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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화 약간의 모험


아파트로 돌아온 나는 그토록 바랬던 꼬맹이와의 평화로운 일상을 하루하루 즐겨 나가기 시작했다. 집안에 꽂혀있던 여러 가지 책을 읽어주고, 식탁에 마주 앉아 밥을 먹고, 함께 목욕을 하며 웃고 떠드는 등 단조롭지만 무척이나 행복한 나날들…. 하지만 그것들은 언제까지고 아무런 위험 없이 이어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썩을…. 슬슬 물자를 구할때가 되긴 했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식탁에 앉아 마지막으로 찾아낸 담배를 입에 물었다. 가져온 식량과 집안에 남아있던 물자들도 어느덧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고 슬슬 밖으로 나가 물자를 구하지 않는다면 이 생활도 곧 끝을 고할 것이 분명해 보였다. “푸후... 꼬맹아 오늘은 오랜만에 같이 산책이라도 하러 나가 볼까?” “아..으?” 바닥에 주저앉아 널브러진 어린이용 퍼즐들을 이리저리 고심하며 맞춰가던 꼬맹이가 내 말을 듣자마자 공허한 눈동자를 들어 올려 나를 마주 보더니 귀여운 목소리로 작게 웅얼거렸다. 백신으로 인해 날이 갈수록 눈에 띄게 지성이 회복되어 가는 모습은 언제봐도 저절로 입가를 느슨하게 만드는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억지로라도 냉정해져야만 할 때였다. 겨우, 정말 겨우 되찾은 행복을 다시는 잃고 싶지 않았기에... 꼬맹이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또 최대한 이성적으로 행동해야만 하며 한시라도 마음을 놓아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아아...” 자신을 바라보며 복잡 미묘한 표정이 되어가는 내가 걱정되었는지 꼬맹이가 천천히 내 곁으로 다가와 품 안쪽으로 파고들어 왔다. 아직은 시체처럼 차가운 몸이었음에도 나는 신경조차 쓰지 않고 그녀를 마주 꽉 끌어안은 뒤 천천히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안 신경 쓰게 했나 보내 별거 아니니까 걱정하지마” “...?!” 마치 무슨 일인지 자신에게 말을 해보라는 듯 품 안에서 나를 올려다보는 꼬맹이. 장난기가 올라온 나는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내려 꼬맹이의 탐스러운 엉덩이를 마음껏 주물러주었다. 무척이나 말랑말랑하고 어딘지 모르게 자지를 자극하는 야릇한 감촉... 음 역시 이건 평생 손안에 놓아두고 만지작 거리고 싶어지네.. “걱정하지마 그냥 오랜만에 밖으로 나가는 거니까 새로운 자극이라도 찾을겸 거리에서 공개 섹스라도 한판...” “아!! 아으!” “야야! 장난이야 미안해 미안하다고 장난이라니까?! 아파!” 묘한 분위기를 읽었는지 품 안에 있던 꼬맹이가 으르렁거리며 내 목덜미를 물어뜯으려는 듯 송곳니를 박아넣었기에 나는 다급하게 소리를 지르며 연신 사과를 할수밖에없었다. .... “아아!” “...응 알았어! 다시는 그런 농담하지 않을게” 꼬맹이가 힘 조절을 해주었는지 아니면 내 몸이 아직까진 꼬맹이의 치악력 정도는 버틸 수 있을 정도로 튼튼했는지는 몰라도 다행히 큰 상처 없이 이빨 자국만이 남은 목덜미를 연신 어루만지며 몇분간 계속 사과를 건네고 나서야 꼬맹이의 화가 겨우 풀어졌기에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뭐라고 할까 꼬맹이의 눈동자에 감정다운 감정이 보이는 건 짜증이나 분노밖에 없으니까 무심코 장난기가 늘어난다고 할까…. 