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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화 꿈같은 세상(1)


“으...음...일...어나” 향긋한 블루베리 냄새를 풍기는 누군가가 깊은 잠에 빠져있던 내 몸 위에 올라타더니 귓가에 상냥하게 속삭이며 가라앉았던 의식을 억지로 끌어올렸다. “...끄응...5분만...5분만더 자게 내버려둬...” “안...돼” 내 응석 어린 부탁에 단호한 목소리와 함께 꾸욱하고 내 몸에 밀착해오는 단단한 복근과 부드러운 유방의 감촉...누가 가르쳐 준건지는 모르겠지만, 남자를 깨우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여성의 행동에 나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작게 눈을 떴다. “이런 건 누구한테 배운 거냐 너...” “안...녕”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아름다운 나신을 적나라하게 들어내고 있던 여성은 당혹스러워하는 내 눈을 마주 보더니 방금까지 느꼈던 짜증을 단숨에 날려버릴 만큼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아, 그래 안녕. 잘 잤냐?” 순간 넋을 잃고 여성을 계속 바라만 보고 있을 뻔 했으나 빠르게 정신을 가다듬고 애써 쑥스러운 감정을 감추기 위해 무뚝뚝한 말투로 인사를 받아주었건만, 여성은 그런 나의 행동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나를 꽉 끌어안더니 내 채취를 깊게 들이마셨다. “스읍 하아...” 규칙적인 숨소리가 한동안 방안에 가득 울려 퍼졌고 불편하긴 했지만 나는 몸을 일으켜 새워 여성을 마주 끌어안아 그녀가 만족할 때까지 천천히 기다려주었다. 뭐...나도 여성의 향긋한 냄새를 맡으면서 남성의 정욕을 불러일으키는 야한 몸에 한껏 밀착할 수 있으니 약간 불편한 건만 뺀다면 서로 좋은 게 좋은 거겠지. 부수입. 부수입. “...읏” “할...래?”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빨딱 서버린 자지를 한 손으로 붙잡은 여성은 장난스럽게 내 귀를 혀로 핥으며 야릇하게 속삭였다. 하고 싶다. 거절하고 싶지 않다. 지금 당장에라도 여성의 그 말랑거리는 질 내부를 한껏 탐하며 허리를 흔들고 싶었다. “아니” 고개를 끄덕이려 했으나 나도 모르게 반대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거절의 말을 내뱉고 말았다. 어째서 이런 야릇한 요청을 거절했을까? 마음속으로 나 자신에게 물었으나 답은 나오지 않았다. 으음...하긴 며칠 간 쉬지도않고 그렇게나 많이 해댔으니 질릴 만도 한가? “어제도 그렇고 몇일 동안 밥만먹고 그짓만 했잖아. 아무리 나라도 재대로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거기가 썩어서 떨어져 버릴걸? “...흥” 나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곤란한 미소를 띄워보이자 여성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콧방귀를 뀌며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가 바닥에 널부러져 있던 자신의 옷을 주워 대충 몸에 걸쳤다. “너도...빨..리...입어...그 몸은..내꺼니까...다른 사람이.. 보면..안돼” “뭐야 나는 또 왜 알몸이야...?” “어...제 많...이해서 하던.. 도중에 지쳐..잠들었...잖아?” “그랬나?” 정말 그랬던가? 어제... 분명 여성과 섹스했던 것까지는 기억에 남아있었으나 기억에 안개가 낀 것 처럼 모든 것이 흐릿해 고개를 갸웃거리자, 여성은 마찬가지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내 옷가지들을 주워 나에게 던져주었다. “오늘...같이..나갈 거야 사냥...너도 같이 사냥해” “오! 좋지 며칠 동안 안에 갇혀있어서 몸이 찌뿌등 했었는데 잘됐네” 아직 정확히 사냥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여기 계속 누워서 밥 먹고 섹스하고 길러지는 생활을...어라? 그냥 여기 있는 게 좋은 게 아닐까? 밖은 위험하기도 하고 딱히 내가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식량도 가득 쌓여있고 여성이랑 괴물 그리고 벌레무리도 있으니 습격당할 걱정도 없고... 오히려 최고의 상황이 아닐까? “야 생각해보니까 나는 그냥 여기 있는 게...” “안...돼” 여성은 아직 채 옷을 다 입지 않은 내 손을 붙잡더니 단숨에 방 밖으로 뛰어나가 기다리고 있던 괴물의 등에 올라타 나에게는 천국과도 같았던 벙커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너도 고생이 많네...” “키에 에에” 말괄량이 같은 주인을 둬서 힘든 괴물의 등을 위로하듯 툭툭 두드려주자 전력으로 벙커를 빠져나가기 위해 달리고 있던 괴물은 작게 울음소리를 내더니 머릿속으로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줘서 고맙다는 감정을 전해왔다. 