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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화 119화


119. “번호 알려줘.” 그녀가 구두를 신고 나서 나에게 말했다. “아참. 핸드폰 줘봐.” 난 그녀의 핸드폰에 내 번호를 입력하고 나서 다시 그녀에게 돌려줬다. “다음에 만나는 날짜 있잖아...” “응. 하고 싶은 날 있어?” “으음... 당신만 괜찮으면... 다음주 화요일에 어때?” “응. 난 뭐 언제든. 그런데 왜 화요일이야?” “아. 별거는 아니고... 화요일에 그이 출장이라서...” “아...!” 난 몇 가지가 겹쳐서 정말 놀랐다. 그녀가 먼저 만날 날을 정했다는 것. 남편이 출장으로 집을 비우는 시간에 보자는 것.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 이 여자는 지금 많이 변했다. 그리고 계속 변화하게 될 것이고, 나중에는 본인이 스스로 통제가 안될 정도로 변해버릴 것이다. “아. 좋은데? 당신 남편이 출장이면 우리 시간이 더 여유로울 거 아니야.” “오늘 당신이 날 저녁에 보지 못한다고 한 말이 계속 머리에 맴돌아서...” “고마워. 내가 한 말을 항상 잘 기억해줘서.” “알겠지? 난 항상 당신 말이 머릿속에 남는다고... 그러니 당신만 그런 것 같다고 하면서 너무 힘들어 하지마.” “으응. 알았어. 알았어.” “나 정말 갈게.” “응. 조심히 가고. 화요일에 봐.” “응. 아참! 사진!” “아. 오늘 그냥 넘어갈 수 있었는데. 아쉽군.” “호호홋. 안되죠. 빨리 지우세요~” 어쭈~ 이제는 애교도 부릴 줄 안다. 그녀는 현관 앞에서 나에게 바짝 붙어서 내가 사진을 지우는 것을 쳐다봤고, 지우는 사진마저 자신이 골랐다. 그런데... 뭐 고를 게 있나? 전부 적나라하게 찍은 것 뿐인데... “이제 갈게. 다음 주 화요일에 봐.” “응. 잘 가고.” 그녀는 나에게 인사를 하고선 문을 열고 나갔다. “휴우~ 끝났다.” 난 그녀가 가자마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힘들다. 진심에서 나오지 않는 섹스가 이렇게 피곤한지 정말 몰랐다. 제수씨와는 이렇게까지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자매들과의 섹스에서는 더 많이 사정을 했지만, 이렇게 힘든 적이 없었다. 물론 최고 좋은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를 하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아무 생각 없이 단순히 동물처럼 섹스를 즐기는 것도 이렇게까지 힘들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사랑하는 마음은커녕 섹스에 집중하지 못한 채 그 사람과의 섹스를 하는 건 정말 몸에서 진이 빠지는 행동임은 분명한 것 같았다. 그나마 장모의 몸이 거의 무기 수준이라 그나마 수월하게 한 것이지, 다른 사람이면 이렇게까지 못했을 것 같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나이 많은 여자가 젊은 남자에게 건물을 빌미로 기간을 두고 연예를 하는 것이 이슈화된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남자 입장에서는 돈에 욕심이 나서 그런 결정을 한 것이겠지만, 그래도 어떻게 그런 여자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섹스를 하는 것인지... 정말 그 남자가 대단하다 못해 존경스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만나고 섹스하는 거... 솔직히 나에게는 전혀 맞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이런 기회를 그냥 넘기면 나중에 내가 얼마나 억울할 것인지 잘 알기에 참을 수 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목적을 가지고 섹스를 하는 여자가 매우 매력적이라는 것이라는 것이고, 그리고 내 목적에 달성하는데 필요한 그녀의 변화가 내 예상보다는 빠르다는 것에 위안을 삼을 만한 것이었다. 세상에는 내가 의지를 가지고 해도 못하는 것이 많이 있다. 하물며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것에도 그렇게 목숨을 걸고 시도하는 사람도 있는데, 눈에 보일 정도로 진행이 되고 있는 것을 내가 힘들다는 이유로 포기하는 건 정말 어리석은 행동일 것이다. 난 소파에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술과 담배가 생각이 나 진과 담배를 가지고 다시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진 한 모금을 마시며, 담배를 피며 생각을 늪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띵띠리리링~ -여보세요. -응. 나. 장모 갔어? 밑집 여자다. 역시나 장모의 차가 나가자마자 전화를 한 것이다. -응. -왜 그래? 목소리가 별로 안좋네. -그냥... 기분이 별로네. -왜? 오늘 별로 안좋았어? -아니. 더 없이 좋았어. 계획에는 한 발이 아니라 몇 발짝 앞으로 간 느낌이야. -그럼 좋은 거 아니야? 그런데 왜 목소리가 안좋아? -그냥 별로야. 좀 찝찝하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래. -이런 거 후회해? -아니. 그 부분은 절대 아니야. 그건 종주때 확실하게 정리했어. -그런데? -그런데... 