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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교미할래?


약효가 가시자 리네는 다시 두 발로 일어설 수 있었다. 하지만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한 늑대 소녀에게선 예전과 같은 활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자리 옮길 거야.” 그 한 마디에 진은 홀로 동굴 입구의 쐐기를 뽑고 텐트를 정리해야 했다. 그 이후, 리네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땀과 애액에 젖은 침낭을 마법으로 빨았을 때도, 가방을 정리했을 때도, 딱딱한 보존용 빵으로 아침 식사를 할 때도. 나갈 준비가 끝났을 때까지 리네는 가라앉은 눈으로 땅만 바라보고 있었다. 진은 그녀에게 도저히 말을 걸 엄두가 나질 않았다. “……자, 가자.” 모든 준비를 끝내고서야 진은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리네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진은 곧바로 부유 마법으로 몸을 띄우고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리네는 진이 내민 손을 잡고 발등 위에 발을 디뎠다. 진은 그녀의 허리춤을 감싸 안았다. 마치 무도회장에서 파트너와 춤을 추는 것 같은 자세였다. 그러나 로맨틱한 분위기 따윈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진은 엘리베이터보다도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그, 미안해.” “……알긴 아는구나?” 목소리가 스산했다. 진은 긴장감에 침을 꼴깍 삼키고 말을 이었다. “내가 심했지? 뭐라고 해야할까, 그걸 가르쳐주고 싶었거든.” “뭐를?” “색다른, 즐거움이라고 해야할까?”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리네가 진을 올려다 보았다. “강가로 가자. 천천히 씻으면서 가르쳐줄게. 조금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으니까.” 포탈을 타고 처음 발을 디뎠던 초원 근처에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진은 그 시냇가를 가리켰다. 마법으로 만든 물줄기로 몸을 씻을 수도 있겠지만, 진은 굳이 그곳으로 가자고 했다. 리네는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겠다는 요지로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시냇가에 도착하자 진은 적당한 곳에 가방을 내려두고 그곳에서 옷을 벗기 시작했다. 리네는 가죽 앞치마 밖에 입지 않았기에 그것을 훌렁 벗어던지고 곧바로 냇가에 발을 담갔다. 차가운 냇물이 샌들 사이를 스치고 지나갔다. 리네는 발에 스며드는 찬 기운에 살짝 떨다가 냇가의 깊은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허벅지 높이까지 물이 흐르는 곳이었다. 물살이 있어 몸을 담그는 것 만으로도 대강 씻기에는 충분할 터였다. 하지만 추위에 떨고 싶지 않았기에 리네는 그곳에서 가만히 찬물에 적응하려 했다. “차갑진 않아?” 그때, 옷은 전부 벗은 진이 물살을 헤치고 다가왔다. 리네는 무심하게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진은 마법사답지 않게 잘 단련된 몸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때문에 놀란 것은 아니었다. 그래 봤자 평생 망치질을 하며 사는 드워프들만큼은 아니었다. 리네가 진정 놀란 이유는 그의 하반신에 우뚝 선 커다란 육봉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리네도 남자의 남근이 무엇인지는 안다. 어렸을 때 드워프 삼촌들과 목욕하며 자주 보아왔고, 가끔 공중 목욕탕에서 씻을 때도 보고는 한다. 하지만 전부 죽은 애벌레처럼 흐물흐물하게 덜렁거릴 뿐, 진처럼 힘이 들어간 근육처럼 딱딱하게 치솟은 것은 처음 보았다. 