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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화 전진?


총잡이와 범죄자의 비명소리에 위쪽이 시끄러워지자 귀찮은 게 드디어 사라졌다는 듯 허공을 향해 손을 몇 번 휘적이던 뇌가 천천히 시선을 돌려 나를 내려다보았고 마치 주제도 모르고 자신에게 들러붙은 귀찮은 날벌레를 바라보는 듯한 그 눈빛에 나는 한가지 확신할 수 있었다. 이 녀석, 백신도 없이 인간처럼 행동하는 지능을 넘어 꼬맹이처럼 감정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게 틀림없다고. 단순히 우리를 따라 웃는게 아닌 자신의 감정대로 웃는거라고. [퍼-억!] 확신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그 순간, 뇌의 깡마른 다리가 나의 안면을 그대로 걷어찼다. 평범한 좀비와 다를 바 없는 깡마른 몸이었음에도 덤프트럭에 치인 것만 같은, 덩치가 휘두른 주먹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은 충격에 벽까지 날아가 버린 나는 피를 토해냈다. “...”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나를 본 뇌는 모든 방해가 사라지자 다시금 꼬맹이에게 다가가 입을 크게 열더니 단숨에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평범한 좀비와는 다른, 꼬맹이의 새빨간 피가 사방으로 튀어졌고 나는 그 모습을 아무런 비명조차 지리지 못한 채로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아아아...” 시간이 멈춘 것처럼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 채 한동안 꼬맹이의 목덜미에 얼굴을 처박고 있던 뇌가 커다란 환희에 젖은 것처럼 신음을 토해내더니 얼굴에 기괴하게 일그러진 웃음을 띠며 하늘을 향해 얼굴을 들어 올렸다. “이거야...” 조금전보다 더욱 유창해진 발음으로 말을하며 입가에 묻은 피를 썩어버린 혀로 핥던 뇌는 이번엔 꼬맹이를 홀 중앙에 눕히더니 옷을벗겨내 몸을 혀로 핥아 나가기 시작했다. 자신만의 만찬을 즐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앳돼 보이는 꼬맹이의 얼굴부터 자신이 뜯어먹은 목덜미를 지나, 작은 앵두 같은 가슴을 지나…. 나만이 알고 있는 은밀한 곳까지. “아아아!” 꼬맹이의 몸을 핥던 뇌는 정말 인간이라도 된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고는 일부러 꼬맹이의 부러진 팔만을 물어뜯거나, 피가 배어져 나오는 목덜미에서 피를 핥아 마시거나 하며 맛있는 음식을 아껴먹는 어린아이처럼 조금씩 조금씩 자기 방식대로 꼬맹이의 몸을 천천히 즐겨나갔다. “그만해…. 제발 그만해 줘 차라리 먼저 죽여달란 말이야.” 내 울음기 섞인 목소리가 울리자, 벽에 기대어 쓰러져있는 뇌가 비웃음을 지으미 나를 바라보았다. “시끄러...우니까 닥쳐” 이제는 완벽하게 언어를 구사하는 뇌는 그 말만을 나에게 남긴 채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게걸스럽게 꼬맹이의 배를 향해 얼굴을 가져다 댔다. [찌이이익!] 더 이상은 보고 싶지 않아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꼬맹이의 고통스러운 얼굴도, 헐벗은 신체가 찢겨 뇌의 입안으로 들어가는 모습도. [봐 말했던 그대로지? 넌 계속 도망치는 거야 성격 자체가 글러 먹은 거지] 환청의 말대로였다. 보고 싶지 않았다. 그 어떠한 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이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야 차라리 처음부터 위층에 꼬맹이를 맡겼다면 꼬맹이는 무사했을걸?] “....대머리가 그랬고 그 동료들이 그랬어 꼬맹이를 맡기면 난 그저 이용당할 뿐이야.” [푸핫 아까까지 거짓말을 늘어놓던 너는 어디로 간 거야? 이야 죽을 때가 되고 나서야 드디어 솔직해진 건가??] “....” [지금까지 한 너의 행동들을 한번 돌아봐. 전부 너를 위해서 한 것들 뿐이잖아. 꼬맹이를 지키려고 말만 번지르르하게 내뱉을 뿐. 단 한 번도 꼬맹이를 위한 적 없어. 심지어 꼬맹이가 물렸던 빌딩에서 조차도 넌 그냥 목숨처럼 소중하다던 꼬맹이를 버린 채 내버려 뒀지!] “난...!” [닥치고 들어. 정말 그녀를 위했다면 안전한 곳에 뒀을 거야. 이렇게 밖에 나올 때도, 아래층에 내려왔을 때도 꼬맹이를 만나기 전이나? 후에도 넌 그냥 쓰레기야. 정말 진심으로 꼬맹이를 위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지. 오나 홀, 인간 변기 그냥 애착 인형에게 느끼는 애정 딱 그 정도지 사랑은 무슨 사랑이야.] 환청 소리에 맞춰 들려오는 뿌득거리며 뼈가 으스러지거나, 살점이 떨어지거나 하는 소리가 마저 들려왔다. 눈을 감았음에도 꼬맹이가 무참하게 죽어가는 게 보이는 것 같아 온몸에 피가 얼음이 된 것같이 몸이 급속도로 차가워졌다. [그래도 이제 끝인데, 마지막 정도는 진심으로 꼬맹이를 위해주는 게 어때. 그 눈에 똑똑히 꼬맹이를 새기는 거야 네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얼마나 이기적인지. 뭐, 적어도 사랑한다고 말했던 네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속죄잖아?] 