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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1장 - 2화


그 사건이 일어나기 얼마 전이었다. 카니폴리 남동쪽, 오르베 거리에선 하루 종일 내리던 비가 막 그쳤다. 봄이라고는 하나 거리 구석구석에는 겨우내 미처 떠나지 못한 차가움이 스며 있다. 한풍은 비가 온 뒤의 쌀쌀함마저 품어, 거리를 오가는 이들의 앞섶을 한층 더 단단히 여미게 했다. -타박, 타박 부뚜막에 막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불이 올랐을 즈음이다. 비가 온 직후의 세상엔 일찍 어스름이 깔려, 번화가를 지나는 이들의 걸음에도 조바심이 깃든다. 사람들은 더 어두워지기 전에 귀가하고자 바닥에 괸 웅덩이를 피해 발걸음을 서두른다. 사람들의 주의가 다른 곳에 쏠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적이 드문 뒷골목에서의 이변을 눈치챈 이는 아무도 없었다. 드리워진 커다란 그림자는 이른 저녁의 어두움 속에 자신을 숨겼다. -철벅 그림자가 비 웅덩이를 밟았다. 못 보았다, 라기보단 애초에 개의치 않는다. -치이익 끓어오르는 듯한 소리와 함께 뿌연 증기가 피어올랐다. 그것이 자리를 떠날 때, 비 웅덩이는 말라붙어 있었다. ------------------------------------------------------------------------------------ 오르베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엔 민가들이 있다. 나무나 흙으로 지어진 수수한 외관은 단어 그대로 서민들의 주거란 느낌으로, 으리으리한 번화가에 비하면 마냥 초라하다. 하지만 태양만은 그런 곳에도 차별 없이 볕을 뿌리고, 마찬가지로 똑같은 밤이 내린다. 오늘 밤도 집집마다 하나 둘 오른 등불이 닫힌 창 틈으로 새어나왔다. 가늘고 연약한 빛이지만, 스민 온기는 번화가하고 일절 다를 게 없이 따스하다. 개중 한 가족이 있었다. 젊은 부부와 어린 남자 아이 한 명의 단촐한 구성으로, 일가족은 막 준비된 저녁 식탁에 둘러앉았다. 보잘 것 없는 식사지만 부부는 화기애애한 담소를 나누며 하루 일의 고단함을 모두 씻어낸다. 그렇게 막 수저를 들었을 때였다. -쿵 육중하고 둔탁한 소리였다. 진원지는 집 밖 근방으로, 희미한 울림이 가족 모두의 청각을 흔들었다. 어딘가의 집 마당에서 커다란 나무라도 찍어 넘겼는지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하면 대수롭지 않게 넘길 일이다. “여보.” 아내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남편을 불렀다. 방금 전 까지 띄우고 있던 부드러운 미소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누그러져 있던 공기가 단숨에 팽팽히 당겨진다. 남편은 역시 긴장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아.” 육감이라고 할까, 본능적으로 소리에 섞인 이질성을 잡아챘다. 달갑진 않지만,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드륵 부부는 지체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남편은 아이를 안아 올려 품에 안았다.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일까, 아이는 오히려 기쁜 얼굴로 까르르 웃는다. 아내 역시 남편 못지 않게 민첩한 동작으로 늘상 준비해 두고 있는 자루를 집어들었다. “가자.” 테이블 위 식사마저 내팽개친 채 황급히 집을 빠져나왔다. “빨리, 서둘러!” 부부는 어둠 속을 달리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이미 여기저기 오른 횃불이 밤길을 밝혀주고 있었다. 그들은 도망치는 와중 등 뒤 먼 곳에서 울려퍼지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또인가.” “요즘 너무 잦네요...” 고함과 절규, 공포가 뒤섞여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고요했던 오르베의 민가는 혼돈과 함께 깨어났다. ------------------------------------------------------------ “아우우우---” 그것은 하울링을 하듯 길게 울었다. 소리 못지 않게 형태도 개나 늑대를 닮아 있다. “크르릉...” 