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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화 미쳐버린 딸쟁이와 프로토타입의 행방(4)


“어,으 네?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여성은 내가 했던 말의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사람처럼 안경을 고쳐 쓰더니 두 눈을 깜빡거리면서 멀뚱멀뚱 나를 쳐다보았다. “무전기로 내가 했던 말 전부 들었잖아 난 여기서 백신을 찾을 때까지 머물 생각이야, 넌 굳이 여기 있을 필요 없으니까 학교 쪽으로 합류해 그편이 서로에게 좋을거야” 도서관에서 꼬맹이로 착각하여 덮친 것을 포함하면 여성에게 이성을 잃고 달려든 것이 이번이 2번째였다. 이대로 계속 같이 있게 된다면 내가 여성에게 무슨 짓을 벌일지, 또 내 몸이 얼마나 약해질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기에 나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갈 거면 지금이라도 보내줄게(뭐, 자신을 죽일지도 모르는 정신병자 옆에서 계속 있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당연히 학교 그룹으로 합류를...)” “저, 저도 여기 남아서 백신을 찾는 걸 도와드릴게요 호, 혼자보단 두 명이 더 빠르잖아요?” “쿨럭 잠깐, 잠깐만 설마 진짜로 여기 남겠다고 한 거야? 이성적으로 생각해봐 처음 만났던 도서관에서도 내가 덮쳐서 억지로 강간당했잖아 또 착란을 일으켰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니까? 심지어 나조차 장담할 수 없어”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벌써 멍이 들기 시작한 목을 매만지던 여성이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고, 나는 예상하지 못했던 여성의 반응 때문에 숨을 잘못들이 마셔서 기침까지 토해냈다. 내가 자신을 덮친 것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는데 어째서 남으려고 하는 거지? “그,그건 저도 똑같아요 계속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이 마음을 좀먹어 그게 그... 아무라도 좋으니까 저를 안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피차일반인 거죠.” 여성은 여전히 감정을 알 수 없는 깊은 수렁과도 같은 탁한 눈동자를 하고 있었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옆에 있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듯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골치 아픈 상황 때문인지 약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내 말 잘 들어 솔직히 말해서 내가 언제 또 이성을 잃고 너에게 달려들지 모르는 상황 자체가 나에게는 무척이나 껄끄러워... 그러니까 제발 부탁이니까 학교 쪽으로 합류해서 내 곁에서 떨어져 줘” “... 저는 당신이 옆이 좋아요 여, 여기 있고 싶어요” 도서관에서 우리가 탈출하기 위해 좀비들의 어그로를 끌었을 때, 창문 너머로 얼핏 보았던 각오를 다진 듯한 여성의 분위기가 내 입을 강제로 틀어막았다. 만약 억지로라도 학교로 끌고 간다면 정말 자살이라도 하려는 것 같았다. “알았어 알았다고 여기 남든지 말든지 니 마음대로 해 빌어먹을... 대신 여기 있었던 일들은 서로 전부 잊어버리자 껄끄러운 건 진짜 사양이야 너도 그렇잖아?” “죄, 죄송해요 저, 정말 죄송해요” “됐으니까 대답이나 해 알아들었어?” “아, 알겠어요 전부 잊을게요 옆에만 있게 해,해주세요” 나의 제안에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거리는 여성을 잠시 지켜보다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꼬맹이의 백신을 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자마자 감정이 흐트러져 폭주해버린것도 모자라 여성의 목을 졸랐다니... 내가 생각해도 참 병신이네 “그... 에넥..크..륵” 나의 복잡한 마음에 반응하는 건지 실험체로 잡아 왔던 좀비가 울음소리를 내 우리의 주의를 끌었다. 아니 이제 좀비로도 보이지 않는데 뭐라고 불러야 하려나... “푸후 그래 너도 남아 있었지... 야” “네, 네!” “나는 아직 이 새끼랑 할 게 좀 남아 있으니까 우리가 살았던 집 있지 거기에 꼬맹이가 아직 묶여있다는 상태거든? 거기에 대충 바리케이드 좀 치고 잠이나 자고 있어” “저기... 그 아, 알겠어요 맡겨주세요” “... 됐다 됐어! 그냥 기다렸다가 같이 가” 오늘 아침 나를 강간할 때부터 넘쳐 보이던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는지 다시 어리바리한 모습으로 돌아와 고개를 끄덕이는 여성의 모습에 나는 한숨을 토해내며 약을 마구잡이로 투약해 내가 만들어낸 괴생명체에 다가갔다. “저기... 뭐, 뭘 하시려고” “저 새끼는 죽이고 가야지 혹시 알아 시체가 번식을 할 수 있게 변이가 일어났을지. 보기 싫으면 눈 감고 있어” 나는 담담한 표정으로 괴생명체의 머리로 보이는 부분을 강하게 발로 걷어찼다. “키에, 켁...” 