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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3. 협박 당하는 교수


30. "용사가 졌대!" "용사가 프로메 공자에게 졌다던데?" "이번 용사는 힘을 잃은 거야?" 라크가 어딜가든, 그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연병장에서도, 기숙사에서도, 정원에서도. 라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으로 계속 발을 움직였다. 학생들이 없는 인적이 드문 곳. 그러다 그는 숲속 오솔길에서 한 사람을 만났다. "...학생?" "..." 양갈래 머리에 안경을 쓴 여자, 그리고 미인. 라크는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인생에서 미인과 엮여서 좋은 일은 하나도 없었다. 리나가 그랬고, 헤이즈가 그랬다. 그나마 나리사와는 별일 없었지만, 나리사는 인간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최근 그는 미인을 보면 굳어 버렸다. 일리모와의 대결에서 속수무책으로 패배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아카데미 사람들은 하나같이 미인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사람은 보통의 학생들보다 더 아름다웠다. 리나와 헤이즈처럼, 특별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읏..." 라크가 머리를 부여잡으며 바닥에 앉았다. 그녀의 특별함, 리나와 헤이즈가 떠오르는 특별함에 온갖 기억들이 그를 다시 침범하기 시작한 것이다. *주의! <절망 용사>의 증폭 계수가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습니다. 현재 레벨로는 견딜 수 없는 수준입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자신을 찾아라.' '감정과 너 자신을 분리하라.' '감정에 휩쓸리지 말고, 감정을 이용해라.' 라크는 나리사의 격언을 계속 떠올렸다. 나리사가 영혼에 새겨 준 언령에 의지해서 감정의 소용돌이를 벗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그게 맘대로 되지 않았다. 평범한 아카데미 학생을 대상으로는 나리사의 언령이 통했지만, 이 특별한 사람 앞에서는 언령이 통하지 않았다. 우우우웅. 푸른 마력이 라크의 몸에 불길처럼 일어났다. 그의 통제를 벗어난 마력이 주변을 찢어발기기 직전이었다. 나리사가 있었다면 라크를 제어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 나리사는 없다. 라크가 아카데미에서 어느 정도 감정 제어에 성공한 걸 본 후, 나리사는 다른 볼일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웠다. "학생치고는 너무 위험하잖아." 대신 이곳에는 정체불명의 여자가 있었다. 그녀가 벤치에서 일어나 라크에게 다가왔다. 폭주의 원인인 여자가 다가오자 라크의 마력이 더욱 증폭됐다. "일단은 내가 눌러줄게." 여자의 몸에서 막대한 마력이 뿜어져 나와 라크 주변을 감싸고, 라크의 마력이 요동치는 것을 가로막았다. 압도적인 차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라크의 마력을 막기에는 충분한 힘이었다. '...드래곤?' 라크는 순간 여자가 드래곤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를 제압하는 힘에, 인간 같지 않은 아름다움. 여자가 드래곤이라고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그래서 그는 감정 제어에 성공할 수 있었다. 상대가 드래곤이라면, 리나와 헤이즈처럼 안 좋은 일이 될 리는 없을 테니까. "이제 정신이 좀 들어? 학생인데 벌써 이 정도의 힘이라니, 신기한데? S급 직업이라도 이 정도는 아닐텐데... 아, 그럼 용사인가? 너, 용사야?" "...네." 겨우 정신을 차린 라크가 입을 열었다. "아카데미에 용사가 있었나? 