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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화 미쳐버린 딸쟁이와 덩치


“형님!! 드디어 돌아오신 겁니까?!” 여성과 꼬맹이를 짊어진 채로 겨우겨우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자, 기다렸다는 듯 큰소리와 함께 덩치가 달려와 나를 맞이했다. 고작 하룻밤 만에 짙게 내려앉은 다크서클과 한껏 수척해져 있어 마치 시체와도 같아보이는 얼굴…. 아마 내가 돌아오지 않아 마음고생을 심하게 한 모양이었다. “그…. 많이 늦었지? 미안하다 일이 좀 생겨서 어쩔수 없었어” “아, 아닙니다! 형님 저는 괜찮습니다” 나도모르게 나온 사과에 덩치가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진짜 괜찮은거냐? 전혀 괜찮은 얼굴이 아니잖아 내가 없는 사이에 대머리가 뭐라고 한 거 아니야?” “하하 그, 그것보다 형님 품 안에 안겨있는 그분은 누구신지…? 나의 추궁에 덩치는 찔렸는지 허둥거리며 말을 돌리려는 듯 내 품에 안겨있던 여성을 가리켰다. 뭔가 확실히 있는 모양인 것 같은데, 지금 상황에서 묻는것도 조금 그런가? “후우 일단 설명은 나중에 해줄게. 서로 할 말이 많이 있는 모양이니까…. 방문 좀 열어줄래? 꼬맹이까지 안고 있어서 손이 모자라” “으음 알겠습니다. 일단 이쪽으로 오십쇼” 덩치는 내품 안에 안겨있던 여성이 누구인지 정말 궁금해진 듯 보였지만 이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비어있는 방문을 열어 먼저 안으로 들어가더니 내가 말하기도 전에 빠르게 이불까지 바닥에 깔아 여성을 눕힐 자리를 만들었다. 얼굴하고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이런 눈치 하나는 끝내준다니까 “도와줘서 고맙다” “아, 아닙니다 오히려 돌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형님” 여전히 속이 안 좋은지 끙끙거리면서 신음을 토해내는 여성을 조심스럽게 이불 위에 눕힌 뒤 덩치를 돌아보며 감사 인사를 건네자, 덩치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더니 고개를 깊게 숙여 역으로 감사를 전했다. 뭐가 그렇게 고맙다는 건지…. 괜히 늦어서 피해를 끼친 건 난데 말이야. “아, 형님 혹시 여기서 벗어나실 생각이신 겁니까? 밖에서 준비할게 있어서 이렇게 늦으신거...” “말했다시피 일이 좀 생겨서 어쩔 수 없이 늦은 거니까 괜한 오해해서 사고치지 말아줄래? 아직까진 여기서 나갈 생각은 전혀 없어” 고개를 들어 올린 덩치가 쓸데없는 말을 더 내뱉기 전에 단호하게 말을 끊어내고 슬쩍 주변을 살펴 아무도 없는지 확인했다. “집이라곤 해도 대머리가 준비한 집이야 어디서 누가 듣고 있을지도 몰라, 이런 대화를 하는게 걸렸다가는 대머리의 감시가 더 심해질 거니까 지금은 말조심하는게 좋을거야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 없잖아?” “하하 죄송합니다. 형님 생각이 짧았습니다 머리에 열이 올라서 그만.” 작은 목소리로 경고를 해주자 정말로 떠나고 싶었는지 아쉬움을 숨기지 못하던 덩치가 억지로 웃으며 나의 비위를 맞추었다. “그렇게 나가고 싶으면 혼자라도 떠나 잡지는 않을…. 아, 아니다 너희 형들이랑 한 약속도 있고 차라리 나가는 것도 살 장소를 찾는 것도 도와줄게 가끔가서 식량도 나눠주고 어때 좋지 않아?” “말도 안 되는 소리인거 아시지 않습니까. 저번에도 말했지만 끝까지 뒤를 따라가겠다는건 농담이 아니라 진심입니다. 형님” 만약 정말 나가고 싶다고 한다면 차라리 여성과 함께 밖으로 내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 말을 꺼낸 것 뿐이었지만 덩치는 약간 화가 난 듯 격양된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그렇게까지 화가 날 일은 아니었던 것 같았는데 뭔가 걸리는 일이라도 있는 건가? “야 괜히 강한척 할필요없어 얼굴에 이 빌어먹을 곳에서 바로 벗어나고 싶다고 쓰여 있으니까” “아하하 약간 흥분해버린 것 같습니다. 잊어 주십쇼” 마음을 다잡았는지 다시 평소에 예의 바른 모습으로 돌아온 덩치를 지켜보던 나는 머리를 긁적거리다 꼬맹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덩치와 시선을 맞추었다. “그래서 대머리가 또 무슨 이야길 했길래 얼굴이 그 모양이야?” “... 형님이 밖으로 나가신 다음 저녁때쯤에 대머리가 찾아오더니 오늘 안에 형님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저랑 게이 형님을 좀비밥으로 던져준다면서 눈앞에 좀비들을 묶어서 데려왔습니다.” “좀비를 묶어서 데리고 왔다고?” 내가 놀라서 되묻자 덩치는 고개를 크게 끄덕거렸다. “예 형님 게다가 거점에 남아있던 모든 인원이 전부 무기를 갖춘 채로 방금까지 집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하하... 꼴사납지 않습니까? 