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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화 뇌를 찾아서


“으음... 결국 전원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뇌를 찾아 죽인다. 그것밖에 없다는 거네?” “그렇다니까? 계속 말했잖아” 나와 남성의 혐오감 어린 시선과 한숨을 내쉬면서도 또박또박 범죄자를 설득해 준 총잡이 덕분에 간신히 뇌를 찾는 것에 찬성하게 된 범죄자는 뾰로통한 얼굴로나마 고개를 끄덕거렸다. “염병, 안 그래도 촉박한데 쓸데없이 시간만 지체됐군. 야 괴물 이년 원래 있던 그룹에서도 이랬냐?” “비슷했지, 싸움질도 좋아하고 눈치도 없어서 다들 고생했었어... 아니, 아니다 더하면 더했던 것 같은데? 아주 밤마다 여자나 남자나 가리지않고...” “스, 스톱! 거짓말은 나쁜 거라는 거 초등학교 때 안 배운거야 오빠? 난 언제나 청초했다고?!” 자신의 문란한 성생활을 공개하고 싶지 않았는지 범죄자는 손을 휘적이며 내 입을 틀어막기 위해 달려들었고 그 탓에 품 안에 있던 꼬맹이가 답답한지 몸을 움찔거렸다. “...청초는 지랄 아 됐고 이걸로 뇌를 찾아 족치는 거로 만장일치 됐으니 다음 문제는 그 뇌를 어떻게 찾느냐는 건데 솔직히 난 그 뇌를 본 적도 없어 이 청초한 걸레년도 마찬가지일 거고 특징 같은 건 없냐?” 나를 꽉 끌어안는 범죄자를 힘으로 억지로 떼어내며 묻자, 남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뇌는 한 가지 다른 점만 빼면 일반 좀비들이랑 비슷하게 생겼어 생각 없이 걸어 다니는 ‘척’하고 다른 계체가 사냥감을 뒤늦게 와서 씹어먹지. 다른 변종들같이 큰 몸이나 늘어나는 팔 같은 비약적으로 발달한 신체 기관도 없어서 좀비들 틈에 꼭꼭 숨어있어” “자기가 이끄는 무리 사이에서 숨어지내기 좋게 진화했다 이거지? 좋네 찾아낼 확률이 줄어들었어 씨발... 그래서 그 한 가지 다른 점은 뭔데? 비약적인 신체 기관이 없으면 머리가 남들보다 조금 크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눈에서 빛이나” 나의 불평에, 뒤에서 나와 남성의 대화를 듣고 있던 총잡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눈이 빨간색 형광등처럼 빛이나 조금 연하긴 하지만 다른 좀비들 사이에서는 뚜렷하게 보일 정도는 되니까 딱 보면 알아볼 수 있어” [잘됐네, 저 수천 마리 좀비 사이에서 눈이 사아알짝 빨간색으로 빛나는 좀비를 찾아서 족치기만 하면 전부 살 수 있어] “닥쳐” “...뭐라고?” “...오케이라고 눈이 빛나는 새끼만 족치면 된다는 거잖아? 쉽네” “뭐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만은…. 뭐 됐어! 일단 팀을 두 개로 나누지 여기가 뚫리면 전부 끝이니까” “에이 대장이 살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좆까 애초에 저 괴물 새끼가 총만 부숴 먹지 않았으면 이런 일도 없었어” 헛나온 욕설에 분위기가 다시금 이상해질 뻔했지만, 어찌어찌 넘어가기로 했는지 남성과 범죄자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크흠 어쨌든 팀은 두 팀으로 나눈다. 나랑 저 걸레가 어떻게든 이층을 사수하면서 그나마 멀쩡한 스코프로 그 새끼를 찾을거야” “에엥 다 같이 내려가서 찾는 게 그나마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 대장?” “어쩔 수 없잖아. 운이 존나좋아서 하루만에 찾아낼리는 만무하고 여기가 뚫리면 쉴 공간도 후퇴할 공간도 없이 그대로 좀비들 틈바구니에 고립되어 버릴 테니까. 너랑 저 괴물같이 좀비들을 썰어 재낄 수 있는 녀석 중에 한 명은 남아야 해” [총알이 몇 발이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뒤통수에 총알 박혀서 뒤지기 딱 좋지않아?] “나랑 총잡이가 아래쪽으로 내려가서 수색한다. 좋네. 적당하게 균형 있는 조합이야” “위험해지면 빠르게 도망쳐라, 네가 뒤지면 우리까지 뒤지니까. 그리고 혹시 모르니 그 품속에 꼬맹이는 우리쪽에서 돌보는게...” “절대 안되니까 꿈도 꾸지 마. 야 총잡이 준비할 거 있으면 지금 당장해 조금이라도 빨리 시작하는 게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질 테니까” 무언가 더 설득하려는 남성의 말을 딱 잘라 거절하고는 나는 미련없이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방 밖으로 나온 총잡이가 난간에 걸쳐있던 나에게 다가왔다. “...담배있냐?” “풉, 뭐야 갑자기 삥뜯는 거야?” 아직도 약간 목소리가 떨리고는 있었지만, 조금이나마 처음 만났을 때의 쾌활함이 섞인 목소리. 내가없는 방안에서 무슨 대화가 오고 간 모양인 듯했다. “아니 담배를 못 피운 지 며칠이나 지나서 약간 금단현상이 있달까? 환청이 들린달까?” “그거 고생이겠네…. 그래도 미안하지만 담배는 안 피워서” “허 그러냐? 은근 기대하면서 물어봤는데 말이지” “나 그렇게 담배 피우게 생겼어?” [키에에에엑!!] 