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화 이보 후퇴
“그어어어!!”
“씨발….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네 야 아직 멀었냐!!?”
“으윽...조금만, 조금만 더 올라가면 되니까 버텨줘 올라가면 끌어올려줄태니까!!”
“한팔로 잘도 그러겠다 염병!”
한 녀석 한 녀석 빠르게 다가오는 녀석들만 어떻게든 떨쳐낸 뒤 곧장 밧줄을 타고 위층으로 올라갈 생각이었지만 총잡이의 어깨 부상으로 인해 1분이 지나고 2분 지나가자, 힘이 급속도로 빠져가는 게 느껴지며 권태감과 무기력, 피로감이 한꺼번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푸후...씨발 진짜 쉽지 않네”
내피인지 좀비의 피인지 모를 빨간색 액체들이 온몸을 뒤덮었고 비교적 다리가 빠른 변종들이 속속히 도착하고 있었지만, 몸은 아직 움직일 수 있으니 괜찮다고 자신을 다독이며 다리를 붙잡아 물어뜯으려던 좀비 한 녀석의 머리를 걷어차며 마음을 다잡았다.
“키에에에엑!”
[콰아앙!]
방금 했던 생각이 무색하게도 순식간에 협공을 해오는 변종들, 앞에 있는 좀비들이 날아가든 말든 촉수같이 징그러운 팔을 막무가내로 휘둘러오는 변종과 커다란 주먹을 사정없이 내려치는 덩치 그리고 창문에서부터 수많은 뼛조각이 안으로 날아들어 와 나를 마구잡이로 몰아붙였고 어느새 밧줄 앞에 내려주었던 꼬맹이의 앞까지 밀려나게 되었다.
머리를 가득 메웠던 아드레날린조차 커버하지 못할 정도의 고통에 의식이 잠깐 날아가 버렸지만, 나를 내려다보는 꼬맹이의 시선에 검으로 바닥을 짚고 일어서려 했다.
[빠직]
“푸핫! 이거 더는 못하겠네”
잠깐이나마 버텨주길 바랐던 검마저 산산이 부서져 꼴사납게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나자빠진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져 웃음이 터져 나왔다. 더는 일어설 체력도 검을 뽑아낼 체력도 남아있지 않았다.
“야! 다됐어 다 올라왔다고!!”
뒤늦게 들려온 총잡이의 앙칼진 목소리. 시야가 흐려져 좀비들을 잘 분간하지 못하게 되고 힘차게 들어 올렸던 칼마저 더는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마지막 힘을 짜네 몸을 비틀비틀 몸을 일으켜 꼬맹이를 끌어안은 후 키스를 했다.
“야 내가 분명 말했다 꼬맹이가 내 목숨이라고?!”
“뭐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침이 뒤섞이는 강렬한 키스. 이후 만족한 나는 꼬맹이의 몸에 밧줄을 단단히 묶어주었다.
[퍼억!]
뒤에서 날아오는 모든 공격은 이제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니가 시간을 지체해서 이 지경이 된 거야 알아?! 내 목숨을 저런 정신 못 차리는 년 한태 맡겨야 한다니 진짜 좆같네!!!!”
“...올라온다고 했잖아!!”
“닥치고 끌어 올리기나 해! 씨발…. 부탁한다.”
“....”
천천히 꼬맹이는 위로 올라가기 시작하는 것을 바라보며 나는 뒤를 돌아 나를 맞이해 주는 좀비들을 향해 팔을 벌려주었다.
“됐다 오래 기다렸냐? 병신새끼들아?! 이제 먹어도 된다고 푸하하하”
내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나는 나를 덮쳐오는 시체들과 함께 그대로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야 병신아 이대로 꼬맹이만 위로 올려주면 너보다 얼마나 더 오래 살겠냐? 하루? 이틀? 일주일? 지랄하네. 넌 그냥 도망치는 거야. 그 방에 틀어박혀 있을 때하고 완전히 똑같다고]
천천히 좀비들에게 파묻혀 아래로 떨어지는 와중 들려오는 환청 소리.
“나보다 하루라도 더, 1초라도 더 오래 살았으면 좋겠으니까 이러는 거야 똑같지 않아”
그동안 무시하던 그 목소리에 나는 마음속으로 답했다. 나를 구원해 준 그녀가 나보다 더 오래 살아남기를. 기적이 일어나 혼자서나마 계속해서 연명하기를. 그리고... 언젠가 한켠에서나마 나를 기억해 주면 좋을 것 같았다.
[... 넌 그냥 그년이 네 앞에서 죽는 걸 다시 보고싶지 않으니까 그런 거야 이기적인 새끼야 말은 똑바로 해]
어쩌면 환청의 말대로 일지도 모를 일이다. 꼬맹이가 감염되었을 때 느꼈던 절망감을 죽어버렸다고 생각했을 때의 그 감정을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으니까 이런 행동을 하는 걸지도 몰랐다.
“...그래 그럴지도 모르겠네 계속 눈앞에 있던 일들에서 도망쳤으니까 뭐, 그래도 이젠 괜찮지 않냐? 계속 도망친 끝에 결국 꼬맹이를 만났으니까”
꼬맹이가 감염되지 않았던, 말을 제대로 했던 그 몇 달간이 나에게 있어서는 천국과도 같은 나날들을 떠올리며 나는 웃었다.
“....으..아!”
밑으로 떨어지는 나를 보며 밧줄에 묶인 채 난동을 부리는 꼬맹이, 밧줄을 꽉 묶여 있었기에 풀어지진 않을 것이다. 않을 것이었다.
“적어도 마지막으로 보는 모습인데 좀 더 단정한 모습을 보고싶네...”