이래 뵈도 전직 깡패였는데 고작 그 정도로 겁에 질리다니 죽은 다른 형님들이 제모습을 보셨다면 아마 병신이라고 욕부터 했을 겁니다.” “한대펴 그게 마음 편할꺼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무척이나 힘든 표정으로 겪은 일을 늘어놓는 덩치에게 담배를 한 대 꺼내 건네자, 덩치는 짧게 감사 인사를 한 후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역시 오늘 돌아오길 잘한 모양이네, 하루만 더 늦었어도 전부 좀 비밥으로 던져질 뻔했어.)” “...그럼 형님은 어디 갔다오신 겁니까? 저희둘만 내버려두시고 이런 여자를 데리고 돌아오더니” “응? 아 나는 현미경이나 의약 관련 용품들 아무래도 의사가 연구하는데 재료나 도구가 모자란 모양이라...” 나또한 입에 담배를 물고서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천천히 덩치에 이야기해주었고 덩치는 가만히 이야기를 듣다 웃음을 터트렸다. “푸흣 그럼 이 여자가 형님의 생명의 은인 아닙니까? 약해보였는데 은근히 굉장한 여자네요 저도 못하는 일을 간단히 해버리다니” “뭐, 의외긴해 저렇게 여리게 생겼는데 남을 위해 목숨을 걸어줬잖아, 쉽지않은 일이었는데 신기하다고 할까 꼬맹이랑 비슷...” 나는 곧바로 입을 다물었고 덩치 또한 웃음을 멈추고 눈을 내리깔았다. “어쨌든 내 생명의 은인이긴 해 푸후…. 쯧 그런데 게이는 어디 갔냐? 계속 안 보이네” “의사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고 나갔다가 대머리에게 붙잡혀 같이 나갔습니다.” “그래? 잘됐네 나도 의사에게 전할 말이 있거든 간김에 데리고 오면 좋겠어” 모든 이야기를 마친 나는 고생했다는 말과 함께 덩치의 등을 두드려주고는 몸을 일으켰다. “오랜만에 여자라고 괜한 짓 하지 말고 일어날 때까지 잘 돌봐줘 잠깐 나갔다 올게” “맡겨만 주십쇼 형님 목숨을 걸고서라도 이 여자를 지키겠습니다.” “...그리고 꼬맹이도 부탁한다.” 이번에 실패해버린 탐색으로 확실하게 느낀 것이 하나 있었다. 꼬맹이를 데리고 나가봤자 서로가 위험해질 뿐이라고…. 정말 불안하긴 했지만 믿을만한 사람에게 맡기는 게 최선이라는 것을 “그 형님…. 믿어주시는 건 정말 감사합니다만 괜찮으시겠습니까? 저 같은 새끼한태 맡겨도” “믿었다가 배신당한 적이 한두 번도 아니고 진짜 솔직하게 말하면 불안하고 불안해서 버틸 수가 없을 정도야 내 심장이나 마찬가지인 사람을 남에게 맡기는 거니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걸 잘알고있었다. 이번처럼 힘이 약해지기라도 한다면 꼬맹이는 물론 나까지 좀비로 변해 영원히 떠돌게 될태니까 “그러니까 부탁한다. 배신만은 하지 말아주라 내가 진짜 폭주하는꼴 보기싫다면 말이야” “표정이 엉망이시지 않습니까? 평소의 박력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겁니까 형님?” 무릎까지 꿇을 각오로 진지하게 말한 것이 였음에도 덩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나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다 괴상한 말을 내뱉었다. 심각한 분위기였는데 갑자기 뭐 하는 짓이지? “뭐야 갑자기 평소의 박력이라니?” “형님이 갑자기 엄청나게 어려진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그만 하하” 덩치는 어색한 웃음과함께 똑바로 내앞에 마주섰다. “어려 보인다니 개소리 집어치워 나는 지금 진지하게…!” “그냥 평소처럼 명령하십쇼 충실하게 수행해 보일 테니” “뭐?” “불안하지 않으실 만큼 완벽하게 보살펴보이겠습니다.” 자신을 믿어달라고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하는듯한 간절한 눈빛에 나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나 대신 꼬맹이랑 여자 좀 지켜줘” “알겠습니다 형님!” 나는 꼬맹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뒤 덩치를 뒤로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이것조차 배신당한다면...나는 아마 평생 다른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겠지. ◆ 오토바이를 타고 홀로 의사가 있는 편의점 앞에 도착하니 주변에 노예들이 진을 치고 비릿한 웃음을 띠고 있었다. “작은형님 오셨습니까?” 작은형님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그 어떠한 존경심도 애정도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조롱하는 것 같아 기분이 상해버렸다. “역겨우니까 저리꺼져 쓰레기 새끼들아” “예입~ 작은형님이 비켜달라 하신다 나와 나와” “(전에는 그래도 무서워하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붙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라도 생겼다는 건가?? 재밌네! 누가 이기나? 해보고 싶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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