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화 미쳐버린 딸쟁이와 학교(4)
“...너나 나나 참 이상한 새끼들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나는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떨고 있던 여성과 얼굴을 마주 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네? 그게 무슨...”
“서로 상대방을 통해서 다른 사람을 보고 있잖아 뭐, 그것뿐만이 아니라 성격이나 정신적인 측면에서 너와 나는 정말 많이 닮았다는거지 서로 이상한새끼들이야”
나는 손에 쥐고 있던 열쇠를 여성의 손위에 얹어 건내준뒤 나를 붙잡으려 손을 휘젖는 여성을 무시한 채 벽에 기대어 새워져 있던 슬레지 해머를 들어 올리자 한층 더 몸이 약화한 듯한 기분과 함께 평소라면 전혀 느껴지지 않던 슬레지 해머의 묵직한 무게감이 손끝에서 전해져 올라왔다.
“(하, 이러다 꼬맹이보다 먼저 평범한 몸으로 돌아갈지도 모르겠네...)”
이대로라면 의사에 의해 백신이 개발되기도 전에 내 몸이 원상태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기에 꼬맹이와 혼잣말처럼 대화하면서 각오를 다진 마음이 크게 흔들리려 했다.
“저, 저기 기다려주세요!!”
겉으로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있던 내가 갑작스럽게 떠나려 하자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여성이 내손을 겨우 붙잡았다.
“제가, 제가 잘못했어요 그러니까...그러니까 ‘버리지 말아주세요’”
목소리가 순간적으로 꼬맹이의 목소리가 겹쳐 들렸다. 그녀가 꼬맹이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알고 있었지만... 나는 충동적으로 뒤를 돌아 여성을 끌어안았다.
어제의 그 차가운 감촉이 아닌 따스한 인간의 체온이 차갑게 식어버렸던 마음을 다시금 따뜻하게 데워지는 것 같아 눈가에 눈물마저 차올랐다.
“너의 감정이자 마음이니까 모르겠다고 말을 한다면 나는 할 말이 없다는 거 알고 있어... 그래도, 꼬맹이옆에서 한번 생각해보는 게 좋을 거야 너를 위해서나 나를 위해서나 말이야.”
영문을 알 수 없다는 여성의 눈동자 안에서 커다란 사랑과 미안함 그리고 집착과도 같은 끈적한 감정들이 소용돌이치며 내 가슴 한켠으로 파고들어 왔기에 여성의 몸을 안고있던 손에 히이 들어갔다.
“미안 갑자기 끌안아서”
조금만더 안고싶다는 마음을 뿌리치며 나는 거세게 여성을 떨어뜨렸다. 그녀가 나의 마음마저 따뜻하게 만들정도의 뜨거운 감정을 보내는 인물은 내가 죽은 연인 거였기에 이건 내가 품을 감정이 아니였다.
“그럼 부탁한다.”
“...”
여성에게서는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떠나는 나의 뒷모습에 겹쳐지는 자기 연인을 바라볼 뿐
“형 좀 전에 대머리가 왔어요 곧 출발한다던데요? 가는 길까지 버스로 움직이고 그 뒤로 갈라진대요”
“... 그러냐? 존나게 위험할 것 같은데 괜찮을까 모르겠네”
“앞쪽에서 확실하게 어그로를 끌려면 그편이 더좋다고 하더라고요 그쪽은 차량 같은 게 없으니 빼앗으려고 눈에 불을 켤 거라나 뭐라나”
집 현관문 옆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게이의 말에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거렸다. 지금은 눈앞의 일에 집중해야만 할 때였다. 감정을 생각할 시간따위 사치였다.
...
느린 발걸음으로 뒤늦게 도착한 대머리의 집 앞은 횃불로 주변을 밝힌 장소앞에 상당수의 노예들이 모여들어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아마 우리가 마지막으로 도착한 모양이네)”
“야이 시발새끼야 내가 멍청이로 보이냐 손 패 한번 까봐 씨발 빨리 까보라고! 새끼야 내가 이거 클러버 4인 거에 내 손모가지랑 가지고 있는 모든 걸 건다. 넌 뭘 걸래?”
“푸하 이거 존나게 쩔어주지 않냐? 의사 양반이 이런 거하난 기똥차게 잘한다니까 이거 봐 잡티 없는 흰색 완벽하잖아 이러니까 큰형님이 좋아하지 캬캬캬캬”
“야 그딴 걸 어떻게 알아 약도 여기 와서 처음 해본 건대 하여튼 약쟁이새끼들이란”
“이 미친 새끼들은 자기들이 죽으러 간다는 걸 아는지 모르겠어요. 형”
노예들 사이를 지나며 보이는 술과 담배 그리고 편의점에서 보았던 흰색 가루들이 낭자한 풍경을 내 옆에서 같이 지켜보던 게이는 질린 표정으로 작게 속삭여왔다.
“죽으러 가는거니까 더욱더 막장으로 행동하는 걸지도 모르지... 쯧 됐어, 생각하지마 우리만으로도 벅찬데 남에게 신경 쓰면 손해일뿐이야”
나 또한 남의 시선 따위 아랑곳하지 않은 채로 섹스를하고있는 벌거벗은 두 남녀에 지켜보다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었다.
“갈거 같아 오빠!! 더 세게, 더 세게 박아줘 빨리!! 하읏 아!!”
