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화 미쳐버린 딸쟁이와 대머리와의 대화
“오오 동생 언제 돌아온 거야? 푸하하하 설마 나 보고 싶어서 빨리 돌아온 건 아니겠지? 아아 맞아 노예새끼들이 하는말 들어보니 여자도 데리고 돌아 왔다면서? 그래 잘생각했어 썩어버린 좀비는 내버려 두고 같이 잘해보라고 혹시라도 시체박이가 되버리면 어쩌나 형이 존나게 걱정했으니까”
“서로 보고 싶다고 느낄 만큼 친밀해진 기억은 없는데 썩을 대머리 새끼야? 그리고 좀 저리 떨어져 냄새난다고”
내가 막 살의에 몸을 맡겨 나를 비웃던 녀석의 머리를 내려치려 했을 때 대머리가 편의점 문을 박차고 나와 내 곁으로 다가왔다. 어쩐지 풀린 눈빛과 횡설수설하는 언동 그리고 취한 듯 비틀거리는 움직임이 무슨 약이라도 거하게 빨아 재끼고 있던 모양이었다.
“이야 그래도 정말 잘 대려 왔다고 생각해 우리 동생이 지켜야 할 게 늘어나면 나야 좋으니까 말이야 푸하하”
“... 그만하지? 난 게이랑 의사에게 볼일이 있어서 온 거야 저리비켜”
“그건 그렇고 이 새끼들도 학습 능력이 없다니까? 저번에 모여든 변종이랑 좀비들을 전부 물리쳐준 게 넌데 말이야 그새 까먹어서는 무자비한 폭력이 왜 자신에게 향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건지원”
“아니... 그건 큰형님께 커억”
내 앞에서 도발하듯 비웃음을 지어보이던 남성이 대머리의 발언에 무언가 항의하려 하자 대머리 곧바로 주먹을 날려 다물게 만들고는 내 앞으로 퀭한 얼굴을 들이밀었다. 담배쩐 내와 술 냄새 그리고 묘한 식초 냄새가 확 풍겨왔기에 얼굴이 절로구겨졌고 대머리는 좆같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어깨를 두드렸다.
“너도 한대 빨래? 이게 아주 죽여준다니까 동생? 이런 정신나강 세상에서 약이라도 빨아야 그나마 행복해질수 있는거야!”
마치 나를 재밌게 하려는 광대처럼 여러 가지 다양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내 기분을 희롱하려는 대머리를 밀쳐낸 뒤 삼단봉을 들어 올려 위협을 가했지만, 대머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여유롭게 수제 담배로 보이는 종이 뭉치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 너 말이야 장난하는 거냐?”
“으응 뭐가?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못 알아듣는다고 동생~”
내 신경을 더욱더 긁으려는 듯 담배를 입에 문 채 눈을 의도적으로 깜빡거리는 대머리, 이대로 후려치면 한 번에 죽일 수 있으려나?
“내가 없는 틈에 사로잡은 좀비들을 데리고 우리 집에 쳐들어왔다며 씨비 거는 거잖아 새끼야!! 그런데 이제와서는 또 친한 척 얼버무리려 하고 어느 장단에 춤을 춰줄까? 이렇게 참는 것도 한두 번이지 차라리 나를 좆같게 만들고 싶으면 면전에다 대고 욕을하던 씨비를걸던 하라고 단번에 맞붙어서 반죽여 줄 테니까”
간신히 분을 삭이며 대머리를 노려보자 대머리는 그저 묵묵하게 담배를 피워드리더니 내 얼굴을 향해 연기를 뿜어냈다.
“푸하...이게 진짜 뿅간다니까”
“그 반짝거리는 대가리가 수박마냥 터지기 싫으면 10초 안에 설명하는 게 좋을 거야 나도 참는 거에 한계가 있으니까”
애써 삭이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튀어 올라 그대로 대머리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못할 거 알고 있으니까 괜한 협박하지 말아줄래? 지금 약발이 올라와서 존나게 좋은 순간이니까”
“내가 못할 거 같냐?”
도를 넘은 과한 분노에 이성이 마비됨과 동시에 대머리를 죽이고 난 후의 모든 일이 어떻게든 될 것이라는 묘한 자신감이 차올라왔다. 대머리보다 더욱더 사람을 잘 다루는 사람을 만난 지금, 애써 여기에 남아있을 필요 없었다. 의사도 어떻게든 설득한다.
“야 동생 잠깐...!”
나는 곧장 주먹을 휘둘러 대머리의 명치에 박아넣었다. 가까스로 인내해 힘 조절을 하긴 했지만, 허리가 휠 정도의 꽤 강렬한 일격에 대머리가 기침을 토해내며 바닥에 무릎 꿇었다.
“이제 전부 질려서 난 나갈꺼다 말리면 그때는 진짜 죽일 거니까 노예들이랑 같이 내 눈앞에서 당장 사라져 ”
“괴, 괴물 새끼가!”
“쿨럭, 쿨럭 야야 새끼들아, 멈춰 내가 계속 말했잖아 정면에서 싸우면 답 없다고 정신적으로 몰아야지 응?”
나에게 달려들려던 노예들 앞에서 대머리가 손을 휘저으며 중재를 시도했다.
