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1장 - 1화
깊은 숲 속이었다. 시각은 막 자정이 지나는 밤중으로, 단속적으로 들려오는 부엉이의 스산한 울음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힌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우뚝하니 솟은 나무들의 장대함은 하늘에라도 닿을 기세다. 밤하늘 높이 떠 있는 달에서 내려다본다면, 마치 자신을 향해 손을 뻗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찌르르, 찌르르
물론 그건 심상의 어지러움일 뿐이다. 여기저기서 울어대는 풀벌레 소리가 고단한 마음을 청량하게 씻어줘, 작게 타오르는 모닥불도 작은 온기로는 비할 수 없는 안도감을 가져다준다.
“으응...”
그녀는 문득 잠에서 깼다. 부스스한 눈을 비비며 상체를 일으킨다. 아직 몽롱한 기분 속에서 주위를 둘러보자, 동료들의 곤한 숨소리가 바람 소리에 섞여 흘렀다.
“미안, 시끄러웠어?”
불침번을 서던 솔트가 조용하게 물었다. 덜 마른 나뭇가지가 섞여 있는지, 그가 모닥불을 뒤적일 때마다 빠짓거리며 불꽃 튀는 소리가 났다.
“아니. 아니야. 그냥 깼어.”
노아는 이유 없이 허둥대는 기색으로 대답했다. 그의 말을 부정하듯 휘휘 손을 내젓는다. 무언가 부산한 꿈을 꾸었던 것 같다. 솔트는 희미하게 웃으며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아직 아침이 되려면 멀었어. 어서 자. 내일도 한참 걸어야 돼.”
“응...”
노아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마음 어딘가에는 미련이 남는다. 그녀는 다시 침낭을 덮고 누워, 초점 없는 눈빛으로 불꽃을 바라보았다. 이유를 잘 알 수는 없지만, 일렁거리는 모닥불처럼 가슴 한가운데의 수런거림이 잦아들지 않았다. 무어라 집어 말할 수 없는 위화감이 번진다.
“왜 그래?”
오랫동안 같이 모험을 해 온 그들이다. 리더인 솔트는 어렵지 않게 노아의 동요를 캐치했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나지막하게 물었다.
“무슨 일 있어?”
노아는 대답 대신 솔트를 바라보았다. 모닥불의 열기 때문인지, 그녀의 흰 뺨이 달아 오른 것처럼 붉었다. 노아는 짐짓 태연한 척 고개를 작게 흔들었다.
“아무것도 아냐. 내가 좀 피곤했나봐.”
그녀는 길게 숨을 들이마시며 가슴을 진정시켰다. 숲에서의 야숙이 처음도 아니거니와, 여느 것도 평소와 달라진 건 없다. 그녀의 시선은 솔트 외 잠들어 있는 다른 동료들을 향해, 핀과 베네란을 돌아보았다.
노아를 포함한 그들은 네 명의 모험가 파티다. 지난 몇 년 동안 함께 세상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몇 번이나 마물의 퇴치를 했고, 재해를 입은 마을의 재건을 도운 적도 있었다.
그러나 모든 일이 생각만큼 순탄하진 않았다. 성직자로서 수행 중인 노아를 제외하면 딱히 뚜렷한 목적을 가진 여행은 아니다. 돈은 얼마가 있어도 결국 떨어져 버린다.
‘카니폴리로 가자’
팀의 리더인 솔트가 제안이었다. 카니폴리가 솔트의 고향이라는 것 정도는 다들 진작에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유를 제하고도, 모험가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 목표로 하는 곳이기도 했다. 때문에 노아를 포함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결정되어, 지금 그들은 카니폴리를 향해 가고 있다.
(후훗...)
문득 노아는 가슴 속에 온기가 번지는 것을 느꼈다. 단지 불 가까이에 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들을 만난 건 순 우연이지만, 수행이라고 해도 막막했던 여행이 그들로 인해 의미를 가지게 된 느낌이었다.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며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동료를 얻어, 그 이상의 친구가 되었다. 그들을 보는 것 만으로, 그리고 그들과 같이 있는 것 만으로도 즐거웠다.
(잘 자. 다들...)
그녀는 다시 눈을 감았다. 눈앞의 일렁이는 불꽃이 조금씩 뭉그러지는 것을 느끼며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의식이 닫힐 때였다.
-짜악
매서운 타격음이 울렸다. 그녀의 몸이 들썩거리고, 의식이 순식간에 각성했다.
“또 쳐자냐? 이거 지금 정신이 있는 년이여, 없는 년이여?”
눈앞의 남자는 거친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었다. 노아는 눈을 깜빡여, 보고 있는데도 마냥 남의 일인 것 마냥 낯설다.
(아...?)
멍한 기분으로 자신의 뺨을 매만진다. 얼얼하고 뜨거워, 결코 착각이 아니다. 지금 뺨을 얻어맞았다.
(뭐야...지금?)
