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화 77화
77.
난 철우와의 통화를 마치고 나갈 준비했다.
그는 내가 변했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연락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한다.
나는 변했나?
정말 그런가?
......
내가 어떻게 변했을까?
좋은 방향일까? 나쁜 방향일까?
그리고 변했다면 그럼 누구의 영향일까?
장모일까? 자매들일까? ... 아내의 영향일까?
난 그러한 생각하며 친구의 회사로 출발했다.
친구의 회사에 도착하자 친구도 옷을 갈아입고 막 퇴근을 하려는 참이었다.
퇴근할 때는 편안 캐주얼한 차림이다.
평상시에는 위치가 있으니 정장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이~ 왔어? 물주?”
“풉. 물주?”
“응. 오늘 풀코스를 쏠 거니 완전 물주지.”
“아놔... 얼마나 벗겨 먹으려고.”
“뭐 그 차 팔면 되지 않겠냐? 내가 다시 반값에 사줄게. 큽.”
“아... 큭큭큭.”
“오늘 한 명 더 데려가려는데 괜찮지?”
“밥 먹는데 사람 더 있으면 좋지. 그런데 누구?”
“아~ 너도 알겠구나. 저번에 네 차 계약할 때 열심히 해준 친구.”
“아~ 그 친구라면 나도 환영이야. 그때 나 때문에 고생했는데.”
“오우~ 그럼 다행이다. 네가 쏠 거라고 하니 그 친구가 자기는 약속 있다고 안간다고 했거든... 아마 네 걱정을 해서 거절한 것 같아. 그놈이 눈치도 빠르고 일도 잘하는 데다가, 눈치 빠른 놈 치고는 의리도 있어서... 괜찮은 친구라서 너도 친한 동생으로 둬도 문제 없을 정도라 말이야.”
“그래그래.”
“잠시만~”
그는 내 옆에서 그 직원하고 통화를 했다.
대화 내용을 들어 보니 내가 사는 거라고 하니 부담스러워서 괜찮다고 거절하는 모양새이다.
결국 사장인 친구가 자기가 산다고 하자, 바로 온다고 한다.
큭큭큭. 어디든 사장의 돈은 써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이 씨~ 이 자식. 자기 약속 있다고 못 온다고 하다가 내가 산다니깐 바로 오겠다고 하네. 약속 있다고 하지 않았냐니 갑자기 취소되었다고 하네. 나랑 통화하면서 약속이 취소될 수도 있나 보지? 아쒸~ 뭐지 이 자식~”
“풉... 너 그런 모습이 보기 좋다. 직원들이 얼마나 널 챙기는지 알겠다.”
“내 돈으로 밥 먹는데 뭘 챙겨?”
“내가 니 친구라고 하니깐 안 온다는 거잖아. 내 돈 쓰는 거 부담스럽다고 하는 거고. 그렇게 정도를 아는 젊은 친구들이 얼마나 있겠냐?”
“큭큭큭. 그래서 좋아하는 거야. 그놈은 항상 그 선을 지켜줘서 말이야. 자~ 이제 가자. 그 녀석은 식당으로 바로 올 거야.”
“응 알았다.”
우리는 식당으로 이동했다.
난 솔직히 그 녀석이 비싼 거를 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니 오히려 고급스러운 것을 내가 사주고 싶었다.
평소에도 워낙 나에게 먼저 연락하며 안부를 물어 준 친구이고, 이번 차 구매 때도 자기 차 사는 거 보다 더 신경을 써 준 친구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음식점으로 이동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족발집이었다.
아... 족발집이었다.
아까 이 친구가 농담하면서 미국의 족발집으로 오라고 한 것이 벌써 머릿속에서 족발이 떠올랐던 것 같다.
오늘 난 족발을 먹으려다 취소했다.
이렇게 먹는 것에 같은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에 약간 놀라웠다.
“아니 좋은데 간다면서 왜 족발집이야?”
“아~ 이 집 좋은 곳이야. 몇십년을 하던 곳이고, 유명한 사람들도 많이 와. 그리고 가격도 절대 착하지 않아. 또 좋은 것이 유명한 사람들이 많이 오다 보니 식당이 전부 방으로 다 되어 있어.”
“으응~”
과연 그 친구의 말대로 안으로 들어가 보니 족발집이 아니라 한정식집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분위기도 좋고 직원들도 많고, 그 직원들이 전부 통일된 유니폼을 입고 절도 있게 움직이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형님.”
그 직원이 나를 보고 형님이라고 부르며 인사를 했다.
난 죽어도 저렇게 싹싹하게 사람을 대하지 못한다.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방에 들어서자 벌써 밑반찬이 준비되어 있었다.
“네가 준비한 거야?”
“예 사장님. 사장님이 쏘신다고 해서 제일 크고, 제일 좋은 걸로 시켰습니다.”
