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푸르셔스 마을 광장 한복판에서 집단윤간을 당하는 세라
빛의 막이 서서히 걷히자, 마침내 그녀의 실루엣이 햇살 속에서 선명해졌다.
그 순간, 마을 사람들의 심장은 일제히 멎은 듯 굳어버렸고, 공간에는 단 한 줄기 침묵만이 흘렀다.
그녀의 얼굴이 드러나자, 모든 것은 압도당했다.
인간의 언어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일종의 초월적 조형미였다.
“아이고… 이건 뭐 미인이 아니라 벼락이여, 벼락! 심장이 그냥 터져불겄네잉!”
갸름한 얼굴선은 마치 장인이 수십 년을 매달려 연마한 수정 조각 같았다.
그 위에 정교하게 자리 잡은 눈은,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타오르는 별을 통째로 옮겨 놓은 듯 반짝였다.
깊고 푸른 동공은 끝없이 가라앉은 호수의 심연을 닮아, 바라보는 자의 정신을 끌어내렸다.
“와… 내 눈깔에 불 붙어뿄다. 아따, 이러믄 다른 사람 얼굴은 다시는 못 보것다잉.”
그녀의 코는 선명하면서도 유려하여, 얼굴 전체의 균형을 완벽히 잡아내는 중심축이었다.
입술은 막 피어난 장미꽃의 이슬을 머금은 듯 촉촉하고 선명했다.
말 한마디가 흘러나오기 전부터 이미 달콤한 음률이 느껴지는 듯했다.
“허허… 저게 천국문이 열린 건가, 지옥문이 열린 건가… 난 이제 어디로 끌려가는겨?”
피부는 눈송이보다 더 흰 빛으로 빛나면서도, 새벽 햇살을 머금은 비단결처럼 은은한 온기를 품고 있었다.
어깨에서 흘러내린 은빛 머리카락은 바람결마다 서늘한 빛을 흩뿌렸고, 그 곡선 하나하나가 공기의 흐름마저 바꾸고 있었다.
“심장이 콩닥콩닥이 아니라 쾅쾅 폭죽 터지듯 튀네잉. 이거 오래 못 버티겄다.”
사람들의 호흡은 억눌린 듯 끊어졌다.
곧이어, 털썩―!!
털썩, 털썩.
* * *
조금 전 나는, 눈부신 이계의 터널을 통과한 후 한 마을에 도착했다.
쫘아아아―
햇살이 유리 조각처럼 반짝이며 내 몸을 감싸고 있는 가운데.
나는 하늘에서 곧장 떨어져 나온 낯선 존재처럼, 황금빛 들판 위에 홀로 서기 시작했다.
주변의 마을은 순박했다. 낮게 지은 초가지붕들,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빨래, 먼지와 흙냄새가 어우러진 길.
그러나 그 고요는 곧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깨졌다.
두리번, 두리번.
“방금 뭐야…?”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사람들이 모여들며, 그들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놀라움과 의심, 그리고 감출 수 없는 두려움이 교차하는 눈빛.
떨리는 목소리가 바람결에 실려 왔다.
그 순간, 은빛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리며 햇살을 가늘게 쪼개어내렸다.
그 빛결은 마치 가녀린 수정 파편이 흩날리는 듯, 보는 이의 시야에 번쩍이며 스며들었다.
“저 머리… 은빛이야! 저건 인간이 아니야!”
주민들의 숨소리가 한꺼번에 멎었다.
“허어어억!!”
내 어깨와 등을 따라 흘러내린 머리카락은 부드럽게 요동치면서도, 한 올 한 올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빛을 반사했다.
피부는 갓 피어난 벚꽃의 안쪽처럼 투명하고 연약했으며, 손가락 끝에서부터 목덜미, 쇄골로 이어지는 선은 과장할 수 없을 만큼 매끄러웠다.
“허… 저건….”
“사람이… 맞나?”
“마녀…? 아니면 신의 사자?”
그들의 입술은 떨리고, 눈빛은 흔들렸다.
마치 피안의 경계를 뚫고 이 땅 위에 떨어진 어떤 초월적 존재를 목격한 듯한 반응이었다.
나는 두 손으로 내 몸을 더듬으며 조심스럽게 확인했다.
어깨 위에서 반짝이는 머리칼, 달빛 같은 피부, 어쩐지 평소와 달라진 곡선들….
확실히, 내 스스로가 낯설었다.
‘이게 정말 내 모습이야…?’
사람들의 눈빛은 처음엔 경계와 의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내 입술 끝에서 흘러나온 한마디 ― "마녀가 아니라, 미년데.... 헹♥"― 그 순간, 그들의 표정은 급격히 무너졌다.
“허어어어…!”
털썩!
허탈하게 터져 나온 숨, 허공에 맴도는 억눌린 비명.
덜컥, 덜컥.
각자의 발뒤꿈치가 흙바닥에 부딪히며 마을 광장은 흩어진 발자국 소리로 가득 찼다.
누군가는 코피를 쏟으며 바닥에 쓰러졌고, 누군가는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손을 덜덜 떨었다.
“아아, 심장이 브레이크 댄스를 춘다! 혈압이 천장을 뚫고 나가버렸어!”
나는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내가 한 건 그저 말을 내뱉은 것뿐인데, 왜 이런 반응이 오는 걸까?