짧은 중얼거림을 끝으로 바닥에 곤두박질쳐 나뒹구는 나와 좀비 그리고 변종들,
“쿨럭, 쿨럭…. 너희나 나나 참 질기다 그치? 3층 높이에서 그대로 떨어졌는데 살아남다니”
즉사였으면 서로 편했을 것을 이번만은 괜히 튼튼해진 나 자신을 저주하며 나는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며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아아아...”
이제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기에 천천히 나에게 기어 오는 좀비들이 나를 뜯어먹기만을 기다리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아…. 엿같은 인생이 여기서 끝이란걸 알았다면 좀더 나를 배신한 년놈들한태 복수해줬어야했는데”
“크,하...”
내 자조섞인 농담에 근처에서 웃음 소리가 들려왔기에 슬쩍 눈을 떠서 주변을 둘러보자, 모든 좀비가 억지로 입가를 일그러뜨리며 웃음 비슷한 것들을 짓기 위해 노력하면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하하하하하”
저번처럼 가루가 되는 것처럼 녹아내리는 개체가 있는가 하면 뼈가 부러진 듯 그대로 엎어지는 좀비들과 변종들이 있었다. 뭐, 하나같이 기분 나쁘긴 매한가지긴 했지만, 뇌가 보내는 비웃음이라고 생각하자 이제야 전에 보았던 그 이상한 좀비한마리의 모습이 이해가 되었다.
“저번에 만났던 게 네가 보낸 메시지였던 거냐? 나를 노린다고…. 염병 기분 나빠”
“기…. 분…. 나빠 기분…. 나빠 기분 나빠”
중얼중얼 내가 했던 말을 제대로 된 발음으로 반복하면서 저벅저벅 나에게 걸어오는 좀비 한 마리. 남성과 총잡이에게 들었던 대로 빨간색으로 반짝거리는 눈으로 내 몸을 평가하는 끈적한 눈길이 참 인상적이었다.
“아 그래 모든 게 전부 네 뜻대로 됐다 그거지...”
뇌는 그 말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나를 머리부터 잡아 먹으려는 것인지 내 멱살을 잡아 들어 올린후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 그 썩어버린 입을 크게 열어젖혔다. 사람 머리 하나는 거뜬하게 들어갈 정도의 커다란 입. 이게 이변종의 특유의 특색이라면 특색이겠지.
“넌 아가리로 불리는게 딱 맞겠다 씨발새끼야”
[쿵!]
눈을 피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런다면 마지막까지 이 녀석에게 놀아난 것 같아 눈을 크게 뜨며 그 녀석의 식도를 바라보고 있던 도중 커다란 소음과 함께 하늘에서부터 무언가가 떨어졌다.
“....뭐야 어떻게”
“....”
자력으로 밧줄을 끊어낸 것인지 몸에 끊어진 밧줄을 그대로 감은 채로 당당하게 내 곁으로 다가오는 꼬맹이.
“도대체 뭐 하러 내려온거냐...”
“하...하하! 너..”
그러자 괴상하게 입을 젖혔던 뇌가 나를 내던지더니 웃음을 터트리며 손가락으로 꼬맹이를 가리켰다. 설마, 뇌가 노리던 것은 내가 아니라 내 품에 안겨있던 꼬맹이를 노리던 것일까?
“....”
그러거나 말거나, 꼬맹이는 앞에 있는 좀비나 변종 따위는 신경조차 쓰지 않고 여전히 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아아아아!”
뇌의 울음소리에 덩치가 주먹을 양손에 쥐고 크게 들어 올렸다.
“건들지 마. 건들지 말라고!”
나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덩치는 주먹을 내리쳤고 흙먼지가 자욱이 날리는 광경 속에 널브러진 꼬맹이가 눈에 들어왔다.
몸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어째서 내려온 걸까? 어째서...
“으아아아아아!!”
나는 울부짖었다. 이 모습 따위는 보고 싶지 않았기에 그런 선택을 한 것이다. 내 몸이 좀 더 정상이었다면 조금만 더 일찍 이 녀석을 찾았다면 꼬맹이는 죽지 않고 살 수 있었을까?
[그럴 거면 어디에 감금이라도 해놓는 게 좋지 않냐고 했던 대머리가 처음으로 맞는 말을 했던 거네 그렇지?]
“닥쳐…. 나는…. 나는 꼬맹이가 갇혀 지내는 것 따위...”
꼬맹이로인해 그나마 정상적으로 작동하던 정신이 크게 무너져 내렸다.
“아으..아”
무언가 말을 하려는 듯 웅얼거리면서 몸을 일으킨 꼬맹이는 뼈가 몇 군데 부서졌는지 팔과 다리가 기괴하게 꺽여있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터질 것만 같은 심각한 몰골이었다.
“....아”
“씨발 새끼야!!!”
뇌는 욕설을 내뱉는 나따위는 관심밖이라는 듯 묵묵히 비척비척 꼬맹이에게 다가갔다. 한걸음 가까워 질때마다 올라오는 강한 불안감, 나는 부러진 한쪽 팔로 땅바닥을 기어 뇌의 다리를 붙잡았다.
“아오 그 괴물이 건들지 말라는 말 못 들었냐 시체 새끼야?!”
[타-앙!]
내가 다리를 붙잡자 위에서 부터 쏘아진 탄환이 뇌의 머리에 직격했다.
“뒤져!!”
[타앙- 타-앙!]
모든 게 머리에 직격하는 탄환들에 피가 튀었고 뇌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아아그아아”
그저 파리가 귀찮다는 듯 손짓하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좀비들이 일제히 위층으로 달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