결심했다고 해서 마냥 기분까지 좋아지진 않지. 똥을 치울 결심을 했다고 해서 냄새를 안맡는 건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 -그냥 몸도 마음도 찝찝해. 뭔가 더러운 것을 건드린 느낌? -그 정도야? -응. -그럼 그냥 포기할래? 당신은 우리 둘도 있잖아. 당신 삶 속에서 그 사람들 없어도 행복할 수 있잖아. -과연 그럴까? 그녀는 대답이 없었다.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내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나서 아내가 바람난 남자와 세상에 나와서 떵떵거리며 사는 걸 지켜보면 행복할까? -아니. 그냥 안보고 살면 되잖아. 우리 둘 당신 옆에 있을게. -어떻게 안 봐. 어떻게든 알게 될 텐데 말이야. -휴..... -아까도 말했지만, 결심한 거야. 그 부분은 변함이 없어. 과정 속에서 기분이 더러운 것은... 그건 어차피 겪어야 되는 거고... -매번 이렇게 힘들어할 거잖아. -매번 겪다 보면 조금 익숙해지겠지. 그리고 그 힘듦도 조금씩 줄어들 거고. -그럴 수 있어? -할 수 있냐 없냐의 문제는 벌써 떠난 거 같아. 이제는 그냥 하는 거지. 톱니바퀴가 물려서 돌아가버린 것처럼 말이야. -찝찝해? -응. 더럽다. 뭐 그런 건 아닌데. 뭔가 이상해. 뭐라고 표현하기는 좀 힘든데... -무슨 말인지 대충 이해도 돼. 당신 같은 착한 사람이 누군가에게 나쁜 짓을 하려고 하면 그건 어쩌면 필수적으로 따라올거라 생각한 적이 있어서 무슨 말인지 이해가 돼. -내가 무슨 좋은 사람이라도 되는 듯이 말하네. -당신은 좋은 사람이야. 정말 그래. 다만, 지금 당신은 당신에게 상처 준 사람들에게 상처를 조금 주려고 하는 것 뿐이고... -그래도 고맙네. 당신이 있어서 힘이 돼. 진짜야. -그래도 그 찝찝함은 없어지지 않지? -뭐. 그렇지. -알았어. 조금 있다가 잠시 갈게. -무리해서 오지마. 그리고 오늘 기분이 별로 안 좋게 사정을 많이 해서 당신이랑 섹스하기도 좀 그래. -그런 거 부담 느끼지마. 나랑은 섹스 안 해도 돼. -고마워. -일단 끊어봐. 나중에 봐. -응. 알았어. 통화를 끊었다. 오늘은 솔직히 밑집 여자도 보고 싶지 않았다. 그저 혼자... 이 시간을 혼자 고독 속에서 지내고 싶다. -띵띠리리링~ -여보세요. -저예요. 제수씨다. 어제 캔슬했기에 오늘 전화를 다시 건 것이다. 이럴 줄 알았다. 어제의 나를 원망한다. 진짜... -아. 예. -오늘은 시간 괜찮아요? -제수씨. 정말 미안한데요. 혹시 내일 올래요? -아. 그래요. 내일 갈게요. 저 괜찮아요. 앞으로 제 기분 생각하지 마시고 부담 없이 말해주세요. -아... 고마워요. -그럼 내일 뵐게요. 혹시 내일도 안되면 정말 부담가지지 마시고, 전화 주세요. -아... 내일은 꼭 봬요. 저도 제수씨 보고 싶어요. -아! 알았어요. 꼭 내일 봐요. 이상하게 나에게 전화를 오는 사람이 있으면 한 번에 몰아서 온다. 마치 그들이 모여서 나에게 돌아가면서 전화를 거는 것처럼 말이다. ‘킥킥킥...’ 그들이 벌거벗고 모여서 나에게 전화를 거는 모습을 상상했다가 혼자 웃었다. 그래... 난 이상한 놈이다. 그렇기에 이런 상상을 해도 된다. -띵띠리리링~ 아... 역시 다들 모여서 전화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번에는 철우다. -왜? -야! 내가 전화를 했는데 왜가 뭐냐? 왜가. -아니. 너희 부부는 대화도 안하냐? -대화? 물론 하지. -너 오늘 나랑 만나는 거 때문에 전화한 거 아니야? -응. 맞아. 그런데 네가 내일 보자고 했다며? -오오. 부부끼리 대화는 하는군. -야! 그건 대화를 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지금 우리 부부에게 제일 중요한 건데. -음... 너에게 제일 중요한 건 아니고? -정확함! -아우.. 이 자식을 진짜~ -요즘 너 만나서 정리하고 다른 여자 만날려고 하다보니 만나지도 못하고 있어. 우리 좀 빨리 만나주라. -아... 휴... 그러니깐 너 바람 잘 필 수 있도록 빨리 정리해달라는 거냐? -이야기가 그렇게 되나? -그럼 뭔데? -음... 와이프의 자유 부여에 대한 정립! -지랄을 한다. 아주 지랄이 풍년이네. -큭큭큭. 그런데... 솔직히 심각한 수준이다. -왜? 뭔 일 있어? -그제 말이야. 이제는 너에게 마누라를 보내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래도 마누란데 싶어서 밤에 마누라 방에 들어갔단 말이야. -그런데? -그런데... 자고 있는 마누라 치마를 살짝 올리고 팬티를 내리고 내 걸 꺼내는데. -그런데? -전혀 반응이 안 와. 그래서 다시 살짝 덮어놓고 나왔어. -아... 너 진짜 큰일이다. -응. 정말 큰일 같아. 이제는 아예 반응이 안오니 말이야. 마누라에게 완전히 흥미를 잃어버린 것 같아. -부부 사이가 흥미로 섹스를 하는 건 아니지. 의무방어라는 말도 있잖아. 그런데 의무방어 자체도 안되는 거야? -야! 그게 됐으면 내가 이러고 있겠냐? -하긴...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누라 남자가 너라는 사실이다. -그게 뭐 다행이냐? 난 솔직히 완전 부담스럽다. 제수씨와 만약에 관계를 가지고 나면 널 어떻게 봐야 할지에 대해서도 걱정이고. 음... 철우야 미안하다. 어차피 나중에는 할 거 미리 조금 했다고 치자. 그리고 그건 제수씨와 나만의 비밀로 할게.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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