“야이 씨~”
“큭큭큭 좋은 직원을 뒀네... 축하한다.”
“너 말에 뼈가 있다?”
“어? 네가 그렇게 느꼈으면... 정확함.”
“어? 뭔가의 데자뷰 같은데?”
“큭큭큭.”
우리가 앉자 음식이 바로 나왔다.
음식은 솔직히 족발과 보쌈은 맛은 있었지만, 그리 특별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나머지 반찬, 특히 김치는 완전히 예술이었다.
김치를 김밥의 김처럼 활용해서 그 안에 양념된 무와 잣 등의 견과류, 굴 등 갖가지를 넣어 말았는데 그 맛이 너무나 훌륭했다.
우리는 소맥을 마시며 대화하면서 정말 맛있게 그 음식들을 즐겼고,
친구와 연락하기 전까지의 외로움은 전부 사라지고 없어진 지가 오래였다.
“저는 형님이 어떤 분인지 너무 궁금했습니다.”
친구의 직원인 희철이가 정말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뭐가?”
“아... 그게 저희 사장님이 좀 특이한 분이라 그 친구분이 어떤지 너무 궁금했습니다.”
“풉... 니네 사장이 좀 특이하긴 하지.”
“야. 뭐 이런 앞다마가 다 있어? 아예 앞에 두고 씹는구만.”
“음... 뒤에서 씹는 거보다는 낫지 않나?”
“뭐~어?”
“푸웁~ 아... 사장님 그런 의미로 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런 의미는 아니라면서 왜 뿜으면서 이야기하는데?”
“하하하하”
“하하하하”
우리는 철우 말에 전부 한바탕 웃었다.
“정말하고 싶은 말이, 사장님이 좀 특이하신 부분이 사람을 엄청 골라서 만나시거든요. 그래서인지 별로 가까운 분들이 없는 거 같습니다. 물론 사업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친해지려는 사람은 많죠. 그런데 사장님이 어느 정도 벽을 치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형님에게는 그게 안 그런 거 같아서요.”
“나한테?”
“예~ 오늘만 해도 그렇습니다. 사장님이 미리 약속 없이 이렇게 누굴 만나는 적이 없거든요. 게다가 저렇게 저자세로 나오는 사람도 없구요. 솔직히 좀 놀랐고, 어떤 분이신지 대단히 궁금했습니다.”
“음... 난 별거 없어. 정말 별거 없는 사람이야.”
“야! 니가 왜 별거 없어? 이 녀석 말만 이렇게 하지. 완전히 능력자야. 좋은 대학 나와. 군대에서도 말뚝 박으라는 거 거절하고 나와~, 회사에서도 최연소로 과장 달아... 그게 별거 아니면 뭐가 별거냐? 난 솔직히 너한테 자격지심 같은 거 있다. 물론 그게 나쁜 의미로 있다기보다는 너에게 은근 의지를 하고 있다는 거지.”
“벌써 과장님 되셨다구요?”
“아니. 과장 된 지는 오래되었고... 이 녀석 군대 있을 때 위에서 추천서 써 줘서 회사 취직은 벌써 했고, 그곳에서도 엄청 인정 받았지. 아 참 군대 있을 때도 단기들은 원래 대대참모 절대 안시키는데, 대대장하고 작참이 얘 참모 시키려고 엄청 했는데, 얘가 힘들다고 안 했지. 단기가 뭔 참모냐고 하면서... 크크크”
“아... 대단하신 분이네요.”
“음... 포장만 그럴 듯 하지 사실 아무것도 없어. 정말로.”
“야! 세상에 대부분의 사람은 그 포장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그 정도면 대단한 거지.”
“휴.... 알았다. 그렇다고 하자.”
이 친구에게는 이제 사실은 말해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아내가 도망간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도 이 직원 앞에서 말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맛있는 안주와 좋은 사람으로 술을 먹이니 말 그대로 술이 술술 넘어갔다.
단 몇 시간 만에 정말 많은 양의 술을 먹은 거 같았다.
‘아... 내일 밑집 여자와 시승식 있는데... 큰일이네.’
난 취기 속에서도 내일 일이 걱정되었다.
밑집 여자는 내가 일방적으로 의지하는 사이인데,
그나마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별 일도 아닌 이유로 못 하는 것에 실망할 것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분위기를 깨고 싶지는 않았기에 내일은 내일의 나에게 맡기고 오늘은 즐겁게 놀기로 했다.
“야! 2차 가야지?”
“당연하죠. 사장님. 사장님이 오늘 풀코스를 쏘시는데.”
“야! 니 월급이 얼만데 나만 쏘냐?”
“그 월급 주시는 분이 사장님이시니 당연히...풉.”
“야이 이 자식 말은 아주~”
“그래 가자. 내일 일은 어떻게 되겠지.”
“어? 내일 큰일이 있냐? 회사에 중요한 일이 있나 보지?”
