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화 미쳐버린 딸쟁이와 도망(2)
“키에에엑!”
“크르륵...”
무기도 없는 맨몸인 상태로 수백 마리의 좀비들을 유인하기 위해 페이스를 조절하며 달리던 것도 잠시 슬쩍 뒤를 돌아보자, 달릴 수 있는 개체들 몇몇만이 내 뒤를 쫓아 달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걸음걸이가 느린 녀석들은 방금 골목길에서 떨어져 나갔고, 더 위험해지기 전에 천천히 선회해서 도서관 담장만 넘으면 어떻게든 돌아갈 수 있으려나”
거리를 달린 시간도 얼추 15분 정도가 지나가고 있었다. 도서관 근처에 좀비들이 나를 전부 따라오던 걸 확인했으니 여성이 안전하게 오토바이를 되찾았을 충분한 시간이었기에 변종만 나타나지 않는다면 안전하게 거점으로 되돌아갈수...
[푹!]
마치 저격이라도 하듯 근처 건물 위에서부터 순식간에 날아온 뼛조각 하나가 허벅지에 박혀들어갔다.
“크윽”
“캬아아악!”
“씨발 떨어져 시체 새끼야!”
갑작스러운 통증 때문에 달리던 속도가 잠깐 늦춰지자 빠른 속도로 나를 뒤따라오던 좀비 한 마리가 몸에 엉겨 붙어 몸을 물어 뜯으려했고 순간적으로 힘이 빠져 넘어진 덕분에 어떻게든 물리지 않을수 있었다.
"빌어먹을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크르륵"
"떨어지라고 말했잖아! 죽어 죽어!!"
내 몸 위에 올라타있던 좀비를 필사적으로 걷어차 몸에서 떨어뜨린 뒤, 충격에 의해 버둥 거리고있는 녀석이 일어서기 전에 머리통을 몇번이나 짓밟아 터트리자, 또다시 뼛조각이 날아와 어깨에 적중했다.
“그래 씨발 변종 새끼들이 어젯밤에 안 나타난 게 기적인 건데 내가 미쳐 생각을 못했네 이런 개새끼가 어디 한번 두고보자고”
피가 새어 나오던 어깨를 잠깐 내려보던 나는 정신을 차리고 고통에 움직이지 않으려던 발을 억지로 움직여 앞을 향해 나아갔다.
“내가 너 같은 새끼가 던진 뼛조각을 몇 번이나 맞아봤다고 생각하는 거냐... 이제 이 정도는 간지럽지도 않아 씨발!”
뒤이어 날아온 뼛조각들이 등과 다리에 박혀 고통은 더해져 갔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전진했다. 미친듯한 통증에 걸음을 멈추고도 싶었지만 아주 잠깐이라도 발걸음을 멈춘다면 뒤따라오는 좀비들의 밥이 될것이 뻔했기에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끄윽...”
"그어어..."
그나마 고깃덩어리가 있던 거리를 벗어나 골목길로 들어가자 사각지대였던 건지 내 몸을 향해 날아오던 뼛조각들이 멈췄지만, 여전히 뒤따라오고 있는 계속해서 따라오는 좀비들은 아직까지도 나를 추적해 오고있었다.
“허억...허억 전에 맞았을 때는... 이 정도까지로 깊게 박히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빌어먹을 내몸인데 내몸을 모른다니 이상하잖아 이거”
나를 저격해오는 변종의 성장인 걸까 내 몸의 이상인 걸까 아직까지 내 몸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답을 알수없는 의문이을 저 멀리 던져버리고는 근처 벽에 기대어 앉아 몸에 박힌 뼛조각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키에에엑”
“그어어어...”
뼛조각들을 뽑아낸 부분이 잘게 잘게 썰려 나가는 듯한 고통에 숨을 고르고 있자, 좀비들의 인기척이 점점 더 가까워져 오고 있는것이 느껴졌다. 따돌렸다고 생각되는 걸음이 느린 녀석 몇몇도 합류한 건지 들리는 울음소리는 최소 수십 마리에 가까웠고 이 상처로 도망쳐봤자 곧 잡힐 것이 뻔해 보여 쉽사리 움직일수조차 없었다.
“...싸울 수밖에 없나 스치지도 않고 맨손으로 수십 마리의 좀비들을 상대한다라 아주 좋네~ 아주 좋아 씨발 무슨 이야기의 주인공 같잖아”
지치지도 않는 녀석들을 상대로 달려서 도망쳐봤자 상처를 입은 내 체력이 얼마나 더 버텨줄지 알 수 없는 상황, 차라리 맨손으로라도 싸우는 것이 생존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하는 실없는 생각까지 들어 절로 폭소가 나왔다.
“...이야 너 그 몸으로 싸우려는 거야? 그렇게 심하게 다쳤는데 아프진 않아?”
“...?”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을 내린 내가 각오를 다지고 손을 풀고 있을 때 등 뒤에서 목소리가 나를 멈춰 새웠다. 지금까지 주변에 살아남은 사람이 있었던 건가?
“그럴 꼴로 시체들이랑 싸우려는 거냐? 생긴거랑 다르게 의외로 터프한데?! 깡다구가 존나 마음에 들어 크하하하하”
뒤를 돌아 나를 불러 새운 이를 쳐다보자, 찰랑거리는 장발을 소유한 잘생긴 중년의 남성은 무슨 약이라도 했는지 터질듯한 근육을 과시하며 해맑게 웃고 있었다.
