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키넷 단편야설

한 편 완결 소설

성인소설 목록

최신 단편

야설 읽기
밍키넷 소설
토스트 메세지 나오는곳
텔레그램 공식채널

밍키넷 공식보증업체

2화 뫼비우스의 띠 2.


뫼비우스의 띠 2. “저... 내일 뵙겠습니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시혁은 시온을 무심하게 쳐다 본 뒤 고개를 한 번 까딱 했다. 시혁을 태운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고 움직이기 시작함과 동시에 시온은 남자 화장실로 달렸다. *** -이번 역은 oo,oo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역을 나서는 시온을 맞이하는 건 시리도록 아름다운 풍경. 사락사락. 내리는 하얀 눈이 시온의 머리 위로, 어깨로 살포시 내려앉았다. 시온은 가만히 손을 들어 손바닥 위로 떨어지는 차가운 눈을 느꼈다. 복잡했던 머리가 아주 조금, 식어가는 듯했다. “하아...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하늘을 한 번 올려다 본 시온은, 쓴웃음을 지으며 한 걸음 움직였다. 얼마 남지 않은 크리스마스 때문인지 평소라면 한산했을 거리가 북적였다. 최대한 사람들이 없는 쪽으로 움직이는 시온의 어깨가 절로 움츠러든 그 때, “아!” “너 뭐야?” 마주 오던 행인과 어깨가 부딪혔다. 이미 거나하게 취한 듯 비틀대는 남자에게서 강하게 풍겨오는 술 냄새에 시온은 목덜미가 뻣뻣해 지는 것을 느꼈다. “죄... 죄송합니다.” 시온은 한 걸음 물러나며 말했다.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는 걸 상대방이 눈치채지 않길 바라며. “뭐? 그걸 지금 사과라고 하는 거야!” “죄송합니다.” 주먹을 꽉 쥐곤 고개를 숙여 다시 사과의 표시를 한 시온이 그 자리를 서둘러 벗어나기 위해 걸음을 재촉했다. “너 이 새끼...!” “...!” 갑작스런 남자의 움직임에 시온이 잔뜩 움츠렸고, 남자가 들어 올린 주먹을 내리려는 순간 일행이 다가와 남자의 움직임을 멈췄다. “어허, 이 사람. 취했네, 취했어. 거기 총각, 미안하게 됐소이다.” “미안하긴 뭐가...! 놔 이거!” 남자의 목소리가 한참이나 멀어지고 난 뒤에도 시온은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움직이긴 커녕 영하의 날씨와 어울리지 않게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고, 가빠진 호흡은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아...” 눈을 감고 크게 심호흡을 몇 번이나 하고 나서야 거친 숨결이 아주 조금씩 잠잠해 지기 시작했다. “난... 괜찮아...괜찮아... 이시온...괜찮아...” 그 뒤로 한참이나 중얼거린 시온은 그제야 다시 걸음을 움직일 수 있었다. 시온의 비정상적인 행동을 목도한 사람들이 동정의 눈빛을 보내는듯해, 시온은 더욱 고개를 숙이고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대체 언제까지...! 눈가가 시큰해 지려고 해 꽉 쥔 주먹에 힘을 줄 때, “...?” 순간, 뺨 위로 떨어지던 차가운 느낌이 사라졌다. 걸음을 멈춘 시온의 시선이 위를 향했고, 이내 봄을 연상시키는 파스텔 옐로우의 우산을 발견했다. 눈물이 날 정도로 따뜻한 제 주인을 닮은 우산을. “민우 형..!” “이제 퇴근하는 거야?” 민우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어왔다. “네, 일이 좀 많아서요. 형 아직 안 주무셨어요?” “응, 맥주가 다 떨어졌더라고.” 민우가 손에 든 봉투를 살짝 들어 올리며 씨익 웃었다. 마주 본 시온의 얼굴에도 슬며시 미소가 피어올랐고, 두 사람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일은 어때? 여전히 할 만해?” “네... 그럼요.” “근데, 회사 일은 너 혼자 다 하는 거야? 무슨 야근을 밥 먹듯이 한데?” “아... 그냥... 이것 저것 일이 좀 많아요.” “흠...” 잠시 걸음을 멈춘 민우가 시온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시온아, 너 진짜 괜찮은 거 맞니?” “...?” 당황한 시온이 답을 찾지 못하고 망설였다. “너, 청운에 입사했다고 말했던 날에는 진짜 행복해 보였거든? 드디어 그 사람이랑 만날 수 있다면서. 나 너 그렇게 좋아하는 거 처음 봤잖아.” 잊을 수 있을 리가. 그 땐 정말 행복이라는 단어 말고는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었는데. 가여운 제 인생을 굽어 살핀 누군가가 옛다 행복. 이라며 선물을 던져준 줄 알았다. 그 선물이 자신을 갉아 먹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시온의 얼굴에 다시 그림자가 드리운다. “근데, 요즘엔 뭔가 이상해. 잘 웃지도 않고.” “그냥 좀... 많이 피곤해서, 그래서 그런가 봐요. 저 정말 괜찮아요, 형.” 더 이상 민우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도, 민폐가 되고 싶지도 않았다. 있는 대로 속을 쥐어짜내 최대한 웃어보았다. 민우의 표정이 오묘해지더니 이내 작은 한숨이 새어 나온다. “그래? 