닮은 건 거기까지였다. 낮게 그릉대는 괴물의 덩치는 소나 말 이상으로, 마주하는 것 만으로도 몸서리칠 만큼의 압력을 뿜어낸다. 눈동자는 타는 듯 붉고 이빨을 딱딱 부딪칠 때 마다 입가에는 뜨거운 불길이 서린다. 그 이질감은 처음 보는 누구라고 해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수준의 것이다. 절대로 이 세상의 생물이 아니라, 라고. -와르르 담벽이 무너지고 집이 불길에 휩싸였다. 한 차례 난동을 부린 괴물은 어슬렁거리며 새로운 파괴의 대상을 물색한다. 내딛는 걸음마다, 삐죽하게 곤두선 털끝마다 명백한 적의와 흉포함이 담겨, 그 외의 감정 따위 취급하지 않는 듯 하다. 문득 걸음을 멈춘 괴물이 끼이 고개를 기울였다. “으...” 정적 속 희미한 신음이 섞였다. 움직일 수 있는 이들은 진작에 모두 달아났을 터였다. 그럼에도 괴물의 눈동자는 담벽 근처에서 꿈틀거리는 존재를 포착했다. “아...으...” 인간, 젊은 남자였다. 고통으로 일그러져, 식은땀 흐르는 얼굴이 일련의 상황을 대신 말해준다. 돌무더기 잔해에 깔렸던 다리는 간신히 빼냈지만 이미 스스로 걸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송글송글 이마에 맺히는 땀과, 피로 흥건한 바지는 스스로도 확인하기 무서울 만큼 절망적인 상황이다. “안돼...도와줘...” 그는 참담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심장이 멎을 듯한 공포에 눈앞이 깜깜해졌다. -터벅 괴물은 성급하게 덮쳐오지 않았다. 그건 경계가 아닌 여유, 이미 잡아 놓은 사냥감 취급이다. 역으로 남자에겐 보다 확실한 죽음을 의미한다. 남자의 눈동자가 주위를 두리번거리지만, 하지만 눈으로도 귀로도 인적이라고는 털끝만큼도 느낄 수 없다. 그는 홀로 사지에 내몰려 있다. “누군가...제발...” 애처롭게 생존을 갈구한다. 하지만 살려 달라고, 소리 높여 외칠 수가 없다.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괴물을 자극하는 순간 죽음이 곧장 자신을 덮쳐온다는 걸. 매 초 가까워지는 죽음을 딱딱 이를 부딪치며 기다린다. 한기가 등골을 얼려붙여, 머릿속이 하얗게 질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 단번에 머리를 물어뜯길까, 혹은 뜨거운 불길에 새까맣게 구워질까. 어느 쪽이든 결정하는 건 남자가 아니다. 지척까지 다가온 가까워진 괴물이 마침내 펄쩍 뛰어올랐다. 모든 게 끝나, 남자는 질끈 눈을 감으며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반사적으로 두 팔을 들어 앞을 막았다. 물론 그런 저항 따위 괴물 앞에선 아무런 의미도 없다. 평범한 인간의 뼈와 살 따위, 과자를 씹듯 으깨 버릴 것이다. 남자의 머릿속에선 이제까지의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났다. -터어엉 매우 이질적인 소리였다. 울린 건 인간의 단말마도, 육체가 짓이겨지는 파열음도 아니다. 징이라도 친 듯한 떨림이 밤 공기를 흔들고 번져나갔다. 시간이 멈춘 듯 무거운 정적 속, 남자는 한참만에야 눈을 떴다. “어...?” 남자는 영문 모를 탄성을 흘렸다. 가장 먼저 보인 건 자신의 두 팔로, 믿을 수 없게도 온전히 남아 있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 한 남자는 아연해하며 눈 앞의 광경을 확인했다. “아...” 꿈을 꾸는 것 같았다. 하지만 몇 번이나 눈을 끔벅거려도 눈 앞의 괴물이 있어, 이것이 분명한 현실임을 인식시킨다. 괴물은 몸을 낮춰 엎드린 채 그릉대며 본격적인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하지만 그 대상은 더 이상 자신이 아니다. 자신과 괴물 사이를, 새로운 존재가 가로막고 있다. “후우...후우...” 노아는 가쁜 숨을 토했다. 머리가 핑핑 돌고 위에선 신물이 올라올 것 같았다. 번화가에서부터 쉬지 않고 달려 온 탓으로, 육체파가 아닌 그녀에겐 상당히 무리한 행동이었다. (다행이야. 늦지 않았어.) 하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녀는 숨을 고르느라 어깨를 들썩이는 와중에도 눈만은 필사적으로 마물의 움직임을 쫓았다. 탓 하고 다시 마물이 뛰었을 때 그녀는 두 손을 들어 마물에게로 향했다. “하앗!” -터어엉 조금 전과 같은 소리가 났다.