음, 앞으로는 더 주의해야겠네. 벌써 기분이 풀어져 버렸어)” 최대한 이성적으로 판단하겠다고 결심했는데. 단 몇초 만에 그 결심이 흔들려 나는 한껏 우울해져 버렸다. “아…. 으아” “그래그래 혼자 우울해하는 것도 마음대로 못 하겠네... 출발할태니까 그만 보채” 집을 나서기전 숨겨두었던 오토바이를 끌고 나갈까 잠깐 생각했지만, 괜한 소음으로 인해 집의 위치라던가 괴상한 것들이 꼬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여행용 가방과 무전기만을 달랑 짊어진 채 우리는 신선한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며 무너진 거리를 천천히 걸어 나갔다. “아!”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집 주위를 거닐던 좀비들과 변종들은 우리가 집안에 틀어박혀 있는 동안 더 맛있는 먹잇감이라도 찾아냈는지 쥐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음에도, 꼬맹이는 뭐가 그렇게 신기한지 내 손을 꼭 붙잡은 채로 무너진 건물들을 보며 연신 탄성을 질러대 마치 놀이공원이나, 동물원에 처음으로 와본 어린아이를 보는 것만 같아 기분이 이상했다. “성인이면 성인답게 응? 누가 이 모습 보면 내가 진짜 이상한 사람같잖냐... 빌어먹을” 진짜 우연히 지나가던 생존자가 이 모습을 보게 된다면 아포칼립스를 틈타 아동을 유괴하려는 불한당 같은 놈으로 보일것이 뻔했고, 더욱이 귀찮은 일이 생길 것이 분명했음으로 내심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아무도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네)” 나는 꼬맹이에게 끌려가듯 걸으며 속으로 생존자와 마주친다면 어떤 식으로 변명을 해야 할까 고심했다. ◆ 어쩐 일인지 운이 따라주어 근처에 있던 대형 할인점까지 가는 길은 아무런 위험 요소도 발견되지 않았지만, 아쉽게도 행운은 딱 거기까지 인 듯 했다. “야 거기 남자 당장 멈춰 그 이상 접근하지 마!” 마트 옥상에서 어디서 난건 지모를 저격총으로 우리를 조준하고 있는 한 명의 남성. 만약 이 이상 접근하려 한다면 정말로 쏠 작정인지 방아쇠에서 절대 손을 떼지 않았다. 내 몸은 저격총까지 막아낼수있을까...? “...염병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결국 헛걸음하는건 싫은데 말이지” 입술을 강하게 깨물며 위험 요소와 안에 있는 물자 사이에서 갈등하던 나는 이내 꼬맹이의 차가운 온기에 정신을 차리고는 한숨을 내쉰 뒤 건물에서 약간 떨어진 벤치에 걸터앉아 가져온 초코바를 꺼내 꼬맹이에게 건넸다. “아..!” 미각도 어느 정도 돌아왔는지 입에 가득 초콜릿을 묻힌 채 맛있게도 먹는 꼬맹이.... “참나 넌 진짜 좋아 보인다? 주인님은 쇠빠지게 식량 찾아서 고생중인데... 어떤새끼가 옥상에 받을 망쳐놓은 거냐고 걸리기만 해봐 아주 반 죽으며 놓을 테니까” “...” “뭐냐…. 설마 나 주는 거야?” “....아으” 아무런 말도 없이 불평을 내뱉던 나에게 자신이 먹던 초코바를 건네는 꼬맹이…. 순간 여태까지 자신에게 내가 먹여주던걸 걸 따라 하는 건가도 싶었지만, 꼬맹이의 눈동자는 여느 때와 달리 약간의 이성이 빛이 녹아든 듯 반짝거리고 있었다. “(이런 모습도 볼 수 있었으니 이번 산책은 완전히 실패는 아닌가…. 