그녀는 어리둥절한 기분으로 흘끔 주변을 둘러보았다. 숲과 모닥불, 야영지 따위는 간 데 없다. 사방이 돌벽으로 막힌 좁은 방으로, 낡은 침대와 옷장, 술병과 담배 냄새가 찌들어 있다. 벽엔 횃불이 걸려 있지만 찌든 음침함을 걷어내기엔 한참 부족하다.
“야, 정신 안 차리냐?”
남자가 다시 한 번 윽박질렀다. 그는 노아의 눈앞에 빳빳히 선 자신의 물건을 들이민다. 아직 멍해져 있는 그녀의 뺨에 대고 부벼댄다.
“아...?”
노아는 망연한 탄성을 흘렸다. 검붉고 그로테스크한 형상으로, 그 추악함은 그녀가 아는 어떤 단어로도 표현하기 어렵다. 반사적으로 얼굴을 피했다.
“어쭈?”
물건을 세우고 있는 남자는 불쾌한 표정으로 노아를 내려다본다. 그녀는 입가를 달싹여 무언가를 말하려 했다. 물론 그녀의 사정 따위 남자에겐 전혀 알 바가 아니다.
“이 년이...아직도 잠이 덜 깼나본데? 완전 정신을 놓았구만.”
그는 짜증난 표정으로 투덜대며, 손을 높이 치켜올렸다. 쉬익 하고, 커다란 손이 노아의 얼굴을 향해 내려친다.
-덥썩
그 때였다. 노아 스스로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민첩한 동작이었다. 머릿속의 생각하는 과정을 생략해, 그녀는 반사적으로 그의 페니스를 잡았다. 이어 대뜸 혀를 내밀어 핥는다.
“귀찮게 하지 말라고. 바보같은 년아.”
그의 비웃음이 어딘가 먼 곳의 메아리마냥 느껴졌다. 페니스를 입에 넣어, 머리를 움직인다. 정성스럽게, 열성적으로.
(아...아아...)
절망에 빠져든다. 그랬다, 이쪽이 현실이다. 그 이후 며칠이나 지났는지, 시간 감각조차 알지 못 한 채 범해졌다. 제대로 먹지도 잠들지도 못 해, 줄곧 남자의 물건을 받아들이고 그들의 욕망을 받아들였다. 결국 한계까지 쌓인 피로에 깜빡 의식을 잃어버렸다.
-스릅
노아는 한 팔로 남자의 허벅지를 둘렀다. 다른 한 손으로 음낭을 부드럽게 감싸고 조물거린다. 최대한 온순하게, 머리를 앞으로 내밀어 귀두가 목구멍까지 닿을 만큼 깊게 삼켰다. 그 상태로 한동안 버티며 흘끗 시선을 올려 남자의 만족한 표정을 확인한다. 그리고 성기를 빼내어 귀두에 혀를 대고 한 바퀴 훑었다. 조그만 혀가 흉측한 물건을 돌아, 낼름거리며 끝의 요도를 훑었다.
“오...이제 좀 하는 법을 아는데. 응?”
남자는 만족스런 기분으로 감상을 흘렸다. 육체적인 쾌감은 물론이거니와, 여자를 완전히 굴복시켰다는 정신적 쾌락마저 동반해서 밀려든다.
“움...우음...”
노아는 두 손으로 남자의 허벅지를 둘렀다. 그리고 이제까지보다 깊이, 그의 물건을 목구멍 깊이까지 집어넣었다. 입술을 오므려, 양 뺨이 움츠러든 우스꽝스러운 얼굴이 된다. 그렇게 머리를 앞뒤로 움직이며, 일부러 소리가 나게끔 그의 물건을 빨았다.
“야,야. 좀 뒤로 땡겨 봐.”
남자는 한 명이 아니다.. 어느 새 뒤로 다가온 다른 남자가 짝짝 그녀의 엉덩이를 두드렸다. 하얗고 둥근, 부드러운 엉덩이의 살이 탱글탱글 흔들린다. 노아는 움찔했지만 그가 누구인지 확인할 여지도, 의미도 없다. 노아는 구강 성교를 멈추지 않은 채 주춤주춤 한 손으로 바닥을 짚고 무릎을 뒤로 뺐다.
“그래. 착하지. 말 잘 들으면 서로 편하다니까.”
남자는 꾸욱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혐오감에 노아의 몸이 꿈틀거렸다. 사내는 한동안 히죽거리며 보드라운 감촉을 만끽하다가 자신의 성기를 그녀의 비밀스런 곳에 갖다댔다.
“이년아, 혀가 멈춰있잖아.”
물건을 물리고 있는 남자가 을러댔다. 노아는 입이 아픈 것을 꾹 참으며 한층 더 열성적으로 혀를 움직였다. 그의 귀두 아래를 집중적으로 훑어간다. 얼마 안 가 입 안에서 그의 성기가 부푸는 것을 눈치챘다.