“너... 누구야 언제부터 보고 있던 거야”
[의외로 터프한데?]
분명 처음봤음에도 익숙한 느낌의 남성과 시선을 마주보자 어째선지 대머리와 처음 만났을 때의 광경이 머릿속에 되살아났다. 방송실에서 싸우게 되었을 때 나에게 차분하게 협상을 제안했던 대머리의 말투, 터프하다고 남을 추켜새워주는 말과 심지어는 분위기까지 어딘가 닮은듯해 보였다. 단순한 우연인가? 아니면 필연인가?
“응? 아~ 나는 그냥 지나가는 도둑이니까 신경 쓰지 마! 야 누가 먹을 것 좀 가져와 배고프다”
“큰형님 저기 좀비들이 있다고 했잖습니까! 위험하다고요?!”
“아 됐으니까 가져와 내말 안들려? 배고프다고!”
“...예입 죄송합니다 큰형님”
내가 주먹을 쥐고 경계했지만, 태평한 남성은 그저 실실 웃으며 뒤따라 달려오던 사람들에게 손짓했다. 수는 서른 명 안팎이었지만, 제각기 몸을 만들었는지 전부 우락부락한 야만 부족과도 같은 모습 때문인지 마치 수백 명의 군인앞에 서있는듯한 강렬한 기백이 느껴졌다.
“그것보다 이놈 좀 봐라! 옆에 떨어진 뼛조각들 좀 보면 그 눈깔 고깃덩어리에게 당한 것 같아 보이는데 철과상만 입었어 크하하하”
“...그,그건 말도 안 됩니다 큰형님. 콘크리트 바닥도 금이 갈 충격인데 끽해야 철과 상이라니 괴물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합니다.”
만약 컨디션이 만땅일 때 좀비들과 변종들사이에서 춤을추듯 싸운걸보면 뭐라고하려나 하는 생각에 살짝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그러니까 말이야 정말 터프하지 않냐? 이렇게 마음에 드는 새끼는 처음인 것 같아”
“그 저기... 큰형님 흥을 깨서 정말 죄송하지만, 저를 처음 보셨을 때도 똑같은 말 하셨지 않습니까?”
“크하하하 그러냐?! 이거 미안하게됐어 동생”
자기 부하가 건넨 과자봉지를 뜯어 입으로 집어넣던 남성이 돌연 웃음을 멈추고서 손짓하자 재각기 떠들고있던 다른 남성들이 마치 군대처럼 일사불란하게 정렬했다. 마치 옛날 영화에서만 보던 스파르타 군대와도 같아 보여 잠깐이지만 가슴이 설래버렸다.
“너, 도와줄 테니까 우리그룹에 합류하지 않을래?”
“...?”
생각지도 못했던 갑작스러운 제안에 당황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멀뚱멀뚱 남성을 바라보자 남성은 해맑은 미소를 유지한 채 나에게 다가와 강한 힘으로 기대어 앉아있던 나를 일으켜 세웠다.
“마음대로 살 수 있을 거야 강간이든 약탈이든 고문이든 너의 억눌러왔던 욕망을 발산할 기회를 전부 제공할 수 있어”
이것 또한 어디선가 봤던 패턴이었다. 자신의 편으로 회유해서 동생으로 삼는다... 정말 대머리와 같은 부류의 사람인 건가?
“미안하지만 거절할...”
“그어어어...”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소리를 듣고 골목길 안쪽으로 들어온 좀비 한 마리가 순식간에 양단되더니 내장을 쏟아내며 절명했다. 뭐야 언제 어떻게 움직인 거지?
“흐음 정의감이 그렇게 강해 보이는 부류같지는 않는데? 뭐가 싫은데? 기왕 이렇게 개판이 된 세상인데 하고 싶은걸 하지 않으면 손해라고? 크하하하”
남성은 좀비를 밴 것으로 보이는 작은 단도를 입고 있던 옷에 대충 닦아내고는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크에에엑!”
“더럽게 시끄럽네 야 가서 싹다 조져버려”
“예 큰형님!!”
호탕하게 웃던 남성이 순식간에 정색하자 정렬해있던 남성들이 일사불란하게 제각기 무기를 꺼내 들고는 좀비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수십 마리, 나와 달리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겁에 질릴만한 숫자였지만 남성들의 얼굴에서는 어떠한 공포도 보이지 않았다.
“동생 존나 멋진 걸 보여줄 테니까 구경 잘하고 있어”
대머리, 아니 대머리보다 더한 카리스마와 함께 남성은 다시금 웃어 보였다.
◆
내가 멍하니 남성들과 좀비들의 격렬한 싸움을 구경하고 있자, 순식간에 좀비들의 숫자가 줄어들어 나가는게 눈에보였다. 뼛조각을 날리는 고깃덩어리의 사각지대라서 그런지 사람들은 두려움도 없이 돌진에 단칼에 좀비들의 머리를 배는 모습은... 분하지만 남성이 말했던대로 존나 멋있어보였다.
“저기 큰형님 말씀대로 싹다 조지긴했는데 열명이 당했습니다.”
“열명? 누군데?”
“그... 성철이 형님이랑 민준이 형님 동철이 형님 그룹입니다”
“아오 운동 좀 제대로 하라니까 병신같은 새끼들 그러니까 그렇게 느려터진 새끼들한테 물리고 긁히지 아오~ 됐어 됐어 신경 쓰지 말고 배어버려 물렸으면 앞뒤 안 가리고 죽이기로 했잖아?”
“예 큰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