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6층 공략(2)
"오고고고고곡... 오고곡... 오곡..."
목이 쉬어서 더이상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는 나연. 파티원들은 골렘의 핵을 찾으려 했지만 팔을 한번 휘두를 때마다 거친 바람이 일어나는 골렘에게 쉽사리 다가가지 못했다. 나연은 엉덩이가 피멍이 들어도 여전히 엉덩이를 흔들며 골렘을 유혹했다. 지혜는 그런 나연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파티원들을 위해 골렘에게 무수히 맞으면서 버티는 나연. 나연의 체력이 닳지 않는 건 문제가 아니었다. 체력과 상관없이 나연이 고통을 당하는 걸 보는 게 너무도 힘들었다. 지혜는 민아에게 아무 마법이라도 쓰라고 하고 싶었지만 민아의 리스크를 같이 감당했던 지혜는 그런 말도 쉽게 할 수 없었다. 핵은 파괴하지 못한 채 골렘의 화만 돋울 수도 있었다.
나연은 입에서도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풀린 눈과 덜덜 떨리는 몸. 눈에서는 눈물까지 흐르고 있었다. 물론 마조화 덕분에 고통이 아닌 절정을 느끼고 있었지만 나연의 심정이 어떨 지 차마 말로 할 수도 없었다.
그때 지한이 골렘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골렘의 눈이 있는 부분. 골렘에게 별 타격은 없었지만 맞는 순간 지한에게 골렘의 시선이 끌렸다.
"오빠!"
말도 없이 활을 쏜 지한에게 지혜가 소리를 질렀지만 이미 끌린 어그로를 돌릴 수 없었다. 은비는 급하게 실드를 전개했고 덕분에 파티원들은 골렘의 주먹에도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었다. 지혜는 순간 짜증내며 지한에게 말했다.
"오빠! 대체 거기서 활을 왜 쏴요! 어차피 죽일 수도 없으면서!"
답답한 마음에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활을 쐈던 지한은 억울했지만 뭐라고 말을 할 수 없었다. 상황이 악화된 건 사실이었으니까.
그때 나연이 다시 한번 꼭두각시 인형을 이용해 도발을 사용했다. 이번에는 고양이 자세가 아닌 바닥에 드러누워 자신의 배를 때려보라며 두들기는 모습이었다. 다행히 도발이 먹혔는지 골렘은 나연에게 다시 다가갔다.
골렘은 나연을 내려다보며 미친듯이 주먹을 휘둘렀다. 엉덩이를 때리는 싸대기가 아니라 양 주먹을 사용해 미친듯이 내리꽂는 주먹. 마치 린치를 당하는 듯 골렘은 나연의 배를 쉴새없이 때렸고 심지어 발로 짓밟기까지 했다. 하지만 나연은 그런 무자비한 폭행을 당하면서도 여전히 느끼고 있었다.
"오고곡... 오고고고고고곡... 오고오오옥..."
한대를 맞을 때마다 허리가 활처럼 휘며 느껴버리는 나연. 어떻게 보면 기괴하기까지 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나연의 도발 덕분에 파티원들은 골렘의 핵을 찾을 수 있었다. 바닥에 누운 나연을 때리기 위해 허리를 숙인 골렘의 등 뒤로 빛나는 핵이 보였다.
"민아야 혹시 저거 맞힐 수 있겠어?"
"미안 언니. 이 각도에선 좀 힘들 거 같아."
마법의 방향을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없었던 민아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민아도 빨리 핵을 파괴해 나연을 구해주고 싶었지만 그 정도 컨트롤은 불가능했다. 주먹이 내리 꽂힐 때마다 나연의 짐승 같은 신음 소리가 울려퍼지는 걸 듣는 게 너무나도 괴로웠다.
지혜는 지한에게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지한의 화살 위력으로는 핵을 파괴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혜는 결국 자신이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밖에서와는 다르게 운동능력이 월등하게 상승한 지혜라면 골렘의 뒤로 돌아가 등 위로 올라탈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은 공격력 상승 버프까지 받고 있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럼 내가 갈게."
