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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026. 이예지(3)


이예지는 강정우와 같이 교육을 받게 된 게 참 좋았다. 잘생긴 오빠와 함께 있다는 게 괜히 신난달까? 필립에게 같은 이야기를 들어도, 강정우와 함께 듣고 있다면 더 재밌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이예지는 이게 무슨 감정인지 잘 몰랐다. 그냥 같이 있으면 좋다라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겨우 일주일뿐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강정우는 다른 교육을 받으러 떠났다. 다시금 혼자 받게 된 교육. 평소 그렇게 재밌던 필립의 이야기도 뭔가 재미가 없다. 이예지가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필립도 당연히 알아챘다. "…별수 있나, 내가 앞장섰었지. 그런데… 뭐하냐? 내 말 듣고 있어?" "응…?" "다른 이야기 해줄까?" "마음대로 해." 그러나 쑥맥이던 필립과 이예지는, 이 모든 게 강정우 탓이라는 걸 몰랐다. 그냥 오늘따라 집중을 잘 못 하는구나 했지. 그렇게 강정우가 없는 교육의 첫날이 지나고, 이튿날. 그날도 마찬가지로 이예지는 집중을 못 하고 있었는데, 교육 중에 시녀가 찾아왔다. "실례하겠습니다, 필립님. 아르고스 공작님께서 모셔오라고 하셔서 교육을 방해하게 되었습니다." "이 시간에 날? 왜?" "용사 파티분들의 교육 기간이 이제 며칠 안 남아서, 그에 대해 의논할 게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나만? 아니면 다른 사람들까지 다?" "성녀님과 제이드 후작님까지 전부 부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메르헬씨는?" "네? 시녀장님이요?" 갑자기 시녀장이 왜 나오냐는 듯한 반응. 그걸 듣고 필립은 심드렁하게 말했다. "쳇. 됐다. 예지야. 난 간다. 심심하면 마부 녀석이나 찾아가던가. 걔도 놀고 있겠네." 그의 말에 이예지는 갑자기 화색이 돌았다. "응? 아! 그럴까?!" 그러나 필립은 여전히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예지는 바로 숙소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곳에 강정우는 없었다. "정우님이요? 최유나님이랑 교육받으러 가셔서 아직 안 돌아오셨는데요?" 소피아라는 시녀에게 들은 이야기. 그걸 듣고 이예지는 싱글벙글하며 그 둘을 찾으러 갔다. 길치에 방향치라는 특징 때문에 한참을 헤맸지만, 그것 역시 자신의 시녀 리나를 만나면서 해결됐다. "저기라고?" "네. 그렇게 알고 있… 잠깐만요! 예지님!" 뛰쳐나가는 이예지를 뒤늦게 리나가 뒤쫓아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유나 언니! 마부 오빠…?" 그렇게 먼저 도착하게 된 이예지에 눈 보인 것은,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책상 위에 상체를 올리고, 하반신을 내놓고 있는 최유나. 그런 최유나의 바로 뒤에서, 바지를 내린 채 서 있는 강정우. "어…? 둘이 뭐해…?" 같이 노는 건가? 이예지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강정우가 소리쳤다. "잠깐…! 고개 돌려!" 그러나 혼란스러운 이예지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왜 꼬추랑 짬지를…?' 왠지 모르게 눈을 뗄 수가 없다. 이예지가 그 둘을 멍하니 보고 있을 때, 뒤늦게 들어온 시녀 리나. "이예지님! 혼자 다니지 마시라니, 까… 꺄아악!" 엄청난 비명에도 이예지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전 이만, 아니, 예지님도 얼른 나오세요!" "응? 으응…." 덕분에 리나가 끌고 나갈 때 멍하니 따라 나왔다. 방을 나오고서야 정신을 차린 그녀는, 뒤늦게서야 리나에게 물었다. "응? 나 왜 데리고 나왔어?" "얼른 따라와요!" "왜에에~ 나 저 둘이랑 놀려고 왔단 말이야~." 이예지는 이유도 알려주지 않는 리나에게 칭얼거려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안돼요!! 하다못해 다음에! 오늘 말고 다음에 놀아요!" 너무도 단호한 태도였다. 이예지는 차마 자신과 친한 리나의 손길을 뿌리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질질 끌려가게 되었다. 끌려가면서 방금 그게 뭔지 물어봤더니, 리나는 얼굴이 시뻘게지며 소리쳤다. "오늘 본 건 잊으세요! 그런 거 생각하면 큰일 납니다!" '…화났나?' 궁금하긴 했지만, 리나에게 더 이상 물어보면 안 될 것 같다. 이예지는 저녁을 먹고 나서도 아까 봤던 장면이 뭔지 계속 궁금했다. 그리고 눈을 감으면 그때의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결국 다음 날 오전, 이예지는 필립에게 물어봤다. "어…. 그 둘이 그러고 있었다고?" "응. 바지도 벗고 둘이서 그러고 있던데, 그게 뭐 하는 거야?" 이예지의 질문을 들게 된 필립은 골치가 아파졌다. 순수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한참 고민하던 필립은 그냥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어차피 스무 살이면 알 것 다 알아야 하는 나이 아닌가. "예지야. 너 아기가 어떻게 생기는지 알아?" "응? 남자랑 여자가 뽀뽀하면 생기는 거잖아." "쯧쯧, 아직 어리구만. 잘 들어라, 예지야. 아기는 섹스를 해야 생긴단다." "섹스?" "그래. 