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마물은 벽에 부딪치기라도 한 것처럼 캐앵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신음을 내며 튕겨나갔다. 즉 마법이다. 남자는 조금 전 자신을 살린 게 그 마법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카아앙!” 하지만 그걸로 안도하기엔 일렀다. 노아는 두 손을 타고 전해지는 떨림, 마력의 반동으로 마물의 힘을 실감했다. -그릉 마물은 민첩한 동작으로 자세를 바로잡았다. 포기하지 않고 재차 돌진해온다. 다시 퉁겨나가고, 몇 번이나 질리지 않고 같은 공격을 반복했다. 털을 곤두세워, 가뜩이나 큰 덩치가 더욱 크게 부풀어올랐다. 근육 역시 돌처럼 단단해, 정면으로 부딪친다면 노아의 가녀린 몸 따위 한순간에 납작한 빵처럼 짓이겨졌을 것이다. -터어엉 괴물이 공격하고 노아는 방어한다. 똑같은 흐름이 계속해서 지속된다. 그런 무서운 괴물을 상대하고 있음에도 그녀에겐 일절 흔들리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모험가로, 무턱대고 의기만으로 여기 서 있는 게 아니다. “네 뜻대로는 안 돼.” 노아는 결의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모험가를 자칭하는 만큼 일반인들 보단 조금 마물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눈앞의 괴물은 지옥의 개, 이른바 헬하운드라 불리우는 중급 마물이다. 고차원적 사고는 하지 못하지만 최소한의 지능을 가져, 예상대로라면 이제 곧 반응이 있을 터였다. -저벅, 저벅 아니나다를까, 몇 번의 공방을 더 주고받은 후 마물은 비로소 공격을 멈췄다. 대신 위협하듯 날카롭게 울며, 다소 수그러든 기세로 천천히 그녀의 주위를 돌았다. “괜찮아요?” 간신히 여유를 찾은 노아는 괴물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슬쩍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아직 혼란이 다 가시지 않은 탓일까, 남자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불구하고 노아의 표정엔 그림자가 드리웠다. (아니. 위험해.) 그녀의 시선은 남자의 다리로 향했다. 그녀는 본분은 성직자로, 덕분에 인체에 대한 약간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 (오래 버티지 못 할 거야.) 허벅지가 새빨갛게 물들어 있다. 심각한 골절로, 당장이라도 처치를 해야 한다. 분명 남자도 엄청난 고통을 인내하고 있을 것이다. 쇼크든 과다 출혈이든, 지척에서 죽음이 그의 목숨을 앗아가기 위해 도사리고 있다. (그렇다면...) 노아는 다시금 마물에 집중했다. 카니폴리에 있는 이들이라면 일반인과 모험가를 가리지 않고 가진 상식이 있다. 이른바 마물이라 불리는 존재들은 일반적인 생물마냥 출산과 성장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즉 근본적으로 태어나고 계속해서 노화하는 존재들과 궤를 달리한다. -크릉... 마물은 고개를 낮게 깔고 울었다. 하지만 그런 마물도 세상의 이치 자체마저 부정하지는 못 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생각하고 움직이는 모든 행동이 반드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대전제다. 그렇지만 마물은 아무것도 먹고 마시지 않는다. 그들을 움직이는 힘은 마물 자체를 구성하는 마력에서 나와, 움직이는 것 만으로도 계속해서 열화한다. 극단적으로, 지상에 출현한 마물은 설령 방치한다고 해도 끊없이 마력을 소모하다가 약해지고 결국 소멸하게 된다. 지금 역시 노아가 얼핏 수세에 몰린 것처럼 보여도 그녀가 가진 마력의 절대량은 분명하게 마물을 능가하고 있다. 평소처럼 소모전으로 끌어들이면 무난하게 제압할 수 있다. (하지만...) 노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식으로 대응하기엔 처한 상황이 녹록치 않다. 마물을 쓰러뜨리는 것 보다 더 위급한 게 있어, 계속 시간을 지체하다간 돌이킬 수 없게 될 지도 모른다. (생각해. 생각해. 노아.) 그녀는 애써 동요를 억눌렀다. 째깍째깍 시계의 초침이 흐르는 듯한 소리가 계속해서 귓가에 맴돈다. 분명하게 방법이 있다. 그게 가능할 지는 둘째 치고서라도. “고민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노아는 단호하게 중얼거렸다. 