고통이라도 느끼는 건지 눈 대신 늘어난 세 가지의 입에서 형용할 수 없는 비명을 내지르는 녀석. 머리를 날려버릴 생각으로 처음부터 전력으로 걷어찼는데 그냥 소리만 지르고 끝이라니 머리뼈나 목뼈도 변이가 일어난 건가? ... “그냥 허억... 헉 곱게 좀 뒤져라!! 안 그래도 피곤해 죽겠는데” [퍼억, 퍽!] 숨이 차오르고 다리가 저려올 정도로 쉼 없이 머리를 걷어찬 뒤 멀쩡해 보이는 가구들까지 사용해 머리를 내려치고 나서야, 뇌수가 흘러나오며 마침내 괴생명체가 그 역겨운 움직임을 멈추었다. “끄, 끝난 건가요? 그럼 이,이제 돌아갈까요?” “(뭔가 불안한데...?)” 여성의 말을 듣고 몸을 돌리자 왠지 모를 불안감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지금까지 나를 몇 번이나 위기에서 구해주었던 강렬한 직감, 나는 괴생명체의 몸통을 시험 삼아 몇 번 더 걷어차 반응을 확인했다. “저, 저기 이미 죽은 것 같은데 더... 하셔야 할까요?” “...” 자극에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괴생명체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나는 사라지지 않는 불안감을 느끼며 라이터를 이용하여 시체에 불을 붙여보았다. “(...단순한 기분 탓 이었던건가?)” “저...” “그만 보채 이제 갈 거니까... 이 주변에 불이 옮겨붙을 만한 게 없어서 확인 사살한 거뿐이야” “그, 그렇죠. 죄송해요 보채서” 무언가 계속 꺼림직하긴 했지만, 나는 단순한 기분 탓이라고 치부하며 여성을 데리고 편의점을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 어제저녁 늦게까지 온 집안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잠을 자서 그런지 온몸이 찌뿌둥한 상태로 눈을 뜨자, 언제 지하실로 내려온 것인지 여성이 나체상태로 나를 끌어안은 채 잠을자고 있었다. “... 더워” “그어어” “그래그래 너도 잘 잤니?” 여성이 깨지 않게 조심히 나의 배위로 올려져있던 손을 치운 뒤 몸을 일으키자, 꼬맹이가 아침 인사를 건네주었다. 여전히 나에게 용기를 북 떠다 주는 귀여운 얼굴... 나는 무심코 손을 뻗어 꼬맹이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뚜드득] “아아... 꼬맹아 미안해!! 괜찮아?!” “키에엑” 꼬맹이의 턱 부분에서 피부가 아주 조금 뜯어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몸이 조금씩 부패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변이? 뭐가 됐든 이제는 마음 놓고 얼굴조차 만질 수 없을 것 같았다. “...어떻게 해서든 오늘안에 꼭 찾아낼게 꼬맹아 반드시” 꼬맹이의 상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 하루빨리 프로토타입 백신을 찾아야 했다. “아 형 일어나셨어요?” “... 정오쯤에 온다고 하지 않았었나?” 다급히 지하실의 계단을 빠르게 타고 올라가자 한가롭게 무언가를 마시고 있던 게이가 손을 흔들었다. “엥? 벌써 해가 중천인데요 형? 진짜 피곤하셨나 봐요” “빌어먹을 참 잘하는 짓이다” “예?!” “너 말고 나 말하는 거야 꼬맹이가 고통스러워하는 건 신경조차 쓰지 않고 하루종일 잠이나 퍼질러 잤잖아 어제만해도 이성을 잃고 날뛰었어 냉정하게 생각했어야 했는데 나는...” “혀, 형 일단 진정하시고 여기 커피라도 한잔 드세요” 내가 멍하니 홀로 중얼거리자 게이가 다급히 자신이 먹고 있던 보온병을 건넸다. “따뜻하네...?” “말했잖아요 학교 쪽 발전기가 아직 가동한다고 저희가 죽였던 약탈자들 중에 전기 기술자가 있었는지 옥상에 태양열발전기도 잔뜩 구비되어 있더라니까요? 학교에 남아있던 발전기랑 합치면 진짜 전기 걱정은 없을걸요?” 정말 안전한 장소를 찾았다고 생각하는지 게이의 눈이 무척이나 반짝거려 복잡했던 마음이 살짝 가라앉았다. “유지보수를 할 사람만 구하면 말이지. 쯧 그래서 왜 온 거야?” “아 그, 형 죄송한데 혹시 여기 남은 식량 좀 가져가도 될까요?” “굳이 이렇게 말하고 가져갈 필요 없잖아 내가 모은 것도 아니고 대머리 새끼들이 모아놓은 건대” “그러니까 말하는 거죠. 그 빡빡머리랑 학교 측 대장장이랑 둘 다형이 죽이셨잖아요” “됐으니까 마음대로 해 한... 두 달 치만 남겨놓고 싹 다 가져가버려” “감사합니다. 형!” 내가 정말 거절이라도 하리라 생각했는지 게이가 찐한 허그를 하려 했기에 나는 다급히 얼굴을 밀어냈다. “대신 꼬맹이 밥 챙겨주고 하루 동안 여기를 지켜 데려왔던 여자가 있긴 한데 혼자 내버려 두면 불안해서”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마음같아선 몇일정도는 여기 형이랑 머물고 싶었는데 잘됐네요” “그래? 그럼 돌아가지 말고 여기 남아주면 좋을 것 같은데?” 마음 같아선...? 혹시 남아줄 생각이 있는 걸까 싶어 나는 다급히 게이의 팔뚝을 붙잡았다. “아 형 진짜 죄송한데 저도 남고 싶지만, 학교 그룹이 불안불안해서요 저까지 빠져버리면 무너질 거에요 알잖아요 해방된 성노예들. 밖에서 우리를 잡아먹으려는 돌연변이랑 좀비투성이” “... 그러냐? 미안 괜하게 소리해서”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신경쓰지 말라는 뜻으로 게이의 어깨를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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