내가 알기론 없었는데... 혹시 신입생이야?" "네." 라크는 혼자 결론을 내린 뒤 확인을 요구하는 여자의 대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그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않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신입생이면 내가 누군지 모르겠네. 나는 칼리 키에사, 마법부의 교수야." "저는 라크입니다." "그래, 라크. 넌 당분간 내 연구실에서 지내야 할 것 같아. 이런 상태라면 일상생활을 할 수 없잖아?" "네?" "이건 결정 사항이니까, 반론은 받지 않겠어. 자, 가자. 아니지, 간다." 라크는 칼리의 마력에 감싸인 채로 둥둥 떠서 칼리의 뒤를 따라갔다. 갑작스러운 진행에 라크는 당황스러웠지만, 태클을 걸 정신은 없었다. 그는 지금도 절망을 제어하는 데 반 정도의 온 정신을 쏟고 있었다. '...괜찮을 거야.' 그는 어쩐지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를 보는 칼리의 눈이 순수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 칼리의 연구실로 끌려간 라크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칼리에게 알려주게 된다. 반쯤 정신이 나가 정보를 숨기는 게 맞는지 틀린지에 대해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이기도 했으나, 그게 아니더라고 결과는 비슷했을 것이다. 칼리에게는 라크를 제압할 수 있는 힘과, 용사에 대한 강한 호기심이 있었으니까. 호기심에 눈이 돌아간 그녀를 막을 수 있는 건 없다. "어떤 고문인데?" 지금도 마찬가지다. 정체불명의 고문조차도 그녀의 호기심을 막을 수는 없었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1단계는 간지럼입니다." "간지럼? 고작 그걸로?" "한 번 당해보시면 생각이 다를걸요?" "어디 한번 해 봐. 그런 고문에는 입을 열지 않을 테니까. 그보다 이게 1단계라면, 몇 단계까지 있는 거지?" "3단계입니다. 3단계를 모두 통과하시면, 스킬의 상제 정보까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좋아, 그럼 시작해." "일단 여기 서시고..." 칼리가 내 말에 따라 기둥에 등을 대고 선다. 우리는 지금 작은 숲속 오솔길에서 장소를 옮겨 칼리의 연구실에 와 있다. "양팔을 드시고..." "팔은 왜?" "하라는 대로 하셔야 합니다. 고문받는 입장이란 건 잊으신 건 아니겠죠? 해는 가하지 않겠지만, 전통의 방식대로 몸을 결박할 거니까요." "알겠어, 맘대로 해." "연구실의 물품을 써도 되겠죠?" 칼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은 여유롭고 자신감이 넘친다. 결박당해도 그녀에게는 모든 걸 뒤집을 힘이 있으니까. 그러니 제대로 고문을 하려면 그 힘부터 어떻게 해야겠다. 나는 소설의 기록을 떠올리며 연구실 구석의 창고로 향했다. "...거긴 왜 가?" "여기 잡동사니가 많아 보여서요. 묶을 게 있을... 여기 있네요." 먼지가 쌓인 밧줄을 들고 밖으로 나오자, 칼리의 눈이 살짝 흔들린다. "어? 그게 왜..." "왜요. 쓰면 안 되는 건가요?" "아니, 그건 아닌데... 뭘 알고 쓰는 거야?" "알죠. 이건 마나 무효화 밧줄이잖아요." 마나 무효화 밧줄. 말 그대로의 효능을 가진 밧줄이다. 이걸로 묶이면, 마법사는 힘의 90% 이상을 잃는 거나 마찬가지다. "몸의 해는 가하지 않는다면서?" "이게 해를 가하는 건 아니잖아요? 간지럼을 제대로 느끼려면 마나가 없어야 해요." "..." 반박할 말이 없는지 그녀가 입을 다문다. 그녀의 기세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게 느껴진다. 나는 그녀가 다른 말을 하기 전에, 칼리에게 다가가 그녀의 양팔을 밧줄로 기둥에다 묶었다. "자, 기분이 어떠세요? 이게 일단 고문을 받는 기본 상태인데, 생각과 실제는 확실히 다르죠?" "...어느 정도는. 그래도 예상 범주 안이야. 내 힘을 억제한다고 내 의지까지 어쩌지는 못하잖아." 