뭐 아직 시간도 남았으니 한군데 정도 더 돌아보고 돌아갈까?) 고맙다 꼬맹..!” “키에에엑!” [탕! 타앙-!] “끄아아!” 가슴이 울렁거리는 것을 참아내며 초콜릿을 건네받아 입으로 넣으려던 찰라 근방에서 거세게 울리는 총소리와 거친 비명소리 그리고 엿같은 망자들의 울음소리가 한 대 뒤섞인 소음이 일어났고 나는 곧장 초코바를 입에 쑤셔 넣은 뒤 꼬맹이를 안아 들고는 집 방향으로 내달렸다. “그르르..그어어” 그새 몰려든 달릴 수 있는 좀비 몇 마리, 나는 한 손으로 검을 뽑아 들어 단숨에 그들의 목을 베어 넘겼다. “...역시 검까지 무뎌졌네” 백신을 바르면서 느껴졌던 희미하게 약해져 가는 느낌이 사실이라는 듯 손끝이 떨려오더니 만들어 낸 검이 순식간에 부서져 내렸다. “쯧 전부 뚫고 집으로 갈수 있으려나...” 나는 목이 잘렸음에도 이빨을 딱딱 움직이는 좀비의 머리를 밟아 터트린 뒤 다시금 검을 만들어 내 거리를 좁히려던 좀비의 머리 정중앙을 관통해 뚫어냈다. 썩은 살점을 매끈하게 갈라 그 안쪽에 있는 뇌를 잘라내는 상쾌한 손맛을 느끼며 눈으로는 이 지옥에서 빠져나갈 틈을 찾기 위해 쉬지 않고 주위를 살폈다. [쿵!] “크아아아!” 무슨 우연인지 내가 돌파하려는 골목길마다 비틀대며 걸어오는 좀비와 변종들... 어쩌면 지금까지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갈아엎어야 할 때일지도 모를 것 같았다. 뭐, 매순간 매 순간 나를 저주하고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으려는 역병신이 틀림없긴 하지만 말이다. 학교의 야구부라던가, 가족이라던가, 여자친구라던가... [쾅!] “그어어...” 망상에 빠져있을 시간따위 없다는 듯이 아직까지 집 안에 숨어 있던 녀석들마저 창문을 뚫고 밖으로 기어 나오기 시작해 점점 더 퇴로가 막히고 있는 상황. 나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그대로 뚫어? 아니면 일단 근처 건물 안으로 들어가? 곧 뒤따라올 변종들은 어쩌지? “씨발 웬일로 하늘이 내가 원하는 대로 상황을 만들어 준다고 했어! 그때 이상한 낌새를 느꼈어야 했는데 짧은 시간 끝에 목적지를 정한나는 꼬맹이를 더욱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아..?” “...미안 불편해도 조금만 참아 금방 내려줄게” 곧장 발걸음을 돌려 우리를 돌려보냈던 할인점으로 내달렸다. ... “어이 누군가 이쪽으로 온다!” “...염병 내가 쫓아냈던 녀석이잖아. 어이 다른 곳으로 꺼져 문을 안 열어 줄 거다!!” “키에에엑!” 역시나 할인점 주변에도 모여들고 있는 좀비 녀석들은 나를 발견하자 몸을 틀어 나를 바라보았다. 꼬맹이와 달리 무표정한 짐승과도같은 소름돋는 눈빛들, 그럼에도 나는 멈추지 않고 그대로 내달렸다. “야 저쪽으로 가라니까! 문 따위 안 열어 줄 거라고 했잖아 아아 빌어먹을!! 야 문 열 준비..!” “열지마!!!” 할수있다. 할수있을게 분명했다. 나는 그렇게 자신에게 최면을 걸면서 들고 있던 검을 제일 선두에서 있던 좀비의 다리를 향해 던졌다. [푸욱!] 고기에 식칼이 박히듯 단숨에 다리가 관통되어 바닥에 완벽하게 고정된 좀비. “그어어어!” “입다물어 새끼야!!” 나는 나를 향해 팔을 뻗어오는 그 녀석의 위로뛰어올라 몸통을 즈려 밟고 힘차게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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