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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화 54화 아미파의 장문인(1)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아미파 창관은 몰려드는 악인들로 인해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루며, 창관의 모든 방에서는 아미파 여승들의 신음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그렇게 불러온 이들은 완전한 악인들은 아니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도망 다닌다거나 아니면 한 번의 실수로 악인이 되어버린 이들이 대다수였다. 주진철과 우종명은 이 악인들 중 쓸만한 자들을 골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었고, 도저히 정신마저 망가졌다고 보이는 이들은 잔인하게 처단하였다. 또한, 사천으로 향하는 길목의 산은 이미 혈랑채가 철저히 봉쇄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하오문의 문도들과 함께 정보 차단을 위해 개방 거지들의 눈과 귀를 막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마지막으로 주진철 일행은 사천 곳곳에, 아미파 장문인에 대한 나쁜 소문을 퍼트리고 있었다. “소문에 의하면, 그 아미파 장문인의 처소에 엄청난 재물이 쌓여 있다고 하더군.” “부처님을 모신다는 여승이 어찌 탐욕을 부릴 수 있는지 참….” 재물을 산처럼 쌓아놓고 탐욕을 부리며, 상인들을 협박해 억지로 공양받는 것은 물론, 사천 지역 전체를 장악하려는 계획까지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점점 퍼지기 시작했다. 주진철과 우종명은 소문이 어느 정도 퍼졌다고 판단하자 마지막 계획을 준비하기 위해 만났다. 주진철이 먼저 말을 꺼냈다. “사천당가쪽은 잘 진행되고 있는 건가?” “거의 모든 중진들이 찬성했다고 하더군. 계획에는 차질이 없을 거야.” 그 소문에 맞춰 당명은 사천당가의 중진들을 모아 회의를 열었다. 회의의 주요 내용은 사천 지역의 안정과 아미파 장문인의 탐욕을 끝내기 위해 그녀를 끌어내리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고 여겨 반대했던 당가의 중진들도 아미파의 무각주가 사천당문을 방문하자 태도를 바꾸었다. “저희 아미파의 모든 여승들도 더는 장문인의 행태를 지켜볼 수 없습니다. 부디 저희를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나무아미타불.” 오대 장로 중 한 명인 무각주가 직접 사천당문을 찾아와 도움을 요청한 것은, 그 소문이 전부 진실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거기에 모든 아미파 여승들이 돌아섰다는 말에 사천당문도 결국 도와주기로 결심했다. 그 사실을 모른 채, 눈과 귀가 모두 막혀버린 아미파의 장문인인 혜영사태는 그저 평온한 하루를 보낼 뿐이었다. *** 혜영사태는 새로이 계율각주직을 맡게 된 선정사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요즘도 제자들의 출타가 잦은 것 같은데… 한창 수련에 몰두해야 할 시기에 어떻게 방법이 없겠는가?” “안 그래도 행각을 떠난 아이들이 돌아오면 제자들을 전부 불러 모아 한번 설교할 생각입니다.” “그러고 보니 행각을 떠난 제자들이 돌아올 날도 머지않았군?” “그렇습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행각 중에 많은 협행을 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오! 그 말은 나도 들었네. 그래서 말인데, 일단 제자들이 행각에 돌아오면 푹 쉬게 한 후에 설교하는 게 좋을듯하네.” “장문인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아미타불.” 혜영사태는 거짓 정보에 속으며, 그런 제자들이 돌아오면 반갑게 맞이할 준비를 하였다. 하지만 행각을 떠난 제자들은 중원 각지에서 자신들의 몸을 대주며, 조력자들과 함께 사천으로 오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전혀 알지 못했다. 주진철은 아미파 장문인을 무너뜨릴 그날을 정하고 차근차근 계획을 정리하고 있었다. 몇몇 정파 무인들은 사천 지역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고 무림맹에 이 사실을 알리려 했으나, 이미 모든 준비가 되어 있던 우종명에 의해 그 시도는 차단된 상태였다. 우종명은 정파 무인들을 잡아 뒀다는 소식을 듣고 명공을 불렀다. “선배님이 그쪽으로 가서 감시를 맡아주세요. 절대로 죽이면 안 됩니다.” “알겠네.” 주진철과 우종명이 계획한 사천 장악은 피비린내 나는 전투를 피하고자 했다. 그들이 원한 것은 아미파에 대한 복수였지, 정파 전체와의 복수는 아니었다. 잡혀 있는 정파인들은 아미파 장문인을 제압하고 나면 모두 풀어줄 예정이었다. *** 드디어 계획된 날이 다가왔고, 주진철과 우종명은 떨리는 마음으로 아미파로 향하는 길을 함께 나섰다. “계획에 이상은 없겠지?” “이미 당가에서도 당호련과 무인들이 출발했다고 연락을 받았다.” “좋아… 화경의 고수를 상대하는 만큼 한 치의 실수도 있어선 안 된다….” “물론이지. 몇 번이고 계획을 주지시켰으니 실수할 일은 없을 거야.” 사천당가는 당호련을 필두로, 새롭게 창설된 절정 경지의 여성 무인들로만 이루어진 전투대를 이끌고 아미파로 향하고 있었다. 이미 그녀들은 전부 최면신공에 걸린 무인들이었다. 그리고 출타를 나갔던 모든 아미파의 여승들도 하나둘씩 아미파로 모이고 있었다. 그 시각, 장문인 혜영사태는 행각에서 돌아오는 제자들을 맞이하기 전, 장로들과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혜영사태는 재경각주에게 제자들을 맞이할 시간을 물었다. “모두 도착하려면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한 시진이면 모두 도착할 것입니다, 장문인.” “슬슬 준비를 해야겠군요….” 