……하, 씨발. 시작부터 얼빠.”
나는 허공을 보며 중얼거렸다. 게임이라면 직업 리스트에 ‘용기사, 마검사, 현자, 암살자’ 정도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내 첫 타이틀이 동네 얼짱? 이건 ‘자존심 삭제 스킬’의 다른 이름이었다.
그리고는 각성 메시지가 계속 떴다.
도내 최상급 미소녀, 왕국내 최상급 미소녀, 제국내 최상급 미소녀….
【축하드립니다! 외모 수치가 1만을 넘겨, ‘유명 걸레’ or ‘도내 최상급 미소녀’로 1차 각성을 하실 수 있습니다.】
【’암타 수치’에 따라서 빛 속성 미녀 직업으로 전직할지, 암 속성 미녀 직업으로 전직할지가 결정됩니다…】
*
【 ‘도내 최상급 미소녀’로 각성하셨습니다!
설명 : 도내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이 난 최상급의 미소녀. ‘어흑-!’ 스킬과 ‘팬클럽 창단’ 스킬을 가질 수 있다.】
【축하드립니다! 외모 수치가 5만을 넘겨, ‘왕국내 최상급 명기’ or ‘왕국내 최상급 미소녀’로 2차 각성을 하실 수 있습니다.】
*
【‘왕국내 최상급 미소녀’로 각성하셨습니다!
설명 : 왕국내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이 난 최상급의 미소녀. ‘매혹의 눈빛’ 스킬과 ‘마성의 목소리’ 스킬을 가질 수 있다.】
【축하드립니다! 외모 수치가 10만을 넘겨, ‘제국내 최상급 명기’ or ‘제국내 최상급 미소녀’로 3차 각성을 하실 수 있습니다.】
*
【‘제국내 최상급 미소녀’로 각성하셨습니다!
설명 : 왕국내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이 난 최상급의 미소녀. ‘매혹의 눈빛’ 스킬과 ‘마성의 목소리’ 스킬을 가질 수 있다.】
【축하드립니다! 외모 수치가100만을 넘겨, ‘대륙내 최상급 미소녀’로 4차 각성을 하실 수 있습니다.
설명 : 대륙내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이 난 최상급의 미소녀. ‘파트너 정력 강화’ 스킬과 ‘불로장생’ 스킬을 가질 수 있다.】
*
【‘대륙내 최상급 미소녀’로 각성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외모 수치가 500만을 넘겨, ‘절세미녀급 미소녀’로 5차 각성을 하실 수 있습니다.
설명 : 역사상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이 난 최상급의 미소녀. ‘경국지색’ 스킬과 ‘절세미녀’ 스킬을 가질 수 있다.】
*
【‘전설급 미소녀’로 각성하셨습니다!】
설명 : 역사상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이 난 최상급의 미소녀. ‘경국지색’ 스킬과 ‘절세미녀’ 스킬을 가질 수 있다.】
【축하드립니다! 외모 수치가 1000만을 넘겨, ‘신화급 명기’ or ‘신화급 절세미녀’로 6 차 각성을 하실 수 있습니다.】
6차 각성은 언제 떠오르나, 두리번 거리고 있었을 때.
조금은 다른 메시지가 떠올랐다.
【6차 각성을 해금하기 위해서는, ‘이벤트’를 하셔야만 가능합니다.】
시작부터, 5차 각성까지 바로 퍼주는 게임이 있다고?
“흐흐흐흠···. 거참, 각성하기 쉽네.”
그렇군.
그래서, 내 직업의 특성은 뭔지 한번 보도록 할까·····?
가, 아니라.
“이런, 싯팔··· 흑흑.”
첫 직업이, ‘동네 얼짱’이라는 얼빠진 직업일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
나는 빙의 첫날부터, 이미 직업이 선정되어 있고.
다른 직업으로의 전직조차도 불가능하게 6차 각성을 시켜버리는 특이한 게임에 빙의하게 되어버렸다.
내가 빙의한 이유는, 대체 어떤 이유인지 모른다.
그냥 어제 축구경기보다가, 맥주를 한 캔 따서 입가에 때려박고.
외로워서, 야겜 좀 하다가.
대충 들리던 야겜커뮤 갤러리에 신세한탄을 좀 올렸을 뿐이다.