“어우...으...”
쾌감이 남자의 이성을 날려보냈다. 그는 두 손으로 노아의 머리카락을 휘감아 쥐어, 거칠게 머리를 흔들어댄다. 그 난폭함은 사람이라기 보단 도구 취급이다.
“흐읍...흡...”
남근이 목 안쪽을 사납게 찔러대, 노아는 연신 괴로운 신음을 토했다.
“아윽...”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물건이 치부를 밀고 들어와, 하복부에 찡 하는 아픔이 전해진다. 방 안에는 남자들이 몇 명이나 있어, 다소 작은 체격인 그녀에게 강제적인 삽입은 늘상 꿰뚫리는 듯한 아픔을 수반한다.
“음...으음...”
아픈 건 육체만이 아니다. 전후로 두 명의 남자에게 구멍을 범해져, 질퍽거리는 물 소리가 견딜 수 없을 만큼 수치스럽다.
“흐읍.”
노아에게 물건을 빨게 하고 있는 남자가 그녀의 머리를 힘껏 끌어당겼다. 바이스처럼 고정시켜, 노아는 그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파묻은 듯한 자세가 된다. 입술에 닿은 음낭이, 키스라도 하는 듯한 자신의 모습이 더 할 나위 없이 추악했다.
(으읍...)
하지만 그 혐오감은 일시적이다. 남자는 그 상태로 버텨, 한참 동안이나 입에서 남근을 빼게 해 주지 않았다. 이윽고 산소가 부족해진 노아는 팔을 버둥거렸지만 소용이 없어, 기어코 안색마저 파리해졌다.
(아...)
남자의 허리가 부들거렸다. 노아는 자신의 목 안 쪽에 쏟아지는 뜨거움을 느꼈다. 끝났다고, 숨을 쉴 수 있다고, 그 감각에 안도하는 자신이 더 할 나위 없이 경멸스럽다. 남자는 그 제서야 노아의 머리를 잡은 손을 놓았다.
“켁...하악...하악...”
노아는 엎드린 채 쿨럭쿨럭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부족한 산소에 회빛으로 변했던 시야가 원래대로 돌아온다.
“야.”
사내는 짧게 한 마디를 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노아는 조교된 개처럼, 한 마디의 의미를 곧바로 이해했다. 아직 머리가 어질거림에도 그의 자지를 한 손으로 받쳐, 예쁜 입술로 귀두를 문다. 기력을 잃은 신체는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 같은데, 공포에 떠밀려 필사적으로 힘을 짜낸다.
-쓰릅
혀를 굴려, 찔끔찔끔 나오는 남은 정액을 빨아내고 또 삼켰다. 역하고 비릿한 내음으로 나오려는 구역질을 참아낸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또 얻어맞아, 더 아픈 고통을 맛본다.
“흡. 흐읍.”
하지만 그것으로도 끝이 아니다. 지옥의 연회는 언제까지고 계속된다. 뒤에서는 다른 남자가 연신 허리를 흔들며 그녀의 여성기에 물건을 박아댔다. 오직 자신의 쾌락만을 채우기 위한 허리놀림은 발정난 짐승처럼 추하기 짝이 없다. 사내는 노아의 등을 덮어, 한 손은 가슴을 주무르며 한 손은 그녀의 치부로 옮겨갔다.
“읏...”
노아의 허리가 가볍게 튀었다. 민감한 부분을 자극당해, 남자는 킬킬 웃으며 살짝 튀어나온 돌기를 손가락 사이에 끼운다. 좀 전의 자극만으로도 신체가 반응하는데, 남자는 아직 멀었다는 듯 더욱 거칠게 손가락을 비벼대기 시작했다.
“아...흐읏!”
노아는 미간을 찡그러뜨렸다. 원하지 않아도 아픔을 느끼는 것처럼, 쾌감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조차 육체는 강요된 성감에 저항하지 못 한 채 수면 위로 끌어올려진다. 입술을 씹어, 어떻게든 소리를 죽이려 하는 노아였지만 간간히 새어나오는 신음 속에 밴 희미한 교성마저 완전히 감추지는 못 했다.
“야, 좋지? 응?”
그는 재미있다는 듯 조소의 말을 지껄여댄다. 이어 사방에서 수많은 남자들이 낄낄 비웃어대, 그녀의 마음을 갈갈이 찢어놓는다. 죽고 싶을 만큼, 아니 죽는 것 이상으로 비참한 자신의 모습에 혀를 깨물고 싶었다. 그녀는 흔들리는 시야 속 방 한 구석을 보았다.
(아, 아아...)
가슴이 떨어질 듯 내려앉았다. 잠시 쾌락에 희어지던 의식이 정지했다. 그리고 절실하게 깨달았다. 지금 자신에겐 혀를 깨물고 죽을 만한 자유조차 없다는 것을.
“흐흑...”
무너질 듯한 절망 속에서, 미지근한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