이 녀석도 이 녀석 나름대로 어지간히 고생하고 있는 거겠지. 서로 불쌍하기 짝이없네. “그래서...사냥이라고 했는데 벌레들은 두고 갈 생각이야? 사냥이라고 했으니 뭔가 위험할 것 같은데 대리고 가는 게 좋지 않아?” “두..고..갈 거야 너랑...이 녀석만 있어도..충분” 벙커밖의 시원한 공기가 우리를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끼며 묻자 여성은 어깨를 으쓱이며 내 손을 붙잡았다. 그러고 보니 여성도 내가 막 벙커에 왔을 때는 대부분 짧은 문자로 대답했었는데, 이제는 꽤 길게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네. “왜..? 하고...싶어졌어?” “아니 뭔가 위화감이 있달까...으음 단지 기분 탓이니까 걱정할 건 없어.” 여성의 손을 마주 잡으며 미소 짓자 여성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괴물에게 목표지점을 똑바로 가리켰다. “응...나도...너도...신...경..쓸거..없는...단순한 위화감” “아아 그래 신경 쓸 건 없겠지. 단순한 위화감이니까” 여성의 확신에 찬 대답에 마음속에서 울렁거리던 감정이 점차 가라앉아갔다. ◆ “그래서...저기 안에 있는 사람들만 죽이면 된다는 거지?” “...사냥은...그런게...아니야 이건...적당한 사냥감을... 찾기 위한 탐색..전” 괴물의 등에 탄 채 한참을 내달린 끝에 도착한 작은 쇼핑몰은 마치 동물원의 동물을 가두기 위한 우리처럼 수많은 좀비가 포위하듯 둘러싸고 있어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치밀어올랐기에 빨리해치우고 돌아갈까 싶어 몸을 풀고있자 여성은 지금까지 계속 마주잡고 있던 손으로 나를 멈춰 새웠다. “냄새...특별한 냄새가...나거나 적당히.. 눈에..띄는...사람을 찾아..대려와” “그러니까 대충 냄새가 나거나 적당히 눈에 띄는 사람을 찾아서 납치해와라 그거지? 그렇지 않은 나머지 사람들은?” “나머지는...사냥의 부산물...먹어도 죽여..도 상관없어” 이해는 잘 가지 않았지만 나는 일단 여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오랜만에 몸 좀 움직이겠네. 그래서 냄새란건 어때? 초콜릿 냄새라도 나나?” “맡아보면...알아” “전부 대충 대충이네! 상관은 없다만...” ‘양팔’을 마주 풀어주며 앞으로 걸어나가자 여성의 손짓에 의해 좀비들이 좌우로 갈라져 쇼핑몰로 향하는 길을 열어주었고 그 끝에는 우리를 보며 창문 너머로 손가락질하며 자신들끼리 속닥거리는 사냥감들이 눈에 들어왔다. “출..발” 여성의 호령에 나는 그 즉시에 온 힘을 다해 앞을 향해 내달려 마치 바람과 한몸이라도 된 것 같은 빠른 속도로 좀비들의 사이를 뚫고나가 바리케이드로 단단히 막혀있던 창문을 발로 걷어차 간단하게 내부로 들어갔다. “뭐,뭐가 어떻게...?!” “빌어먹을..변종, 변종이다 이봐 빨리 사람들 불러와!!” “아,알았어요 조금만, 조금만 버텨요! 이봐 이쪽에 변종이 들어왔어. 도와줘!!” 여성은 남성의 외침에 다급히 안쪽을 향해 소리치며 뛰어가기 시작했고 나는 어떻게든 시간을 끌기 위해 마체태를 손에 쥔 채 마구잡이로 휘둘러오는 남성의 팔을 꺾은 다음 머리통을 양손으로 붙잡아 냄새를 맡아보았다. 몇일동안 씻지도 못한건지 고약한 시궁창 냄새... 마치 좀비와도 같은 그냄새에 얼굴이 절로 썩어들어가기에는 충분했다. “그냥 평범한 안 씻은 남자냄새가 나는데 이건 절대 아니겠네” “마,말을 하는 변종 네놈 설마..!” 퍼억하고 남성의 머리통이 순식간에 찌부러져 내용물이 내 손과 바닥에 전부 흩뿌려졌다. 허망하고도 아무것도 없는 그저 아포칼립스에 어울리는 비참한 죽음. 나는 그 죽음에 잠시 애도를 표한뒤 천천히 여성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저쪽이야 빨리 움직여! “방금 굉장한 소리가 났다만 이거 괜찮은 거야?!” “씨발 썩어빠진 시체새끼들이 포위해서 언제까지 기다리나 했다. 오늘이 우리 재산 날이구먼 이거” “잘됐지 마침 식량도 점점 떨어져 갔는데 굶어 죽는 것보다 싸우는 게 몇만 배는 더 났다고?” “닥쳐 불길한 소리하지 마!!” 저쪽에서 멋대로 사냥감들을 모아온다면 오히려 이쪽이 더 편해지니까 조금 기다려줄까도 했지만 재각기 다른 목소리들의 웅성거림이 뒤이어 들려왔다. 생각보다 더 훨씬 빠른 합류 속도, 꽤 단련된 혹은 그만큼 유대감이 깊은 그룹인가 싶었으나, 그들은 내가 단순한 시체의 변종이라고 판단했는지 목소리도 죽이지 않은채 허겁지겁 이쪽으로 다가 오고있었기에 천천히 모퉁이에 몸을 숨긴 다음 한 녀석이 가까이 다가오는 순간 모가지를 붙잡아 냄새를 맡았다. “이것도 아닌가...” “마,말했어..!” 내가 말을 하는 게 그렇게 당황스러운지 나에게 붙잡힌 녀석의 마지막 유언은 ‘마,말했어’ 라는 꼴사나운 게 되고 말았다는 사실에 아까와 마찬가지로 짧게 묵념을 한 뒤 목을 그대로 뽑아 등 뒤로 던져버렸다. “전부 똑같이 시궁창 냄새밖에 안나는데. 특별한 냄새란건 도대체 뭘 말하는걸까... 무슨 딸기향이라도 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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