휘우우우웅―
바람은 고요히 불어왔으나, 사람들 사이의 기류는 점차 아수라장이었다.
호흡이 거칠어지고, 손으로 가슴을 움켜쥔 채 쓰러진 자들은 신의 계시를 본 듯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빛줄기가 걷혀지고.
나의 모든 모습이 드러났고, 사람들의 반응은 극에 달했다.
“씨발, 깜짝이야!!!”
그 순간, 나는 놀라서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온통 '피바다’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코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죄다, 포복졸도해 버린 데다가. 왜, 코에서 코피들까지…!!’
이게 바로, ‘외모가 먼치킨’이라는 미소녀의 위력?!?
그리고 곧 이어 이 게임이 '피폐 야겜’이고, 내가 그 야게임의 가장 아름다운 여주인공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 * *
나는 내 앞에서, 부채꼴 모양으로 쓰러져 엎드린 사람들을 잠시 훑어보았다.
"저, 저기요.... 다들, 괜찮으세요?!"
순간, 나는 그들의 안위를 걱정한 것을 곧 후회했다.
천상의 음률과도 같던, 내 목소리가 사내들을 부활시킨 것일까.
쓰러져 있던 마을 청년들이 일제히, 좀비 떼처럼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들의 눈빛이 이상했다.
마치 굶주린 늑대가 먹잇감을 발견한 것처럼.
“하악… 하악…!! 아이고, 소녀양반! 나랑 혼인해주쇼!!! 내 평생 농사짓는 팔자 바꿔줄 이는 그대뿐이여!!!”
“허허, 웃기고 있네! 저 미녀는 내 꺼여! 너덜덜한 니 논밭으론 감히 감당도 못혀!!”
“아이쿠, 심장 나가뿌것다! 나중에 송아지 팔아서라도, 저 아가씨 신부로 모실란다잉!!”
“에이구, 허튼소리 마라! 저 얼굴은 니 집 소에겐 과분혀! 내가 먼저 꽉 붙잡아불테다!”
“꺄아아아앙… 괜히 깨웠어!!!”
나는 당황스러워하며 뒤로 물러섰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이어 '아, 이게 바로 그 게임의 전개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년들은 점점 더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워했다.
그때 갑자기 한 청년이 내 팔을 잡았다.
“아이고… 너무 곱소. 아가씨, 성함이… 뭔지 물어봐도 되것소?”
나는 순간 멍해졌다. 그리고 곧 입에서 이 게임의 주인공 이름이 튀어나왔다.
“세, 세라… 세라 하트소울이에요.”
청년의 눈이 반짝였다.
“… 세라, 세라 하트소울?”
그들의 눈빛이 더욱 야릇해졌다. 나는 무언가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에 몸을 떨었다.
“아가, 이름도 정말 예쁘구나.”
“세라… 정말 아름다운 이름이네요. 제 아내가 되어주시겠어요?”
나는 당황스러워하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 순간, 다른 청년들도 몰려들기 시작했다.
“안 돼! 세라는 내 거야!”
“아니, 내 거라고!”
청년들 사이에서 싸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그 틈을 타 도망치려 했지만, 갑자기 누군가가 내 허리를 잡았다.
“도망가지 마, 세라. 우리 모두의 것이 되어줘!!”
나는 공포에 질려 소리쳤다.
“히이이…! 안 돼요! 놓아주세요!”
하지만 내 말은 그들의 귀에 들어가지 않는 듯했다. 청년들의 손길이 내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게 정말 현실인가? 아니면 그저 악몽인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느껴지는 감각들은 너무나 생생했다.
*
“후후훗… 그럼이제 덮쳐볼까?!”
“헤에…. 엄청난 극태미소녀다.”
한 청년이 군침을 흘리며 말했다.
나는 필사적으로 애원했다.
“흐, 흐읏…… ! 이러지들 마세요. 제, 제바알….”
하지만 내 말은 그들의 귀에 들어가지 않는 듯했다.
한 청년에 의해 덮쳐지는 자세로 돌변하기 전까지,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순식간에 여러 쌍의 손이 내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가슴, 허벅지, 그리고… 그곳까지!!!
나는 숨을 헐떡였다.
츄릅, 파하… 츄릅츄릅.
“흐으, 읏… 으응….”
나도 모르게 입에서 신음이 새어나왔다.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반응하고 있었다.
“아아… 흐읏, 몸이 이상해…”
나는 우악스럽게 나의 몸을 탐하는 마을 청년들의 손길에, 정신이 점차 새하얘져 갔다.
점차 몸이 뜨거워져 가기 시작하더니, 숨결 또한 야릇해지기 시작한다.
나는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히, 히이익…… 시, 싫어요오…!!!”
하지만 소용없었다.
저항은 허공을 가르는 메아리에 불과했다.
청년들의 여러 손길들은 무엇 하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하게 나를 붙잡아 왔다.
“싫어엇! 이거 놔!”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스윽, 그 때 한 청년의 손가락이 가슴 어림의 피부를 스쳤다.
그 손길은 마치 뜨거운 불꽃처럼, 내 가슴 위를 부드럽게, 그러나 추잡하게 어루만졌다.
뭉클―♥, 뭉클―♡
한 청년의 손가락이 내 젖꼭지를 비볐다.
그러자 허리가 전류에 감된 뱀장어마냥 꿈틀거렸다.
“읍! 하읏… 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