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화 미쳐버린 딸쟁이와 의사의 고찰 (2)
“오오 그럼 빨리 이야기 좀 해주시겠습니까? 다짐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하신다면 각서까지 쓸 의향이 있습니다만?”
“지금 세상에 각서가 소용이있겠냐!? 아무리 궁금해도 생각은하고 말을 해!”
여전히 반짝거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의사의 광기 어린 눈빛은 여기서 시간을 더 지체한다면 반드시 무언가를 저지를 것 같은 눈동자였기에 나는 빠르게 입을 열었다.
“하아, 말해줄태니까 진정하고 들어 내 몸이 감정에 영향을 받고 있어 그것도 심각할 정도로”
“... 좀 더 자세히 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단편적으로 이야기하셔도 타인이 들으면 이해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나도 생각할 여유가 생기고 나서야 겨우 눈치챈 거야, 내가 절망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느껴서 정신적으로 몰려 있으면 내 몸은 극도로 강해져 단적으로 예를들면 꼬맹이가 좀비가 되어있다는 걸 깨닫고 모두에게 배신당했다고 느꼈을 때, 주먹 한 방에 콘크리트 벽에 금이 갈정도로 힘이강해졌었어”
“평범한 사람의 신체 강도도 힘도 전부 수십 배를 넘어섰죠 저번에 직접 확인하러 갔을때는 깜짝 놀랐습니다.”
“반대로 지금 상태... 그러니까 감정이 평정심을 되찾았을 때는 힘이 반감되는 것 같아”
“정신이 맑아지면 그만큼 약해진다는 겁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거리자 의사는 곧바로 주삿바늘을 하나 가져와 내 팔에 찔러넣었다. 이틀 전까지만 하더라도 절대 들어갈 것 같지 않아 보이던 바늘은 꽤 뻑뻑하긴 해도 내 팔을 관통해 안으로 파고들어 갔고 따끔한 통증과 함께 피가 흘러나왔다.
고깃덩어리 변종이랑 싸웠을 때 보다 더욱더 몸이 약해진 건가 정신에 영향이 끼칠만한 일이 었었던가?
“봤지? 내구성 힘 체력 민첩성 전부 미친 듯이 답답했던 마음이 약간이나마 누그러짐과 동시에 확연하게 약해져버렸어.”
팔에 박힌 주사기를 단숨에 뽑아낸 뒤 한숨을 내쉬며 담배를 입에 물자 의사는 심각한 눈빛으로 피가 흐르고 있는 내 팔뚝을 쓰다듬었다.
“흐음 감정에 영향을 받는 바이러스라는 겁니까? 바이러스 자체가 하나의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고있다라... 가능성이 없는건 아닙니다. 세상에 없었던 새로운 종류의 병이니 말이죠”
“내가 생각할 때는 그래”
의사는 잠깐 생각에 잠긴 듯 턱을 쓰다듬다 무언가 떠오른듯 팬과 연필을 꺼내 알 수 없는 말들을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원래부터 그런 바이러스인 건지 확신하기에는 샘플이 너무 적긴 하지만 당신에 국한되어 이야기한다면 뭔가 이해가 가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 이해가 간다고?”
“예 첫째로 의심할부분은 세상이 멸망하자마자 정신병이 극단적으로 악화된겁니다. 세상이 극한으로 치달아 고립되어버렸다는 불안감에 의해 그런 걸 수도 있지만, 바이러스 때문일가능성이 높을겁니다. 아 그래도 그럴 가능성도 있다는 거지 아직까진 백퍼센트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자기 몸의 판단이니 판단은 알아서 하시길”
“무책임한 말이잖아 의사양반”
“전 단순히 바이러스의 치료제만 만들면 되니 말입니다.”
바로 전에까지 의사의 긍지를 건다고 하지 않았었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우선 넘어가기로 하며 의사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푸후... 그래서 첫 번째 다음은? 두 번째나 세 번째도 있냐?”
“둘째는 당신이 아무리 조연병을 앓고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감정에 지나치게 민감하다는 겁니다. 정신병 환자중에서도 비정상적일 만큼 말입니다.”
“...그렇게 심각한거냐?”
“남의 감정에 아주 쉽게 영향을 받는 것은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슬픔 기쁨 심지어는 쾌락조차 말입니다. 외부에서 당신을 바라보면 감정을 공유하는 상대방과 일체화하려 한다는 느낌이라 더욱 그렇습니다.”
푸념하는 식으로 의사에게 남의 감정에 대해 민감해져 간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긴 하지만, 상대방과 일체화한다니 그렇게 보이는 건가?
“민감할 뿐이니까 그렇게 확대 해석 하지마 불안함이나 초조함 나에대한 적의 성욕 같은 것들이 눈동자에 보이는 정도야 위험하진 않아”
“죄송한 말씀이지만 부디 거짓말은 하지 말아주시겠습니까? 당신의 신체 반응이나 얼굴표정같은걸로 유추해보건대 자신또한 충분히 위험해지고 있다는 걸 실감하는 것 같습니다만 틀립니까?”
“...”