“같이, 같이 가자 나도 조금만 더 있으면되니까”
흥분감 사이사이로 보이는 두려움과 공포심을 애써 무시하려는 듯 애달프게 움직이는 그들이 그저 불쌍하게만 보이는 건 나만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 이 정사를 지켜보고있는 모든 이들이 느끼고있겠지.
“오오 동생 잘 잤냐? 몸은 좀 어때 괜찮아?”
어느샌가 내 등 뒤로 다가온 대머리는 나를 위하는 척 내 몸을 더듬으며 상태를 체크하려 했기에 그 손을 단호하게 뿌리친뒤 들고있던 해머를 겨눴다.
“내가 약해졌을 때 단숨에 삼켜버릴 작정이라면 오늘은 단념하는 게 좋을 거야 대머리 새끼야... 이걸로 답변이 됐냐? 알았으면 그만 출발하지? 인원도 다 모였고 해도 저물었으니 좋은 시간 때잖아?”
“푸하하하 좋아 좋다고 우리 돌격대장이 오늘 컨디션이 최고란다 들었지 새끼들아?!”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는 대머리가 흡사 먹이를 노리는 하이에나와도 같아 보였기에 일갈하자, 대머리는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노예들을 호령했다.
“네 큰형님!!!”
다른 행동을 취하던 수십명의 노예들이 대머리의 한마디에 순식간에 하고있던 모든행동을 정지하고 하늘이 떠나가라 함성을 질러댔다.
“그럼 전원 준비되어있는 버스에 탑승해라 알고는 있겠지? 여자는 강간하고 남자는 전부 죽여버려! 승자는 모든 것을 갇는다!!”
“예!!!”
“큰형님 말씀 들었지 새끼들아?! 소리지르지 말고 빨리빨리 움직여!”
오랜만에 보는 게이의 파트너였던 남성이 뒤이에 소리치자 마약을 하던 인물들조차 미련없이 약을 바닥에 던져버리고는 미련 없이 버스에 탑승했다.
“어때 교육이 잘된 것 같지? 푸하하하 이날을 위해 많이 공을 들여놨거든.”
“(내가 보지 않았을 때 도대체 노예들에게 무슨짓을 한 거지?)”
야구를 하던 동료들조차 통제하지 못하는 나와는 너무나 대조적으로 보이는 대머리의 통솔력에 감탄하던 것도 잠시 나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하게 느껴졌다. 만약 바이러스가 없었다면 나 또한 대머리의 꼭두각시가 되어 생활하게 되었을까? 아니면 옛날처럼 쓸모없다고 버려졌을까?
“너네는 뒤에 준비한 오토바이 타고 오면 돼 너희 집에 있던 걸 게이가 꺼내온 거니까 문제는 없을 거다 잘보고따라와 다른곳으로 새지말고”
“...”
“...형 괜찮으세요? 저런 버리지새끼 말은 그냥 흘려들으셔도 되니까 좀 진정하세요”
꼬맹이와 떨어지자 떠오르는 옛 기억들 속을 해엄치던 내손을 게이가 붙잡으며 나를 진정시켰다.
내가 순찰을 돌거나 좀비들이 몰려와 싸울때도 계속 옆에서 칼을 휘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손처럼 말랑거리는 손의 감촉이 어쩐지 소름이 돋았기에 잡생각이 순식간에 떨어져 나갔다.
“...말했잖냐 나는 동성애 취미는 없으니까 다른사람 찾아보라고 빨리 이 손놔 안 좋은 느낌이니까”
“헷 손이 부들부들 떨리길래 날아갈 것 같아서 붙잡아준 것뿐이라고요? 오해하지 마세요”
“씨발 손의 감촉이 무슨 여자아이 같냐?! 왜 이렇게 말랑말랑한 거야 개 같네 진짜”
번뜩 정신을 차리고 붙잡고있던 게이의 손을 뿌리치자 게이는 어딘지 모르게 요염해 보이는 미소를 띠며 장난스럽게 혀를 찼다.
“하아... 어쨌든 고맙다는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드네 이게 충격 치료법인가 뭔가 하는 그거냐?”
“고마워하실 필요 없어요 미리 점수를 따놓는 거니까요”
“푸흣 나한테 점수 따서 뭐 하게 정신병 걸린 감염자라 언제 또 정신을 놓고 공격적으로 변할지 모르는데”
“제가 언젠가 저 반짝거리는 대가리를 파악 하고 따버릴 테니까 그때는 부디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죠 그리고 까칠해지셨을 때 제가 덜덜 떨고 있던 손을 붙잡아줬다고 언급하면 또 화들짝 놀라면서 정신 차리실걸요? 저를 잊지못하는 남자 같달까”
“얼굴이 무슨 뇌물을 주는 악덕 여사장 같잖냐... 그래도 그래, 만약 네가 대머리 머리글자를 딴다면 적극적으로 도와준다고 약속할게”
우리둘은 언제가 될지 모르는 미래에 관해 이야기하며 웃음꽃을 피운 채 대머리가 선물로 줬었던 오토바이에 탑승했다.
“미리 준비해놓으라고 해서 가져다 놓은 거니 아마 문제는 없이 달릴수 있을거에요 형”
“그래그래 알았으니 내 허리에서 손때!!!”
오토바이 뒷좌석에 앉아 내 허리춤에 손을 대는 게이의 행동에 소리를 지르자 게이는 재미있다는 듯 더욱더 커다란 웃음을 터트렸다. 씨발 뒤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정신줄을 놓은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