리네가 눈을 떼지 못하자 진이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만져볼래?” “뭐?” “만져봐. 나도…… 네 그곳을 좀 괴롭혔잖아? 그래야 공평하지 않겠어?” 호기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진이 권유하자 리네는 못 이기는 척 그의 남근을 손에 쥐어보았다. 마치 막 단조를 끝낸 검자루처럼 온기가 있었다. 붉거진 핏줄에서는 맥박마저 느껴졌다. “신기해…….” “움직여봐.” 진이 그녀의 음부를 제 맘대로 희롱했던 것처럼, 리네에게도 그럴 자격이 있었다. 리네는 직감적으로 창대를 닦듯이 손을 움직였다. 그것이 정답이었다는 듯 남근의 표피는 별다른 저항 없이 리네의 손길에 이끌렸다. “으음…….” 진이 낮은 신음을 흘렸다. 리네는 그의 모습에서 기시감을 느꼈다. 진은 익숙한 듯 보였지만 분명 리네가 느꼈던 것과 같은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리네는 계속 손을 앞뒤로 움직였다. 진이 신음을 내는 빈도가 늘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참아내려는 듯 애쓰는 모습이 리네는 왠지 모르게 즐거웠다. 계속되는 손놀림에 진은 괴로운 것처럼 얼굴을 찡그리더니 리네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싼다…….” “뭐를?” 진은 대답하지 않고 리네에게 의지한 채 전신을 옅게 떨었다. 리네가 쥐고 있던 남근에서 하얀 액체가 뿜어져 나오더니 냇물을 타고 사라졌다. 오줌 같은 게 아니었다. 그 증거로 끈적한 잔액이 리네의 손가락에 달라붙어 있었다. 리네가 그것을 매만지며 물었다. “이게 뭐야?” 진은 시원하다는 듯 가벼운 한숨을 내쉬고는 대답했다. “정액이라고, 교미 할 때 수컷이 내는 액체야.” “교미? 그건 짐승이나 하는 짓이잖아. 그게 왜…….” 짐승이나 하는 짓. 그래. 마왕의 저주가 세상을 휩쓴 이후 인간은 헤루아 여신의 축복을 통해서만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 즉, 임신하는 방식이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구분 짓는 가장 명확한 증거가 되었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성(性)이라는 게 터부시되다 잊혀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원래는 사람도 그런 방식으로 아이를 가졌어. 몸을 섞고, 쾌락을 탐했지.” 쾌락. 진이 말하는 쾌락이 무엇인지 리네는 이미 알고 있었다. 진이 몸소 느끼게 해주었으니까. 육신의 제어권을 강탈하고 머릿속을 백지처럼 새하얗게 만들어 버리는 그것. 그녀에게 쾌락은 낯설고 두려운 감각이었다. 하지만……. 정신이 녹아내릴 것 같이 기분 좋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한 번 해볼래? 교미.” 진이 리네의 사타구니로 손을 뻗으며 권유했다. 손톱이 음핵을 살짝 튕기자 리네는 움찔 몸을 떨었다. 쾌락. 쾌락. 쾌락. 머릿속에 그 단어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하, 하지만…….” 리네는 고민했다. 망설임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은 이미 한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이성은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소리치는데, 몸은 서서히 그의 권유에 이끌렸다. “나는…….” 진은 주저하는 리네를 살며시 끌어안았다. 남근이 배에 맞닿아 물고기처럼 껄떡거렸다. 욕망으로 달구어진 따스한 체온에 리네는 저도 모르게 신음했다. “흣…….” 그의 손이 리네의 허벅지를 쓸어내렸다. 허벅지를 매만지던 손길은 갑작스레 그녀의 다리를 번쩍 들어올렸다. 분홍빛 음부가 훤히 드러났다. 리네는 중심을 잡기 위해 진의 몸에 기댔다. 사타구니 사이로 향하는 남근이 눈에 들어왔다. 넣으려고? 정말로? 리네는 하지 말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그러나 입은 저주에 봉인된 것처럼 꾹 다물려 아무 말도 내뱉지 못했다. 