지혜는 나연을 구하기 위해 골렘의 시선을 피해 옆으로 돌았다. 사막이라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모래에 발이 파묻혔지만 나연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빠르게 발을 옮기는 지혜. 다행히 골렘은 지혜의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 와중에도 나연은 골렘에게 사정없는 린치를 당하며 절정을 느끼고 있었지만 지혜는 서두르다 실수를 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사막이라 제대로 뛰어 오를 수 있을 지 불안했지만 자신이 아니면 나연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지혜는 마음을 다잡고 사막 위를 뛰어 올랐다. 순식간에 골렘의 엉덩이 높이까지 뛰어 오른 지혜. 하지만 한번에 핵까지 다가갈 수는 없었다. 진동팬티와 유두패치 때문에 다리 힘이 풀려 더 힘들었지만 나연의 고통에 비하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며 골렘의 등을 올랐다.
골렘은 나연을 때리는 데 너무 열중해서인지 지혜를 눈치채지 못한 듯 했다. 지혜는 암벽을 등산하듯 골렘의 등을 올라 핵 앞에 도달했다. 그제서야 골렘은 눈치챈 듯 했지만 지혜의 손이 더 빨랐다. 핵을 향해 내리 꽂는 지혜의 검. 빛나던 핵이 그대로 산산조각 났고 골렘은 그대로 분해되어 돌덩이로 변해버렸다.
지혜는 떨어지는 돌을 피해 나연에게 뛰어갔다.
"나연아 괜찮아"
"헤헤 언니이... 나 더 때려줘어... 더 맞고 싶어어..."
나연은 이성을 잃은 듯 더 때려달라며 실성한 표정으로 지혜에게 매달렸다.
지혜는 나연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미안해 나연아... 언니가 미안해... 너무 늦었지?"
민아와 다른 파티원들도 뛰어 와 나연을 걱정했다. 민아는 미쳐버린 듯한 나연을 보고 울먹이며 말했다.
"은비야. 얼른 나연이한테 힐 해줘."
'아무리 나라도 이건 좀...'
은비도 나연이 골렘에게 맞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마조에 고통을 즐기는 자신이라도 3미터가 넘는 거대한 골렘이 내리 꽂는 주먹의 고통은 즐길 수 없을 것 같았다. 항상 망설임 없이 힐을 쓰던 은비였지만 이번만은 쉽게 쓰지 못하고 망설였다. 나연이 당한 건 고통이나 쾌락의 수준이 아니라 무식한 폭행이었다. 마조화가 고통을 쾌락으로 바꿔주지 않았다면 나연은 지금보다 더 큰 패닉을 겪고 있을 지도 몰랐다.
"은비야...?"
다시금 재촉하듯 부르는 말에 은비는 곤란한 듯 말했다.
"언니... 이건 나도 좀 감당하기 힘들 거 같은데..."
지혜와 민아는 은비의 말에 쉽사리 힐을 해달라고 말을 하지 못했다. 나연이 당한 고통을 생각하면 은비도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견뎌내야 할 테니까. 방어력이 높은 나연은 신체적으로 상처는 입었지만 목숨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높은 체력 덕분에 상처도 조만간 회복이 될테니 억지로 힐을 쓰지 않아도 나연은 자연적으로 치유가 될 상황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나연이 걱정되는 건 지혜나 민아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은비는 막내에 귀여운 척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 굉장히 이기적이었다. 누군가에게 복종하는 성향 보다는 고통을 즐기는 마조 성향이었던 은비에게 남자는 일종의 도구였다. 자신에게 쾌락을 주고 돈을 갖다 바치는 도구. 그동안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니 파티원들에게 힐도 주고 여러가지 도움을 줬지만 이번 경우는 달랐다. 은비 자신에게도 분명 버티기 힘들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은비는 결국 힐을 쓰기로 했다. 그게 이 파티원들의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될 테니까. 나중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까.