“하, 하지만 형님”
“야동생 나가도좋은데 내말좀 들어봐라”
무슨 말을 하려나 들어는 보자는 심정으로 크게 숨을 고르는 대머리를 노려보고 있자, 대머리는 내 시선을 의식한 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새끼들 과하다 싶은 정도로 좀비들을 보면 일단 쳐 죽이고 시작하거든 네가 아무리 그 썩을 대장한테 귀여움 받는다고 쳐도 그 꼬맹이는 만나자마자 즉결 처형될 거 다 알아들어? 치료고 뭐고 없이 그걸로 끝이라고, 설령 진짜 진짜 그새끼가 기분이 좋아서 꼬맹이를 받아준다 쳐도 백신이야기가 나오면 눈깔이 뒤집힐껄?”
마치 내가 누구를 만났는지 단번에 눈치챈 듯 말을 하던 대머리는 취했던 정신이 돌아왔는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복수도 마찬가지다 그 새끼 다른 놈들 영역에는 크게 관심 없거든 그냥 자유로운 야만인 새끼들이야 군대랑 얽히는 것도 싫어할거다 복수도 해야 하는 너로서는 최악의 파트너란 말이지”
“... 내가 누구를 만나고 왔는지 정확하게 확신하는 눈인데 나를 따라다니는 드론이라도 붙였냐?”
대머리는 계속해서 마른기침을 토해내며 가슴팍에서 못 보던 무전기를 꺼내 보여주었다.
“나 정도 되는 사람이 아무런 조치도 없이 그룹에서 무턱대고 나왔다고 생각하는 거냐? 동생? 나 한사람에게 목숨 거는 새끼들이 아직 많이남아있어서 정보를 흘려주고 있거든 학교도 자원도 그 썩을 대장 자리도 곧 전부 내 것이 될 거야”
방금처럼 웃으며 광대와도 같이 행동하는 것도 당당하게 노예들을 호령하던 독재 자연스러운 것도 아닌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아니 모든 것들을 집어삼키려는 듯한 탐욕과 광기가 서린 눈빛으로 단언하는 대머리의 모습은 여태까지 보아왔던 어느 모습보다도 더없이 순수해 보이기만 했다.
“다 너를 위해 하는말인거 알고있지? 직접가서 확인해봐도 상관은 없는데 조심해야할 거야 푸하하하”
“...그럼 왜 진작 말하지 않고 맞아준 거냐?”
“설마 네가 다짜고짜 이렇게 주먹부터 들이밀 정도로 멍청할 줄은 몰랐거든 푸하하 아악! 갈비뼈에 금이 갔나 존나게 아프네! 씨발~ 어쨌든 너는 내 것이야 동생 내가 철저하게 이용하고 너는 나를 이용하는 아름다운 공생관계는 영원토록 이어질 거야....네가 쓸모없어 질때까지 말이야”
욕설을 내뱉으며 일어선 대머리는 자신의 복부를 몇 번 확인 하고는 미련 없이 내 옆을 스쳐 지나가며 스산한 목소리로 속삭여왔다.
“...빌어먹을 대머리 새끼가”
“음 생각해보니 오히려 잘된 건가? 이번 한방으로 협박하건 쌤쌤 하자고 존나게 아픈데다 갈비뼈도 몇 대 나간 것 같으니까 알았지 동생?”
“끌고 갔다던 놈은 어디있냐?”
“아 그게 이 새끼는 편의점 안에 있으니까 알아서 찾고 나는 이만 간다~ 푸하하핫... 아 많이 아프네! 다음부터는 좀더 살살때려 니 괴물 같은 힘을 감당할 사람 몇 안 되니까 저번에 맞았던 곳도 존나 아팠는데 이번엔 얼마나 가려나...”
대머리는 손을 흔들면서 내 눈치를 보던 노예들과 함께 천천히 멀어져갔고 홀로 남은 나는 멍하니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설마 내가 자신에게 손을 대도록 지금까지 노예들이랑 같이 도발해 온건가??)”
대머리에 손아귀에서 놀고 있었다는 좆같은 느낌과 내가 쓸모없어질 때까지 라는 말이 귓가에 울리는 것 같았기에 나는 아무런 말도 없이 주먹으로 벽을 후려쳤다.
“혀,형!! 그러다 손 다쳐요. 진정해요 진정해!!”
“...뭐야 너 지금까지 보고 있었던거냐? 어디 있다가 지금 튀어나와”
“대머리 새끼가 혹시라도 저랑 형이 대화하는데 끼어들면 곧바로 밥으로 던져준다고 했단 말이에요 아오... 좀비들만 아니었어도 제가 다 쥐어패는 건대”
고문이라던가 그쪽 취향의 남성들에게 강간 같은 건 당하지 않은 모양인지 게이의 얼굴은 묘하게 활발해 보였기에 살짝 안도감이 느껴졌다.
“... 그러냐?”
“술이라던가 마약이라던가 존나게 빨아 재끼는 게, 마치 벌레들 같았다니까요 으으 같이 있었던게 지옥같아요”
“너도 그 퀭한 얼굴을 보니 한 대 빤 것 같은데?”
“하하 억지로 입에 물리길래 조금요? 아 맞다 아까 들어보니 저한테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셨던 것...”
“지금까지 근황 이야기나 하려고 했는데 김이 새버렸으니까 그냥 집으로 돌아가”
“으음”
내 말에 게이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 내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더니 그 중성적인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진짜 형 맞아요? 뭔가 처음 만났을 때 같은... 아니 그보다 더 따뜻해진 듯한 느낌인데요? 혹시 감염의 영향이 지금?!”
또다시 과한 리엑션을하며 활발하게 입을 놀리는 게이를 지켜보던 나는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게이의 엉덩이를 살짝 걷어찼다.
“아읏!”
“괜한 말 하지 말고 꺼져 엉덩이를 발로 차줄까?”
“이미 차고나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가요?! 너무해요.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