이제까지 등에 지고만 있던 무기를 빼든다. 끝이 십자가의 형태로 만들어진 금속제의 지팡이로, 그 자체는 단순한 둔기일 뿐이다. 그녀는 마력을 거두어들여, 마물을 막아내 주던 벽을 허물었다. “...” 마물은 애초에 마력으로 구성된 존재다. 보이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달라진 상황을 눈치챘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노아가 작게 입술을 움직였다. 나지막한 음성으로 빠르게 몇 마디를 읊었다. -우웅 되돌아온 마력을 이번엔 무기에 주입했다. 푸르고 은은한 빛이 금속의 지팡이를 감싼다. 그녀는 자신의 신체에도 마력을 둘러, 완력을 끌어올렸다. “할 수 있을까. 내가...” 하지만 그것만으론 승리를 장담할 수가 없었다. 일시적으로 힘을 강화해도 반응과 동작은 본래의 그녀 수준이다. 동료들에게 틈틈이 체술을 배웠다지만 원체 육체적인 능력엔 소질이 없어, 육탄전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만약의 순간 의외성을 기대하고 시도해 볼 정도로, 지금 그녀는 스스로 불리한 전장을 택한 셈이다. (하나하나 따질 여유가 없어.) 익숙하지 않은 방식인 만큼 마력의 소모 역시 격심하다. 이제 장기전이 되면 불리해지는 건 역으로 노아 쪽이다. 그녀도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는 터라, 어떻게든 싸움을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마물을 쏘아보며 천천히 걸음을 옆으로 내딛었다. “그래. 착하지.” 노아는 강아지를 달래듯 부드럽게 말했다. 물론 그녀의 말을 이해할 리 없이, 마물은 경계의 빛으로 노아의 움직임에 맞춰 움직였다. 물론 그 역시 노아가 의도한 바다. 자칫 다친 남자가 싸움에 휘말리지 않게끔 멀어질 필요가 있었다. 그나마 조금 넓은 공터로 헬하운드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캐애애애액-” 마물은 머리를 쳐들며 포효했다. 아까의 늑대 같은 울음과는 결이 다르다. 포유류보단 파충류를 닮은, 깊은 굴 안쪽에서 웅크려 있던 뱀이 깨어나 내지르는 스산한 비명이다. “으윽...” 근본적으로 인간은 나약한 존재다. 심부 깊은 곳에는 진화의 과정에서 떨쳐내지 못 한, 포식자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이 새겨져 있다. 노아 역시 순간적으로 몸을 움츠리고 말았다. “안 돼. 밤중에 짖는 건 민폐야.” 하지만 아주 잠깐에 불과했다. 되려 그 이상으로 희미한 미소마저 띄웠다. 그녀는 자신의 팀, 세 동료들을 떠올렸다. 허세가 아닌, 그녀의 팀은 카니폴리에 넘치는 모험가들 중에서도 여러 방면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노아가 그들과 함께 있는 건 결코 기생 같은 게 아니다. 그녀에겐 그들과 어울릴 만한 충분한 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괜찮아. 문제 없어.) 그녀는 솟아나는 투지와 함께 기합을 넣었다. 스멀거리던 두려움을 떨치고 마물의 눈을 똑바로 주시한다. 왜소한 체격만으로는 비교조차 되지 않지만, 맞부딪친 시선의 기세는 오히려 마물을 압도하고 있다. 그녀는 척 하고 무기를 앞으로 내밀었다. “카아앙!” 그것을 일종의 도발처럼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마물은 괴성을 내지르며 돌진해왔다. “흐읍...” 노아는 꾸욱 무기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더 이상 마물을 막아내던 벽은 없다. -까아앙 강렬한 충돌음이 귀청을 흔들었다. 푸욱 노아의 신발 뒤축이 지면에 깊게 파고들었다. 그녀는 들이받는 것 만으로 담벽을 무너뜨리는 힘을 정면에서 맞받았다. 전신이 부들거리는 듯한 떨림과 함께 비로소 실감했다. 매 순간 목숨을 주고 받는 찰나의 싸움에 발을 내디뎠다는 걸. 그런 감상에 빠지는 것도 잠깐으로,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무기와 발톱이 쉴 새 없이 교차했다. 마물은 칠흑처럼 검다. 마치 어둠 속에 녹아들기라도 할 듯한 빛깔이었다. 깊은 밤중, 번쩍이는 눈과 입가에 튀는 불꽃만이 잔상을 남기며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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