그저 소리 없는 비명을 내지르며 그의 남근이 음부에 입을 맞추는 것을 보아야만 했다. 그때였다. -샤아아악! 뱀의 것을 닮은 쇳소리와 함께 냇물에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갑작스레 고개를 치켜든 놈에 의해 물길이 폭포수처럼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꺄아악!” 역류하는 거센 물줄기에 한 발로 서 있던 리네가 넘어졌다. 그녀는 팔다리를 허우적 거리며 개헤엄을 치다 가까스로 냇가의 자갈을 딛고 일어섰다. 찬물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반면 진은 좋은 시간을 방해받은 것에 열불이 치솟았다. 저 놈은 또 뭐야? 진은 중요한 타이밍에 훼방을 놓은 방해꾼의 존재를 살폈다. 잿빛의 몸뚱이를 보아하니 타락한 물의 정령인 릭시비움으로 보였다. 타락했다 하더라도, 정령에게 선악의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기에 인간의 기준으로는 보다 성질이 더러울 뿐인 정령이었다. 애초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런 놈이 왜 둘 만의 해피타임을 방해한 걸까. 진이 눈을 치뜨고 노려보자 그에 화답하듯 놈이 입에서 무언가를 퉤 뱉어냈다. 팔뚝에 허열멀건 액체가 묻어났다. 그건 분명 정액이었다. 아마, 리네가 대딸로 한 발 뽑아준 그 정액. “아.” 진은 그제야 놈이 화가 난 이유를 유추해냈다. 인간이 제 집에서 물장구 치고 놀다 불결한 체액까지 싸질러 놓으니 참지 못하고 덤벼든 것이다. ‘근데 이건 아니지.’ 다 잡은 물고기를 놓쳤다. 저 놈 때문에. 따지고 보면 냇가로 물을 마시러 오는 동물들은 이곳에 침을 묻히고 떠나고, 민물고기들은 아예 눌러 붙어서 먹고 싸고를 반복한다. 그런데 동물은 되고 인간은 안 된다? 진의 주위로 한기가 몰아치며 냇물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자 타락한 물의 정령 릭시비움도 고개를 치켜들고 전투를 준비했다. “덤벼.” 진의 특기 마법은 뇌전 계열의 마법이었다. 여러 원소들 중에서 뇌전만큼 강력한 원소가 없었기에 그를 중점적으로 익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주특기를 살리기에 여의치 않았다. 진은 물론 리네까지 물을 뒤집어 썼기에 자칫하다간 전부 통구이가 되기 십상이었다. 얼음 계열이면 충분했다. 겨우 1계층의 몬스터 정도야 주특기를 못 살린다고 잡지 못할 것도 없었다. 진은 놈과 눈을 마주하며 재빠르게 술식을 연산했다. -샤아아악! 놈이 뱀처럼 쩍 벌린 입을 쏘아내듯 공격하며 진을 노렸다. 그와 동시에 진이 팔을 벌리며 마법을 시전했다. [얼음 계열 파괴 마법: melodiam hiemis] 쩌적거리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개울의 모든 물이 얼어붙었다. 북부의 혹한을 재현한 마법은 타락한 물의 정령도 피해가지 못했다. 릭시비움은 말 그대로 몸 속까지 완전히 얼어붙어 얼음 동상이 되었다. 진은 염동력을 운용해 놈의 형체마저 무너뜨렸다. 얼음 위로 흩뿌려지는 잔해 사이로 마석이 보였다. 진은 그것을 끌어와 손에 쥐었다. “리네?” 리네는 냇가에 꿇어앉아 놀란 눈으로 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이 얼음을 딛고 다가가자, 그녀는 화들짝 놀라더니 곧바로 옷을 갖춰 입었다. 그래봤자 알몸에 가죽 앞치마였지만 말이다. “리네. 혹시…….” “빠, 빨리 가자! 오늘은 코카트리스 찾아야지!”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앞서 걸었다. 진은 젖은 몸 위로 옷을 대강 챙겨입고 그녀를 뒤쫓았다. 리네는 수풀을 헤집으며 나아가면서도 뒤를 힐끔거리며 미어캣처럼 그를 경계했다. 해가 저물때까지 리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아침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침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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