혜영사태는 자신의 승복을 제대로 차려입고자 처소로 들어갔고, 무각주와 계율각주, 그리고 이장로와 재경각주는 서로의 눈빛을 교환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꿀걱. 이미 장문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주진철의 노예나 다름없는 그녀들은 어떤 독의 해독제로 보이는 무언가를 삼켰다. 한 시진 후, 도착한 아미파의 제자들은 모두 연무장에 모여 장문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혜영사태가 연무장에 모습을 드러냈고, 행각에 다녀온 제자들에게 고생했다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아미타불. 힘든 고행을 다녀온 너희들이 정말 자랑스럽구나. 또한….” 그렇게 한창 제자들에게 자신의 뜻을 전하던 중, 정문을 지키던 여승이 급히 장문인을 불렀다. “장문인!!” 혜영사태는 의아해하며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일이더냐?” “다…당가의 무인들이 장문인을 뵙겠다고 막무가내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의아해하던 것도 잠시, 이미 아미파로 들어온 당호련과 무인들은 연무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당호련은 포권을 하며 혜영사태를 바라보았다. “오랜만입니다, 장문인.” “이 무슨 무례한 짓이오. 주인이 허락하지 않은 곳을 함부로 들어오다니!” “그 점은 양해 바랍니다. 워낙 급박한 사안이라….” “급박한 사안이라니? 무슨 소리요?” “요새 사천 지역 내에 들리는 소문을 혹시 아십니까?” “소문이라니?” “장문인이 재물을 탐내고, 상인들을 억압하며, 저희 사천당가를 몰아내고 사천을 전부 아미파의 영향력 아래로 넣으려 한다는 소문입니다.” “그게 무슨!!” 혜영사태는 그 소문이 자신에 관한 것이라는 것을 듣고,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장로들을 돌아보며 이 말의 진의를 파악하려 하였다. 하지만 장로들도 모른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기에, 혜영사태는 사천당가가 수작을 부린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감히 검증되지도 않은 진실을 가지고 와서 우리 아미파를 핍박하는 것인가?” “그렇게 나오실 줄 알고 있었습니다. 제대로 답변을 해주지 않으신다면 어쩔 수 없지요.” 당호련과 당가의 무인들은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며 장문인을 몰아세웠다. 혜영사태도 막무가내의 그녀들을 바라보며 제자들에게 명했다. “아미파의 제자들은 무얼 하는 것이냐! 저것들을 제압하거라.” “네, 장문인.” 대치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 예상했지만, 혜영사태는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하였다. “어찌 너희들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것이냐?” 모든 아미파의 제자들이 당가의 무인들을 맞대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에 혜영사태는 답을 요구했다. 그때, 뒤쪽에서 갑작스럽게 파공성이 들려왔다. 쉬익. 퍼엉. 파바밧! 살기를 느낀 혜영사태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 방어 자세를 취했지만, 눈앞에 벌어진 현실을 믿기 어려웠다. 자신을 믿고 따르던 장로들이 전부 자신을 공격하고 있었다. 힘겹게 모든 공격을 막아낸 혜영사태는 눈을 부릅뜨며 장로들에게 말했다. “대체 왜? 쿨럭… 어? 독인가….” 급격하게 내공을 끌어올린 혜영사태는 내장이 뒤틀리는 고통과 함께 피를 토했다. 다행히 산공독은 화경의 고수인 그녀에게 치명적인 내상을 입히지는 못했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했다. “아미파의 장로라는 자들이 왜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이오? 난 당신들의 장문인이거늘….” 장로들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저 혜영사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중 무각주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장문인, 이제 때가 된 것입니다. 아미타불, 저희는 새로운 주인을 모시기로 했습니다.” 혜영사태는 그 말을 듣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새로운… 주인이라고?” “주인님께서는 우리의 새로운 길을 열어주신 분입니다. 장문인께서도 얌전히 제압당하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다들 미친 것이오? 주인님이라니… 새로운 길은 또 무엇이란 말이오?” “앞으로는 남자들을 위해 몸을 바치며 살아갈 것입니다. 저희는 무인이나 승려가 아닌 한낮 여인이자 창기입니다.” “갈!! 정신 차리시오!” 무각주의 충격적인 말에 혜영사태는 그녀들이 어떤 사악한 술법에 걸려있음을 깨달았고, 이에 내공을 담아 그녀들이 정신을 차리도록 사자후를 펼쳤다. 그러나 최면신공은 당연히 풀리지 않았고, 장로들과 아미파의 제자들, 그리고 사천당가의 무인들은 일제히 혜영사태를 압박하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전투는 꽤 오랜 시간 이어졌지만, 아무도 죽은 자는 없었다. 혜영사태는 도저히 아미파의 제자들에게 살수를 펼칠 수 없었고, 당가의 무인들은 뒤에서 비도를 던지며 그녀를 괴롭혔다. 그렇게 아미파의 장문인이자, 화경의 고수로 명성을 떨치던 혜영사태는 너무도 허무하게 제압당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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