반론은 허락하지 않는다는 듯 나를 몰아세우는 의사의 행동에 나는 잠시 시선을 돌리고 담배를 음미했다. 그르렁거리는 좀비 소리와 째깍거리는 탁상시계의 소리가 나와 의사 사이에 내려앉은 침묵 속에서 적막하게 울려 퍼졌다.
“저에게 까지 그렇게 숨기실 필요가 있는겁니까? 맹세하지 않았습니까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그러니 적어도 저에게는 진실을 말해지십시오.”
내가 도망갈 것 같았는지 절대로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 나의 종이에 글을쓰다말고 나의 손을 붙잡는 의사의 행동에 나는 혀를찼다.
“쯧, 그래 그래 니 말이 전부 맞아 이성이 쉽게 날아가버릴 정도로 가볍게 열이 오르고 가라앉는다. 슬픔도 기쁨도 심지어는 쾌감조차도 배로 느껴지고 있어 이대로 가다간 정신이 나가버릴 정도로 감정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바이러스의 영향인가 정신병의 영향인가... 흐음 적어도 당신이 정신병을 앓고 있지 않았다면 더 확실해졌을 텐데 무척이나 아쉽습니다.”
의사는 말을 하다 말고 책상 서랍 안으로 손을 집어넣더니 이상한 병을 하나 꺼내 나에게 건네주었다.
“우선 이걸 드시죠.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병이 악화하여가는 건 확실하니... 당분간은 이걸로 괜찮아질 겁니다.”
“...?”
“항정신병약입니다. 환각과 환청은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을 겁니다. 대머리가 어렵게 찾아왔다고 했으니 나중에 심심한 감사를 전하도록 하십시오.”
“심심한 감사는 개뿔 면전에서 욕이나 안 하면 다행이겠다.”
작은 병 안에 가득 담겨있는 정체 모를 약을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자 의사가 설명을 덧붙였다.
“챙겨준건 진심으로 고맙지만 그래도 사양하도록할게. 말했다시피 정신이 회복되면 될수록 몸이 약해지니까 말이야. 대머리를 처리할 때까지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지금 상황을 유지하는 게 베스트잖아?”
“... 지금보다 더욱더 상황이 심각해지면 완전히 이성을 잃고 당신이 새로운 변종으로 진화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고 사람을 뜯어먹는 걸어 다니는 시체가 되고 싶지 않으면 드시는걸 권장합니다.”
“너도 내가 약해지면 좋지 않을 텐데? 나와 대머리의 파워 밸런스가 무너지면 한쪽이 잡아먹히고 자연스럽게 우리의 목줄을 쥐고 있는 너를 죽일거다.”
나의 단호한 말에 순간적으로 대머리에게 죽는 자신을 떠올렸는지 공포심이 느껴지는 의사를 무감각한 눈으로 응시하던 나는 약병을 내려놓고 일어섰다.
“그렇게 겁먹을 필요는없어 그렇게 쉽게 죽지도 약해지지도 않을태니까. 뭐,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상이야 방금 주사기에 내 혈액 담았지? 그걸로 또 열심히 백신을 개발해보라고 뭔가 내 몸에 이상이 생기거나 알아낸 게 있으면 바로 말하러 와줄 테니까 그럼 이만”
몸을 돌려 그대로 창고를 빠져서 나가기 직전 의사가 나의 손을 붙잡고 억지로 약병을 쥐게 했다.
“그럼 적어도 가지고는 다니십시오, 자신의 몸으로 백신을 만들어낸 샘플이 간단히 사라져 버리는 건 죽는 것보다 싫으니 말입니다. 이렇게라도 바이러스에 적응한 사람은 당신이 유일한 걸지도 모릅니다.”
“... 걱정해주는 거냐?”
“바이러스 치료제가 완성될 때까지만 하는 겁니다.”
어색한 듯 시선을 피하며 안경을 고쳐 쓰는 의사의 표정에 어쩐지 처음으로 의사가 쓰고 있던 무뚝뚝한 가면이 벗겨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풉 뭐야 그게”
바이러스에 대한 과한 집착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착한 사람이라는 건가?
“오늘 뭔가 사람들의 다른 일면을 본 것 같은 기분이네”
“그렇... 습니까?”
깡패였던 덩치도, 나에게 거짓말을 하던 게이도, 지금 내 앞에서 죽음에 대한 공포로 떨고있는 의사도 전부 살아남기 위해 나를 이용할 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를 걱정해준다는 것만은 진실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래 하나뿐인 샘플이 없어지면 너도 힘들겠네! 가져가 줄 테니까 고맙게 생각해라?”
“그건 감사하게 생각하도록하죠. 그래도 부작용이 있으니 주의해서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바이러스에 의해 더심각하게 나타날수있으니 말이죠”
“부작용?”
“단기적 기억상실, 시각기능의 저하,무기력감 등입니다.”
“...그러냐 그렇게 심각한건 아니네 알려줘서 고맙다.”
의사를 향해 씨익 웃음을 지어 보인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편의점을 벗어났다.
“나를 걱정해주는건 단지 살아남기 위한 거짓말일까 아니면 진심일까? 난모르겠어 꼬맹아 너가 있었다면 알려줄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