그럼 다행이지만.” “...” “아, 아버지가 너 요즘 얼굴도 잘 안 보여준다고 섭섭해 하시더라.” “원장님께는 제가 내일 전화 드릴게요.” “원장님 아니고 아버지. 언제까지 원장님이라고 할래? 아버지 진짜 서운하시겠다.” “...노력해 볼게요.” “짜식, 농담인데 또 정색기는, 형 민망하게. 암튼, 회사 일 정 힘들면 형한테 말해. 알았지?” “...네.” 고마워요, 늘. 오늘도 이 짧은 말을 그저 목으로만 삼킨다.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민우가 도어락을 누르자 자연스레 시온이 뒤따랐다. “같이 한 잔 하자고 하고 싶지만, 네 얼굴을 보니 안 되겠네. 얼른 씻고 푹 쉬어.” 사온 맥주캔을 냉장고에 집어넣던 민우가 시온을 보며 말했다. “네, 형. 안녕히 주무세요.” 인사를 한 시온은 서둘러 채비를 한 뒤 욕실로 향했다. 시온이 사라진 곳을 보던 민우가 작게 한숨을 쉬며 본인의 방으로 향했다. 거울 속 자신의 몸에 생긴 잇자국을 보니 새삼 가슴이 쓰리다. 따뜻한 물을 아무리 뒤집어써도 차가워진 마음까지 데워지지 않는 것 같아 답답했다. 한숨을 쉬며 주저앉아 뒤처리를 시작했다. 손가락의 이물감은 아까와 비교할 바도 안 되긴 했지만 여전히 익숙하지 않았고, 긁어내도 끊임없이 나오는 끈적한 액체는 아무리 씻어내도 완벽하게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 용도와 다르게 사용되는 제 몸이, 결국엔 탈이 나지 않을까 자꾸만 두려워진다. 욕실에서 한참 동안이나 시간을 보낸 시온은 잠자리에 들기 전 책상 서랍을 조심스레 열어보았다. 그 안에 보물처럼 고이 모셔둔 작은 운동화. 시온의 눈에 눈물이 차오른다. “하아... 이시온. 너 진짜 어떡하냐...” 한숨을 쉰 시온은 다시 서랍을 닫았다. 그리곤 하얀 봉투를 들어 가방 깊숙한 곳에 챙겨 넣었다. 사직서라는 글씨가 보이면 큰일이라도 나는 듯이 아주 깊은 곳에. 꼭 꼭. *** “좋은 아침입니다.” “이비서님. 오셨어요?” 시온을 반갑게 맞이해 주는 건, 단정한 단발머리의 우소라였다. 새하얀 블라우스가 까무잡잡한 피부와 대조적이라 오히려 더욱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사장님과 한 몸처럼 움직이느라 대부분 자리를 비우는 양실장을 제외하면 이 공간에서 최고참이자, 든든한 맏이 같은 존재였다. “이비서님, 저도 있답니다. 좋은 아침이요!” 책상에서 고개를 빼꼼 내민 김원형이 환하게 웃으며 인사해왔다. 우락부락한 외모와 달리 댕댕이 미를 뽐내며 한 손을 번쩍 들어 세차게 흔들어 대는 모습이란. 절대 적응을 못 할 것 같았지만,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달은 시온이 피식 웃어보였다. 우소라가 맏이라면 김원형은 뭐랄까... 세상만사 걱정이나 고민 따위는 없이 매 순간 인생을 즐기며 살자가 모토인 철없는 둘째 형이 잘 어울리지 않을까. “네, 안녕하세요. 김비서님, 오늘도 파이팅이 넘치시네요.” “오늘만이 아니죠. 김비서님은 1년 365일 24시간 내내 저 텐션인데요, 뭐. 어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커피 한 잔을 손에 쥔 주하늘이 탕비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블라우스에 슬랙스를 선택한 우소라와 반대로 무릎까지 오는 네이비색 원피스 차림을 보며, 시온이 눈으로 인사했다. 극강의 T임이 분명한 주하늘은 예민한 사춘기 여동생을 닮았다. 물론 여동생을 가져본 적은 없지만, 적어도 이 공간에서만큼은 그렇게 느껴진다. “주비서님, 부러우면 제 텐션 좀 나눠 드려요?”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주하늘은 한 손바닥을 보이며 단호하게 거절의 의사를 전달했다. 물론 그렇다고 상대방에게 통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겠지만. 두 사람은 틈만 나면 으르렁거리기 일쑤였다. 찐 현실남매는 서로 대화조차 안 한다는데, 오히려 두 사람은 서로 신경을 건드리는 말을 서슴없이 주고받아 우소라가 자주 나서야 했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 사이에서 나는 존재감 없는 막내쯤 되려나 생각하며 자리로 향했다. “뭐, 명색이 청운이앤씨 사장 비서실인데, 어깨에 힘 좀 들어가고, 텐션 좀 높아도 되는 거 아닌가?” 김원형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자 못 말린다는 듯 주하늘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시작이구나. “하... 네, 네. 어련하시겠어요.” “뭔가요 그 반응은. 나 완전 어디서든 핵인싸라니까요! 뭐 대부분 사장님 이야기 뿐이지만.” “그건 인정.” “주비서님도? 너네 사장 진짜로 그렇게 생겼냐, 사실 알고 보면 실제로는 성격 더럽지 않냐, 보이는 거 그거 다 연기 아니냐 막 이렇게 물어보고 그래요?” “음... 대부분은요?” “맞죠? 나만 그런 거 아니네. 그럴 때마다 내가 진짜! 우리 사장님 진짜 겉과 속이, 앞과 뒤가 똑같은 사람이라고 열변을 토하다 보면 다들 막 저거 고소 당할까 봐 거짓말하는 거 아니냐며 타박 주고 그런다니까요. 열 받게.”

고객센터 Sup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