밖에 있는 좀비들이 점점 할인점 안으로 들어오며 내는 울음소리를 멍하니 듣던 나는 기대고 있던 난간에서 몸을 일으켜 세운 후 옆에서 나의 행동을 따라 하던 꼬맹이를 안아 들었다. “...으” 이상하게 약간이나마 몸을 떠는 꼬맹이. “(뭔가 이상한데... 혹시 저번에 떨리던 것도 내가 아니라 꼬맹이가 떤 건가?)” “...찾을수 있으면 좋겠네.” “아? 어 그러네 위층에서부터 꼼꼼하게 훑으면서 내려가다 보면 사막에서 바늘 찾기 수준의 가능성이라도 있겠지” 나는 불길한 예감을 애써 무시하며 범죄자가 나를 끌어올려 줬을 때 썼던 밧줄을 내려 먼저 밑으로 향했고 여성 또한 나를 따라 내려왔다. “아?!” 나와 여성이 3층에 발을 내딛자마자 얌전히 품 안에 안겨있던 꼬맹이가 갑작스럽게 우리가 타고 내려왔던 밧줄을 향해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야야 갑자기 왜 그래 꼬맹아 어디 불편해?” “...역시 위에 두고 오는 편이 서로에게 좋지 않을까? 위험하기도 하고 우리가 위험해 질수도있잖아” “이 녀석은 내목숨같은 녀석이야. 그런데 그 새끼들을 어떻게 믿고 꼬맹이를 부탁해 차라리 내 옆에 있는 게 안전해. 자자, 진정해 꼬맹아 얼른 그 개 같은 뇌를 박살 내고 맛있는 거 먹여줄 테니까.” 나는 꼬맹이를 품안에서 끄집어내 꽉 끌어안아 주었다. 조금씩이나마 진정되어 가는 발버둥은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이내 사그라들었고 총잡이는 약간 신기하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말하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해도 상관없다만?” “으음 그냥 신기해서 그렇게 뾰족뾰족하던 사람이 그 아이한테만은 길들인 개…. 가 아니라 둥근 공 같아” “다 말하고 정정하냐. 쯧 됐어 꼬맹이도 일단 진정됐고 나도 기운 만땅으로 충전 됐으니까 앞장설게 따라와” 약간의 해프닝이 있은후 우리는 한곳 한곳 꼼꼼하게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남성이 금방이라도 뚫릴 것처럼 이야기하던 것 과는 달리 3층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무척이나 고요하기만 했다. “뭔가 이상해... 내가 총질할 때만 하더라도 좀비들이 한가득 들어차 있었는데 그 짧은 순간에 이렇게 깔끔하게 비워질 수가 있나? 저번에도 이렇게까지는 통제하지 않았었는데..?” “하아... 계단쪽에 몰려있나 보지 이거 생각했던 것보다 그렇게 위험하지는...?!” “아..!!” 얌전히 품 안에 안겨있던 꼬맹이의 또다시 울음소리를 내자 뒤이어 촉수 같은 팔이 날아오더니 내 머리를 정통으로 가격했다. 어지러운 통증과 울렁거리는 시야. 그리고 소름 끼치는 시체들의 울음소리. 완벽한 기습이었다. “괘, 괜찮아?!” [타앙-탕!] 엄호를 해주려는 건지 총알이 시체들을 향해 날아갔고 나는 그 틈에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빠르게 시야를 회복해 다시금 날아온 촉수를 붙잡아 끌어당겼다. 분명 아무것도 없었던 작은 카운터 밑에서부터 변종 한 마리가 힘없이 질질 끌려 나왔다. “씨발 인기척은커녕 소리조차 내지 않다니 아주 좋아 한번 해보자고 쓰레기 새끼들아!” 나는 그대로 늘어난 변종의 팔을 머리 위로 몇번 빙빙 휘두르다 좀비들을 향해 내던진 후 팔에서 칼을 뽑아냈다. “으아…. 직접 보니까 징그럽네!!” “닥치고 엄호나 제대로 해 줘 그렇게 해주면 저 시체새끼들 너한테까지는 안 가게 해줄게” “예이 예이!! 부탁한다고?! 아직 죽고싶지 않아” 날아간 변종이 달려오던 좀비들을 밀어 넘어뜨렸고 나는 그대로 달려가 한쪽 팔로 넘어진 수십의 좀비들과함께 변종의 머리통을 단번에 갈라버렸다. 끈적거리는 뇌수가 칼과 허공에 흩뿌려지며 점점 머리에 피가 쏠려왔다. [타앙-탕! 타당-!] 귓가에 시끄럽게 울리는 누구것인지 모를 심장 소리와 총소리를 들으며 나는 뒤이어 달려온 좀비들 품 안으로 파고들어 칼을 휘둘렀고 좀비들의 몸이 갈라지고 썩은 피와 내장이 솟구쳤다. “아아..!” “시체는 시체답게 그냥 흙으로 돌아가란 말이다!” “우윽…. 그렇게 까지 하지않아도..!” 평범한 사람이라면 단번에 절명할 상처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나에게 손을 뻗는 좀비들의 얼굴을 일일히 확인하고는 나는 좀비 무리의 안으로 더욱더 파고들어갔다. 안으로 더 조금 더 안으로. 내가 더 약해지기 전에 승부를 봐야 한다. “그아아아!” 날아온 거대한 덩치의 펀치를 몸을 젖혀 피하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거리를 좀비 이빨을 들이밀었다. 명백한 협력 행동. 뇌가 근처에서 우리를 보고 있는 걸까? [타앙-!] “그렇게까지!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괜찮지 않아?!” 가장 가까이 있던 좀비의 머리가 화려하게 터져나간 뒤 들려온 총잡이의 목소리에 나는 살짝 웃어 보였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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