환청의 매도에 나는 아무런 반론도 하지 못한 채 천천히 눈을 떴다. 홀 중앙에 눕혀져 있던 꼬맹이가 있던 자리는 피로 범벅이 되어있는 것도 모자라 시체는커녕 뼛조각 하나 온전히 남아있지 않았다. [이런 마지막까지 기회를 놓쳐버렸네!] 한동안 그 장소를 멍하니 바라보자 방금까지 꼬맹이가 뜯어먹히는 걸 보며 느껴지든 가슴의 통증도 술렁거리든 감정도 한순간에 뭉텅이로 잘라낸 것처럼 사라져 버렸고 꼬맹이를 위한 눈물 한 방울조차 흘러나오지 않았다. 환청이 말했던 것처럼 난 그저 꼬맹이를 위하는 것처럼 행동했던 이기적인 새끼였던 모양이었다. [말했잖아 지금까지 넌 자신을 위해 이런 행동들을 한 거라고 넌 꼬맹이를 사랑하지 않아] “아아...” 모든건 환청의 말대로였다. 뼛속까지 이기적인 인간. 사랑한다는 말조차 거짓말로 지껄이는 쓰레기. 난 그냥 후회 속에 죽는 게 맞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과함께 나를 향한 조소가 새어 나오자 터벅터벅하고 가벼운 발걸음이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 드디어 내 차례인가 생각하며 피로 얼룩져 잘 보이지 않는 시야를 들어 올리려다 그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꼬맹이를 죽인 괴물에 대한 욕설도,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사과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그저 조용히 죽음을 기다렸다. ... 뚜벅 뚜벅 나의 죽음을 알리는 시계바늘 소리처럼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울리는 발걸음 소리가 마침내 앞에서 멈추어섰다. “...이것만 알아둬 위층에 총잡이랑 남자는 몰라도 범죄자 그년은 명줄이 길거든? 그년이 니새끼 모가지를 꺾을 거다. 그 썩어버린 머리로 기억해둬” 내 마지막 말이 끝나자, 녀석은 그대로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고…. 품 안으로 기어들어왔다. “...주인” 꿈이라도 꾸는 걸까? 미친 듯이 다시한번 듣고 싶었던 달콤한 목소리와 함께 느껴지는 익숙한 자그마한 체형. 감았던 눈을 뜨자, 뭐가 그렇게 좋은 싱글벙글 웃고있는 꼬맹이가 눈에 들어왔다. 죽기전에 보는 환각이 아닐까? “나…. 아파” 어눌한 발음으로 나마 말을 해오는 꼬맹이를 난 생각할 틈도 없이 꽉 끌어안아 주었다. 느껴지는 차가운 체온, 달콤한 채취 말랑거리는 감촉 모든 게, 정말 모든 게 그대로인 것 같았다. “...사랑해 진심으로 사랑해” 그제서야 무언가에 막혀있던 것처럼 눈물과 콧물이 줄줄 흘러나오며 한가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기적인 것도 맞았고 나만을 생각한 것도 맞았지만, 환청이 말했던 것 중 틀린 것이 있다면 난 아마 꼬맹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겠지. ◆ 창문을 통해 넘어오는 태양 빛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오빠 일어났어?” 침대에 걸터앉아 커피를 홀짝이고 있던 범죄자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어찌어찌 살아남은 거냐 아니면 이미 죽어서 천국에 온 거냐?” “으음…. 이걸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는데 일단 살아남은 건 맞아. 그런데 천국이라니? 나는 몰라도 오빠는 못올걸?” “그러냐…. 그러면 썩게 일어나자마자 걸레랑 눈이 맞다니 일진이 사납겠네 빌어먹을” “예예 죄송합니다요 쳇...그냥 농담이었어 그렇게 딱딱하게 반응하지말자고 서로 살아남은걸 기뻐해야지.” 가까이 다가온 범죄자를 밀어내며 몸을 일으키려 하자 이불 안에 무언가의 감촉이 느껴졌다. “...으음” 나를 꽉 끌어안은 채로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곤히 잠들어 있는 꼬맹이. 나는 일어나기를 포기한 채 한숨을 쉬며 침대에 다시 몸을 뉘었다. “그래서 단 하루만에 뇌를 잡아 족친 기분은 어때?” “뭐, 그래도 이정도로 끝난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정도로 힘들었다.” “온몸의 뼈가 부숴졌는데 그게 다행인건지 모ㆍ느겠네" “씨발 존나 다행인거지 후. 니가 위에서 꿀빠는동안 내가 얼마나 굴렀는지 아냐? 끝없이 몰려오는 좀비들에 변종들. 뇌까지...염병 담배피고싶네” “나도 힘들었거든? 갑자기 몰려오는 좀비들을 때려잡고 변종들도 때려잡고...오빠가 뇌를 잡는게 조금만더 늦었으면 전부 죽었을거야. 갑자기 싸우던 녀석들 전부 뒤돌아서 밖으로 나가버렸다니까? 도대체 어떻게 한거야?” “으으으...” 우리의 대화가 시끄러웠는지 꿈틀거리는 꼬맹이의 행동에 나는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댔다. “...나중에 이야기하자 잠깐이라도 좋으니까 우리좀 내버려둬” 지금은 그저 살아있는 꼬맹이를 느끼고 싶었기에 나를 꽉 끌어안은채 고른숨을 내쉬는 꼬맹이를 쓰다듬으며 창밖을 바라보자 범죄자는 못말리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더니 마시던 커피를 나에게 건내고는 방을 나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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