어제 그 둘이 자지를 보지에… 아니 꼬추를 짬찌에 넣고 있었다고 했지?" 말하다가 못 알아들을 것 같아, 단어를 순화까지 해가며 설명하는 필립. 이예지는 오랜만에 귀를 쫑긋 세우고 눈을 초롱초롱 떴다. "응. 맞아!" "그게 섹스야. 알겠어?" "응…? 그러면 둘이 아기 만들려고 하던 거야?" 이 시기에 그럴 리가. 필립도 그냥 둘이 즐기던 거라는 걸 확신했지만, 고민이 된다. '이건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참….' 특히나 필립도 직접 해본 적이 없어서, 이건 정확한 설명이 어려웠다. 그래서 두루뭉술하게 말하기로 했다. "아냐, 아냐. 아기 만들 때만 하는 게 아니고, 섹스를 하면 기분이 엄청 좋아진대." 아직 동정인 필립으로선 이게 최선의 설명이었다. "헤에… 필립도 해본 거야?" "크흠, 아직 나도 해보진 않았지…?" "왜?" "그건 좋아하는 사람, 아니 사랑하는 사람이랑만 해야 하는 거야." 이건 필립의 진심이기도 했다. S급 모험가 필립. 사실 그는 해볼 기회가 무궁무진하게 많았다. 특히 모험가라는 직업이 목숨을 내놓고 살아가는 직업이다 보니, 즐기자는 마인드의 사람들이 많았다. 그에게도 돈 주고 여자를 사 먹자는 유혹과 여러 여자들의 추파가 수없이 많이 있었지만, '첫 경험은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지.' 라는 순정남 같은 마인드 하나로 지금까지 동정을 유지했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모르는 이예지로선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랑하는 사람? 아! 그러면 필립은 시녀장이랑 섹스하고 싶은 거야?" "야이 씨, 조용히 해!" 필립이 화들짝 놀라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봤지만,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안도의 한숨을 쉴 때, 이예지가 그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퉷퉷. 왜 입을 막고 그래?" "예지야. 그런 건 함부로 말하면 큰일 난다." "어떤 거? 필립이 메르헬씨랑 섹…." "닥쳐!" 다시금 손을 뻗어봤지만, 이미 그녀는 재빨리 도망갔다. 그래도 다행히 이예지가 눈치는 있어서, 더 이상 그 얘기를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그 이후로도 조금 더 이어진 필립의 성교육 시간. 그걸 듣던 이예지의 머릿속엔 작은 궁금증이 생겼다. '기분이 좋아진다고? 얼마나 좋아지는 거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랑만 해야 한다는데… 유나 언니랑 마부 오빠랑 그럼 사랑하는 건가?' 필립에게 물어봤지만, 그도 당사자가 아니라 뭐라 확답하진 못했다. "글쎄? 사실 사랑하지 않아도 하는 사람들이 있긴 한데…." 들으면 들을수록 헷갈렸다. 결국 이예지는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오전 교육이 끝난 점심 시간. 이예지는 식당에서 한참 두리번거리다가, 뒤늦게 최유나를 찾았다. "유나 언니!" "으응… 예지야." 사실 최유나는 이예지를 피하고 싶었지만, 차마 식당에서 그럴 수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최대한 구석진 곳으로 이예지를 데리고 갔다.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이예지는 질문을 던졌다. "유나 언니, 섹스하면 기분이 좋아져?" "콜록, 콜록. 뭐, 뭐라고?" "아까 필립한테 들었는데 섹스를 하면…." "예지야, 잠깐만!" 최유나는 황급히 이예지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곤 목소릴 낮춰 말했다. "예지야, 그런 말은 크게 하면 안 돼." 필립에 이어 최유나한테까지 입을 틀어막힌 이예지는 볼을 부풀렸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의 말에 따라 목소리를 작게 속삭였다. "치이, 알았어. 아무튼 기분이 좋아?" 최유나가 얼굴을 붉히면서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응… 엄청 좋아." 어찌나 좋은지, 어제도 돌아가서 강정우와 하다가 기절해버렸다. 그 솔직한 말에 이예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걸 또 물었다. "그러면 유나 언니. 언니는 마부 오빠를 사랑하는 거야?" 사랑? 호감은 분명 맞지만, 사랑이냐고 물으면 살짝 애매했다. "으음, 사랑…까진 아니지…?" "섹스는 사랑하는 사람끼리 하는 거라던데?" 이미 전남친에게 배신을 당했던 최유나로서는 선뜻 그 말에 긍정하기 힘들었다. "아니야, 예지야. 그건 사랑하는 사람끼리만 하는 게 아니야." 그러나 이어진 이예지의 질문에 곤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누구랑 하는 건데?" 누구랑? 말하려니 모르겠다. 애초에 자신은 어쩌다가 강정우와 그런 관계가 됐던 걸까. 최유나는 고민 끝에, 얼굴을 붉히고 속닥였다. "그냥, 음… 그거, 그니까… 섹스를 떠올릴 때 생각나는 남자랑 하는 거야." "아~ 그러면 유나 언니는 섹스를 떠올리면 마부 오빠가 생각나는 거야?" 최유나는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이예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고. '나도 섹스를 떠올리면 마부 오빠가 생각나는데, 그러면 나도 그 오빠랑 하면 되는 건가?' 이예지로서는 어제 둘이 하는 걸 직접 봤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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