【제목: 니네는 이런 겜 모르지?】
【내용: 외모 777억 포인트 미소녀는 귀축된다… 잘난 외모로 사는 세상, 얼마나 편할까】
ㄴ 오빠 나랑 결혼할래요? 저 결혼하면 퇴사할 거고 모은 돈은 없어요~헤헷.
ㄴ[이세계 아이돌.JPG]
ㄴ어, 이 사진 보니까 무조건 가능.
ㄴ개씹쌉가능.
ㄴ여자 능력의 99%는 와꾸와 몸매임, 이건 불변의 진리.
ㄴ처음에는 좋지만 1년, 2년 지나면 좀 시들시들해지지 않을까?
ㄴ아재요, 고추는 서요?
ㄴ ㄴㄴ 나이가 무슨상관? 예쁜 여자 만나면 발기부전도 치료가 됨.
57자 길이로 글 썼더니, 댓글만 5700자 길이가 달렸지만 말이다.
그리고는 갤주로부터 쪽지 하나가 날라왔었던 기억이 하나 난다.
『오빠~ 예쁜 여자로 한 번 살아볼래요?』
엥, 이게 뭐지?
갑자기 떠오르는 문구를 보고 스펨메시지인 줄 알고 화들짝 놀랐다가.
자동반사적으로 마우스 클릭!
초록색 버튼 하나 눌렀을 뿐이라고!!!
영어로 YE… 어쩌고 적혀있었던 것 같은데.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날 그 메시지 하나 덕분에, 어디서 들어도 ‘개그 만화에 나올 법한 설정’인데, 나는 그 농담의 주인공이 되어버렸다.
“인생 진짜 드라마틱하다. 개그가 아니라 비극 쪽으로.”
웃음인지 울음인지 모를 소리가 입술을 비죽이고 새어 나왔다.
순간, 거울 같은 포털이 생겨나 내 모습을 비췄다.
은발, 거유, 피부는 도자기, 허리는 개미, 골반은 바다.
완벽했다!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불안했다.
“흐, 내가 내 몸 보고 얼굴을 붉히다니…… 와, 이건 진짜 멜랑꼴리하다.”
* * *
쿠쿠쿠쿠쿠─
빛의 터널은 끝을 알 수 없는 황홀과 두려움의 복도였다.
차갑게 빛나는 오로라의 파편들이 내 몸을 스치며, 점점 더 나를 ‘타자(他者)’로 조형해 갔다.
꽤 오랜 시간 이 포털 속에 갇혀있었던 것 같은데.
거울 같은 포털의 벽면을 통해, 내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더니 시간은 꽤 잘갔다.
은백의 머리카락은 빛의 파도와 함께 흩날렸고, 어깨와 피부는 새하얀 도자기처럼 투명했다.
과장된 조형미― 잘록한 곡선과 고고한 라인은 인간이 아닌 조각, 신의 악취미 같은 완벽함이었다.
“흐, 내가 내 몸을 보고 얼굴을 붉히다니… 제 정신이냐.”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자조적인 웃음 속에서, 지구의 기억은 점차 안개처럼 흐려졌다.
남은 건 손바닥 위에 새겨진 숫자, 외모력 : 777억.
안 돼. 안돼!
나는 곧, 일어날 일들에 대해 알고 있었다.
이계로 온 첫째 날.
평범한 농촌 마을에 떨어진 나는, 수백 명의 청년들 앞에 알몸으로 추락한 미소녀였다.
첫날부터 피할 수 없는 신고식, 외모가 축복이자 저주가 되는 세계.
게임은 잔혹하게도, 나를 그 주인공으로 삼아버렸다.
혈기왕성한 청년들이 외모 777억의 미소녀를 보고 흥분하지 않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니 그 농촌마을에서 끔찍한 신고식을 치루게 되는데….
째애애앵─!
태양보다 강렬한 빛에 삼켜지며, 곧 이계 터널의 끝이 드러났다.
나는 또 다른 세계로 내던져졌다.
눈을 뜨자, 탁 트인 초원이 펼쳐졌다.
알프스 목가 같은 농촌의 고요함.
그러나 나는 곧 추락했고, 꽈당 소리와 함께 여자아이의 코맹맹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우악! 아야야앗! 드디어 도착했네―! 반갑다! 푸른 하늘 씹탱아……. 어흑.”
그때였다.
멀리서 몰려오는 발소리, 열기.
나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 세계는 ‘아름다움’이 곧 저주이자 굴레가 되는 곳이라는 걸.
“설마, 여기서 곧장 순풍순풍 산부인과차리는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