반짝이는 눈빛이 그녀의 의지를 대변하지만, 여유가 사라진 건 분명하다. 아까와 달리, 그녀의 몸은 나보다 기둥 쪽에 더 가깝다. 무의식적으로 물러서고 있다. "맞아요. 하지만 시작하면 좀 다를걸요. 일단은 팔부터 가볼까요." 나는 연구실에 많이 있는 깃털 펜촉을 거꾸로 들고, 칼리의 드러난 팔부터 간지럽혔다. 스윽, 스윽. 칼리가 약간 움찔거리지만, 그게 다다. 별다른 반응이 없다. "...이게 다야?" "이제 시작일 뿐이거든요." 나는 깃털을 목으로 가져갔다. 깃털 끝이 살랑하고 목덜미를 지나가자, 그녀가 몸을 움츠린다. "흐... 이, 이런 곳을 간질이는 게 어딨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고문받는 입장이란 걸 인지하셔야죠. 이 정도면 아주 신사적인 고문 아닌가요?" "...알았어." 칼리는 잠자코 목을 간질이는 걸 받아들인다. 물론 이것도 처음에만 조금 놀랐을 뿐, 여전히 별다른 반응은 없다. "자신 있다더니, 이게 전부? 이런 고문이라면 내 의지가 꺾일 일은 없겠는걸." "아직입니다. 이제 시작일 뿐이에요." 하지만 그녀가 이걸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이런 식으로 조금씩 업그레이드 해간다면, 내가 원하는 순간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깃털을 다음 장소로 옮기기 위해 자세를 낮췄다. "갑자기 왜... 잠깐만, 신발은 또 왜!" "발바닥을 간질이는 거야말로 간지럼의 왕도니까요. 어릴 때 동화책에서 자주 보시지 않았나요?" "그, 그건..." 칼리는 당황하면서도 내가 신발을 벗기는 걸 제지하지 않았다. 제지하지 못했다는 말이 더 맞다. 마나가 무효화된 시점에서는 내가 그녀보다 더 세니까. 스윽. 양말까지 벗기니, 하얀 발이 드러난다. 하얗다고 해서 핏기가 없는 건 아니고, 적당히 불그스름해서 생기가 느껴진다. 그리고 내가 가만히 손에 쥐고 있으니까 점점 더 빨개진다. "그, 냄새나지 않아? 일단 좀 놔줬으면 좋겠는데." 지금껏 부끄러움이라고는 없는 것 같던 칼리였지만, 발을 드러내는 건 느낌이 다른 모양이다. 이럴 때는 그녀의 말과 반대로 행동하는 게 답이다. 나는 그녀의 발가락 근처에 얼굴을 가져다 대고 크게 숨을 쉬었다. 쓰으읍. "지금 뭐 하는 거야! 그만, 그만하라고!" 칼리가 발을 빼려고 몸부림쳤지만, 양발 다 내 손에 잡혀서 발목 위로만 움직일 뿐이다. 나는 그녀가 잠잠해질 때까지 계속 냄새를 흡입했다. "..." "냄새는 안 나는데요. 땀은 많이 없으신 모양이네요." "...그렇다면 됐어. 이제 발을 간지럽히는 거야?" "네, 맞습니다." 나는 깃털을 발바닥에 갖다 댔다. 살랑. "흐읏!" 칼리가 발을 오므리며 무릎을 끌어당겼다. 지금껏 볼 수 없던 격한 반응이다. "어, 이거 피하면 안 되는대요." "피, 피한 게 아니라 그냥... 히잇!" 펴고 있던 다른 쪽 발도 깃털을 피하듯 올라간다. 나는 발을 잡고 끌어내린 다음, 발을 잡고서 경고했다. "자, 그럼 이제 시작합니다." 살랑살랑살랑. "히잇, 히이익! 하하아하알아앍!" 드디어 제대로 된 반응이 나왔다. 칼리가 몸부림치며 괴상한 소리를 냈다. "즐거우시죠? 이건 간지럼이니까요." "그, 히잇, 그래, 즐거 하아앍!" 웃는 건지 고통스러워하는 건지 분간을 할 수가 없다. 나는 웃는 것으로 생각하고 계속 깃털로 그녀의 발을 간질였다. 살랑살랑살랑. "하아앍앍아아악!" 그렇게 한동안 즐기다가 발을 놓아주니, 그녀가 묶인 채로 축 늘어진다. "하아, 하아, 하아..." 웃다 지친 게 이런 걸까 싶다. "어때요. 이제 그만할까요? 항복이죠?" "항복은... 하아, 무슨, 계속하라고. 아직이니까하..." 지쳤기 때문에 말소리에 숨이 끼어드는 게 이상하진 않지만, 초특급 성능을 자랑하는 나의 자지 센서는 이 숨이 그냥 지쳐서 나오는 게 아님을 잡아냈다. "하아, 하아." 숨을 내뱉는 칼리의 볼이 묘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통했다. 소설에 적힌 대로다. 발바닥은 칼리의 성감대 중 하나였다. "좋아요, 그럼 계속 갑니다." "흐이잇, 히익, 하아앍!" 칼리는 다시 깃털 위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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