"그래도... 나연 언니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힐 써볼게..."
지혜와 민아는 고맙다는 말도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못했다. 은비가 얼마나 큰 결정을 해줬는 지 아니까.
은비는 나연에게 힐을 사용했고 나연이 당했던 고통보다 더한 고통이 은비의 온 몸을 덮쳤다.
"씨바알..."
은비는 나지막이 욕을 하며 그대로 뒤로 고꾸라졌다. 아무 말도 못 하고 온 몸을 덜덜 떨며 고통을 당하는 은비. 온 몸의 뼈가 부서지는 느낌이었다. 그동안은 은비가 감당할 수 있는 고통이었지만 얼굴과 팔, 가슴, 다리 보지, 엉덩이 어느 곳 하나 할 것 없이 망치, 아니 쇠파이프로 두들겨 맞는 기분이었다. 그걸로도 표현이 부족했다. 다시는 느껴보고 싶지 않을 정도의 고통. 마조인 은비조차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결국 은비는 그대로 기절해버렸지만 기절해서도 은비의 몸에는 고통이 전해지고 있었다. 기절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던 은비는 죽을 것 같은 고통에 다시 강제로 정신을 차렸다. 기절하고 깨어나기를 몇번이나 반복했을까. 눈을 떴을 땐 어느새 사막의 해까지 진 이후였다.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힘들만큼 고통스러웠지만 은비의 몸은 그마저도 즐긴 듯 보지는 홍수가 나있었다. 은비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는 반응.
"은비야 괜찮아...?"
그 사이 나연이 정신을 차렸는 지 은비를 걱정스럽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자신에게 힐을 써주느라 은비가 고통받는 걸 알았던 나연의 눈에 눈물이 가득했다.
"언니는...? 괜찮아...?"
은비는 말도 제대로 하기 힘들 정도로 온 몸에 힘이 없었지만 나연부터 챙기는 척 했다. 그래야 자신이 당한 고통에 대한 보답을 받을 테니까.
"응 난 괜찮아... 미안해 은비야 나 때문에..."
"아니야 언니... 언니 덕분에 우리가 클리어할 수 있었던 거지..."
은비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며 허리를 일으켰다.
나연은 은비가 힐을 써주고 난 이후에도 쉽게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쉴새없이 자신을 향해 내리꽂히는 주먹과 발이 아직도 눈에 훤했다. 한방 한방이 꽂힐 때마다 뇌까지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이러다 죽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머릿속을 가득채웠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도망도 갈 수 없었고 기절할 수도 없었다. 더 힘들었던 건 두려움과 다르게 자신의 몸은 미친듯이 절정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죽을 지도 모르는 두려움을 느끼면서 골렘의 주먹이 한방 한방 꽂힐 때마다 온 몸이 활처럼 휘며 입에서는 짐승 같은 소리가 쏟아져나왔다. 지난번에도 경험해봤지만 도저히 적응 되지 않는 이상한 소리. 평소의 자신과 너무 다른 괴리 때문에 고통스러웠다. 몇번이나 죽을 듯 기절하고 깨어나는 은비를 보며 고통을 느끼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마조화 스킬 때문이라지만 죽음의 두려움을 느끼는 상황에서까지 절정을 느끼는 자신을 쉽게 인정할 수 없었다. 얼마나 싸버렸는 지 보지와 클리가 팅팅 부어있을 정도였으니 나연의 몸이 얼마나 느꼈는 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었다.
"은비야. 일어날 수 있겠어?"
지혜는 고개를 끄덕이는 은비를 부축해 일으켰다.
"오늘도 고생 많았어. 다행...은 아니지만 그대로 6층도 클리어 했으니까 이제 돌아가서 쉬자."
하루도 쉬운 날이 없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었지만 그건 혼자만의 말로 담아두기로 한 지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