“아니야. 괜찮아. 별일 아니야.”
‘그래. 별일 아니다. 여자와 차 시승식 가야 한다고 이 판을 깨기는 좀 그렇지 않나?’
우리는 이렇게 1차를 마치고 2차로 향했다.
이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여자들이 있는, 그 사람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런 곳으로 이동했다.
“어머~ 사장님. 너무 오랜만이세요. 얼굴 까먹겠어요.”
가게에 들어가자 예쁘장하게 생긴 나이가 제법 있어 보이는 여자가 친구를 매우 반갑게 맞이했다.
소위 말하는 친구가 평소 중요한 사람들을 접대하는 곳임을 바보가 아닌 이상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잘 있었어? 오늘 중요한 분 모시고 왔으니 수질 믿어 볼게.”
“제가 언제 사장님 실망 시켜드린 적 있나요?”
“오케이~ 오늘도 한 번 믿어본다~”
우리는 꽤 큰 방에 들어갔다.
그런데 술집의 전체적인 수준이나, 방의 가구 등을 보았을 때,
밑집 여자의 언니와 같던 곳보다는 질 적으로 약간 낮은 것 같았다.
친구 놈도 돈이라면 꽤 버는 녀석인데도 불구하고,
역시나 수혜씨의 수준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잠시 뒤에 여러 명의 여자들이 나왔고, 우리가 고르자 우리들 옆에 앉았다.
난 솔직히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음...
물론 옆에 앉은 여자는 이뻤다.
그런데...
그리 내 마음에 차지 않았다.
그러자 머릿속에서 번쩍 드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너무 복이 넘치게 살고 있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어느 순간 내 여자들과 옆에 있는 여자가 비교되었다.
옆의 여자는 내 여자들에 비해 가슴도 별로고, 엉덩이도 별로다.
그냥 스타일이 별로다.
내가 지금 관계를 맺고 있는 여자들에게 비해서 너무 별로라는 사실로 실망하고 있는 내 자신에게 내 스스로 놀랐다.
난 지금 복이 넘치게 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우리는 노래를 하고 되도 아닌 춤도 췄다.
우리의 음치같은 노래와 말도 안 되는 춤을 여자들은 진심으로 즐거운 듯 맞춰주고 있었다.
‘아! 돈 벌기 쉽지 않구나. 이런 남자들의 이런 모습을 즐거운 모습으로 봐야 하니...’
그치만 우리는 돈을 지급했고,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제공받으면 되는 것이고,
그녀들은 그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되는 것이다.
그 이상은 없다.
각자 맡은 것만 잘하면 되는 것이다.
각자 맡은 것만...
우리는 이렇게 몇 시간을 온몸을 불살랐다.
나 역시나 하얗게 불살랐다.
풉.... 되도 안 되는 춤을 춘다고 온몸이 다 아플 정도로 불살랐다.
이제 끝내려고 하는데, 그 주인, 아니 마담이라고 하는 여자가 들어왔다.
“이제 어떻게?”
“당연 가야지. 우리 세 명 아까 그 여자들하고...”
“아. 난 괜찮다. 그냥 여기서 술이나 조금 더 먹을래.”
“왜? 하긴 넌 공처가지?”
“뭔 소리야?”
“큭큭큭 알았다. 그럼 내가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할게. 꼭 여기 있어.”
“뭘 전화해? 그냥 끝나면 집에나 가.”
“아니야. 내 중요한 이야기는 이 이후에 있을 예정이니 꼭 기다려.”
중요한 이야기?
철우가 나에게 중요하게 할 말이 있다고?
뭐지?
아무튼 그들이 나가고 난 혼자 룸에 남아서 맥주를 약간 마시고 있었다.
“어머~ 이런 분도 계시는구나. 대단하신데요? 사모님이 정말 좋아하시겠어요.”
‘뭐? 사모님? 이게 어디서 역린을 건들고 있어?’
“혼자 있고 싶은데...”
“아! 예... 방해 안 할께요. 즐거운 시간 되세요.”
그녀는 내가 정색하며 말하자 민망한지 바로 자리를 피했다.
‘여기서 그 여자 이야기가 왜 나오는 거야?’
난 맥주를 들이켰다.
맥주를 들이기고 나니 난 여기에 더 이상 조금의 시간도 있고 싶지 않았다.
그 여자의 기억이 떠올랐던 곳은 어디에도 머물고 싶지 않았다.
난 바로 그 집을 나왔다.
난 더 이상 술을 먹고 싶지 않기도 했고, 내일 일이 걱정되기도 해서 더 이상 술집에 가고 싶지는 않았다.
철우가 나에게 할 말이 있다고 했기에 조금은 기다려야 했다.
번화가를 걸어 다니다 눈에 띄는 카페에 들어갔다.
역시 나에겐 술 아니면 커피다.
이런 나에겐 그것이 제일 어울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